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47


제147화· 진면 (5)

“···?”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낯설지 않은 냄새·

평소 시안에게 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냄새가 루나브의 코끝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그것은 즉 냄새의 주인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어이 후배님 부탁 하나만 하자·”

“네?”

시안의 입에서 부탁이란 말이 나오자 루나브는 적잖게 당황했다·

“쟤 좀 진정시켜줘·”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이는 다름 아닌 세트였다·

“야! 니들 나 무시하지 말랬지! 착각하지 마! 더도 덜도 말고 딱 5초만 있으면 네놈들 전부 나한테 아작날 거라고!”

살벌한 욕설을 거침없이 날리며 살인 예고를 하는 세트·

마치 목줄에 묶인 상태로 왁왁 짖어대는 커다란 맹견 같았다·

이에 루나브는 세트의 머리 위로 조용히 손을 얹었다·

“스위트 슬립(Sweet Sleep)·”

잠시 후 손에서 흩뿌려진 하얀 가루가 코와 입으로 들어가니 세트는 스르르 눈이 감기며 바로 잠에 빠져버렸다·

“많이 지치긴 했나보네요· 생각보다 마법이 잘 들었어요·”

세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드렁드렁 코까지 골며 제대로 잠들어버렸다·

이젠 뭘 하려나 싶어 고개를 돌린 순간

“···?”

예상치 못한 시안의 은밀한 시선에 루나브는 흠칫 놀랐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뭐 괜찮겠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가 싶더니 대뜸 한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우웅

검은빛의 마나가 번쩍하고 빛을 내더니 곧 자신들이 위치한 주변 일대에 퍼져나갔다·

“제한 결계?”

7성 이상의 마법사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고작 5성 근처의 아카데미 학생이 제한 결계를 펼치다니·

이게 무슨 같잖은 일일까 싶어 일부 마법사들은 코웃음을 쳤다·

허나 루나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그가 제한 결계를 생성한 의도는 무엇일까?

필시 지금부터 벌어질 일이 밖으로 새 나가는 걸 원치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이 안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거겠지·

-슈욱

이윽고 루나브는 보았다·

시안이 설치한 결계를 멀뚱멀뚱하게 바라보는 학회원들의 뒤로

검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나타난 것을·

“음?!”

기척을 느낀 학회원들도 재빨리 뒤를 돌아봤지만

-서걱

일부는 그 기척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본 것은 하늘 위로 치솟는 잘려 나간 머리와

-후두둑

얼굴 위로 떨어지는 붉은 빛의 핏방울들이었다·

“으아아악!”

놀란 학회원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괴한들은 아랑곳 않고 잔인한 살육행위를 계속했다·

“무 무슨?”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루나브는 그만 넋을 잃었다·

저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사? 용병? 아니면 암살자?

감히 자부하건대 지금의 광경은 자신이 여태 봐왔던 삶의 모습 중 가장 잔혹하면서도 무자비한 광경일 것이다·

이에 살며시 고개를 틀어 옆에 있는 시안을 바라보았다·

“····”

눈앞의 광경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

평온하다 못해 여유가 넘칠 지경이었다·

“지 지옥의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리라!”

문득 정신을 차린 한 마법사가 그들을 향해 주문을 외쳤다·

7성급 불 속성 마법 인페르노 플레임·

치솟은 불꽃은 크게 입을 벌린 괴수의 형태로 변하여 다가오는 괴한을 제압하려 했지만

-스스스

괴한 역시 곧바로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발현해냈다·

마나와 비슷하지만 무언가 다른 기운이 뒤섞여 있는 마치 안개와도 같은 형태·

조금 전 유적에서 시안으로부터 보았던 것과 유사한 기운이었다·

“검은 안개?”

안개는 곧 사납게 다가오는 지옥의 불꽃을 맥없이 꺼트렸다·

한순간에 마법이 무효화 당한 마법사는

-서걱

앞서간 학회원들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하였다·

불과 1분도 안 된 사이에 모두 정리된 아우람 학회의 마법사들·

이를 지켜보던 가람 학회의 마법사들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서 설마?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들이 왜 여기에?”

인체의 경지를 벗어난 움직임 살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자비함 온갖 부정적인 기운이 담긴 검은 안개까지·

이 대륙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줄 이들은 오직 한 곳밖에 없었다·

“미스트····”

검은 안개의 신을 추종하며 세계의 진리를 부정하려 하는 대륙의 이단자들이 이곳엔 왜 있는 걸까?

그리고 그런 그들을 세상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이윽고 괴한들이 시선이 두려움에 잠긴 가람 학회의 마법사들에게 향했다·

다만 다가가진 않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였으며 슬그머니 시안과 눈을 마주쳤다·

“일단 물어는 볼게·”

그러자 잠자코 있던 시안이 대뜸 입을 열었다·

“네?”

“쟤들 네가 처리할 수 있겠어?”

처리할 수 있냐·

그 말은 즉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저 암살자들을 대신해 본인이 학회원들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지금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그녀가 책임지고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지·

루나브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후자 쪽이라 생각했다·

결국 어느 쪽이 됐든 지금까지 발생한 일이 밖으로 퍼져나가는 걸 그들은 원치 않을 것이기에

만약 여기서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저 암살자들은 일말의 고민 없이 가람 학회의 마법사들을 죽일 것이다·

이에 루나브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책임질게요· 저 학회원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절대 학회에 보고하지 못할 거예요· 여차하면 혀를 뽑아서라도····”

그 말을 들은 시안이 피식 웃으며 암살자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암살자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무구를 집어넣었고 바로 현장 뒤처리를 시작했다·

* * *

“드르렁 쿨····”

한없이 심각한 주변인들과 다르게 세상 편한 얼굴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세트·

볼을 찌르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봐도 도저히 깰 기미가 안 보였다·

상황이 정리된 후 루나브는 세트를 촌장의 집으로 옮겼다·

이후 학회가 벌인 불미스러운 일을 자신이 직접 사과하며 유적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일들이 있으셨구만· 이제는 괜찮아졌나 싶더니만 또 그것이 도졌던 모양이오·”

사실을 들은 촌장이 세트를 지그시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계신 거라도 있나요?”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다만 우리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지· 세트 왕자의 몸에 사불롬님이 다녀갔다고····”

“모 모래의 신 사불롬 말인가요?”

그녀가 눈동자를 번뜩이며 되물었다·

“지금은 이리 우락부락해 보이지만 사실 세트 왕자는 태생부터 몸이 연약했소· 병도 자주 걸려서 생사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더군· 그래도 재능만큼은 뛰어났던지라 불과 일곱 살 나이에 마나를 발현했다 들었소·”

보통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무려 3년이나 빠른 수준이었다·

확실히 머리는 좀 모자랄지언정 대륙에서 흔치 않은 귀한 인재라는 걸 그녀도 부정하진 않았다·

“문제는 그 재능이 제어가 안 됐다는 것이지· 하루는 마나를 발현하던 도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폭주하여 왕성 한복판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소· 사태는 바로 진정됐지만 힘을 견디지 못한 세트 왕자는 피를 토하고 며칠을 기절했지· 그런 일이 한 세 번 정도는 있었던 거로 기억하오·”

마력이 얼마나 강했으면 몸이 버티질 못해 폭주할 정도라니·

용케 죽지 않은 게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몰라도 세트 왕자는 자신의 나약함에 무척 화가 났던 모양이오· 이에 스스로 왕성에서 벗어나 조용한 우리 마을에 살며 매일 같이 육체를 단련했지· 무려 4년 동안 말이오· 마냥 평화롭게 지낸 건 아니었지만····”

“그게 모래의 신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세트 왕자가 언제 한 번은 이런 말을 하더이다· 자신이 폭주하기 전에 항상 머릿속에서 이상한 존재가 말을 걸어왔다고· 그리고 폭주가 끝나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더군·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몸에 왔다간 것처럼·”

“그게 모래의 신이란 건가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외다 추측! 그냥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 그냥 사불롬님께서 왕자의 힘을 시험해보기 위해 잠시 왔다 가신 건 아닐까 뭐 그런 거 말이오·”

촌장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지만 마냥 허무맹랑한 소리 같진 않았다·

신이 인간의 몸에 깃든 다니·

능력이 어떻고를 떠나 그걸 인간이 감당할 순 있는 것일까?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아무리 단련하고 강성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한들 과하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학회에서 수많은 실험을 당해왔던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

동질감이라도 느낀 것인지 세트를 바라보는 루나브의 눈빛에 옅은 연민의 감정이 서려 있었다·

“많이 놀라셨겠지만 그래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입을 열어봐야 뭐 좋은 일이 있겠소? 사실 아무 경계 없이 외부인을 받아들였던 우리 책임도 있다 생각하오· 마을 사람들에게도 내 단단히 일러두도록 하지·”

촌장은 큰 반발 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다소 마음이 놓인 루나브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집 앞엔 이번 조사단 중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3명의 학회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루나브는 그들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제가 무슨 말 할지 굳이 말 안 해도 아시죠?”

“입을 다물고 있으란 겁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학회장님 얼굴도 어찌 봐야 할지····”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하실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이 마을에서 발생했던 모든 일은 제가 할아버지께 직접 전할 거니까·”

“루 루나브님께서 말입니까?”

“네·”

그녀가 아카데미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걸 학회에 스스로 밝히겠다는 의미였다·

“그 그렇다면 그 시안 베르트에 관한 것도····”

“시안 베르트요? 무슨 말이죠?”

“···?”

어리둥절한 나머지 학회원들은 서로를 보며 눈동자를 번득였다·

“여러분이 이 마을에서 본 건 저와 세트 선배뿐이에요· 시안 베르트란 사람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겁니다· 아시겠죠?”

“그 그것이····”

“학회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세요·”

그들은 마지못해 학회의 강령을 읊으며 오늘 일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루나브는 그 길로 학회원들을 지나쳐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현장·

사체는커녕 비릿한 피 냄새 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이전의 상태였다·

시안은 어디 있는 것일까?

루나브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그의 냄새를 확인해보았다·

이윽고 냄새를 맡았는지 민가가 아닌 마을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시안의 냄새가 짙어질수록 곳곳에서 불길한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사신의 영지를 향해 스스로 걸어가는 듯한 기분·

저 시선의 주인들이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을 저승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음을 루나브는 결코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애초에 시안의 정체가 무엇이고 그가 무슨 힘을 숨기고 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시안이란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이윽고 모퉁이 너머 그늘 아래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얘기는 다 끝내셨····”

반갑게 말을 건네려는 것도 잠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루나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항상 여유가 넘치고 작은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것을 하찮게 보던 그에게서 굉장히 낯선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오죽하면 평소 알던 시안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

한편으론 이것이 정녕 검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그의 진면인 건지 의문마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볼살·

가빠진 호흡·

살기에 잠식된 눈동자까지·

루나브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시안은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의 상태라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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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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