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16


제216화· 새로운 질서를 위해 (2)

“각 영지의 일로 바쁘신 와중에도 친히 제국의 미래를 위해 찾아와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올렛은 치마를 살짝 잡아 올리며 품위 있게 고개를 숙였다 ·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러자 회담석 중앙에 앉은 질리언 바렌스 후작이 손을 들며 물었다·

“본 회담의 주최자는 황실입니까? 아님 황제 폐하입니까?”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군요· 저희 황실은 황제 폐하의 뜻에 움직이며 황제 폐하 역시 엄연한 황실의 일원이십니다· 그러니 이 회담 또한 당연히 황제 폐하의 뜻이 담기지 않았을까요?”

비올렛은 뭐가 문제냐는 듯 여유로운 어조로 답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선 이미 오랫동안 국무에서 손을 떼지 않으셨습니까? 일각에선 지금 돌아가는 제국의 정세를 황제 폐하께선 아예 모르신다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황제 폐하를 따르는 가신이지 황녀님을 따르는 가신이 아닙니다·”

황제를 향한 충성심이 돋보이는 당찬 주장이었다·

허나 비올렛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의 불안하신 마음은 잘 압니다· 기사단 개편을 통해 황실이 빛의 기사단을 먹으려는 건 아닌지 아바마마께서 병약해지신 틈을 타 제가 제국의 질서를 재정립하려는 건 아닌지 여러 의심과 의문이 드시겠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생각보다 빠른 입장 표명에 일부 귀족들은 눈을 번뜩였다·

“구원의 기사단은 황실의 세력 유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륙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이전 빛의 기사단의 임무와 동일하죠· 단지 그 임무에 기반을 둔 질서가 빛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에 앞 좌석에 있던 또 다른 귀족이 손을 들었다·

아베리코 백작가의 가주 데이든 아베리코 백작이었다·

“최근 검은 안개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교서가 황실을 통해 각 영지 및 도시에 전해졌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분 중 그 사실을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귀족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질서를 추구한다는 황실이 어찌 그런 근본 없는 교서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입니까?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추진하신 것인지 이 자리를 통해 말씀해주셔야겠습니다·”

아베리코 백작은 언급한 교서를 보란 듯이 내보였다·

이에 일부 다른 귀족들까지 동조하려는 순간

-쐐액!

돌연 회담장을 지키던 기사 한 명이 회담장 탁상에 올라서는 돌발행동을 일으켰다·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급기야 검을 뽑은 기사는 본인의 검을 탁상 바닥에 꽂고선 마나를 발현했다·

“타 탁상에서 떨어지십시오!”

위협을 느낀 한 귀족이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귀족들이 앉은 탁상 주위엔 원형의 검은 장막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밖에 누구 없느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당황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회담장 밖에 대기시킨 기사들을 부른다거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황녀가 있던 곳을 향해 쌍심지를 켜는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 귀족들이 보인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기이잉

그 순간 검은 장막을 꿰뚫은 한 줄기의 빛이 귀족들의 눈앞에 드리워졌으며 곧 그 속에서 한 여인이 검을 들고 나타났다·

“하압!”

-텅!

여인은 기합과 함께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일격을 막지 못한 기사는 순식간에 장막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그가 생성했던 검은 장막 역시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

여인을 본 귀족들은 일제히 눈을 의심했다·

반짝이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도도하게 휘날리며 탁상에 당당히 오른 여인·

그녀의 검은 마치 지고한 신의 무구를 연상시킬 만큼 성스러운 기운을 잔뜩 내뿜고 있었다·

“아 아린 황녀님?”

검의 주인은 5황녀 아린 세벨러스였다·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탁상에서 내려와 쓰러진 기사를 손수 일으켜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귀족들은 눈만 끔뻑거렸다·

“여러분들의 긴장을 풀고자 작은 볼거리를 준비해봤는데 괜찮으셨습니까?”

이에 비올렛 황녀가 세상 평온한 얼굴로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을 남지 않으셨습니까?”

귀족들은 어이가 없는 마음에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벌떡

그러자 회담 시작 이후 줄곧 말없이 앉아만 있던 에쉘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아무런 인사나 설명 없이 돌연 금빛 마나 구체를 생성했다·

구체는 곧 기다란 검의 형태로 변환되었다·

그로 인해 감춰져 있던 신의 무구가 그 고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를 두 눈으로 지켜본 귀족들은 일제히 생각했다·

저건 절대로 평범한 검 따위가 아니라고·

지고한 빛의 신 루멘델이 인간에게 하사한 신의 무구·

성검 듀란다르크가 분명했다·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소환된 검을 에쉘은 두 손으로 부드럽게 쥐었다·

“전 7년 전 마검의 주인이었던 제 동생과 검을 맞댔습니다· 끔찍이 아끼던 동생이 사실은 안개의 추종자라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 고귀한 성검의 힘으로도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제겐 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누가 모를 수 있겠는가?

세상에 충격을 안겨줌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안개를 향한 의문을 심어주었던 바로 그 사건을·

“그로 인해 전 매일매일을 불안에 떨며 살았습니다· 그들이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사실과 저 혼자선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두려움이 저를 더 나약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머지않아 깨달았습니다· 그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강력한 믿음의 힘이 필요하다고····”

-스릉

갑자기 회담장을 지키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천장을 향해 겨눠진 수십 자루의 검에선 에쉘과 아린의 검과 유사한 금빛이 선명하게 뿜어져 나왔다·

마치 복제된 성검의 힘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안개의 교서를 퍼트린 건 저희 황실이 맞습니다· 어떤 목적이었냐고 물으신다면 진짜 안개의 추종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죠·”

잠시 물러나 있던 비올렛이 다시금 앞으로 나섰다·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황실이 퍼트린 교서로 인해 안개를 향한 사람들의 의심과 의문은 증대되었을 겁니다· 그럼 본의 아니게 세력을 얻은 그들은 머지않아 본성을 드러내겠죠· 이전처럼 암살을 감행할 수 있고 더 잔혹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악행이라는 말에 소름을 느낀 몇몇이 몸을 움츠렸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저희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전 시대처럼 또 탄압하고 억제해야 할까요?”

그 누구도 함부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귀족들은 그저 황녀가 질문에 대한 답을 잇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을 구원해야 합니다·”

에쉘은 이에 대한 답으로 구원을 제시했다·

“빛의 힘을 통해 그들을 구원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 가야 할 방향입니다·”

“그 그러니까 에쉘 공께선 진짜 안개의 추종자들까지 구원해야 한다· 뭐 이 말을 하는 것입니까? 그 미스트라고 하는 암살 집단을?”

미스트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귀족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그가 이번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추구하려는 질서가 어떤 방향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다·

“사람을 구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그들에게 맞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었다·

에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가 가진 성검의 힘을 여러분께도 나눠드리겠습니다· 본인이 받기 싫으시다면 각자 데리고 오신 수호 기사들에게 넘기셔도 됩니다·”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지금 직접 눈으로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린 황녀님을 비롯해 지금 기사들이 보여준 힘은 틀림없는 성검의 힘입니다·”

그게 정말 가능한 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 질문에 앞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걸 왜 저희에게까지 주겠다는 겁니까?”

왜?

무슨 이유로 성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신들에게까지 그 힘을 넘겨주려는 것인가?

“성검의 힘은 사람들의 믿음이 모였을 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저 혼자만으론 사람들의 힘을 끌어낼 수 없기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여러분들은 이 성검의 힘을 가지고 각자의 영지로 돌아가 아주 작은 일 하나만을 해주시면 됩니다·”

“작은 일이라 하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에쉘은 바로 답을 잇지 않고 살짝 뜸을 들였다·

“현재 교서를 통해 각 영지에 형성된 안개의 세력을 여러분께서 정화해주십시오·”

“···!”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귀족들의 동공이 전부 격하게 흔들렸다·

안개의 세력을 정화해달라고?

그저 불순한 것을 깨끗이 한다는 사전적 의미로 정화라는 말을 썼을 리는 없다·

지금 그가 말한 정화의 의미엔 분명

“교인들을 죽여라··· 이 말을 하는 것입니까?”

살생(殺生)의 뜻이 담겨있었다·

“앞서 말했듯 성검의 힘은 사람들의 믿음이 더해졌을 때 더욱 강해집니다· 혹시나 하고 의문을 품었던 검은 안개가 사실은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사람들은 또다시 빛을 향해 더욱 강한 믿음을 보낼 겁니다·”

“하 하지만! 그건 자칫 무고한 사람들까지····”

“어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60년 전에도 그랬으니까요·”

귀족들은 전부 석화 마법이라도 걸린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단 한 명·

회담장 끝자리에서 줄곧 덤덤하게 자리하고 있던 시리카를 제외하고선·

그녀는 아직 미스트의 당주가 아닌 니그리티 백작가의 대리인으로서 회담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겁니다·”

에쉘은 두 손으로 쥐고 있던 성검을 기품있게 들어 올렸다·

그의 검은 회담장에 자리한 수십 자루의 검 중 단연 독보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

회담장 정문에서 정확히 100걸음·

복도 한가운데를 우두커니 차지한 수십 명의 기사들·

각 영지의 귀족들이 개인적으로 데려온 수호 기사였다·

그들은 회담으로부터 한치의 시선도 떼지 않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우당탕

아니나 다를까 뭔가 거대한 것이 구른 듯 요란한 소리가 회담장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에 기사들은 바로 회담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진정하십시오!”

이를 허용할세라 황군 소속의 기사들이 그들을 가로막고 나섰다·

“저 소리를 듣고 어떻게 진정하란 말입니까? 당장 비키십시오!”

“예정된 상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에 계신 분들은 전부 무사할 것이며 혹여 문제가 생기면 저희 황군이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가서 확인만 하겠습니다!”

나아가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기사들 간의 물러설 수 없는 기 싸움이 벌어졌다·

그런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슬그머니 한 쪽으로 빠졌다·

시선을 피해 왼쪽 모퉁이로 도는가 싶다가도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 벽을 두드려보았다·

-텅텅

빈 공간을 연상시키는 허전한 소리·

내가 원했던 소리다·

나는 바로 비기를 시전했다·

“암무 2식: 공간전이·”

-스스스

주문과 함께 손에서 뻗어 나온 안개를 벽에 갖다 대니

마치 출렁이는 물속으로 몸을 집어넣듯 내 몸은 그대로 벽 안에 전이되었다·

황성 연회 이후 두 번째 비밀통로 탐방·

일전엔 1황자의 방으로 찾아가 그들의 계획을 엿들었었지·

허나 지금 내가 갈 곳은 1황자도 2황녀의 방도 아닌 지하였다·

전생에선 딱 이때쯤 에쉘이 1황자와 협의해 황궁의 쉘터를 개조해서 만든 비밀 공간이 하나 존재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더러운 일을 계획하기 위한 작업 공간이라고 해야겠지·

아마 이번 생에도 예외는 없을 거란 생각에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다·

쉘터 바로 옆에 덩그러니 자리한 낯익은 방 하나·

딱 봐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마력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것과 더불어

낯선 누군가의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흐으윽····”

며칠 아니 몇 달은 묵힌 듯한 고약한 피 냄새가 진동함과 동시에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

그러곤 머지않아 눈동자에 담긴 익숙한 얼굴·

전신은 그야말로 상처로 도배되었으며 몇 달은커녕 몇 년은 썩혀 있었는지 수염이 바닥에 닿을 만큼 자라있었다·

뭐 예상했던 만남은 아닌데 딱히 당황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익숙한 얼굴이긴 해도 반가운 얼굴은 아니었으니·

켈린 디에고·

내가 마법을 통해 새로운 인격을 불어넣었던 에쉘의 충직했던 종자·

“시 시안 도련님?”

그 또한 나를 발견하고선 매우 간절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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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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