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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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재림 (4)

사고가 잠시 정지되었다·

나로선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마주해서 그런 걸까?

전신이 피로 얼룩진 만신창이 당주의 모습·

내게는 너무나도 낯선 모습이었다·

혹여 당주가 위장이라도 한 것인지 혹은 어떤 미친놈이 당주로 위장한 건 아닐까 의심도 해봤지만

아니다·

저건 틀림없는 당주였다·

미스트의 수장이자 내 유일한 스승인 시리카 니그리티가

지금 내 앞에서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

오른손의 거친 떨림이 정지된 사고를 일깨웠다·

앞선 순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떨고 있는 케이람·

거의 제어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떨고 있다·

피투성이가 된 당주를 봐서가 아니다·

공중에 붙들려 있는 당주의 바로 앞

옅은 백색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정체불명의 또 다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이하다·

온몸이 눈에 덥히기라도 한 듯 새하얀 것이 무척이나 기이하게 생겼다·

그래 뭐 하얀 건 그렇다 치는데····

역겹다·

쳐다보는 것조차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거부감이 든다·

왜 이 세상에 저런 존재가 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뭐지?

일단 당연하겠지만 사람은 아니다·

케이람이나 듀란다르크 같은 무구의 영혼도 아니다·

이건 마치 지고의 존재 그 자체 같은····

[루 루멘델!]

해답은 케이람이 대신해주었다·

루멘델? 루멘델이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역겨운 면상의 주인이 루멘델이란 이름을 가진 존재라 이거지?

묘하네·

분명 이 세상에 루멘델이란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알기론 한 명밖에 없을 텐데·

설마 전능해 마지않는 그 빛의 신 루멘델을 말하는 걸까?

신 중에서도 가히 최고신이라 불리는?

그래 뭐 정작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지금 정말로 중요한 건

저 역겨운 면상의 주인이 누구건 간에

저놈이 당주를 저런 상태로 만들었다는 거다·

슬쩍하고 시선을 돌려 당주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정신을 잃진 않았으며 숨도 온전히 잘 쉬고 있다·

치명적인 중상을 입진 않았다는 거겠지·

그럼 이 상황에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당주를 업고 이 현장을 벗어나는 것?

그럴 리 없지 않은가?

내가 할 일은 당연히····

저 역겨운 면상을 형체도 못 알아보게 찢어 버리는 거지!

-툭

공중에 붙들려 있던 당주가 바닥에 힘이 내던져지고·

“····”

역겨운 면상의 주인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쐐액!

나는 두말할 것 없이 놈을 향해 질주했다·

일단 뻣뻣이 서 있는 두 다리부터 썰어버리고자 하반신 쪽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텅!

놈의 다리로부터 정확히 두 손가락 거리·

투명하게 일렁이는 미지의 장막이 칼날을 막아버렸다·

느낌으로 봐선 제한 결계 같긴 한데· 뭔가 좀 많이 단단하다·

단순한 일격으론 뚫을 수 없음을 판단하고선 잠시 한 발짝 물러났다·

이와 동시에 케이람을 고쳐잡고선

“무검(霧劍): 굳건한 대목의 뿌리!”

빠르게 무검 비기를 시전했다·

솟아오른 안개의 힘을 그대로 케이람에 전승하고선 바로 놈의 안면에 내리꽂았다·

-콰지직!

선명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결계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땅속에 뿌리를 내리듯 균열은 점차 퍼져나갔고 마침내 생겨난 틈으로 칼날을 욱여넣으려는 순간

-턱

“···!”

막혔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놈의 콧대와 딱 한 손가락의 거리에서 막혀버렸다·

뭐에 막혔냐고·

손가락·

놈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꽂혀버린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마검이로군·”

케이람을 곁눈질로 슥 하고 살펴본 녀석이 입을 열고 말했다·

“즉 이 마검을 쥐고 있는 네가 아에르의 찌꺼기라는 뜻이 되겠군·”

-후욱

되도 않는 혀 놀림을 들어줄 생각은 없기에

막혀버린 케이람 대신 벌어진 틈 사이로 주먹을 내질렀다·

-퍽!

주먹을 바위에 휘둘러도 이런 기분은 안 들겠네·

막힌 건 아니다·

노리려고 했던 놈의 왼쪽 볼때기를 제대로 가격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충격에 뒤로 날아가다 못해 벽에 못 박히듯 박혀야 할 텐데

“····”

멀쩡하다·

날아가긴커녕 반동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묘하구나·”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의 성정을 본떠 만든 피조물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어·”

놈은 말을 함과 동시에 내지른 내 손목을 휘어잡았다·

그러곤 뭔가를 느끼려는 건지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했다·

“그래· 이 역동적인 흐름이 인간의 것일 리 없지· 네놈 마수의 피를 먹은 게로구나·”

-화악!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난 척력이 펴지면서 내 몸을 밀어냈다·

케이람과 함께 밀려난 나는 즉시 공중에서 몸을 틀어 균형을 잡은 뒤 바닥에 안착했다·

“쿠웨엑!”

착지와 동시에 속에서 헛구역질이 튀어나왔다·

역겹다·

더럽게 역겨운 힘이다·

특별히 강력하다거나 위세가 있는 힘은 아닌데 그냥 닿는 것만으로 나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지?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거지?

그 잘난 빛의 신 따위가 뭐라고 내가 왜 이런 기분을···!

“역겹구나·”

나도 모르게 일그러지던 얼굴이 저 한마디에 뚝 하고 멈춰버렸다·

“어찌 보는 것만으로도 이리 역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네놈의 족속들은 이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이 세상에 있어선 안 될 존재야·”

“····”

“네 손으로 직접 네놈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애통하구나·”

뭐? 역겨워?

내가 저놈을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을 저놈도 나를 통해 느낀 모양이다·

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그 정도까진····

“차마 인간으로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그래· 기어이 그 말까지 내뱉는구나·

어째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놈들은 하나같이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걸까?

난 분명 인간인데·

인간으로서 이 땅에 당당히 서 있기 위해 지금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데

하하·

조금은 허탈한 마음에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

케이람의 떨림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이에 허공을 보며 나직이 물었다·

“야 케이람·”

[···왜?]

살짝 뜸을 들이긴 했어도 다행히 응답은 해주었다·

“왜 떠는 거냐?”

[뭐?]

“왜 떠는 거냐고? 저 역겨운 면상의 주인이 너한테 있어 그렇게 무서운 존재야?”

매우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어이가 없네?]

돌아온 것은 매우 의외의 대답·

[넌 지금 내가 떠는 것처럼 보이니?]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데?

처음 녀석의 기운을 나보다 먼저 인지했을 때부터 줄곧 떠는 거 아니었나?

숙녀의 두려움이 안 느껴지냐고 나무랐던 그 남자가 했던 말처럼 분명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떨림이····

아·

아니었네·

내가 잠시 착각한 모양이다·

그녀는 떨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단지 나와 비슷하게

[역겨워서 몸부림치는 거지!]

역겨움을 느꼈을 뿐·

형용할 수 없는 거부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던 거다·

[내가 말했지? 그놈이 이젠 너를 완전히 지워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 것 같다고·]

“그랬지·”

[그놈이 바로 저놈이야·]

그녀의 목소리엔 아직 떨림이 남아있었다·

공포나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떨림이 아닌

[모두가 찬양해 마지않는 최고신 루멘델님께서도 널 직접 이 세상에서 지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라고!]

희열로부터 비롯된 떨림이라는 거·

[우리 주인이 신의 눈 밖에도 날만큼 성장한 모양이네? 이거 기특해서 어쩌지? 머리라도 미친 듯이 쓰다듬어 주고 싶긴 한데 아쉽게도 지금은 못 그럴 것 같네?]

거의 광인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제대로 느끼고 있다·

[저 면상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지금 당장 짓누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거든!]

잠시 잊고 있었던 마검의 진정한 본성이 검을 타고 내 몸에 전해졌다·

[나 제어 잘 해줘야 한다 주인아? 안 그럼 나 오늘 정말 폭주할지도 모르거든! 널 잡아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 경고 해봐야 별로 소용은 없을 텐데?

왜냐면

나도 지금 네 기분과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

오늘 저놈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전엔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할 듯싶다·

“암무 9식: 마검 발현·”

내면에 남아있던 안개의 기운을 모두 끌어내 힘을 발현했다·

“····”

내 기운을 인지한 녀석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같잖게 나대지 마라·”

찌푸림과 동시에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네놈을 지워야 하긴 해도 굳이 내 손을 더럽히면서까지 직접 지우고 싶진 않으니· 나로 인해 안식을 맞이하는 엄청난 영광을 네놈에게 줄 이유는 없지· 더 있다간 내 속만 뒤집힐 것 같으니 너와의 대면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겠다·”

저건 또 무슨 역겨운 말씀이실까?

어째 상황이 딱 꽁무니 빠지게 도망칠 것 같은 말씀을 하고 계시네?

그걸 온전히 봐줄 내가 아니지 않은가?

결심과 동시에 안개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린 나는 바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

익숙한 감촉·

불과 몇 분 전에 느꼈던 낯설지 않은 감각이 내 전신을 자극했다·

케이람의 칼날을 막아선 황금빛 광창·

에쉘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창과 유사한 창이

지금 내 앞에 다시 드리워졌다·

똑같은 황금빛 갑주를 두른 기사와 함께·

-화악!

기사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주변이 새하얀 빛이 빠르게 퍼져나가더니 곧 공간 전체를 잠식했다·

마치 다른 공간으로 내 몸이 전이된 것처럼·

“대신 자비 정도는 주도록 하겠다·”

“···!”

“너의 그 같잖은 위치를 깨달을 기회를····”

* * *

전신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선 기분·

멀쩡한 상태로 상자를 들고 있던 시리카가 저런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전부 지켜본 아린으로선

감히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나타난 시안·

아무런 망설임 없이 미지의 존재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대로 낯선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정신 차려요 아린!”

피가 솟구쳤던 어깨의 상처가 어느새 말끔히 봉합되었다·

그 긴급했던 상황에 비올렛이 치유를 해준 것이다·

“고 고마워요 언니····”

본인이 치유해놓고 감사 인사가 내심 불편했는지 비올렛은 고개를 돌렸다·

벽에 몸을 기댄 아린은 시선을 자연스레 시리카에게 덜렸다·

온몸이 피로 얼룩진 한 눈에 봐도 위급한 상태·

이에 미아가 달라붙어 황급히 치유의 빛을 생성했지만

“치워요·”

시리카는 손을 뿌리치며 거부했다·

오히려

-푹!

“···!”

미아와 비올렛 그리고 아린까지·

시리카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지 지금 뭘 하시는?”

미아의 물음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푹! 푹! 푹!

분명 간단한 치유만 받으면 무리 없이 회복할 수 있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카는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키려는 듯 자신의 몸을 검으로 사정없이 찔러댔다·

“그만하세요 선생님!”

깜짝 놀란 아린은 정상적이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달려가 그녀를 만류했다·

“쿨럭!”

허나 시리카는 이미 입에서 연거푸 피를 토해낼 만큼 심각한 상태로 전락해버렸다·

“어 어서 치유 마법을···!”

-스윽

급히 치유의 빛을 생성하려는 아린의 목으로 시리카는 칼을 겨누었다·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그냥 물러나세요·”

“하 하지만···!”

“이런 상태라 해도 아직 황녀님을 죽일 힘 정도는 남아있어요· 두 번 경고할 힘은 없으니까 제발 좀 물러나 주세요·”

호소 어린 부탁을 하는 와중에도 시리카는 연거푸 피를 토해냈다·

“이유가 뭔가요? 이제 와서 목숨으로 죄를 뉘우치기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이런 방법은 절대···!”

“누가 죄를 뉘우친다는 거죠?”

시리카는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며 코웃음을 쳤다·

“이건 죄를 뉘우치는 행위 같은 게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가녀린 눈으로 볼 필요 없답니다· 아린 황녀님·”

붉게 물들어진 입술에 옅게 지어진 미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살생이 익숙한 암살자가 아닌 로열 아카데미의 인자하고 마음씨 좋은 시리카 교관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다 그 아이를 위한 거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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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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