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Chapter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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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허····’

라온이 식탁 위에 올라가 있는 수많은 요리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였네·’

소뼈 수프에 파인애플 피자, 양갈비, 랍스터찜 그리고 돼지 통구이까지· 라스가 냄새를 맡고 언급한 음식들이 모두 식탁에 깔려 있었다·

‘저거 마왕이 아니라, 강아지 아니야?’

현재 라스는 고양이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지만, 냄새를 맡을 때는 개가 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 요리들이 있는 것을 알아차린 건지 모르겠다·

-쯔으읍····

라스가 접시 위로 코를 가져다 대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배가 고파서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으니라! 어서 본왕에게 저 요리들을 바치거라!

녀석은 빨리 밥을 먹자고 외치며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아직은 아니야·’

라온이 버둥거리는 라스를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손님이 안 왔잖아·’

올가가 식당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기다릴 때였다·

“라온! 배고파도 참아야 해!”

시아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손님이랑 함께 먹어야 더 맛있으니까·”

그녀는 지금 식당에 없는 올가를 기다려야 한다며 자신을 달래듯 손을 흔들었다·

“누나 말이 맞아·”

라온이 당당하게 턱을 치켜든 시아를 보며 옅게 웃었다·

‘시아의 정신연령이 조금 올라간 건가?’

시아는 예전처럼 배가 고프다고 떼를 쓰지 않고, 어른스럽게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꺼냈다·

그녀의 정신이 천천히 본래의 나이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데·’

시아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린 동생처럼 귀여운 누나가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나이를 먹어도 저 귀여움을 유지할 방법은 없으려나?’

라온이 시아를 보며 입맛을 다실 때 식당의 입구가 열리고, 올가가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해요·”

올가가 곱게 묶은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보랏빛 머리카락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는데, 몸에 새겨진 문신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성숙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요즘 성녀는 얼굴을 보고 뽑나 보네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실비아는 올가의 얼굴과 분위기에 반한 듯 환한 미소를 그렸다·

“언니! 더 예뻐졌어!”

시아는 처음부터 올가가 마음에 들었던지 연달아 칭찬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알기로는 언니가 아니었지만, 일단은 놔두었다·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드시지····”

올가는 기다려준 게 부담스럽다는 듯 말꼬리를 살짝 내렸다· 건들거리는 외모와는 딴판이었다·

“손님이 왔는데, 당연히 기다려야지·”

에드가는 기다리는 게 옳다며 손을 저었다·

“거기다 그 손님이 성녀라면 내일 아침까지도 기다릴 수 있다고·”

그는 올가를 만난 것만으로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올가는 민망한 듯 시선을 내린 채 본인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왜 이렇게 내숭을 떨어· 전에는 식탁에 발을 걸치고, 욕을 퍼부었잖아· 누가 보면 진짜 성녀인 줄 알겠네·”

라온이 요조숙녀처럼 조용해진 올가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닥치··· 음, 입을 곱게 놀려줬으면 좋겠는데?”

올가는 닥치라고 말하려다가 실비아와 시아를 보고서 순화된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 친구를 데려온 것도 오랜만이네!”

실비아는 라온이 올가를 편안하게 대하는 것을 보며 옅게 웃었다·

“친구 아니에요·”

“친구 아닙니다·”

라온과 올가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통하는 걸 보니, 친구 맞구만! 좋을 때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 망할 녀석은 지금도 동굴에 박혀 있으려나?”

에드가는 라온과 올가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린 듯 눈동자를 위로 들어 올렸다·

“친분은 나중에 쌓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거하게 준비해봤어요·”

실비아는 밥부터 먹자고 말하며 양손을 펼쳤다·

“일단 수프부터 드셔보세요·”

그녀는 속을 데우라며 직접 소뼈 수프를 담아 올가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올가가 두 손으로 수프 그릇을 받아서 본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조금 눈치를 보다가 수저를 들어서 소뼈 수프를 맛보았다·

“음?”

올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말아졌다· 그녀의 예상보다 수프가 맛있었던 것 같았다·

-구경 그만하고 네놈도 좀 먹으라고!

라스는 제발 밥 좀 먹어달라며 자신의 어깨를 쥐어뜯었다·

‘그럴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실비아가 건네준 소뼈 수프를 먹어보았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소뼈를 우렸기에 수프에 기름이 둥둥 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느끼하지 않고, 고급 버터 같은 부드러움과 고소함만이 혀를 휘감았다·

-크으으으!

라스는 위스키를 마신 술꾼처럼 큼지막한 탄성을 터트렸다·

-이거지! 본왕이 이 땅에 남은 이유가 바로 이거라고!

녀석은 마족의 행복은 멀지 않다고 외치며 다음에 먹을 요리를 가리켰다·

‘돼지 통구이?’

-식기 전에 먹어야 부드러울 것이니라!

라온이 라스가 가리킨 돼지 구이를 접시로 가져오며 시선을 돌렸다·

“시아야· 너 피자 좋아하지? 엄마가 가져왔어·”

“아니지! 우리 시아는 새우를 제일 좋아한다고·”

실비아와 에드가는 시아에게 밥을 먹여주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오늘 시아 님은 피자를 고를 거 같은데?”

“아니야· 시아 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건 새우라고·”

“음? 전에는 고기부터 드시던데?”

헬렌과 시녀들은 실비아와 에드가 중 누가 시아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해하면서 은은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음? 와· 오····”

올가는 별관의 요리가 입에 맞는 듯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고 있었다·

-돼지 구이가 아주 잘 익었구나· 지방은 바삭하고, 고기는 부드러워서 좋았느니라!

라스는 언제나처럼 눈을 감은 채 허접한 맛 평가를 읊었다·

‘아무래도····’

라온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느껴지는 별관의 저녁 시간을 보며 가는 웃음을 그렸다·

‘나는 이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강해지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군·’

* * *

-커흑!

라스가 침대에 드러누운 채 거센 트림을 내뱉었다·

-이제야 글러트니 놈에게 당한 속이 좀 풀리는구나!

녀석은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요리를 먹어 치우고, 후식으로 구슬 아이스크림 두 상자까지 즐겨서 여한이 없는 것 같았다·

‘넌 그렇게 밥이 좋냐?’

라온이 배가 빵빵해진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밥이 좋은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좋은 것이니라!

라스는 그 둘을 착각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거 아닌가?’

-다르지! 네놈처럼 식도락을 모르는 놈하고는 말하고 싶지 않으니라!

녀석은 말 걸지 말라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럼 너 말고 다른 대화상대를 불러야겠네·’

라온이 씩 웃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른 대화상대? 자, 잠깐만!

라스는 그게 누군지 떠오른 듯, 하지 말라며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러스트·”

라온은 라스를 무시한 채 러스트의 이름을 불렀다·

-안 돼!

라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악을 질렀다·

-그 미친 스토커를 왜 부르는 것이냐! 기분 좋게 자려고 했거늘!

‘집에 도착했으니까· 편히 있으라고 말은 해줘야지·’

라온이 라스를 무시하고 다시 러스트를 불렀다·

“러스트?”

하지만 스토커 마왕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고,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허····”

라온이 허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길을 잃은 거야?’

몬티로를 떠나기 전에 러스트에게 조심해서 따라오라는 경고 해주었는데, 또 길을 잃은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길치였다·

-하! 크하하하하!

라스는 러스트가 지그하르트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광소를 터트렸다·

-네놈의 판단이 틀리는 경우도 있구나! 그 스토커의 길치 특성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녀석은 통통히 솟은 배를 잡은 채 자신을 대놓고 비웃었다·

‘말했잖아· 혹시나 했다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

자신을 찾다가 마계까지 간 마왕이니,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러스트를 부르려면 언제든 부를 수 있어·’

-그, 그게 무슨 소름 끼치는 소리냐····

라스가 턱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은 인간계에 있으니, 색욕의 기운을 운용하면 나타날걸? 거리가 있으니, 바로 오지는 못하겠지만·’

러스트는 라스의 <분노>와 본인의 <색욕>을 느끼고 마계에서부터 찾아온 마왕이다·

아직은 인간계에 있으니, 색욕을 운용하자마자 이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끄으윽····

라스는 러스트를 보았을 때의 공포가 떠오른 듯 눈동자를 땅으로 굽혔다·

-지, 지금 부르지는 않을 거지? 네놈도 할 일이 많지 않느냐!

녀석은 러스트를 부르면 될 일도 안 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음····’

라온이 라스를 짧게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할까?’

-제발! 네놈이 뭘 해도 참아줄 테니! 부르지 말거라!

라스는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럼 내일 올가에게 시전할 오러 운용법이 괜찮은지 다시 한번 확인해줘·’

-그거 수십 번도 더 봐줬잖느냐!

녀석은 지그하르트로 오면서 계속 확인을 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족의 육체와 사람의 몸은 다르잖아· 수백 번을 확인해도 부족해·’

라온이 고개를 저으며 인체 해부도가 그려져 있는 의학서를 펼쳤다·

-네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이냐고!

‘내 일이 아니니까· 더 확실히 알아두어야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한 수련이 아니라, 남을 살리기 위한 공부였기에 더 상세하고 확실히 공부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러스트를 부르기 전에 다시 확인이나 해·’

라온은 그만 떠들고 오러 운용이나 봐달라고 말하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온 만화공의 열기가 사람의 육체에 스며든 듯 허공에서 유려한 호선을 그렸다·

-이제 좀 알겠군·

라스가 눈을 감은 라온을 살피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왜 네놈에게 인간들이 들러붙는지를·

위에 서는 존재에게는 강한 무력만큼이나,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중요하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라온 지그하르트라는 인간은 정말 마왕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헌데 저놈이 마왕이 되면····

라스가 라온을 위아래로 살피며 눈매를 찌푸렸다·

-마계가 망할 것 같은데?

* * *

다음 날 저녁·

라온은 올가와 함께 5 연무장의 연공실로 들어갔다·

연공실은 소음과 진동이 완벽히 차단되는 곳이기에 올가를 치료하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준비됐지?”

올가를 연공실 중앙에 앉힌 후 손목을 풀었다·

“음····”

올가는 긴장한 듯 무릎 앞에 모은 손을 잘게 떨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서 반쯤 열려 있는 연공실의 문을 가리켰다·

“내가 좀 늦었나?”

넝마의 성자 페드릭이 반만 열린 문을 열고 연공실로 들어왔다·

“나는 못 믿어도, 성자님은 믿을 수 있잖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페드릭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올가만 잘 버텨준다면 큰 문제 없이 치료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올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를 더 믿고 있어·”

그녀는 페드릭보다 자신을 더 신뢰하고 있다며 떨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나도 동의한다· 라온보다 믿을 만한 녀석은 몇 없지·”

페드릭이 담담한 올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올가· 예전에 봤을 때보다 몸이 많이 상했구나· 정신은 더 건강해진 것 같지만·”

그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눈매를 좁혔다·

“올가를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라온이 페드릭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나름 성자라 불리고 있는 몸이니, 성녀 소리를 듣는 아이 정도는 만나봐야지·”

페드릭은 슈페르 신성 왕국에서 올가와 만났다며 손을 내렸다·

“뒷골목에서 양아치들에게 삥을 뜯고 있더군·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던 성녀의 이미지가 단숨에 깨졌어·”

그는 강렬한 첫 만남이었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지금은 올가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있지만·”

페드릭은 그래서 이 연공실까지 찾아온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몬티로에서 페드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알겠다는 답장만 돌아와서 서로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꽤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하긴 그게 맞겠지·’

페드릭은 지그하르트에 머물기 전까지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행을 쌓아 넝마의 성자라는 이명을 얻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신성 왕국에 가서 올가를 만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아예 대놓고 퍼부었구나·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페드릭은 신성력에 녹아내린 올가의 피부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제가 원하던 일이었어요·”

올가는 몬티로에서 말했듯이 본인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런 너였기에 오늘 같은 날이 온 거겠지·”

페드릭은 오늘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며 연공실의 문을 닫고, 라온의 옆에 섰다·

화아아아아·

그가 두 손을 모으자, 연공실 주변으로 푸른 빛을 띤 연한 바람이 피어났다·

“내 신성력을 이용하여 재생의 바람이라는 술식을 새겼다· 육체의 상처를 빠르게 재생시키는 신성 마법이지·”

그는 오늘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별거 아닌 듯이 말했지만,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는 능력 같았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페드릭에게 고개를 숙인 후 품에서 두 개의 목갑을 꺼냈다·

“일단 이 영약부터 먹어·”

올가에게 지그하르트의 보고에서 꺼내 온 백로단과 영수환을 건네주었다·

“영약?”

올가가 목갑에 든 영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굉장히 귀한 영약인 것 같은데····”

“가주님께 받았어· 슈페르가 우리를 도와준 만큼 네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

라온은 글렌이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끝나면 인사부터 드려야겠네·”

올가는 글렌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은 인사 같은 거에 신경 쓰지 말고, 내 말에 집중해·”

라온이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올려 올가의 시선을 끌어왔다·

“영약을 먹고 난 이후에는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돼· 몸을 움직여서도 안 되고· 신성력이 네 몸을 벗어나서 날뛰지 못하도록 꽉 누르고만 있어·”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는 제스처를 취하며 입을 다물라고 말했다·

“그게 다야?”

올가는 너무 간단하지 않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다가 아니야·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질 테니까·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 거다·”

그녀에게 조심해야 할 점들을 알려준 후 손을 내렸다·

“고통 따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올가는 피부가 녹아내리는 것도 참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훨씬 심할 테지만, 너라면 버틸 수 있겠지·”

라온은 믿어보겠다고 말하고서 올가의 뒤편에 앉았다·

“후우····”

올가는 앞의 작은 거울에 비치는 라온의 눈동자를 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겁을 주는 걸까?’

라온의 말만 들으면 자신이 할 일 자체가 없었다·

조금· 아니, 솔직히 많이 걱정되었지만, 뒤에 있는 사람이 라온이었기에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준비됐으면 영약을 입에 넣어·”

“알겠어·”

올가가 눈을 내리감으며 백로단과 영수환을 차례로 씹어서 삼켰다·

“윽!”

그녀는 육체 내부에서 폭발하는 영약의 기운에 충격을 받은 듯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온이 페드릭에게 고개를 숙인 후 올가의 등에 손을 얹었다·

우우우웅!

만화공의 열기를 이용하여 올가의 몸속에서 날뛰는 영약의 기운을 라스가 알려준 길로 이끌었다·

우우우우우웅!

신성력의 잔재가 남아 있는 마나 회로를 영약과 만화공의 기운으로 밀어버리며 올가의 육체에 강제적인 부하를 걸었다·

부르르르·

올가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 듯 무릎 위에 올려둔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견뎌야 해·”

라온은 통증에 흔들리는 올가에게 버티라는 말을 해주며 눈썹을 내렸다·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는 것 같군·’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더니, 나쁘지는 않구나· 다만 조금 빠르니라·

라스가 오러의 운용 속도를 낮추라며 손을 내렸다·

-본왕이 네게 알려준 방법은 강한 마기를 타고난 마족들이 사용하는 육체 강화법이니라· 인간의 몸은 그보다 훨씬 약하기에 힘과 속도를 조절해야 하느니라·

녀석은 올가의 육체에 맞도록 영약의 기운을 더 천천히 움직이라며 턱을 까딱였다·

-거기다 네놈은 환골탈태를 이루듯 저 양아치 성녀의 육체를 재구성하려고 하는 것이니, 더 세밀하게 움직이는 게 맞느니라·

‘알겠어·’

라온이 어금니를 씹으며 오러의 운용 속도를 낮췄다·

‘생각보다 빨리 지치는데?’

자신의 육체에서 날뛰는 영약의 기운을 잡기도 쉽지 않은데, 타인의 몸에 있는 기운을 통제하려니 힘과 심력의 소모가 몇십 배는 더 컸다·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몇 시간 동안 전쟁을 치른 것처럼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소중한 은인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여기서 약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구해야 해·’

올가 덕분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보답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야 했다·

‘죽더라도 살려주마·’

* * *

‘으윽!’

올가가 핏물이 터져 나오도록 입술을 씹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신성력에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은 일반인들은 절대 모를 정도로 지독하다·

이제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통증의 영역 자체를 벗어나 있었다·

‘살과 뼈가 전부 바스러지는 것 같아·’

피부가 녹아내리는 것을 넘어서 뜨거운 용광로에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이대로 기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쿠구구구구·

거기다 신성력이 폭발할 것처럼 날뛰고 있어서 이걸 통제하는데도 정신력이 크게 소모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1분도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버티라는··· 아·’

올가가 견딜 수 없다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자신의 등을 짚고 있는 라온의 손에서 격한 떨림이 느껴졌다·

‘음····’

억지로 눈을 떠서 앞의 거울을 보았다· 라온은 자신과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는 듯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전쟁 중에도 보지 못한 표정· 그도 자신만큼이나 힘든 상황인 것 같았다·

‘날 살려도 아무런 이득이 없을 텐데·’

라온은 이 증상을 치료해주겠다고 못 박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 것으로 퉁치고 지나가도 될 텐데, 저런 고통을 느끼면서 자신을 구하려는 게 신기했다·

‘이해가 안 되는 놈이야· 그렇지만····’

내가 견뎌야 한다는 건 알겠어·

뿌드드득·

올가가 부서질 정도로 어금니를 씹으며 날뛰려는 신성력을 다잡았다·

‘저 녀석이 버티는데, 내가 못 참으면 안 되지·’

기절하지 않기 위해서 이빨로 혀를 씹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못 견디면 이대로 죽을 생각이었다·

쿠와아아아아!

태어난 이후의 시간보다 이 연공실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고 느껴질 때쯤 육체와 영혼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아아아아아!

지금까지의 고통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한 감각이 느껴졌다·

반나절 동안 뙤약볕을 걷다가 서늘한 계곡물에 들어간 듯이 상쾌한 기분이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아·’

온몸이 불타는 듯한 지독한 고통을 견디다가 다시 태어난 듯이 시원한 감각이 갑자기 찾아오니,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아직 견뎌야 하는데····’

올가가 억지로 눈을 떴다· 작은 거울 속에서 자신 이상으로 지친 듯한 라온의 얼굴이 보였다·

“수고했다· 이제 쉬어도 돼·”

쉬라고 말하며 웃는 라온을 보자, 지금까지의 피로가 단숨에 밀려오며 그대로 눈이 감겼다·

“고마····”

올가는 감사 인사를 다 꺼내지 못한 채 수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하아아····”

라온이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올가를 보며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성공했군·’

피부가 녹아내린 흔적과 문신으로 지저분했던 올가의 피부가 갓 태어난 아이처럼 환한 우윳빛으로 변해 있었다·

본래 피폐미를 지니고 있던 올가에게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육체의 강도·’

현재 올가의 육체는 최상급 영약과 자신의 오러에 의해 재구성되어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강도를 지닌 상태다·

신성력에 저항력까지 생겼기에 이제는 올가가 지닌 거대한 신성력을 모두 쏟아부어도 피부가 녹아내리거나,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잘 되기는 했는데, 이거 두 번은 못 할 일이네·’

자신은 올가의 고통을 함께 견디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길로 영약의 기운을 이끌어야 했다·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른 느낌이었다·

다시는 타인의 육체를 환골탈태시켜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성자님·”

라온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성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녀석이 다 해놓고, 무슨 감사냐·”

페드릭은 구경만 했다며 손을 휘휘 저었다·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셨잖습니까· 성자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페드릭은 자신이 기운이 흔들릴 때마다 집중력을 잡아주었고, 올가가 신성력을 통제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그가 없었다면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본왕은! 본왕이 다 알려준 것이잖느냐!

‘그래· 너도 고생했다·’

라온이 피식 웃으며 라스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럼 오늘도 진수성찬을 바치거라! 후식도 당연히 있어야 하고!

라스는 예상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예· 대령합죠·’

라온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이제는 좀 쉴 수 있겠구나·”

페드릭은 한동안 푹 쉬어도 되겠다며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아뇨·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올가의 콧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야 할 일?”

“예·”

라온이 멀리 있는 가주전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가주님께 선물 하나만 받고, 동굴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동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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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GS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Raon’s entire life had been lived as a dog on a leash. Through a twist of fate, he obtained a new life. Wrath remained in the wreckage of his destroyed leash. Finally capable of standing on his own feet, he decided to live life by his own will. He would slay anyone standing in his way… Even if they were a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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