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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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이름 없는 유적 (2)

아카데미가 위치한 루웬은 삼국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만큼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국경을 넘어서게 된다·

즉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스파니아 왕국의 초입·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으나 해가 벌써부터 뜨거워진 느낌이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지치는 건 아닌데 그냥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기분·

내가 지금 딱 그 상태다·

물론 그렇다고 이 메마른 땅을 맨발로 횡단하겠다는 건 아니다·

세트 녀석이 구해온 스파니아의 왕국의 고유 아티팩트이자 이동수단인 <매직 카펫>·

이걸 이용한다면 노델리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휘이잉

작열하는 태양 아래로 거친 모래바람이 살갗을 스쳤다·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목에 두른 스카프를 자연스레 위로 올렸다·

“하하! 고향의 공기는 언제 맡아도 상쾌하구나!”

반면 저 바보 왕자는 아주 구멍이란 구멍은 다 벌린 채 저 먼지 덩이를 다 받아들이고 앉아있다·

저러니 제 명에 못 살고 감기로 죽지·

가뜩이나 차올랐던 열이 저 바보 덕분에 더욱 들끓는 느낌이다·

“더워요· 선배?”

이를 지켜보던 루나브가 물었다·

“그냥 그러··· 넌 뭐 하고 있는 거냐?”

애써 괜찮은 척하려다가도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누렇다 못해 붉을 정도의 이 뜨거운 주변 속에서 어울리지 않은 푸른 물방울 같은 것이 그녀의 얼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그녀 주위에만 비가 내리는 것처럼·

“바람 속성 마법에 물 속성을 융합시킨 ‘냉방(冷房) 마법’이에요· 주변에 회오리바람을 생성시켜 머무르게 한 다음 거기에 물 분자를 생성해 빙빙 돌 게 만드는 거죠·”

인생 두 번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이었다·

“그것도 너희 학회에서 만든 마법이냐?”

“설마요? 이런 시시한 마법을 제출했다간 저희 할아버지 대노하세요· 이건 그냥 제가 즉석에서 만든 거예요·”

이건 뭐 마법 자체를 본인의 장난감처럼 개조하고 있네?

진짜 볼 때마다 감탄이 안 나올 수 없었다·

“근데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널 감시하는 학회원들은 어쩌고 온 거야?”

“걱정마세요· 이런 날을 대비한 환영 아티팩트를 두고 왔으니까·”

“환영 아티팩트?”

그녀는 주머니에서 자신을 닮은 작은 인형을 꺼내 보였다·

“원리는 마리오네트랑 비슷해요· 마력이 담긴 인형에 제 마나를 주입해서 형태를 갖춘 뒤 소환과 운용의 형태로 재구성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 아카데미엔 저를 닮은 분신 인형이 저를 대신하고 있을 거예요· 제 학회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고요·”

뭔가 할 말이 많았는데 급격하게 사라진 느낌이다·

그녀이기에 가능한 실로 완벽한 대처·

얼굴이 흉측하고 몸이 거대해야지 괴물이 아니다·

차마 같은 인간이라 생각 못 할 만큼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괴물인 것이다·

하물며 나란 놈도 그동안 꽤 많은 이들로부터 괴물이라 불려왔겠지·

문득 이 천재 소녀가 전생에 죽지 않고 계속 가람 왕국에 남아있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살짝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선배도 해드릴까요?”

“됐어· 아직은 버틸만해·”

“싫음 말고요·”

조금 토라진 듯 그녀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몸은 괜찮은 거야?”

“네?”

“너 정상적인 상태도 아니라며 그런 식으로 마나를 써도 무리는 없는 거냐고·”

하트 커브를 제거하면서 혹시 모를 부작용이 생겼을지 모른다·

몸을 갉아먹는 게 사라졌다 해서 나빠졌던 몸이 한순간 회복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저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가다가 뜬금없이 비명횡사해버리면 나만 곤란하니까·”

일직선을 그리던 그녀의 입에서 대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심하세요· 선배가 걱정할만한 일은 안 벌어질 테니까·”

“제발 좀 그래 주렴·”

가식 하나 없이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장애물 하나 없이 순조롭게 비행 중인 카펫 위·

좀처럼 내 뒤통수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녀의 그윽한 시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 * *

카펫을 타고 꼬박 하루를 날아 마침내 목적지인 노델리에 도착했다·

세트 녀석이 길 안내를 잘해준 덕분인진 모르겠으나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거친 모래 바닥 위로 발을 올리자 더위를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확실히 앞서 지나온 장소들보단 더위는 덜한 곳이었다·

“유적은 마을 중심부를 지나서 끄트머리쯤 가야 있어· 그 촌장 영감이 또 출입을 허락해 줄진 모르겠지만 안 되면 몰래 들어가지 뭐!”

마수와의 재회를 앞두고서 신이 났는지 세트는 연신 히죽대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마을이라 말은 들었지만 이건 조용한 걸 넘어서 뭔가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당장 보이는 주택만 세 채인데 어째 안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한 것 같은데요? 원래 이런 곳인가요?”

“아냐! 한적한 곳이긴 해도 사람 냄새는 나는 곳이라고! 어디 단체로 놀러라도 갔나?”

둘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계속해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이! 아무도 없어? 나 오래간만에 왔는데 인사라도····”

“얼른 숨어요!”

잠자코 있던 루나브가 대뜸 세트의 옷깃을 잡으며 소리쳤다·

나 또한 전방에서 느껴진 낯선 인기척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왜 뭔 일인···!”

당황한 그의 입을 애써 틀어막은 뒤 살며시 고개를 내빼보았다

전방 모퉁이에서 돌아 나오는 낯선 두 명의 남성·

한눈에 봐도 마을 주민은 아니었으며 익숙한 푸른색의 마법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이 대륙에서 저 로브를 입고 다닐만한 놈들이라면·

“가람 학회 사람들이에요·”

루나브가 당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앞서 보인 두 명에 이어 세 명의 학회원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기라도 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생각보다 결단을 빨리 내리신 모양이네요·”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씀드렸잖아요· 마서와 유적에 대한 정보를 저희 학회에서도 알고 있다고· 그 정보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하러 온 거겠죠·”

일이 영 좋지 않게 꼬인 느낌이다·

세트 녀석 혼자라면 모를까 나와 루나브는 저들에게 들켜서 별로 좋을 게 없다·

일단은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쐐액

육중한 뭔가가 내 옆을 빠르게 스치며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 한 명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평화로운 체험학습이 되기는 그른 것 같네요·”

한순간 난감해진 나와 루나브가 마주한 것은 분노에 잠식되어 온몸으로 마력을 방출하고 있는 모래의 왕자였다·

눈가엔 거센 살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세상 살면서 보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바보의 분노라고 했다·

한 번 분노하면 어떠한 사리분별도 불가능한 만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

저 바보 왕자가 지금 딱 그러한 상태였다·

“스파니아의 왕자 세트 샤하르칸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부터 3초 줄 테니 네놈들은 누구고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이며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전부 설명해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학회원들은 뭐라 반응조차 못 하고 있었다·

“삼····”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세트는 카운트를 시작했다·

“이····”

학회원들의 입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일···!”

기어이 폭발한 세트가 그들을 향해 또 한 번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텅!

난데없이 나타난 투명한 장막이 세트의 주먹을 막아냈다·

“···!”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 녀석은 주먹을 빼고 뒤로 물렀다·

이윽고 소란을 듣고 달려온 학회원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 모습을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루나브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감하네요· 설마 저 사람이 왔을 줄이야·”

똑같은 로브를 입은 학회원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한 사람·

하얀 장발에 입가엔 옅은 주름이 져있는 중년의 남성으로 외면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가히 일반적이지 않았다·

“누군데?”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요·”

“뭐?”

“농담이고요· 카론 레인즈 라는 이름의 가람 학회에서 할아버지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관계자예요· 이번 조사의 총책임자로 온 것 같아요·”

어쩐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이름을 들은 순간 바로 감이 왔다·

전생에 가람 학회를 배신하고 제국에 투항했던 8성급 마법사 일각에선 가람 왕국을 망친 주범으로 불렸다·

나랑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지만 그렇다고 썩 좋게 볼 놈은 아니지·

어쨌듯 내가 제일 혐오하는 행위인 배신을 저지른 놈이니까·

“어차피 그냥 두고 봐야 상황만 더 커질 것 같으니 제가 나서도록 할게요· 선배는 가만히 계세요·”

“뭐라고? 야! 잠깐···!”

뭐라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바로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뛰쳐나갔다·

* * *

거구의 체형으로부터 뿜어지는 거센 마력과 살기·

한눈에 봐도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바로 터질 것 같은 초조한 대치 상황 속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주세요·”

이내 루나브를 발견한 학회원들의 입이 하나둘 떡하고 벌어지기 시작했다·

카론도 그녀를 발견하고선 당황을 금치 못했다·

“루 루나브님?”

세트 역시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루나브님께서 여긴 왜 계신 겁니까?”

“여기 있는 세트 왕자와 체험학습 나왔어요· 이 마을에 있는 이름 없는 유적을 탐방하려고요·”

“유적 탐방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카론이 찾아온 이유와 다를 거 없는데요?”

그 말 한마디에 카론의 입이 턱하고 막혔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루나브는 바로 질문을 이었다·

“일단 세트 왕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부터 물어볼게요· 마을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잠시 주저하던 카론은 절제된 목소리로 답했다·

“노델리의 주민들은 현재 촌장 집에 모여 있습니다· 안정적인 유적 탐방을 위해 잠시 양해를 구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가람 학회의 이름을 걸고 어떠한 불순행위도 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렇다는데요?”

이에 루나브가 세트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아는 사람들이야?”

“제가 소속되어 있는 마법 학회 사람들이에요· 저희랑 똑같이 유적 탐방을 하러 왔나 봐요·”

세트의 의심 가득한 시선에도 루나브는 무덤덤하게 맞받아칠 뿐이었다·

“판단은 내가 보고 해····”

결국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짓겠다는 의사를 보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세요· 세트 왕자는 보고 나서 판단하고 싶대요·”

카론 또한 의심이 담긴 시선으로 물었다·

“···동행인은 저 세트라는 남자가 끝입니까?”

“네·”

루나브는 일 초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럼 뒤에 있는 자는 누굽니까?”

순간적으로 느껴진 인기척에 루나브는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나까지 동행인이야·”

“시 시안 선배?”

숨어있으라 했던 시안이 대뜸 그녀의 뒤에 나타나 있었다·

“다 당신이 시안 베르트?”

가람 학회의 고위 관계자로서 그의 이름을 모를 순 없었다·

사방에서 전해오는 학회원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시안은 팔짱을 낀 채 덤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일단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시죠·”

뭔가 더 묻고 싶은 말은 많아 보였지만 지금은 하지 않으려는 듯 카론은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세트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일단 당장의 상황은 넘긴 듯 보였다·

“무슨 생각이세요· 선배?”

“왜?”

“여기 있는 거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요?”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시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세트가 뛰어든 순간부터 일은 그르칠 수밖에 없었어· 차라리 서로 다 까고 붙어있는 게 나아·”

“그런가요?”

말은 안 했지만 루나브는 속으로 내심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를 시안이 별거 아니라는 듯 위로해주니 그녀의 입가로 또다시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

그 모습을 멀지 않은 곳에서 카론이 지켜보고 있으며 그 시선을 시안 또한 의식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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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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