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80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80화· 루나브 레인리버 (3)

정확히 3분·

더 빠를 수도 있었고 더 늦을 수도 있었다·

화장실을 핑계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나를 맞이해준 것은 공허한 온기뿐이었다·

갔나 보군·

그녀가 딱 자신의 몸 상태를 얘기했던 시점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기분 나쁜 냄새를 솔솔 풍기는 가람 학회의 하수인들을 말이다·

뭐 설마하니 외출 허락을 받고 왔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무단 외출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저 여린 소녀의 몸으로 국경을 넘어 이곳까지 홀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루나브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를 주시하고 있는 학회의 하수인들과 굳이 마주쳐봐야 좋을 건 없지·

그냥 집 나온 손녀를 어서 데려가라는 마음에 자리를 비워준 것이다·

[어째 우리 주인님 기분이 영 별로인가 보네? 좀처럼 보기 드문 벌레 씹은 얼굴을 다하고?]

케이람은 그런 나를 한껏 비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부정은 못 하겠다·

“썩 달갑진 않아·”

더 솔직히 말하면 아주 더러울 정도다·

만약 내 속을 들끓게 만드는 게 그녀의 본 목적이었다면 내 친히 칭찬을 남겨주고 싶다·

당사자의 기분이 아주 뭐 같을 만큼 제대로 들끓었다고·

그녀의 얼마 안 남은 목숨에 동정심을 느꼈냐고?

착각하지 마라·

애초에 사람의 목숨은 그리 단단하지 않다·

끽해야 파리보다 조금 더 질긴 정도·

수없이 많은 죽음을 봤고 수없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던 내가 고작 그런 것에 동정을 느꼈다고 한다면 난 인생을 잘 못 살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난 구원자가 아니니까·

그럼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냐?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지금 내 기분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 느끼는 이 더러움은 일종의 찝찝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거다·

마치 뭔가를 할 수는 있는데 하지 않음으로 인해 무척이나 꺼림칙한 그런 속된 기분 말이다·

더 생각해봐야 부질없다·

짧은 콧바람과 함께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냥 가려고?]

“당연한 거 아니야? 집나간 손녀를 다시 데려가겠다는데 내가 붙잡을 이유는 없어· 엮여봐야 나만 골치 아플 뿐이지·”

[흠· 그래···?]

평소라면 같잖은 말들로 나를 자극했을 그녀가 오늘은 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마치 수긍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할 말은 있어 보이는 듯한 모습·

그래서 더 수상해 보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음 아니 뭐· 저 아이를 데리러 온 멀대들 말이야· 혹시 지들끼리 뭐라 떠들었는지 들었나 해서?]

“뭘 뭐라 해· 그냥 더 혼나기 전에 빨리 데리고 가잔 말이나 했겠지·”

늦으면 늦을수록 자기들 목숨만 더 위태로워질 테니·

[못 들었구나?]

살결을 자극하는 음흉한 웃음에 절로 시선이 돌아갔다·

[쟤들 정신감응 하더라? 마치 그 꼬맹이는 듣지 말라는 것 마냥 앞에서 대놓고 하던데?]

듣지 못한 ‘나’와 들어버린 ‘케이람’·

어딘가 익숙한 상황에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정신감응을 했다고?”

입과 입으로 주고받는 말이 아닌 오직 생각으로만 의사소통하는 정신계 마법이다·

쉬운 마법은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마력을 통해 전달하는 만큼 그것을 발현하기 위해선 꽤 강도 높은 계산력을 요구한다·

다만 활용성이 매우 높은 만큼 미스트의 대원들도 자주 애용하는 마법이긴 한데 아니 문제는 지금 그게 아니잖아·

굳이?

뭔가 그녀가 들으면 안 될 얘기라도 있었던 건가?

그냥 ‘더 욕먹기 전에 빨리 데려가자’라는 시답잖은 말을 나눴을 수도 있다·

하다못해 ‘너 때문에 지금 우리가 고생 중이다’라는 욕을 할 수도 있었겠지·

내가 아무리 청각이 좋은 별종이라지만 그들이 정신감응까지 듣진 못한다·

무엇보다 케이람이 내게 이 말을 했다는 건····

뭔가 그녀 나름의 흥미로운 사실을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게는 아니겠지만·

“····”

불현듯 내 시선이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로 향했다·

미약하지만 느껴진다·

아직 소멸하지 않은 누군가 흩뿌린 마나의 흔적이 말이다·

나는 재빨리 그 위로 손을 얹었다·

“스위트 슬립····”

손위에 꺼뭇꺼뭇 묻은 새하얀 가루를 보고선 확신이 들었다·

5성급 정신계 수면 마법의 잔해·

그들은 루나브를 재운 것이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저항의 흔적조차 없는 마당에 굳이 멀쩡한 그녀를 잠까지 재워 데려갈 필요가 있는 건가?

필요치 않은 행동은 항상 의심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내 시선은 다시금 케이람에게 향했다·

“걔들이 뭐라 했는데?”

케이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 귀로 다가와 속삭였다·

[한 글자도 안 빼고 그대로 말해줄 테니까·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잠시 후 마검의 음험한 속삭임이 내 귓가에 아리아처럼 울려 퍼졌다·

그녀의 속삭임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내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점점 더 썩어 가고 있었다·

* * *

루웬 외곽 우시프 제국과 가람 왕국의 국경 지대 어딘가·

귀족이 탈 만한 호화스러운 마차가 아닌 상단들이 이용할만한 작은 짐마차가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황야지대를 나아가고 있다·

선두엔 마차를 이끄는 두 명의 사내들이

주위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행하고 있는 세 명의 사내들이 진을 펼치듯 마차를 지키고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푸른색의 로브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굳은 얼굴에선 어딘지 모를 다급한 감정이 엿보이고 있었다·

“····”

이윽고 선두에서 이끌던 사내가 손을 들어 올려 신호를 보냈다·

일제히 멈춰선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가람 왕국의 국경소였다·

혹여나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마차를 잠시 후진시키며 거리를 두었다·

-주섬주섬

그들은 일제히 입고 있던 로브를 벗고 허름한 상인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일종의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었다·

손에는 국적이 다른 위조된 상인 등록증까지 지니고 있었다·

-뚜벅

낯선 소리가 들리자 모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

음침한 마력을 풍기며 그들을 응시하는 누군가·

몸에는 회색빛의 로브를 걸친 것이 그 또한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는 듯 보였다·

이에 마차를 이끌던 선두의 사내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이들은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볼 뿐 차마 다가갈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가 가는 것으로 보아 여성이었다·

“마차 안에 있습니다· 수면 마법으로 재워 놓긴 했으나 생각보다 마법이 잘든 모양입니다· 못해도 하루 이상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확인 좀 해봐도 될까?”

“그러시지요·”

사내는 회색 로브의 여성을 마차 앞까지 데리고 나갔다·

여성은 마차에 올라 어지러이 쌓여 있는 짐 더미들을 넘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손발이 묶여 있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려져 있는 한 명의 가녀린 소녀였다·

소녀의 신원이 확인된 순간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용케 여기까지 데려왔네·”

“사실 없는 기회나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맞아· 평생을 학회 안에서 썩을 것만 같던 꼬맹이가 제 발로 도망쳐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다름 아닌 아카데미에····”

여성은 주머니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내 보였다·

“지금쯤 학회에서 보낸 진짜 감시자들이 아카데미에 도착했을 거야· 국경소까지 소식이 전파되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

“예 알겠습니다!”

사내는 허리를 숙이며 서신을 건네받았다·

돌아서려던 여성은 대뜸 다시 한번 소녀에게 눈을 돌려 마치 자면서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너무 원망하진 마렴· 되지도 않는 실험에 평생 고통받을 바에야 한 번 의미 있게 활약하고 죽는 게 더 낫지 않겠니? 이건 오히려 너를 위한 일이야·”

말만 그럴싸하지 표정과 어조에선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보였다·

그저 목적을 완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들어왔을 뿐·

마차 안의 소녀는 그들에게 있어 어떠한 감정도 없는 존재였다·

여성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자 난 그럼 이만 돌아가겠···!”

-푸욱!

검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커어억···!”

땅바닥에 뚝뚝 흐르는 핏방울에 시선이 간 것도 잠시

서서히 고개를 든 그녀의 시야에 담긴 것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누군가의 칠흑빛 로브였다·

“···!”

장기를 파고든 검과 그 사이에서 살며시 새어 나오는 자줏빛의 낯선 기운·

그것이 무엇일지 채 인지하기도 전에 검의 주인은 자비 없는 움직임으로 팔을 빼 들었다·

-쿵

다량의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여성은 외마디 신음을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바로 숨을 거두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라 라이트닝···!”

-서걱

서신을 받았던 사내가 급한 마음에 주문을 외쳤다·

허나 그 주문은 완전히 이어지지 못했고 대신 그 중간에 고통스런 비명이 더해졌다·

“끄악···!”

그 비명도 오래가진 못했다·

마나를 발현 중이던 한쪽 손이 무참하게 잘려 나가고 비명을 지르려던 입으로 잔혹한 검기마저 날아오니 사내의 목은 순식간에 베어져 마차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툭

사람이 너무 놀라면 감각이 정지하여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 그들이 딱 그런 상태였다·

다만 시선만큼은 눈앞에 있는 낯선 존재를 또렷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소년을 연상케 하는 왜소한 체구·

허나 심플한 검은 가면 아래에 드러나 있는 살기 어린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이를 마주한 사내들에게 떠오른 생각은 단 두 가지였다·

‘왜 이 상황이 벌어진 걸까?’

혹은

‘도망가야 한다·’

그나마 후자 쪽이라면 상황 판단이 좀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저 가면의 목적이 마차였다는 걸 인지했다면 재빨리 마법으로 마차를 불태워 도망칠 시간이라도 벌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아니다·

그저 살 시간이 몇십초 정도 늘어난다는 것뿐이지 어쨌든 사지가 잘려 나가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한 건 남은 네 명 중 오직 한 명뿐·

나머지는 이 상황에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눈앞에 있는 존재를 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나 그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굳어진 신경을 간신히 풀어내 마나를 모으려던 그 순간

-서걱

그 소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서걱 서걱 서걱

연신 들려오는 참혹한 살육의 소리·

인간의 귀가 저 소리를 인지하였을 때 목숨을 부지할 거란 생각은 예전부터 하지 말라고 했다·

단순히 신체 일부가 베어나가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육신 자체를 서서히 옥죄이며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영혼까지 갉는 소리가 난다면 그 소리를 인지한 자는 어느 순간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않을 거라 했으니····

그것은 흡사 사신의 검무(劍舞)와도 같다고 했다·

-휘이잉

척박한 황야의 바람 속으로 피비린내가 뒤섞인 거북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