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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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램버스타 케이지 (9)

램버스타 서쪽 유흥골목 일대 어딘가·

차마 여인의 공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주위는 난장판이었다·

복도에는 구겨진 종이들이 넘쳐났으며 깨진 향수병과 화장품 냄새들이 겹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엉망이로군·”

혀를 차던 모리스는 이내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안에선 탄식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문을 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요· 델키아·”

헝클어진 머리와 파리해진 얼굴빛·

가히 며칠을 폐인처럼 지낸 사람의 모습이었다·

“모리스···· 당신이 왜?”

고개를 들어 모리스를 바라보는 델키아의 눈빛은 아직 살아있었다·

“상인이 사람을 찾아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단연 거래를 제안하러 왔지요·”

의자에 앉은 모리스는 바닥에 떨궈진 종이 하나를 집어 안을 확인해보았다·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그 소년을 어지간히 흠모하는 모양입니다·”

“네놈이 뭘 안다고?”

“당신의 그 괴팍한 성적 취향을 이 도시에서 누가 모르겠소? 최근엔 아예 시설 관리도 안 하고 있다던데? 정확히 그 시온이란 소년을 만나고 온 시점에서 말이오·”

모리스는 들고 있던 종이를 보란 듯이 펼쳐냈다·

종이에는 그리다가 만 앳된 소년의 형상이 담겨져 있었다·

“시간 없으니 본론만 얘기하겠습니다· 저랑 손을 잡읍시다· 델키아·”

“···뭘 원하는 거지?”

“너무 경계할 필욘 없습니다· 당신과 같은 걸 원하고 있진 않으니까· 그대가 원하는 건 오직 그 소년의 몸뚱이가 아닙니까?”

델키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다 가져가세요· 난 단지 그가 가진 물건 하나를 원하는 것뿐이니· 그것만 내게 준다면 그 소년을 어찌하든 난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나랑 협업하자는 건가?”

이른바 상부상조·

서로가 서로의 목적을 취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었다·

델키아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지?”

모리스는 미소와 함께 준비해온 물건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선명한 분홍빛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이었다·

“이번에 가람 왕국에서 들여온 최상급 마비약입니다· 독이란 독은 죄다 뒤섞어 한 방울만 마셔도 몸이 바로 마비되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유해 성분들은 마법으로 전부 제거했습니다· 즉 온전히 사람만 기절시키는 약이죠·”

그녀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걸 나보고 먹이라는 건가?”

“판을 까는 건 제 전문이 아니라서 말이죠·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물건만 대줄 뿐 일을 직접 수행하진 않습니다·”

모리스를 힐끗 바라본 델키아는 뚜껑을 열고선 코를 가져다 대었다·

“···!”

진한 꽃향기가 퍼져 오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머리가 핑하고 돌았다·

급히 코를 뗀 델키아는 바로 뚜껑을 닫았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델키아?”

-움찔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와 부들대는 입술·

인간은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눈앞에 가까워지는 순간 가장 추악하게 변모한다고 했다·

지금 해괴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그래 가능하지· 가능하고 말고····”

그녀의 번뜩이는 눈동자 속엔 나체로 전락한 한 소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 *

램버스타에 온 지 8일 차·

뭔가 저지른 건 많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수확은 없는 느낌이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난 여길 왜 왔는가?

이 램버스타 케이지의 주인인 린제 니할로프를 죽이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 난 뭘 했지?

투기장에 선수로 참여해 내가 아닌 그쪽에서 날 찾도록 만들었다·

허나 예상과 다르게 이 시설의 주인은 내게서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내가 린제란 자를 너무 우습게 본 걸까?

사람이 급박해지면 되지도 않는 딴생각을 한다 하던데 내가 지금 딱 그 상태다·

침대에 누워있는 케이람이 이런 나를 한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똥을 씹고 있어도 그런 표정은 안 짓겠네· 눈 있으면 거울이나 한 번 보지 그래?]

그녀의 말에 이끌리듯 내 시선이 자연스레 거울로 향했다·

“····”

확실히 거지 같긴 하네·

어제 일이 크긴 했다·

뭐 이제 와 케이람을 탓할 수도 없겠지·

굳이 그녀가 실체화하지 않았더라도 그 말을 듣고 반응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테니·

이 도시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게 있어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결심이 선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획 변경이다·

이쯤 했는데도 찾아오지 않으면 이젠 내가 찾아가야겠지·

나는 망설임 없이 방을 나왔고 바로 1층으로 향했다·

“아! 시온님 안녕하세요!”

가던 도중 계단에서 눈에 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

꽤나 깔끔한 정복을 입고 있어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이곳에 취직한 담배 팔이 꼬마였다·

“일하고 있는 거니?”

“네! 케이지 안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매니저님께서 시설 구조를 되도록 빨리 익혀두라 하셨거든요!”

일다운 일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얼굴이 밝아진 느낌이다·

뭐 사실 저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긴 하지만

밤거리에서 담배를 팔고 다니는 것보단 낫겠지·

“그래 열심히 해라· 괜히 못 해서 욕먹고 다니진 말고!”

“네! 감사합니다!”

해맑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다 문득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보게 되었다·

<로이>

그러고 보니 여태 이름도 모르고 있었군·

뛰어가는 방향을 보니 투기장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

다음엔 이름으로 불러 줘야겠네·

난 다시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래 램버스타 케이지의 종업원 리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늘 그렇듯 매니저 겸 종업원 노릇을 하고 있는 그녀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카운터에 선 나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눈에 봐도 어색한 미소와 눈웃음·

뭔가 이상하다·

이쯤 되면 적응될 법도 한데 마치 처음 나를 마주하고서 당황한 모습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피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지요?”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네 오너를 좀 만났으면 하는데····”

그녀의 얼굴이 급 사색이 되어 굳어졌다·

“제 오너라면··· 혹시 누굴 말씀하시는지?”

“당연히 이 시설의 주인이지· 그 린제 니할로프라는 자 말이야·”

누가 봐도 당황을 금치 못한 얼굴·

이걸 보고 의심을 안 한다면 바보란 말도 모자랄 정도였다·

“호 혹시 컴플레인을 거시려는 건가요? 저희 시설에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없어· 그냥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을 뿐이야·”

솔직히 무리한 요구라는 거 안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손님이 다짜고짜 오너와 대면을 요구하는데 당황을 안 할 수야 없겠지·

허나 지금 이 여자의 반응은 그런 게 아니었다·

마치 둘을 절대로 만나게 해선 안 된다는 그런 느낌?

확신할 순 없지만 뭔가를 분명히 숨기고 있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저희 오너님은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닌지라····”

“그럼 뭘 해야 만날 수 있는 거지? 정식으로 컴플레인이라도 걸어야 하나?”

급기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였다·

“손님· 이렇게 된 거 제가 하나 여쭤볼게요·”

그녀의 목소리가 한순간 무겁게 돌변했다·

“저희 케이지에 얼마나 더 계실 건가요?”

“그건 왜 묻는 거지?”

고개를 든 얼굴에선 이유 모를 다급함이 엿보였다·

“손님께서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오신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제가 눈 딱 감고 말씀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이 도시를 벗어나세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안 벗어나면 어떻게 되는데?”

“···손님 죽어요·”

순간 로비에 정적이 흘렀다·

겉은 조용해 보이지만 예상하건대 지금 그녀의 속은 천둥 번개가 치는 것만큼 매우 요란하게 울릴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내가 죽을 거라고?”

나직하게 읊조린 말에 그녀는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뭐랄까?

쎄게는 아니고 그냥 기분 나쁠 정도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그리고 티는 안 냈지만 지금 이 로비엔 나와 이 매니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않는 곳곳에서 이전엔 없던 가드들이 나를 불안정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미약한 살기를 동반하면서까지·

즉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던진 말은 아니라는 거다·

왜? 왤까?

이제 와서 내가 죽음을 경고하는 이유가 뭘까?

짧게 생각해보건대 아마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나란 존재에 그냥 위협을 느끼고 제거하려 한다는 것·

투기장의 흐름상 한 선수가 거의 독재적으로 판을 쥐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순 있겠으나 내가 마음먹고 재미없는 경기만 반복한다면 투기장의 인기는 금방 시들어지겠지·

가능성은 있을지언정 이런 이유로 죽이기엔 뭔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 남은 두 번째는 뭘까?

나로선 가장 위험한 이유다·

내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탄로가 났다는 것·

난 어제의 경기를 통해 케이람의 존재를 한 상인에게 들켜버렸다·

그걸 무마시키긴커녕 아예 확신을 줘버렸지·

자기 입으로 둘 외에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 했지만 그건 모르는 거다·

그 린제 라는 자 역시 어제의 내 경기를 분명히 보았을 테니

아마 날 보고서 어떤 수상한 낌새를 챘을 지도 모른다·

허나 이유는 둘째 치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이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여자·

이 매니저는 그런 기밀 같은 사실을 왜 나한테 알려준 거지?

사실상 이 여자는 지금 목숨 걸고 알려준 거나 다름없다·

아니 오히려 얼굴만 봤을 땐 계획이 틀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거나 다름없을 정도지 않은가?

대체 뭐 때문에 나를····

“크 큰일 났습니다 매니저님!”

점차 심각해지려는 분위기 속에서 한 남성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정문을 통해 달려온 이는 배팅장의 안내인이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군터의 패거리들이 지금 투기장을 습격했습··· 히이익!”

놀라 까무러친 남성의 뒤쪽

벌컥 열린 정문을 턱 하니 막고 있는 거구의 남성이 나를 보며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특이점이 있다면 한쪽 팔이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둘이서 심각한 얘기를 했나 보네? 표정들이 왜 이리 어두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가드들이 나타나 즉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야? 어째 가드들이 좀 안 보인다 싶더니만 죄다 여기 있었던 거야?”

“군터! 너 이게 무슨 짓이야!”

그녀는 격분한 나머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워워! 진정해! 이제 팔도 하나 없는 사람한테 너무 박하게 굴지 말자고! 안 그래?”

“헛소리 집어치우고 말해! 여기 왜 찾아왔어!”

녀석의 시선이 곧장 나에게로 향했다·

“어이 시온! 너 나랑 한 번 더 붙어줘야겠다·”

아무래도 내 가르침이 좀 부족했던 모양이다·

한쪽을 남겨 놓을 게 아니라 둘 다 잘라 놀 걸 그랬다·

“팔 한쪽으로는 모자랐던 모양이지?”

“키야! 그 눈은 여전하네? 아주 뽑아서 잘근잘근 씹어 먹지 않으면 차마 견딜 수 없을 지경이야!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이건 제안이 아닌 강요야· 넌 반드시 나랑 다시 싸울 의무가 있거든!”

-휘익

그는 한쪽 손으로 뭔가를 꺼내 내 쪽으로 던졌다·

구겨진 담뱃갑이었다·

“한 번 확인해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집어 안을 확인해 보았다·

“···!”

내용물을 본 순간 내 몸은 정지하듯 굳어버렸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금색 물체·

담뱃갑 안에 있던 건 누군가의 명찰이었다·

<로이>

어안이 살짝 벙벙했다·

이 낯설지 않은 이름을 보고서 내가 보여 할 반응은 무엇인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었기에

다시금 고개를 들어 물었다·

“···뭘 한 거지?”

“표정이 오묘하네? 별거 아니야! 그냥 맨입으로 싸워 달라 하면 네가 싫다 할까 봐· 선물 좀 준비해 봤지· 맘에 들어?”

맘에 드냐고?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런 식으로 밖에들리지 않았다·

죽여 달라는 건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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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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