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20


제120화· 성서 (4)

성서를 쥔 손에서 떨림이 일었다·

생물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독살스러운 기운 살기·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기운이다·

보리스만이 아닌 다른 암살자들도 이 기운을 느꼈는지 하나둘 주변을 떠나기 시작했다·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얼굴로·

“신의 마법이라 했나요?”

마력을 끌어모으던 시리카가 웃으며 말했다·

“인간의 경지를 훨씬 웃도는 힘이라곤 해도 결국 당신 또한 그 힘을 빌려오는 것에 그칠 뿐이겠죠· 힘의 근원이 뭐든 간에 상관없이 그 힘을 진정 내 힘으로 완성시켰을 때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보리스 교관?”

그 말을 들은 보리스의 눈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당신 말이 맞아요· 신의 힘은 우리 인간이 쓰기엔 너무 과분하죠· 하지만 그 힘을 진정 본인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나아갈 길은 끝도 안 보일 만큼 무궁무진하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당신은 아직 멀었단 뜻이야·”

곧 시리카의 등 뒤로 신의 힘이 담긴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으로선 절대 발현할 수 없는 검은 안개의 힘·

아에르를 추종하는 집단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지만 지금 시리카가 발현하고 있는 힘은 안개의 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개의 힘을··· 마력과 결합한다고?’

예상치 못한 현상에 보리스는 잠시 넋을 잃었다·

시리카의 몸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곧 그녀가 앞서 발현해낸 마력과 융합되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결합을 이루어냈다·

초월자가 부여한 신의 힘과 그녀 스스로가 이루어낸 독자적인 힘 마력의 결합·

이것은 가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였다·

“소환: 검은 탐욕의 안개(Black Mist of Greed)!”

고혹적인 미소와 함께 그녀가 융합된 마력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니 그 속에서 응축된 안개들이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키키킥····”

퍼져나간 안개는 차츰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살기에 버무려진 어느 짐승의 모습으로 변했다·

검은 탐욕의 안개·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어둠의 본성과 안개 신의 힘이 어우러져 탄생한 새로운 초월적 개체이며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녀의 고유 소환체였다·

“뭘 얼빠진 표정을 하고 계세요? 이것도 엄연한 마법일 뿐인데?”

거짓말은 아니었다·

저 말도 안 되는 소환체의 근원도 어찌 됐든 마력·

내면에서 이끌어낸 안개의 힘을 고등급의 마력으로 변형시킨 것이니 결국은 소환마법의 일종이었다·

“아무리 검은 안개의 신을 물려받았다곤 하나···· 차마 박수를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군요· 실로 대단한 경지입니다· 시리카·”

“칭찬이라기엔 너무 가소로워서 별로 기쁘진 않네요·”

그녀의 경지를 칭찬하던 것도 잠시 보리스는 다시금 미소와 함께 성서를 펼쳤다·

“아무리 깜깜한 어둠이라 한들 결국 작은 빛에도 걷히기 마련이죠·”

펼쳐낸 성서에서 또 한 번 빛이 일었으며 그 속으로 마력이 집중되었다·

“당신의 어둠은 결코 제 빛을 가리지 못합니다·”

“1분 뒤에도 그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안개와 빛의 기운이 서로를 소멸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를 본 시리카는 생각했다·

30 내지 40퍼 정도·

자신이 소환한 검은 탐욕의 안개가 그의 마력을 집어삼킬 확률이었다·

허나 성서의 빛에 계속해서 더 많은 마력이 모임에 따라 그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10프로··· 조금 안 되는 확률이려나?’

이것이 성서의 힘인 걸까?

어느 정도 상정했던 확률이었기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이미 처음 얼굴을 드러냈을 때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는가?

계승자에게 접근하려는 보리스 르헬름을 죽이고 그 위협을 없앤다·

이것은 미스트의 당주이자 그의 지도자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

다른 길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마음을 굳힌 시리카는 바로 지시를 내렸고 지시를 받아들인 탐욕의 안개가 성서의 빛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허나 그들은 보았다·

탐욕의 안개와 성서의 빛이 맞닿으려는 순간 그 위로 또 다른 미지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는 것을·

-쐐액!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안개와 빛은 두 방면으로 분산되었다·

“···?”

시리카와 보리스 두 사람 모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허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보리스와 다르게 시리카는 무슨 일인지 작게나마 짐작한 듯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

보리스가 의문을 표한 것도 잠시 곧 분산된 안개 위로 자줏빛 도신을 쥐고 있는 핏빛의 눈동자가 붉게 반짝였다·

찬란한 성서의 빛을 가를 수 있는 진리의 어둠·

그 어둠을 담아내고 있는 또 하나의 신의 무구·

보리스는 비로소 눈치챌 수 있었다·

저 사신보다 추악한 붉은 눈동자의 주인이

자신이 찾던 마검의 소유자라는 것을·

* * *

마검의 검기와 성서의 빛이 맞닿으면서 생성된 아공간과 그 위로 두 발을 마주 붙이고 서 있는 두 명의 남녀·

미소가 만연할 만큼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는 흑발의 여성과 다르게 백발의 남성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물려받은 절대적 무구·

마검 케이람과 성서 히스크레아의 만남이었다·

“약속을 어기셨군요· 케이람?”

성서 히스크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음?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당황스럽네? 내가 무슨 약속을 어겼다는 거지?”

“서로가 서로의 일은 참견하지 않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당신이 제게 신신당부를 하셨던 거로 기억합니다만?”

“응 맞아! 그랬었지! 그래서? 그게 뭐 문제가 됐어?”

뭐가 문제냐는 듯 계속해서 시치미로 일관하니 히스크레아의 눈엔 언짢음이 가득했다·

“어찌하여 그대와 그대의 주인이 여기 있냔 말입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전혀 다른 곳에 있지 않았습니까!”

“아 우리 주인 촉이 좋은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검이 주인 말을 따라야지 뭐 별수 있겠어?”

케이람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끝끝내 부인했다·

이에 백설처럼 하얗던 히스크레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깨어나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다시 잠에 드려 하시는군요· 그렇게 끝까지 부인하실 생각이라면 뭐 좋습니다· 저도 뒷일은 책임지지 않도록 하죠·”

“뭐래니 얘?”

협박성 짙은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케이람은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 착각하고 있구나?”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와 이를 받쳐주는 살기 어린 눈빛·

얼음보다 차갑고 밤하늘보다 음침한 마검의 미소가 지어지니

그 모습에 반응하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나랑 내 주인이 여기 온 이유를 아직도 뭔지 모르겠니?”

경위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딴 걸 신경 썼으면 애초부터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마검과 마검의 소유주가 이곳에 나타난 절대적인 이유는 단 하나·

“그냥 너 새끼들 다 없애버리러 온 거야·”

그거 하나만을 위해서 온 것이었다·

“우리 주인이 지금은 특히나 더 벼르고 있거든····”

분노 증오 살의·

마검이 제일 좋아하고 원하는 소유주의 부정적인 감정·

그 감정을 현재 전신으로 만끽하고 있는 케이람으로선 차마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 * *

예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대놓고 벌어졌을 줄은 몰랐다·

어디서부터 먼저 시작된 걸까?

굳이 따져본다면 아마 당주 쪽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뭐 나쁘게는 생각 안 한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상황을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의 과오일 수 있으니·

살며시 고개를 돌려 당주 쪽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전부를 먹어치울 것 같던 탐욕의 안개는 보리스를 보고 있던 것과 다르게 나를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 아래론 웃는 건지 정색한 건지 미묘한 얼굴의 당주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고·

뭔 일이 있었는지 대충 그려는 진다만 정말 앞뒤 안 보고 저지르실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

당주는 딱히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의 반쯤 내려앉은 눈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난 잘못 없다·’

어련하시겠습니까?

근데 그녀의 상태를 보아하니 뭔가 잘 되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몸 군데군데에 생겨난 좀처럼 보기 드문 상처들·

어디 가서 칼에 베이실 분은 아니겠다만 주변에 널브러진 마리오네트들을 보아하니 뭔 일이 있었는지 바로 예상이 갔다·

인형 저주술을 쓴 거겠지·

아무리 마법에 능한 당주라 해도 접해본 적이 없었을 마법인 만큼 당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와중에 저 ‘검은 탐욕의 안개를 소환’했다는 게 대단할 따름이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마침내 이 사태가 벌어진 장본인을 쳐다보았다·

“····”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처음 봤을 때보다 덜하긴 해도 놈에 대한 내 분노와 살의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케이람을 쥔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군요· 시안 학생····”

반갑게 말을 건네는 모습에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 놈의 면상은 둘째 치고 놈이 들고 있는 새하얀 책에 먼저 시선이 갔다·

미리 말하자면 난 저게 뭔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있다면 나에게 있어 그다지 달갑게 볼 물건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뭐야 저거?”

[···음? 설마 나한테 물은 거야?]

“여기 너 말고 답할 사람이 누가 있어?”

케이람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의외네? 쟤도 전생의 원수라며? 당연히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모든 걸 다 알았다면 내가 그렇게 뒤통수 맞고 죽지도 않았겠지·

저 눈이 부시다 못해 빠질 것 같은 책은 내 전 현생을 통틀어 본 적이 없다·

근데 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

[성서 히스크레아···· 들어본 적은 있지? 설명 더 해줘?]

“아니야· 그거면 됐어·”

빛의 신 루멘델이 인간을 위해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마법 교서·

분명 성검 듀란다르크와 함께 대륙에 구원의 빛을 가져다줄 또 하나의 무구라고 알려졌었지·

개뿔이나·

나로선 역겹다 못해 울화가 치밀 성검의 빛과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데

내 어찌 저 종이쪼가리를 좋게 볼 수 있을까?

하물며 그 종이쪼가리를 들고 있는 저 면상의 주인까지도····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공작님의 막내 도련님이 사실은 검은 안개의 추종자였다니···· 무척 흥미롭지 않을 수 없군요·”

참 오랜만이다·

저 넌더리나다 못해 구역질이 올라오는 가증스런 미소를·

“그대로 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만큼····”

나를 경계하기라도 한 것일까?

녀석이 성서를 내세움과 동시에 마력을 발산시켰다·

이전 면담 때랑 비교한다면 어째 분위기가 서로가 뒤바뀐 느낌인데?

당시야 놈이 뭔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고 나 자신을 숨겨야 했던 상황인 만큼 경계에 경계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르지 않은가?

나나 당주나 모든 것을 드러낸 상황에 못 보던 걸로 하자며 그냥 바이바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조금 앞당겨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만

그거대로 또 나쁠 건 없지·

“암무 9식: 마검 발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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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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