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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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근거 있는 믿음 (1)

주문과 동시에 마검에서 안개가 피어올랐고 그대로 소유주의 몸을 감싸 안았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이타적인 기운·

마검을 발현시킨 시안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변모한 마검으로 보는 게 옳을 듯싶었다·

손발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신경이 얼어붙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보리스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희열로 가득했다·

미친놈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그는 지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에 무척이나 심취한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찢어발길 것 같은 살기 거기에 수반되는 짜릿함·

시안 베르트 그는 누구일까?

대체 누구길래 자신의 탐구욕을 이리 자극하는 것일까?

저 검디검은 안개에 가려져 있는 미지의 내면을 탐구하고 싶단 욕망에 전신을 빼앗길 것만 같아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타앗!

마검과의 합일을 마친 시안이 마침내 보리스를 향해 질주했다·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속도·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목이 베였을 것이다·

하지만 보리스는 알 수 있었다·

저 마검의 주인은 절대로 자신을 쉽게 죽이진 않을 것이란 걸·

저 두 눈에 또렷하게 서린 복수의 감정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그거야 지금부터 찬찬히 알아보면 될 노릇이니·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내서라도 하다못해 아직 연마하지 못한 성서의 마법을 꺼내는 한이 있더라도

저 시안 베르트란 존재를 탐구하고야 말····

“멈춰라·”

욕구에 흥분하던 것도 잠시

화산처럼 끓어오르던 그의 감정을 내면의 목소리가 멈춰 세웠다·

“이대로 물러난다·”

보리스는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검의 주인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찌하여····”

“네가 상대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단호하면서도 엄중한 목소리에 보리스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오직 그에 눈에만 지고한 성서의 영혼이 어느샌가 나타나 마검의 주인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에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을 숨기고 있었군····”

그의 목소리엔 흥미가 아닌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다·

* * *

뭔가 주문을 외치는가 싶더니 그의 발밑으로 마법진이 그려졌다·

이거 뭔지 안다·

도주 마법이다·

뭐라도 할 것처럼 혀를 기똥차게 놀려댈 땐 언제고 이제 와 도주 마법을 시전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텅!

마나를 모으고 있는 양팔부터 잘라버리려던 것도 잠시 얇고 투명한 무언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쉽군요· 시안 학생과는 좀 더 담소를 나누며 즐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여기서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헤어져? 누구 맘대로?

내가 온전히 보내 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딴 놈도 아닌 너를 두고?

-쩌적

놈이 설치한 마나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꽤 강도 높은 벽을 만들어내긴 했다만 나한텐 어림도 없다·

-콰창!

벽이 부서진 순간 지체하지 않고 다시 놈에게 달려들었다·

“마 마리오네트!”

푹 젖은 빨랫감마냥 널브러져 있던 인형들이 꼴에 호위병이랍시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참으로 같잖아서 우스울 지경·

-서거걱!

혹여나 다시 일어나 달려들지 못하도록 아예 그 자리에서 사지를 찢어발겼다·

수십 조각으로 찢긴 인형들은 더 형체를 유지할 것도 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 어찌하여 저주가?”

저주? 무슨 저주?

설마하니 내 몸이 저 인형들처럼 찢기길 원했던가?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딴 얄팍한 저주 따위 내겐 통하지 않는다·

-푸욱!

놈의 심장으로부터 정확히 한 치 위·

전생 때부터 고대해왔던 첫 복수의 칼날을 드디어 놈에게 선사했다·

“크아악!”

도신의 서늘한 감촉이 뜨거운 살집과 맞닿은 경이로운 만남에 그가 비명을 질렀다·

짜릿하다·

수천 수만 번 검을 찔러 넣는 동안 이토록 기분 좋은 적이 있었던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감싸 안고 있다·

[늦었네·]

거기에 초를 치는 케이람의 한 마디·

“키킥····”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슈우웅

어느샌가 완성된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발산되면서 녀석의 몸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도주 마법이 발동된 것이다·

그 잘난 신의 힘을 발동시켜 한다는 짓이 고작 줄행랑이라고?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시안 베르트····”

감정에 너무 충실했던 것일까?

표적을 놓치는 일 따윈 절대로 하지 않았던 내가 다름 아닌 전생의 원수를 눈앞에서 놓치게 생겼다·

아 짜증 나네·

-콰직!

“아아악!”

욱여넣은 케이람을 사정없이 비틀었다·

난 아직도 기억한다·

성검의 빛이 내 심장을 관통하는 동안 네놈과 그 악마 자식이 짓고 있던 그 엿 같은 눈빛을!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며 넌 그저 철저히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비웃음!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난 네놈과 그 악마의 더러운 속내를 알고 있다·

허나 니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탐구욕에 찌든 네놈이라면 나를 미치도록 알고 싶어 하겠지·

그러니 계속해서 의심하고 궁금해해라!

니들이 진정으로 힘을 얻고 나란 존재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을 쯤 이면

난 네놈들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절망이란 선물을 이미 완성하고 남았을 테니!

그러니 그때까지·

부디 목 잘 닦고 있길 바란다·

“으아아악!”

끊어질 듯한 비명소리를 마지막 인사로 대신하면서

보리스는 결국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 * *

들끓어 오른 감정을 식히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놈이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 결계를 먼저 설치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무의미한 생각이다 싶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쉽네· 간만에 괜찮은 놈 좀 상대하나 싶었는데····]

케이람은 그런 나를 보며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어 그대로 되물었다·

“왜 말 안 했어?”

[뭘?]

“성서의 주인이 이곳에 있었다는 거 말이야· 너라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신의 무구가 같은 신의 무구를 못 알아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케이람은 분명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여태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 먼 산을 보며 말했다·

[그런 거 일일이 따지고 살면 너만 피곤해진다? 옛일에 신경 쓰지 말고 벌어진 일에나 집중하라는 말도 못 들어봤니?]

어영부영 무마시키시겠다?

저 불편한 얼굴만 봐도 뭔가 말 못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단 이 건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다시금 당주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피신해 있던 대원들이 금세 돌아와 뒤처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주는 그 사이에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빤히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오라는 무언의 의사를 전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대로 다가갔다·

“네가 먼저 말할래? 아님 내가 먼저 말할까?”

뭐가 됐든 서로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을 상황·

편할 대로 하라는 선택권을 받긴 하였으나 솔직히 먼저 말한다 해서 뭘 먼저 말해야 할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단 얼굴이구나?”

그런 내 속마음을 당주는 정확히 캐치해냈다·

“그럼 내가 먼저 물으마· 꼭 하고 와야 한다는 일 처리는 잘하고 온 거니?”

“네 뭐 대충은요····”

나도 모르게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했다·

“열흘 정도라고 하지 않았니? 생각보다 더 빨리 돌아와서 솔직히 좀 아쉽구나· 딱 네가 돌아왔을 때쯤 일을 끝내려했는데 말이지····”

처음부터 계획을 세웠던 건지 아님 우발적으로 그랬던 건진 모르겠으나 당주는 보리스를 정말 죽일 작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녀가 검을 든 맨얼굴을 드러낼 일은 없었을 테니·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왠지 빨리 돌아와야 할 것 같아서요·”

살며시 케이람이 있는 쪽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구나· 허울뿐인 학자는 아닐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성서의 보유자였을 줄이야·”

당주가 소환했던 ‘검은 탐욕의 안개’는 때에 따라선 9성급 대현자의 마력도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한 마법이다·

저 안개에 잡아먹히고서 살아남을 인간은 장담컨대 이 대륙에서 다섯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성서의 주인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성서 히스크레아·

역겨운 종이쪼가리라고 잠시 폄하하긴 했으나 신의 무구가 가진 위력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태초부터 정해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신의 힘·

그가 언제부터 성서를 보유했고 그 힘을 얼마나 다루고 제어할 수 있는진 알 수 없지만 그때 성서의 빛으로부터 발현되었던 마력의 양을 따져봤을 땐····

자칫 먹히는 건 보리스가 아닌 당주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걸 당주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오로지 보리스를 죽여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일원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을 거다·

왜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 때문이겠지·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진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말하지 않았니? 난 네가 위험에 빠지는 꼴 못 본다고· 학생의 쾌적한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 교관이 힘쓰겠다는데 문제 될 건 없지 않겠니?”

늘 저런 식이셨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 어떤 위험이 닥치든 간에 상관없이 그녀는 계속 나를 위한 정화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아는 나로선

지금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더 안 물어보실 겁니까?”

“뭘 말이니?”

“뭐든지요·”

보리스가 아카데미에 온 이유는 지극히 일관적이었다·

빛을 위협하는 안개의 존재를 찾는 것·

어디서부터 꼬리를 밟혔는진 모르겠으나 녀석은 처음부터 나를 의심범주에 넣어놓고 있었다·

전적으로 내가 해결했어야 할 일이지만 당장 누나의 일이 급했던 나로선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만약을 방지하고자 브라이언 일행을 잠시 다른 곳에 대피시켜놓긴 했다만

결국 이 일은 전적으로 나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물어볼 법도 하고 추궁할 법도 한데

그녀는 참 한 결 같이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렇게 삐뚤어진 눈으로 질문을 강요하는 학생은 또 처음 보는구나· 우리 시안 학생은 내가 뭘 물어주길 바라는 걸까?”

발걸음을 뗀 그녀가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가 계승자로서 완벽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

“····”

“아니면 아에르님 조차 위치를 모르고 계셨던 마검을 찾아낸 경위?”

“····”

“아니면 피가 뒤섞인 가족을 극도로 증오하는 이유?”

이미 거기까지 다 알고 계셨다 이건가?

하기야 나란 존재를 하나부터 열까지 옆에서 꼼꼼하게 지켜보는 분이신데 그 정도 사전조사야 이미 다 끝내놓고도 남으셨겠지·

-턱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그녀가 대뜸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에도 말했잖니? 난 아무것도 묻지 않을 거라고····”

“아무것도 말입니까? 제가 무슨 짓을 한다 해도?”

당주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에 거짓이 먼지만큼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기분이 참 묘했다·

‘무지한 신뢰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여기서 갑자기 그 머저리 신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당주가 나에 대해 무지한 신뢰를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내가 계승자이기 때문에

그 절대적인 이유 하나를 바탕으로 그녀는 나를 향한 근거 있는 신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그 신뢰에 근거를 좀 더해줘도 나쁠 건 없지 않을까?

다시금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전 이미 한 번의 인생을 살다 왔습니다·”

“···?”

당주의 미소가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그 한 번의 인생에서도 당주님을 만났었죠·”

흥미롭다·

전 현생을 통틀어 당주가 저리 당황한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부디 화는 안 내셨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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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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