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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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황녀와 엘프 (2)

일족의 문제·

당연하겠지만 이것은 엘프들에게 있어서 언급하는 것조차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인계에 있는 동안엔 성녀를 제외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던 만큼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허나 눈앞의 황녀란 여인은 그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그녀의 목소리 눈빛 자세 등을 보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본인이 해결해 줄 것처럼 묻는 것 같다고

이에 로엘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일족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황녀님께서 하신 말씀은 마치 저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아직 여러분이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전 모릅니다· 그러니 해결해 드릴 수 있단 말도 아직은 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제국 황실의 일원으로서 여러분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말은 당당하게 드릴 수 있습니다·”

로엘은 물론 모든 엘프의 눈이 번뜩 뜨여버렸다·

“결국 엘프님들께서도 저희 인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오셨던 것 아니었나요?”

정곡을 찔린 그들은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못했다·

제국의 황녀가 일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분명 기뻐하다 못해 환호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엘프들의 얼굴엔 저마다 의심과 의문이 가득했다·

이유는 가득했다·

왜?

자신들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그것도 황녀라는 자가 어찌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도와주겠다며 나서는 건지

엘프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희를 도와주신다고 하셨습니까?”

가르니안이 침묵을 깨고 다시금 물었다·

“예·”

“바보가 아닌 이상 아무 이유 없이 저희를 도와주시겠다며 나서진 않으셨을 거라고 봅니다· 저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이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

대가 없는 호의는 없으며 그것은 엘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기 전까진 황녀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잡을 수 없었다·

올 게 왔다는 듯 아린은 짧게 숨을 내쉬며 그대로 말을 이었다·

“엘프님들에겐 구시대의 기록을 열 수 있는 어떤 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엘프들의 얼굴이 일순간 돌처럼 굳어버렸다·

“제가 여러분을 도와드리는 대가로 그 구시대의 기록을 확인해 볼 수 있겠습니까?”

-벌떡

흥분한 가르니안이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더 들을 필요도 없을 것 같군요· 당장 이곳을 나가주십시오!”

그의 얼굴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이곳을 나가십시오!”

“진정하시오 가르니안!”

로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르니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선 부정을 넘어 이제는 살기를 동반한 위협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적당히 하시지요·”

이에 아린의 뒤에서 그녀의 기사 레시무스가 나섰다

“아무리 이곳의 사정을 모르는 이방인이라고 한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십시오· 이곳은 우시프 제국이고 이분은 그 제국을 다스리는 황녀님이십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오?”

“당신이 그렇게 쌍심지 켠 눈으로 노려볼 사람이 아니란 겁니다····”

일족 최고의 전사에게도 밀리지 않을 강인한 기세·

둘은 금방이라도 주먹과 검을 내지를 듯 살벌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만해 레시무스!”

“진정하라 하지 않았소 가르니안!”

덩달아 놀란 양쪽에서 서로 제지하였지만 이미 불붙은 기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부 나가주세요····’

급박한 상황 속 머릿속에 들려온 아련한 목소리·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아린 뿐만이 아닌 가르니안을 비롯한 모든 엘프의 시선이 이내 한곳으로 향했다·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던 흰 머리의 소녀·

그런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직접 이분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긴장한 듯 눈에선 작은 떨림이 일고 있었다·

* * *

서로를 죽일 듯이 놀려봤던 가르니안과 레시무스도

이를 중재하던 로엘과 다른 엘프들까지 모두 방에서 나간 상황·

이제 방 안에 남은 이라곤 아린과 하스티아 단 둘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이런 식의 소통밖에 안 될 것 같아요·>

하스티아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종이에 적어 그대로 아린에게 전했다·

종이를 받은 아린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못 한다?

그럼 조금 전에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는 뭐란 말인가?

음의 높낮이마저 구분될 만큼 선명한 목소리였다·

자신만이 아닌 분명 다른 엘프들도 들은 듯한····

‘혹시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네· 잘 들려요·”

얼떨결에 답해버린 아린은 바로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저 정말로 들리세요?’

“네· 아주 잘····”

하스티아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되물었다·

‘시 신기하네요· 인간분들은 저희보다 감응력이 약해서 정신 감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어째 가능하신 분들만 만나는 느낌이에요·’

“그 그런가요?”

본래 알던 정신 감응 마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해도 어쨌든 훨씬 더 수월한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에 아린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단 제 이름은 하스티아라고 해요· 아린 황녀님이라고 해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에 하스티아 역시 조금 더 편해진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린 황녀님께선 저희로부터 구시대의 기록을 원하신다고 했는데 사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건 불가능해요· 제가 해드리고 싶어도 해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하스티아는 지금으로선 아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버렸다·

“이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일단 저희가 아니 정확히는 제가 구시대의 기록을 열 수 있는 힘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 혼자선 그 힘을 발동시킬 수 없어요· 애초에 제 몸에 봉인된 이유도 그 구시대의 기록들이 세상 밖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신의 목적이 반영된 것이니까요·’

간단하진 않지만 명확한 이유였다·

현시대의 인간들이 알 수 없도록 신이 봉인한 것이 바로 구시대의 기록·

결국 지금 아린이 하고자 하는 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 네프로디테 성녀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

하스티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녀에게 있어 민감한 부분이었단 걸 깨달은 아린은 급히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좋지 않은 기억을 꺼내게 했네요!”

하스티아는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괜찮아요! 그 성녀님의 경우는 제 몸의 깃든 열쇠의 힘을 본인의 몸으로 옮길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방금 말했듯 힘이 있다고 해서 그걸 무작정 개방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 단 말인가요?”

‘네· 신의 힘으로 봉인한 기록인 만큼 신의 힘에 필적하는 또 다른 힘이 필요해요·’

신의 힘에 필적하는 또 다른 힘?

상식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힘이 아닌가?

인간이 제아무리 발전 가능성이 뛰어난 종족이라 한들 기본적인 한계라는 게 있다·

창조주에 맞먹는 피조물의 힘이라니·

이 세상 어딜 가서 그런 힘을 구한단 말인가?

‘물론 저희 같은 평범한 이들이 그런 힘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에요· 적어도 신의 무구를 소유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아린의 얼굴이 돌연 차갑게 얼어붙었다·

“시 신의 무구요?”

‘네! 실은 얼마 전에도 만났거든요· 저희 일족을 도와주셨던 친절한 마검의 소유자님을····’

-벌떡

머리가 아닌 몸의 반응·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각한 눈으로 하스티아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순간적으로 감정이 고조된 나머지 입에선 거친 숨소리가 연거푸 새어 나왔다·

‘화 황녀님? 괜찮으세요?’

“미 미안해요 하스티아! 제정신이 잠깐 온전치 않아서····”

다시금 자리에 앉은 아린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흥분한 마음을 필사적으로 가라앉혔다·

“혹시 그 마검의 소유자란 사람 이름이····”

-벌떡

이번엔 아린이 아닌 하스티아가 벌떡 일어나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치 일련의 익숙한 기운을 느끼기라도 한 듯 사방을 살피는가 싶더니 갑자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새하얀 백석이었다·

하나 특이점이 있다면

돌 주위에 검은 연기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맴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흡사 안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울 스톤이····’

하스티아는 생각했다·

소울 스톤을 감싸는 안개가 평소보다 더 짙어졌다고·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그녀의 두 번째 영혼에 새겨진 누군가의 흔적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

그 말은 즉 그 누군가가 지금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의미였다·

‘가까이에 계신 것 같아요····’

“누가 말인가요?”

‘마검의 소유자· 시안님이요!’

* * *

여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허름한 건물·

낡은 외면과 다르게 내부는 책상 의자 등 꽤 깔끔한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흡사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실처럼 보일 정도·

맨 앞 책상엔 흰 수염이 정갈하게 다듬어진 한 노인이 촛불 하나만을 의지하며 독서를 하고 있었다·

-터벅터벅

이윽고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낯선 발소리에 노인의 시선이 돌아갔다·

잠시 경계하려는가 싶다가도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똑똑

이윽고 출입을 허락받기 위한 노크 소리가 울리자 노인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들어 와라·”

곧 문이 열리며 흑발의 남성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으니

다름 아닌 시안이었다·

“그래도 예의는 차리겠답시고 노크는 하는구나·”

노인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시안은 아랑곳하지 않은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

“노후를 아주 보람차게 보내시는군요·”

“뭐 풍족하진 않아도 만족스러운 여생인 건 사실이지·”

“귀족으로서의 삶은 버리셨어도 교육자로서의 삶은 못 버리셨나 봅니다?”

“그러는 네놈도 마찬가지 아니더냐? 귀족으로서의 삶은 버리더라도 암살자로서의 검은 못 버리듯이····”

시안은 더 이상의 반문 없이 노인과 다소 떨어져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네놈이 존경해마지 않는 스승의 얼굴을 보러 왔을 리는 없을 테고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냐?”

“제자로 인정은 해주시는 겁니까?”

“그럴까 했는데 빈손으로 온 네놈을 보고 마음을 다시 접기로 했다·”

시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다가도 노인에 손에 들린 책에 시선이 돌아갔다·

노인 역시 시선을 의식하고선 웃으며 말했다·

“호 책이라면 담을 쌓은 것 같던 네놈이 의외로구나· 읽어보고 싶은 것이냐? 하기야 요즘 제국에서 이 책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지?”

“이미 완독한 지 오래입니다· 소중한 스승님의 밤잠을 뺐을 순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노인은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 책의 저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안다고 하면?”

“그 자에 대해 아는 대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의외로구나· 왜 궁금한지에 대해선 둘째치더라도 그거 하나 묻자고 나를 찾아온 것이냐?”

“어째 하나 같이 다들 제게 말을 안 하려고 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이 대륙에서 제일 박식한 분께라도 여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쿤델 총장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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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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