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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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신념과 의문 (3)

어두운 기운을 뿜으며 사방으로 퍼지는 소울 스톤의 안개·

이는 루나브의 힘이 시안에게 잘 전달되었음을 의미했다·

허나 안도의 한숨이나 내쉴 여유 같은 건 없다·

하스티아는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쿠구궁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불안한 굉음이 울리는 아공간·

이곳에 발을 들인지 이제 막 10분은 흘렀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공간 균열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그럴수록 성서와 마서의 주인은 서로를 주저앉히기 위해 더 많은 마력을 끌어냈다·

그뿐인가?

지금 황성에서 대치를 이루고 있는 성검과 마검의 주인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지원까지 보낸 상황·

서로의 힘은 이미 갈데 까지 이르러 이제는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정하겠습니다· 마서를 그저 우연히 찾진 않으셨군요· 루나브 당신은 신의 교서를 다룰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세요· 당신한테 받아봤자 거북할 뿐이니까·”

그녀가 칭찬을 듣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허나 이래봤자 변하는 건 없습니다· 설사 당신이 이 아공간을 소멸시킨다 해도 정해진 결말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변화의 시작이 될 순 있겠죠· 이 아공간의 소멸을 시작으로 당신들의 미래를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그만이에요·”

보리스의 거듭되는 요설에도 루나브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허나 상황은 점점 그녀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봐 숙녀님· 버틸 만 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레미하람이 슬쩍하고 물었다·

“그런 질문할 시간에 균열이라도 좀 더 내보시죠?”

“숙녀님 마나가 점점 바닥을 보여서 그래· 이대로 가다간 공간이 아닌 숙녀님의 몸에 균열이 난다니까?”

“바닥의 바닥까지 긁어서 끌어올리면 그만이에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루나브는 되려 남은 마력을 더 방출했다·

“이거면 충분해· 이미 성서의 아공간은 제구실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망가졌어· 이 정도만 하고 물러나도 전혀 문제없다니까?”

“여지를 남기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한 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레미하람의 걱정은 오히려 루나브의 의지를 더욱 자극했다·

괜한 말 했음을 깨달은 레미하람은 머리를 부여잡다가도 될 대로 되라는 듯 다시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보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벌어지는 균열을 메꾸는 동안에도 성서를 힐끔거렸다·

쫙 펼쳐진 성서에 적힌 일련의 글귀가 써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하였으며 이는 성서가 이끄는 미래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음을 의미했다·

“대체 왜?”

마서의 주인이 나타나는 것부터가 이미 예언에 없던 일·

그나마 다행인 건 끝자락에 적힌 최후의 미래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과정이 어떻든 마지막에 웃을 이는 자신이 될 터·

그 하나만을 굳게 믿고 일단 머릿속에 피어오른 모든 의문을 지우려는 순간

“···!?”

보리스의 얼굴이 돌연 돌처럼 굳어버렸다·

성서의 미래가 또 다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끝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정해진 끝으로 향하기 위한 중간의 과정이 바뀐 것뿐이지만

“어 어째서···!”

보리스는 얼굴은 굳다 못해 점차 구겨지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눈동자 미칠 듯이 떨리는 손·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의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

-탁!

급기야 보리스는 마력을 떨치던 성서를 빠르게 덮더니

-우우웅

다짜고짜 게이트를 생성하고선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

성서의 아공간을 마서의 주인에게 덩그러니 남겨둔 채·

“···?”

패배를 직감하고 도망친 건지 아님 힘을 보전하기 위해 물러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털썩

맞설 상대가 사라진 루나브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루나브님!’

깜짝 놀란 하스티아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하아 하아····”

바닥의 바닥까지 긁겠다는 정신으로 마력을 끌어올렸으니 그 후유증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이렇게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실 때까지····’

그야말로 엄청난 정신력이자 오직 시안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루어낸 경지·

하스티아로선 존경스럽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였다·

-콰과광!

허나 그 경이로운 감정을 느낄 시간마저 그녀들에겐 남지 않았다·

주인이 사라진 공간에 남은 건 붕괴뿐·

성서의 아공간은 점차 소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멍하니 있다간 소멸에 휩싸여 자신들마저 사라질 수 있었다·

다급히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지만 하스티아에겐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게 게이트를···!”

이를 루나브도 알기에 간신히 손을 들어 올렸지만

그녀의 손은 게이트는커녕 마나도 발현하지 못한 채 힘없이 내려지고 말았다·

정신 유지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게이트를 열 힘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어찌해야하나 방황하던 하스티아는 곧 루나브의 손에서 떨어진 마서에 시선이 갔다·

‘내 마력을 루나브님께 전할 수만 있다면?’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 없는 힘·

차라리 그녀에게 전달한다면 어떨까?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하스티아는 마서에 손을 얹었다·

-기이잉

다량의 마나가 손끝을 타고 마서로 전해졌다·

곧 마나에 반응한 마서에서 푸른 빛이 일었다·

“수고했어 숙녀님들· 나머진 내가 하지·”

레미하람은 전달받은 마나를 이용해 게이트를 생성했고 그녀들을 밖으로 전이시켰다·

성서의 아공간은 이내 큰 굉음과 함께 와르르 무너지며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 * *

한결 더 가벼워진 몸·

한층 더 솟아오르는 혈기·

마치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그 머저리 신이 마서를 찾으라고 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까?

정말 이거보다 내게 어울리는 힘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한 힘이었다·

그건 내가 아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안개의 힘을 보유한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기사와 용병들도 끌어오르는 힘에 심취한 나머지 사기가 증진하고 있었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왜 마서의 힘이 뜬금없이 나타난 거지?

대체 하스티아와 루나브는 어디서 뭘···?

-후우웅!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등 뒤에서 백색의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나로선 썩 유쾌하지 않은 기운이 흘러들어오는 낯선 공간 너머로 곧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방금 전 내게 정신 감응을 보냈던 하스티아와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나오고 있는

“···?”

루나브였다·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상황에 나는 눈을 찡그렸다·

“하스티아님!”

“루나브님!”

브라이언과 루나브의 기사 역시 그녀들을 발견하고선 급히 달려왔다·

둘이 루나브를 부축하며 상태를 살피자 하스티아의 불안한 시선이 이내 내쪽으로 향했다·

‘시 시안님 이게 그러니까····’

“그냥 짧게 설명만 해·”

세상 무심한 내 대답에 하스티아의 눈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곧 지금까지 루나브와 있었던 일들을 내게 간단히 요약해서 전했다·

일단 하나 말할 게 있는데 난 지금 어쩔 줄 몰라 하는 하스티아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

하물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루나브를 보고 있지도 않지·

그럼 뭘 보고 있냐고?

루나브의 바로 뒤 케이람과 비슷한 긴 흑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 아닌 걸 떠나 나만 보이는 것 같다·

가까이에 저런 수상쩍은 기운을 풍기는 이가 대놓고 있음에도 그 누구 하나 시선을 주지 않았다·

“····”

그 역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딱히 입을 열거나 하진 않았다·

그나마 나를 보는 그의 눈빛에서 뭔가 추측할만한 게 있다면

적어도 날 적대하는 시선으로 보고 있진 않다는 것 정도?

그렇다고 호의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할 말은 많은데 지금은 하지 않겠다·

이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듯싶었다·

-까딱

그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다가도 대뜸 고개를 까딱이며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턱

그와 동시에 루나브가 내 손을 잡았다·

“하아····”

말은커녕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상태·

나는 속삭임이라도 들어주자는 마음에 몸을 숙였고 그로 인해 얼굴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대충 무슨 말 할지 알아요····”

간신히 고개를 든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황성엔 왜 왔냐? 누가 너보고 도와달라 했냐? 대충 저 나무라는 말할 거죠?”

차마 아니라곤 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선배는 항상 이기적으로 행동하잖아요· 저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에요·”

잘했다 혹은 못했다·

이런 단적인 말로 그녀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럴 자격도 없겠지·

솔직히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런 내 마음을 잘 안다는 듯 루나브는 붙잡은 내 손을 점점 더 강하게 움켜 쥐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했으면····”

반면 목소리는 점점 가냘프게 줄어들었다·

허나 그녀의 목소리가 설사 개미의 숨소리만큼 줄어든다고 해도

“나 봐줄 때도 됐죠?”

내 귀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릴 것이다·

“제가 다시 눈을 뜨면 그땐 선배가 반드시 가장 먼저 보여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뒷말을 잇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나 정말 울지도 몰라·”

조금 뜬금없긴 한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쩔 땐 나보다도 더 무심하고 나보다 더 지독하며 나보다 더 인간답지 않던 그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장 인간답게 보인다고·

루나브는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고 내 품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감촉을 타고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그녀가 나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루나브를 살며시 끌어안은 뒤 그대로 브라이언에게 인도했다·

“지켜· 무슨 일이 있어도····”

길게 말할 것도 없으니 두 마디로 짧게 지시했다·

“도련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브라이언은 곧 자신의 망토를 벗어 그녀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더 바라봐야 애먼 감정만 샘솟을 것 같기에 마음을 접고 애써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챙!

이 광경이 못내 아니꼬웠던 성검의 주인께서 친히 검을 들고 달려왔다·

아무래도 이제 시간이 온 것 같다·

이 기나긴 고행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나는 지그시 눈만 돌린 채 조용히 입만 열었다·

“3분· 딱 3분 드리겠습니다·”

“···?”

“그 3분의 시간 동안 형님을 포함해 저 눈 아픈 빛을 쏴대는 멀대들을 제 눈앞에서 치우십시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에쉘은 급기야 미간을 찌푸렸다·

“끝까지 여유를 부리는구나· 내가 정말 그러길 원한다면 차라리 무릎을 꿇고 부탁하는 마음으로····”

“부탁 아닙니다·”

이제는 그만 그의 같잖은 환상을 부숴줄 시간·

“하물며 경고도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오붓한 고해성사의 시간이 비로소 찾아오게 되었다·

“이건 제가 형님께 내리는 지시이자 자비입니다·”

“더 이상 네놈의 요설에 휘둘리지 않겠다!”

-후웅!

에쉘은 내 말을 더 듣지 않겠다는 듯 진심을 담아 검을 휘둘렀지만

-땡강!

내게 닿을 리 없는 검이었다·

1초도 되지 않은 찰나의 시간·

성검의 본체는 에쉘의 손이 아닌 공중으로 높게 떠오르다가 곧 바닥에 힘없이 곤두박질쳤다·

5초 정도의 짧은 정적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비로소 그와 눈을 맞추며 나직이 읊조렸다·

“10초 지났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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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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