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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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재림 (2)

먹구름 가득했던 하늘이 걷히고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낸 태양·

태양에 반사된 황금 갑주의 빛이 내 눈을 자극했다·

뭘까?

3초 동안 머릿속에서 이 말만 수백 번은 반복한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이 대륙의 기사단 중 저런 갑옷을 입는 기사는 없다·

사실 기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애초에 내 눈엔 지금 저 존재가 인간으로도 보이지 않으니·

아마 나를 포함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 존재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신·

혹은 신의 기사·

신의 명령을 받은 기사가 하늘에서 나타났다·

마검의 주인으로부터 성검의 주인을 구하기 위해·

“···!”

순간 케이람을 쥔 손에서 떨림이 일었다·

내 손이 떠는 게 아니었다·

이건 순전히 케이람으로부터 발생한 떨림·

손을 타고 전해오는 떨림에서 그녀의 불안한 마음이 잔뜩 느껴지고 있었다·

처음이다·

뭔가를 눈앞에 두고 그녀가 이리 불안에 떤 적이 있었는가?

장담하는데 이건 평소의 케이람이 밥 먹듯 보이는 감정의 동요 같은 게 아니었다·

케이람은 눈앞의 이 거구의 기사를 확실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이 이 미친 것들이···!]

떨리는 목소리에는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

이대로 가만히 있어 봐야 변하는 건 없기에 나는 바로 안개의 힘을 발현했다·

“무검(霧劍): 흩날리는 8개의 꽃잎!”

상급 마수의 단단한 표피들도 갈라 버리는 무검 비기·

지금껏 이 비기를 맞고 몸이 쪼개지지 않은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

적막한 주변에 정확히 여덟 번 울려 퍼진 쇳소리·

도합 여덟 번의 검을 휘두르는 동안 케이람은 단 한 번도 갑옷에 닿지 못했다·

팔을 올리는데도 한세월이 걸릴 것 같은 이 거구의 기사가 내 검로를 모두 확인하고 막아낸 것이다·

“····”

기사의 눈이 마침내 나를 바라보았다·

황금빛 투구 속 눈부신 백색의 광채를 뽐내는 눈·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나를 굉장히 하찮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살짝 화가 치밀어오른 나는 바로 다음 비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쐐액!

이번엔 기사가 먼저 반격을 가했다·

당주의 움직임 못지않은 빠른 속도·

나는 비기를 중지하고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쿠구궁

고작 창을 바닥에 내리꽂았을 뿐인데 무슨 벼락이 떨어진 듯한 소리가 울렸다·

아니 그냥 벼락이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만약 방금 내가 저 창의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더라면 벼락을 맞은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후우····”

한숨과 동시에 몸에서 열기가 차올랐다·

열기가 차오름과 더불어 피가 끓어 올랐다·

그래 기어이 이제는 지고의 존재님들까지 나서 저 구원자의 탈을 쓴 악마를 구원하려 든다 이건가?

열이 뻗친다·

대체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딴 식으로까지 지키려 드는가?

그래 뭐 상관은 없다·

그는 내가 사는 세상에서 철저하게 지워야 할 자·

그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설사 그게 신이라 해도 나는 전부 죽일 뿐이다·

이런 다짐과 함께 본격적인 케이람의 힘을 발현하려는 순간

“···?”

어째서인지 케이람이 반응하지 않았다·

“뭐 하고 있어 케이람?”

[····]

이런 상황에 뜬금없이 잠에 들었을 린 없다·

그녀는 현재 완벽하게 깨어있는 상태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힘은커녕 내 물음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휘릭

창을 고쳐잡은 거구의 기사가 내가 아닌 에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로 손을 얹었다·

에쉘은 저항이나 반응의 여지 없이 기사의 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치 세례라도 받는 것처럼·

-피이잉

그러자 손과 머리가 맞닿은 지점에서 빛이 발생했다·

정체 모를 빛에 심취되기라도 한 듯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짓다가

“···!”

빛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탈출한 것이다·

내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마음에 잠시 제 자리에서 에쉘을 탈출시킨 거구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 기사 역시 나를 한 번 돌아보는가 싶더니

-피이잉

똑같은 빛을 내뿜으며 마찬가지로 사라져 버렸다·

* * *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이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

보리스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손안에 손톱보다도 더 작은 마나를 발현했다·

하지만

“아악!”

보리스는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으며 마나는 바로 소멸해 버렸다·

칼에 찔린 어깨에선 진득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안 되죠 안 돼· 어디서 또 마법을 쓰려고 하실까? 지금은 엄연히 제 차례인데····”

시리카는 그대로 몸을 숙여 고꾸라진 보리스와 눈을 마주했다·

“어디서 뭘 하고 오셨길래 이리 기진맥진이실까요? 우리 가증스럽다 못해 역겹기 그지없는 보리스 선생님을 누가 괴롭힌 거죠?”

보리스는 뭐라 말할 겨를도 없이 고통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하기야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요? 정작 중요한 건 지금 제가 기회를 잡았다는 거 아니겠어요? 당신을 제대로 엿 먹일 수 있는 기회를 말이에요·”

간신히 고개를 보리스는 다섯 발자국 앞에 떨어진 미아를 바라보았다·

“미 미아 당신이 대체 왜?”

미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눈으로 말했다·

“제가 꾸는 악몽이 악몽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어요· 더불어 저에게 울부짖던 목소리가 누굴 향한 것이었는지도 알게 되었죠· 그걸 알게 된 입장에서 더 이상 보리스 선생님과 함께할 이유는 없어진 거고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아! 당신은 우리와 함께···!”

뭔가를 간절히 호소하려던 보리스는 또 다시 입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설교할 시간은 없어요· 보리스·”

그의 상처 부위를 시리카가 발로 짓밟은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친 보리스의 품속에서 백색의 책 한 권이 떨어져 나왔다·

성서 히스크레아였다·

보리스는 급박한 와중에서 성서에 손을 뻗었다·

이내 간신히 성서를 잡은 그는 바로 안을 펼쳐 내용을 확인하였다·

“···!”

곧 일련의 글귀를 확인한 보리스의 눈동자가 애타게 떨리기 시작했다·

“미아가 그러더라고요? 당신과 에쉘이 이곳에서 아주 재밌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뭔가 본인들도 감당하지 못할 것까지 꾸미고 있었다던데 그게 뭘까 궁금해서 와봤죠·”

잠시 후 미아가 방 한쪽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금색과 은색이 적절하게 혼합된 작은 상자였다·

“괜히 여지를 남겼다가 당하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요? 그러니 확실하게 처리해야죠· 당신들에게 남은 수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미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상자를 시리카에게 건넸다·

언뜻 보석을 보관하는 보석함처럼 생긴 상자·

상자를 열어보려던 시리카는 마법으로 잠겨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다시 보리스를 쳐다보았다·

“꽤 복잡한 술식으로 잠가놓으셨네요? 뭐 저를 위한 선물이라도 들어있나요?”

선물이라는 말에 보리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곤 한숨을 푹 내쉬더니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와 절 죽이지 말라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절 때려 죽이든 찢어 죽이든 펄펄 끓는 마그마 속에 던져 죽이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미래는 이미 바뀌었으니까요·”

“체념하신 모습을 보니까 또 새롭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수단도 의미가 없어진 건가요?”

“말했잖습니까? 미래는 이미 바뀌었다고· 성서가 지정한 끝의 미래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끝으로 향하기 위한 과정이 바뀌어버렸어요· 나와 에쉘님이 끌고 가려 했던 그 과정이 당신들과 그 잘난 계승자 때문에 변해버렸단 말입니다!!”

보리스는 급기야 자신을 조롱하는 시리카를 나무라며 울부짖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었어요· 이젠 그분들께서 새로운 질서를 위해 본격적으로 재림하실 겁니다·”

“그분들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죠?”

“누구겠습니까? 당연히 이 대륙의 질서가 바뀌는 걸 원치 않는 분들이죠·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새삼 궁금해지는 군요 지금쯤 시안 베르트는 과연 누구와 검을 부딪치고 있을지····”

묘한 물음과 함께 보리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십니까? 경고하는데 열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모시는 그 추방된 신조차 열기를 권유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들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일 테니 하물며··· 그 시안 베르트 조차!”

보리는 마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몸을 축 늘어트리며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퍽

급 기분이 잡쳐진 시리카는 그의 얼굴을 세계 후려갈겼다·

보리스는 힘없는 인형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항상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보리스 선생님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또 새롭네요·”

상황을 쭉 지켜보던 미아는 본인의 덤덤한 감흥을 표했다·

“별수 없는 법이죠· 모든 길이 막히고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으면 절망에 일그러지는 자들이 바로 인간이니까·”

이제 그만 끝을 내려는 듯 시리카는 살며시 검을 들어 올렸다·

-터벅터벅

그 순간 열린 문 틈 사리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

인기척을 느낀 시리카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발소리·

기척의 주인공들은 머지않아 문을 열었다·

딱히 숨을 생각이 없던 시리카는 방문자들을 그대로 맞이하였다·

“···!”

방에 들어선 여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선 당황을 금치 못했다·

비올렛과 아린·

제국의 황녀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과 쓰러져 있는 보리스·

그 옆에 당당히 서 있는 시리카를 발견한 순간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다·

“미 미스트!”

그러곤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다·

“물러나세요 언니!”

아린에게 떠밀려 물러서게 된 비올렛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은 저를 납치했던 미스트의 일원이에요!”

나름 경계한답시고 검을 세우는 모습에 시리카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에게 진면을 보여주겠다던 시안은 어디 가고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그 그건 제가 물어볼 말이에요! 시안이 다른 기사들과 싸우는 동안 시리카님은 대체 뭘 하고 있으셨던 거죠?”

“곁에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있지 않았을 뿐이랍니다· 굳이 제가 없어도 그 상황을 해결하기엔 시안 혼자서도 충분했을 테니까요·”

혹시 몰라 다른 대원들을 보내긴 했지만 시안의 능력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녀인 만큼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신 다른 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거랍니다· 근데 예상치도 못하게 황녀님과 재회를 해버렸네요? 저로선 딱히 나쁠 것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원래 아린을 목표로 하던 시리카에겐 굴러들어 온 떡이나 다름없었다·

들고 있던 상자를 잠시 바닥 아래에 내려놓은 시리카는 이내 황녀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낀 아린은 한발짝 물러났다·

허나 물러나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선 오히려 검을 고쳐 잡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압!”

-슈욱

나름 패기롭게 달려든 것이 무색하게 시리카는 어깨만 틀어 아린의 일격을 피해냈다·

아린은 이에 멈추지 않고 몸을 회전시켜 연격을 가했다·

“···!”

꽤 위협적인 휘두름·

살짝 베어진 시리카의 머리카락이 공중에 휘날렸다·

그녀가 반격하지 못하게 아린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탁탁탁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비올렛이 맨몸으로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

난데없는 질주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비올렛은 곧 아린과 시리카가 아닌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저거만 있으면····”

비올렛의 간절한 눈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다 되돌릴 수 있어!”

시리카가 바닥에 내려놨었던 바로 그 상자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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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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