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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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피의 연회 (5)

아린을 비롯해 엘리스와 루나브 그리고 기사들까지·

그들은 지금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가면의 남성은 적어도 이 괴한들과 한패는 아니라고·

그만큼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다·

차마 사람이라는 느낌조차 없는 흰 가면의 괴한들과 달리 사람은 맞는 것은 같은데 왠지 인간보다 한참 더 상위의 존재일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다·

다만 정체가 무엇인지까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쐐액

달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검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다채로움을 더해주면서 경이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괴한들을 빠르게 베어나가는 가면의 남성·

때로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분명 정면에서 검격을 펼치다가도 어느샌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등 주어진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보하고 있었다·

2분·

수십 명의 괴한들이 전부 섬멸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 누구의 도움이나 지원 없이 오직 단 한 명의 존재가 행한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

그의 시선이 돌연 아린 일행에게 향했다·

시선을 마주한 아린은 그야말로 온몸의 감각이 정지된 기분을 느꼈고 하염없이 떨리는 두 발은 좀처럼 땅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다 다가오지 마라!”

수호 기사들이 황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들이밀었다·

“당장 신원을 밝히고 이곳에 나타난 용건을 얘기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 역시 적으로 간주····”

-스윽

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가면의 남성은 그들의 시야에서 돌연 사라져버렸다·

-후우웅!

이윽고 불어온 거센 돌풍·

기사들은 가면이 남성이 이미 자신들을 지나쳤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

엘리스와 루나브 역시 한순간에 지나쳐버렸다·

그의 육신이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아린 황녀의 앞·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도 안 나온다고 했다·

아린은 당황한 나머지 뒷걸음질을 쳤고 걸음이 꼬인 나머지 균형을 잃고 말았다·

“꺄악!”

아린의 몸이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려던 그때

-턱

남성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등을 받쳐주었다·

“···!”

두 남녀의 얼굴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이에 아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남성은 아랑곳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가슴 쪽이었다·

“뭐 뭐 하는!”

당황한 아린이 몸부림치려던 것도 잠시·

곧 그녀의 몸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투둑

떨어지는 빗물처럼 반짝거리며 흩날리고 있는 보석들·

남성이 붙잡은 것은 아린이 착용하고 있던 펜던트였다·

-콰직!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붉은 색의 보석은 그의 손에 잡힌 동시에 형체도 없이 부서져 버렸다·

남성은 보석의 잔해를 그대로 땅바닥에 내던져버렸다·

“황녀님!”

정신을 차린 수호 기사들이 급히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다친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가면의 남성이 한 것이라곤 그저 그녀의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를 낚아챘을 뿐이니·

아린은 얼떨떨한 마음에 그저 멍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 그 사람은?”

마치 짧은 환상 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

한 여름 밤의 꿈도 이리 허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면의 남성은 이미 모든 이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 *

“으아아악!”

걸음아 나 살려라를 외치며 야무지게 도주 중인 에밀리와 나나·

그 뒤를 브라이언이 바싹 뒤따르며 지켜주고 있었다·

“대체 뭐에요 쟤들은? 왜 갑자기 나타나서 저희를 공격하는 건데요?”

불과 몇 분 전·

연회장 쪽에서 들린 비명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 보니 갑자기 나타난 흰 가면의 괴한들이 에밀리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황궁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 일단 살려면 두 발을 믿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 뭐 저 사람들한테 원한산 거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선량한 저희를 왜 자꾸 쫓아오는 거예요?!”

“그 글쎄요? 저 자체는 그리 나쁘게 살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아 아닌가? 생각해 보면 있었던 것 같기도····”

“무슨 수호 기사가 이렇게 우유부단해? 아우! 우리 도련님은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신 거야!?”

급기야 도망 중에 울분을 토하고 있는 에밀리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치던 것도 잠시·

그들은 곧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벽을 맞이하고 말았다·

“벽?!”

퇴로도 없이 그대로 갇혀 버린 상황·

에밀리의 얼굴은 그야말로 절망에 일그러졌다·

“차라리 잘됐군요!”

브라이언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는 듯 허리춤에 꽂힌 장검이 아닌 품속으로부터 단검을 뽑아들었다·

괴한들의 수는 총 다섯·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이긴 하나 브라이언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기색이 다분했다·

“미쳤어요 기사님? 혼자서 저 많은 인원들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걱정 마십시오· 시녀님! 겨우 이 정도도 극복하지 못해서야 나중에 도련님 얼굴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당찬 포부와 함께 브라이언은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감각은 최대한으로 발휘하되 행동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배웠던 적을 제압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이론이었다·

즉 다섯 명의 적을 섬멸하는데 필요한 것은 다섯 번의 검격 뿐·

브라이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가면의 괴한들을 베어나갔다·

-털썩

일말의 반응도 없이 쓰러져 나간 괴한들·

그 광경을 지켜본 에밀리는 두 눈을 의심했다·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진 것은 덤이었다·

“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시녀님?”

“저한테 할 말은 아니지 않아요?”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어리벙벙한 모습·

멋쩍게 뒤를 긁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었다·

“크르르····”

오한을 흘러내리게 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에밀리는 소름이 돋은 듯 몸을 감싸 안았고 브라이언은 검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윽고 인간이 아닌 짐승의 묵직한 발소리가 틀렸다·

곧 모퉁이로부터 한 마리의 거대한 헬하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살기를 머금은 검고 날카로운 이빨이 에밀리 일행에게 향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헬하운드가 황궁 안에 있는 거야?”

전선 경험이 있는 에밀리로선 기겁할 수밖에 없었고 브라이언 역시 처음 접하는 마수의 모습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게 마수?!”

-터벅터벅

그러던 와중 잠자코 있던 나나가 대뜸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나나···?”

무얼 하냐고 물어보려는 것도 잠시·

“킁킁!”

그녀는 급기야 냄새를 맡으려는 듯 코를 앞으로 내밀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쓰읍

그러곤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입맛을 다셨는데 그 모습은 마치 식욕에 잠식된 한 마리의 맹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며 나직히 읊조렸다·

“맛있겠다!”

어느덧 자라난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가려는 그 순간·

-콰창!

옆쪽에 있던 창문이 요란한 소리를 깨져버렸다·

“···!”

깨진 창문에선 검은 가면을 쓴 남성이 유유히 날아 들어왔다·

아직은 누구인지까진 알 수 없었다·

“컹!”

갑자기 등장한 낯선 이에 겁 없는 하룻강아지가 용맹하게 짖으니

“뭐야 얘는?”

-뻥

귀찮다는 듯 그대로 발로 차서 창문 밖으로 보내버렸다·

“후····”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가면을 벗어던졌다·

“파파!”

남성의 정체는 어딘가 잔뜩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시안이었다·

“도 도련님?”

부름에 대꾸할 새도 없이 시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 *

황궁을 여태 뼈 빠지게 돌아다니던 나로선 지금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 더럽게 힘드네·

몸이 지쳤다기 보단 정신 자체가 지친 기분·

어째 불길한 생각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귀찮아도 이리 귀찮은 일을 혼자 떠맡게 될 줄은 몰랐다·

“파 아니 주인님!”

환한 미소를 지은 나나가 그대로 내 품에 달려들었다·

근데 얘 방금 전에 헬하운드를 먹으려고 다가간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도련님!”

어느샌가 달려온 에밀리가 나와 나나의 사이를 그대로 갈라놓았다·

“진짜 큰일 날 일을 하고 계시네? 세상에 주인을 끌어안는 시녀가 어딨어요? 아니 애초에 저 말고 다른 시녀를 두시다니? 도련님 정말 미치신 거 아니에요? 게다가 방금 전 헬하운드는 또 어떻게 하신···!?”

세상에 자기 주인한테 미쳤냐고 묻는 시녀는 또 어딨을까?

지금은 그녀의 푸념 따위를 들어줄 정신이 못 됐다·

“됐고· 에밀리 너 누구한테 받은 거 하나 있지?”

“받은 거요? 아 맞다! 좀 전에 까먹고 안 드린 게 있었는데····”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나비넥타이를 꺼냈다·

건네받기도 전에 낚아채 바로 악력을 쥐었다·

-콰직

넥타이에 박혀있던 보석은 그대로 으깨져 가루가 되었다·

더 볼 것도 없이 바로 창문밖에 던져버렸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도련님!!”

아연실색한 에밀리는 급기야 내 멱살을 잡고선 이리저리 흔들기에 이르렀다·

“그거 에쉘 도련님이 주신 거란 말이에요! 형님의 선물을 그렇게 망가트리시면 어쩌자는 거예요!”

이 돌 때문에 여태 니들이 괴한에게 쫓기고 있었다는 건 알고나 하는 말일까?

데이즈 스톤(Daze Stone)·

인간의 마력을 담아낼 수 있는 아티팩트 스톤 중 하나·

겉으론 볼 땐 그냥 붉은빛의 화려한 보석처럼 생겼지만 이건 사실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와 다름없는 물건이다·

돌 안에 담긴 마력이 주기적으로 현혹의 기운을 발생 시켜 다른 존재들을 현혹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쉽게 말해 그냥 가지고 있으면 마리오네트와 마수들의 표적이 되는 거지·

그래서 황녀 쪽이나 얘네 쪽이나 아마 내가 올 때까지 저 꼭두각시들에게 꽤나 시달렸을 거라 본다·

뭐 어차피 설명해봐야 알아들을 그녀도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겠지·

“브라이언?”

“예! 도련님!”

“내 방에 가서 갈아입을 옷 좀 갖다줘· 지금 입고 있는 거랑 비슷한 턱시도가 있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뭐야? 멀쩡한 시녀 놔두고 왜 수호 기사한테 그런 걸 시켜요? 그런 건 시녀가 해야죠!”

또 뭐래니 얘는?

“가요 기사님! 구겨진 채로 갖고 오시면 곤란하니까 제가 동행할게요!”

이거 참된 시녀님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이상한 데서 자존심을 세우는 에밀리였다·

“어? 그럼 나도 같이 갈래요!”

나나 역시 가겠다며 그들의 뒤 따랐다·

겨우 옷 하나 가지러 세 명이 가는 꼴·

브라이언이 있으니 문제 될 일은 없겠지·

뭐 너네가 떠난다 해서 딱히 혼자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

한편 케이람은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를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미소를 띠우고 있는 것이 딱 꿍꿍이를 담고 있는 악마처럼 보였다·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아니 그냥·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되는 걸까 싶어서!]

말의 뉘앙스로 보아 걱정하기보단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황궁에 있던 마리오네트들은 모두 처리했어· 소환수들도 마찬가지고 네가 말한 데이즈 스톤도 모두 파괴했으니 남은 건 황궁의 기사들이 알아서 하겠지·”

[데이즈 스톤을 모두 파괴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네가 분명 나한테····”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마검의 섬뜩한 경고·

저건 결코 웃자고 던진 말이 아니었다·

“황녀의 펜던트에 하나 그리고 에밀리가 나에게 주려 했던 나비넥타이에 하나···· 그게 끝 아니었어?”

잘못 들었을 리 없다·

정확히 그녀가 말한 두 지점에 있던 데이즈 스톤이 있었고 난 그걸 파괴했으니·

그럴 텐데 그래야 할 텐데·

케이람 그녀는 지금 왜 웃고 있는 걸까?

[난 두 개라고 한 적 없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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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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