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1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217화· 새로운 질서를 위해 (3)

“죄송합니다····”

내 이름을 부른 것에 이어 켈린은 곧바로 죄송하다며 내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죄송 죄송이라·

솔직히 저놈 입에서 저 말을 가장 먼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던가 혹은 왜 이제야 왔냐는 원망의 말이 먼저 나올 줄 알았거든·

뭐 내가 심은 그림자의 인격이 아직 잘 살아남았다는 증거겠지·

“제 부족함으로 인해 시안 도련님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거야 한 참 전의 들킨 일인지라 지금에 와서 추궁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만

내 정체가 발각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죽지 않고 이렇게 목숨만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놈들이 아직 켈린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되겠지·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냐?”

“송구스럽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아마 몇 년은 되지 않았을지····”

나는 땀과 피가 뒤섞인 그의 머리에 살짝 손을 올렸다·

그러곤 지그시 눈을 감아 마나를 전승시켰다·

이건 뭐 거의 뇌를 주물렀다 싶을 정도네·

혹여 그에게 남았을지 모를 내 흔적을 찾기 위한 정신 고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통 사람의 인격이라면 이미 붕괴되어 제구실을 잃고도 남았겠지·

그나마 고등급 마법의 힘으로 창조한 인격이었기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던 거다·

뭐 측은한 감정이라도 드냐고?

전혀·

이놈은 처음부터 내 입맛대로 굴리기 위해 만든 꼭두각시였다·

정이라고 하는 감정을 느낄 여지조차 없는 녀석이지·

애초에 내가 인격을 불어넣지 않았으면 이 공간을 만든 녀석들이랑 손잡고 나를 엿 먹이는 데 일조했으리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 놈한테 측은한 감정이라니

아직 그 정도까지 물러지진 않았다·

“조 조심하십시오· 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힘으론 시안님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시안님께 대적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데?”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저도 잘····”

“더 할 말은?”

실로 매정한 내 물음에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라도 나타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걱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을 끝으로 나는 켈린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고통을 덜어주는 거냐고?

어차피 계속 놔둬 봐야 놈들의 입맛대로 굴려지게 될 터·

녀석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뭐 근데 솔직히 더 관리하기 귀찮아서 그냥 죽인 마음이 크다·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계속 살려 놓을 필요는 없지·

-터벅터벅

머지않아 들어왔던 문 쪽 방향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

다수가 아닌 한 명·

무겁진 않지만 가벼운 느낌도 아니었다·

이쪽을 향해 점차 가까워지던 발소리는 정확히 문 앞에서 뚝 하고 멈췄다·

열린 문틈 사이에 자리한 나를 보고선 멈춘 것이다·

잠시 주저하는가 싶었지만 다시금 발을 떼고 안으로 들어왔다·

딱히 숨을 생각은 없기에 나 역시 고개를 돌려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

흑발 숏컷 흐리멍덩한 눈 여리여리한 몸매·

나이는 지금의 나와 비슷하거나 한두 살 어린 정도·

언뜻 중성적인 느낌의 남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자다·

얼굴에 음기가 덕지덕지 서려 있거든·

바보가 아닌 이상 딱 1초만 봐도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을 텐데 그녀는 당황은커녕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당신이 켈린을 죽였나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가 두 손에 받치고 있던 쟁반으로 시선을 돌렸다·

빵 한 조각과 물 한 컵·

그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온 것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 암살자이신가요?”

연이은 물음에도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단 가만두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싶어 잠자코 기다려보았다·

“····”

그녀는 들고 있던 쟁반을 슬쩍 내려놓는가 싶더니 그냥 제자리에서 눈만 멀뚱멀뚱 뜨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기를 몇 분 여·

“뭐 하는 거지?”

보다 못한 내가 먼저 물었다·

“가만히 있는데요?”

“왜?”

“절 죽이실 거잖아요· 도망가봐야 별로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아서요·”

황궁의 시녀 같지는 않고 기사는 더욱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귀족은 더더욱 아닌 것 같은데·

황궁의 비밀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음식까지 들고 왕래한다?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나다 못해 내 코끝을 아리게 자극하고 있었다·

“켈린 얼굴· 무척 편해 보이네요·”

그녀는 대뜸 잘려 나간 켈린의 목을 보며 말했다·

“항상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죠· 보는 내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신께서 그를 구원해주셨네요·”

하필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를 언급했다·

“만약 암살자가 아니시라면 당신은 구원의 기사인가요?”

이건 또 무슨 재미없는 농담일까?

관찰은 여기까지·

이름은 뭐고 왜 여기 있냐는 등의 잡다한 질문으로 시간 끌 생각은 없다·

그녀의 머리채를 끌어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

순간적으로 손이 흔들렸다·

정확히는 오른손·

더 정확히 말하면 오른손에 단단히 쥐어진 케이람으로부터 거센 진동이 일었다·

혹여 케이람이 실체화하려는 건 아닌지 주시해 보았지만

[····]

케이람에선 안개는커녕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건 케이람이 정신을 차리든 말든 상관없이 마검 자체가 어떤 기운을 느끼고선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거 마검이죠?”

내 시선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갔다·

“검은 안개의 신 아에르의 힘을 물려받았다고 전해지는 마검 케이람·”

그녀는 표정변화 하나 없는 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걸 가지고 있는 걸 봤을 때 당신이 바로 그 시안 베르트란 사람인가 보네요·”

때려맞췄다고 하기엔 근거가 빈약하다·

이건 누군가로부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근거를 바탕으로 나를 추리한 것이다·

문득 켈린의 목을 자르기 전 그가 내게 했던 마지막 유언이 머릿속을 스쳤다·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내게 대적할 준비를 한다고 했던가?

끽해야 꼭두각시나 몇 개 더 만들겠거니 싶었지만

이번에 좀 더 특별한 인형을 준비하고 있던 모양이다·

“너 이름이 뭐야?”

나는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전혀 문제 될 것 없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아·”

“···!”

“미아 하펜커스에요·”

한시름 덜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한시름을 더했다고 해야 할까?

이전에 쿤델 총장은 말했지·

자신이 퇴임하기 직전 아카데미에 전학 온 하펜커스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고·

그런 그녀가 지금

“절 아시나요?”

내 눈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 * *

회담이라는 이름의 일방적 선포가 끝난 뒤 비올렛 에쉘 보리스 그리고 아린은 다시금 2황녀의 방으로 모여들었다·

“고생하셨어요· 에쉘 공·”

“고생은 제가 아닌 황녀님들께서 하셨지요· 특히 아린 황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더군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린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이라며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성검의 힘이 제국 전역에 미친다라· 참으로 든든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성검의 힘을 거부하겠다는 귀족은 없겠죠?”

비올렛은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에 만족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게도 한 곳이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를 깬 것은 다름 아닌 보리스였다·

“그게 무슨 말이죠?”

“회담에 참석했던 스무 개의 가문 중 유일하게 니그리티 백작가에서만 힘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니그리티 백작가라면 시리카 선생님 말인가요?”

덩달아 놀란 아린도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이유가 뭐라던가요?”

아린의 질문을 무시한 채 비올렛은 눈초리를 세우며 추궁했다·

“자신들 쪽에선 그 힘을 물려받을 인재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 이유라는 것을 비올렛은 단번에 깨달았다·

“완벽한 보석을 가품으로 의심하는 이는 어딜 가도 있는 법이죠·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리스는 어렵지 않게 넘길 일이라며 다소 고조된 분위기를 누그러트렸다·

“그럼 전 잠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러곤 유유히 혼자 방을 나가버렸다·

비올렛은 조금은 불쾌하다는 표정과 함께 에쉘을 돌아보며 물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보리스는 원래 오라버니의 사람 아니었던가요? 언제부터 에쉘 공을 따르게 된 거죠?”

제국 마법학회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8성급의 경지 어떤 일이든 막힘 없이 척척 해내는 추진력 속을 유추할 수 없는 처세술까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이 내린 인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생각이 들 만큼 엄청난 능력을 갖춘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루이넬 황자로부터 발탁되었던 그가 대체 언제부터 에쉘을 따르게 되었는가?

이건 아린으로서도 항상 의문을 가진 부분이었다·

이에 에쉘은 소탈하게 웃으며 답했다·

“예로부터 필연은 신이 주선해 준다 했습니다· 그냥 첫 만남에 딱 알게 됐다고 할까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단 걸 말이죠·”

“뭐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런 건가요?”

“제가 벨리아스에서 황녀님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물쩍 넘기려는 느낌이 너무 다분하신데요? 뭐 일단은 그렇게 알고만 있을게요·”

비올렛은 다소 의문은 들지언정 크게 개의치는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남겨진 셋이 다음 일을 시작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홀로 빠져나온 보리스는 계단을 타고 황궁 지하로 내려 나갔다·

음침한 횃불만이 이어진 길을 밝혀주고 있는 어두운 복도·

이윽고 보리스는 한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

별생각 없이 문고리를 잡으려던 그는 이내 문 너머에서 느껴진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곤 머지않아 황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미간을 절로 찌푸리게 하는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보리스는 곧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켈린의 머리와 그 앞에 무심히 서 있는 미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보리스가 들어왔음에도 아무런 말이나 행동 없이 그저 잘린 켈린의 머리를 지그시 보고만 있었다·

그런 미아를 보며 보리스는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미아?”

“그 사람이 왔어요·”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보리스 선생님께서 항상 이야기해주셨던 마검의 주인 시안 베르트요·”

보리스는 웃지도 당황한 것도 아닌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이 켈린을 죽였나요?”

“네· 여느 때처럼 밥을 주고 고문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죽어버렸으니 뭘 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네요·”

그녀의 무심한 눈빛엔 약간의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어디로 갔나요?”

“모르겠어요· 절 죽일 줄 알았는데 그냥 제 이름만 묻고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그 말을 들은 보리스는 급히 주변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다행인진 몰라도 당장 살기나 혈기라고 할만한 부정적인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지금 자기가 가고 그다음으로 만날 사람에게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뭐라··· 하던가요?”

줄곧 켈린의 머리로 향해 있던 그녀의 시선이 급 보리스에게 돌아갔다·

그러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그에게 나직이 말했다·

“아주 지랄을 한다고····”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