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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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9화

679. 비상(飛上) 3

리허설이 시작되고 나와 덕배는 마주 보며 칼을 들었다.

이제부터 액션 합을 맞추는 거라 서로 간에 상의도 하고 무술 감독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첫 방송의 긴장감 때문인지 덕배는 벌써 배역에 몰입했다.

덕분에 덕배의 눈에서는 스산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내가 대역을 맡은 ‘태청랑’은 신라의 대적인 백제의 사주를 받은 반역자이자 덕배가 연기하는 ‘김법민’의 아버지인 신라의 대귀족 ‘김춘추’를 죽이려는 원수였다.

그래서인지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듯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순간 안석칠 무술 감독이 나직한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야~ 덕배 눈빛 좋네. 그래. 액션 배우는 눈빛이 살아있어야지!”

‘아니 이 상황에 눈빛이 좋으면 어떻게 합니까 감독님!’

물론 둘 다 들고 있는 칼은 날이 없는 플라스틱 가검에 특수 도료를 뿌려 진짜 검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온몸에는 보호 장구를 두르고 있었기에 절대로 베이거나 할 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맞으면 아프다!

그런 내 속내도 모른 채 안석칠 무술 감독은 만족한 표정으로 덕배의 자세를 몇 번 교정해 주더니 이번엔 내게 다가왔다.

“우리 정 실장은 자세가 상당히 괜찮네. 어디서 칼 쓰는 법이라도 배웠나?”

안석칠 무술 감독이 내가 칼을 잡은 것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다.

“아뇨?”

“그런 것 치고는 파지법부터 제대론데?”

“아~ 이건 배우들 상대해 주다 알게 된 겁니다.”

회귀 전 사극에 나가는 배우들의 칼싸움 상대(?)가 되어 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액션 전문이 아닌 배우들은 아무리 무술 감독이 리허설 시켜주고 합을 맞추게 해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난 그들의 상대가 되어서 칼날에 맞아 쓰러지는 역할을 해야 했다.

반사신경이 좋았기에 상대가 칼을 어떻게 찌르던 흘려내면서 다치지 않고 죽어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배우들은 내가 자기 칼을 피하는 게 짜증 난다며 혼자 열받아서 가검을 위험하게 휘두른 배우도 있었다.

‘어우~ 생각하니까 다시 열 받네 오태중.’

현재 TNT 엔터 소속 배우로서 한창 이름을 알리는 남자 배우 하나의 이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당시에 가까스로 바닥을 굴러서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뼈 한 군데는 벌어졌을 것이었다.

어쨌건 안석칠 무술 감독의 칭찬을 들은 뒤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일단 제대로 합 맞추기 전까지 절대로 칼 휘두르는 속도 올리지 마. 10번 정도는 혼자 연습하고 서로 합 맞추면서 천천히 속도 올릴 거야. 알았지?”

“예.”

동시에 대답하자 안석칠 무술 감독이 말한다.

“자 덕배부터 따라 해보자. 그리고 정 실장은 뒤에서 덕배 하는 걸 잘 봐. 한 걸음 아니 한 걸음만 더 뒤로. 오케이.”

실전 같은 리허설을 해야 한다며 상대를 세워놓고 리허설을 시킨다.

“덕배야 칼이 아닌 내 손목을 잘 봐. 어차피 칼은 내 손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움직이면 돼.”

안석칠 감독이 칼을 잡고 덕배가 사용할 칼의 움직임을 시연한다.

느릿느릿.

극 중 덕배가 연기하는 ‘김법민’은 당나라에 유학온 문인이라는 설정이지만 <화란전>의 세계관에서는 국선만큼이나 칼을 잘 쓰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무술 실력을 늘 숨겨야 하는 터라 주로 간결한 무술을 사용한다.

안석칠 감독은 그렇게 ‘김법민’이 쓰는 특유의 무술을 설명하며 시연을 마무리 지었다.

“여기까지. 덕배는 일단 본 대로 따라 해봐. 얼마나 기억하는지 한번 보자.”

“예. 감독님.”

덕배가 날 노려보며 닿지 않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워낙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어 마치 이미 칼에 베이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덕배가 한숨을 내쉬고 동작을 정리하자 안석칠 무술 감독이 감탄을 내뱉었다.

“이야~ 역시 타고났네 타고났어.”

한 번만 알려줬을 뿐인데 곧잘 해냈다며 칭찬이 이어진다.

“감사합니다.”

“그래. 하여간 일단 동작은 가닥을 잡은 거 같으니까 거기서 속도만 올려보자. 내가 됐다 할 때까지.”

“예.”

덕배는 똑같은 동작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점점 빨라지는 칼날에 피부가 따끔따끔거리는 기분이 든다.

‘덕배야. 나 진짜 죽일 거 아니지?’

그런 생각이 딱 들 정도가 되었을 때 덕배가 움직임을 멈춘다.

“후욱-후욱.”

안석칠 무술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액션 팀 소속 식구들보다 덕배가 낫네. 하하하. 그럼 덕배는 잠깐 쉬고······.”

만족한 안석칠 무술 감독이 이번엔 날 쳐다본다.

“정 실장. 그쪽이 맡은 태청랑은 화려한 검술을 써야 하니까 손에 힘을 빼고 칼을 빠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줘. 처음과 끝만 자세를 잘 잡아주면 돼. 여차하면 중간 부분은 내가 대역으로 나설 테니까 정 실장은 처음과 끝의 동작 끝맺음만 잘 해줘.”

‘태청랑’은 국선 아래서 화랑의 네 무리를 이끄는 수장 중 한 명으로 화려한 검술로 유명하다.

그래서 태청랑 역을 맡은 한선명은 3개월 동안이나 검술에 대한 특별 훈련을 따로 받았었다.

그러니 당장 준비가 안 된 내가 따라 하는 건 힘들다며 여차하면 자신이 재촬영에 나서겠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덕배를 더욱 빛나게 해주기 위해서.

그때 안석칠 무술 감독이 빠르게 칼날을 휘두른다.

덕배에게 보여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한 동작의 칼 놀림이 펼쳐진다.

휘릭~ 휘리릭~

눈 깜짝할 사이 시연을 끝낸 뒤 안석칠 무술 감독이 오른손에 든 칼날을 떨어뜨린다.

챙그랑.

그는 두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꾹하고 누른다.

‘김법민’의 일격에 배를 베인 ‘태청랑’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다.

털썩.

안석칠 감독은 바닥에 주저앉은 뒤 난간에 기대 죽는 연기까지 한 번에 모조리 다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뒤.

마지막으로 고개를 천천히 숙이더니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

“후~ 여기까지.”

안석칠 무술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툭툭 턴다.

“정 실장은 최대한 하는 데까지만 해봐. 너무 욕심부리지는 말고.”

“일단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때 덕배가 맞은 편에서 몰입이 잘되도록 칼을 잡아준다.

“형. 저도 칼 잡고 있을게요.”

“땡큐.”

난 눈을 부릅뜬 덕배를 보며 왼손에 들고 있던 ‘태청랑’의 푸른 가면을 뒤집어썼다.

리허설이라 가면을 쓸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실전처럼 하고 싶어서였다.

눈과 코 그리고 입만 뚫려있는 푸른색 가면을 얼굴에 쓰자 기분이 착하고 가라앉는다.

주변이 조용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 순간 난 모든 감각을 끌어올리며 조금 전 봤던 안석칠 무술 감독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감각이 점점 예민해진다.

난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빠르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딸그랑.

무아지경에 빠져 칼을 휘두른 뒤 마지막 동작에서 본 대로 칼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선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날 때까지도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

‘뭐지? 내가 실수한 건가?’

이상한 마음에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덕배와 안석칠 무술 감독 그리고 촬영을 준비하던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멍하니 멈춰 있다.

난 쓰고 있던 태청랑의 푸른 가면까지 벗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다들 왜 그러세요?”

그때였다.

안석칠 무술 감독이 큰 목소리로 외친다.

“정 실장. 뭐야? 칼 배운 적 없다면서?”

“예. 없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 와~”

그 순간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와~ 대박이네.”

“어떻게 수개월 이상 연습시킨 선명이보다 정 실장 검술 테가 훨씬 더 살지? 비율이 좋아서 그런가?”

“태청랑 여기서 죽이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러게? 그냥 정 실장을 대역시키면 될 거 같은데?”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칭찬이 쏟아진다.

그때 다가온 안석칠 무술 감독이 다가와 날 일으켜 세운다.

“내가 이런 정 실장 실력도 모르고 대역을 한다고 했네. 하하하. 바로 합 맞춰보자.”

이 정도면 바로 해도 된다며 안석칠 무술 감독이 곧바로 덕배의 앞에 나를 세운다.

아니 잠깐.

사람이 숨을 돌릴 시간은 줘야죠.

그런데 안석칠 무술 감독은 감을 잃으면 안 된다며 덕배와 내게 칼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덕배는 내가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안심하고 칼을 휘둘렀고 난 그 칼을 피하며 열심히 상대를 해야만 했다.

“오케이. 거기까지!”

탁.

난 칼을 아래로 내리며 지팡이처럼 몸을 지탱했다.

덕배도 나와 마찬가지로 칼로 몸을 지탱하며 숨을 헐떡인다.

“헉헉. 형 짱인데요?”

“짱은 무슨······ 죽겠다. 헉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액션씬이 제법 잘 나오게 된 터라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외로 액션을 잘한 덕분인지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최선일까?’

덕배에게 죽는 태청랑의 모습이 조금은 심심했다.

내가 멋지게 죽어줘야지 덕배의 14화 등장 임팩트가 잘 살 수 있는데 말이다.

‘조금만 더 자극적인 게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회귀 전 인상 깊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검은 달>이라는 퓨전 사극에서 주인공이 악당을 칼로 베는 순간 악당이 다리 위에서 튕겨 나면서 죽는 씬이 떠올랐다.

당시 악당이 멋있게 죽어준 덕에 주인공이 얼마나 강한지가 부각이 되었었다.

덕분에 그 주인공 배우는 한동안 방송에만 나가면 그 장면을 연기해야 했었다.

아무래도 그걸 따라 해 봐야겠다.

‘그래.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재촬영하겠지. 뭐.’

덕배의 등장을 힘있게 하기 위해 난 모험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였다.

“모이세요.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오복희 PD의 말에 ‘김춘추’ 역의 박희상과 경호원들이 다리 위로 향한다.

암살대를 맡은 이들은 다리의 반대편 숲에 숨어 있다.

덕배는 암살대가 나타난 뒤에서 등장할 예정이었기에 숲속에서 기다리고 난 혼자 다리 위로 향했다.

이젠 덕배를 위해 잘 죽어줘야 할 시간이다.

* * *

당나라 세트장에 있는 아치형 목재 다리.

다리는 천에서 1m 정도로 낮은 높이지만 폭은 5m 정도로 넓은 편이다.

다리의 길이는 대략 10m 정도인데 다리에는 허리춤까지 오는 붉은 난간이 있었다.

그리고 다리 밑으로는 천이 있었는데 인공으로 만든 천이다 보니 물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물 높이는 가장 깊은 곳이 2m인데 천의 중심부가 가장 깊고 바깥쪽으로 올수록 얕아지는 구조다.

그리고 잠시 후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김춘추의 경호부대와 암살대와의 칼싸움이 벌어질 때 암살대와 경호원들이 칼에 맞아 물 아래로 빠지는 씬을 찍게 된다.

그때 물에 빠지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평소보다 50cm 정도 수위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현재 촬영을 위해 내가 서 있는 곳이 다리의 중간쯤이니 물에 빠져도 다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자~ 스탠바이하세요.”

오복희 PD가 지시하자 다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 역시 ‘김춘추’ 역을 맡은 박희성 배우의 옆에 서서 칼을 뽑을 준비를 마쳤다.

지금부터 씬 20 그리고 씬 21을 연달아 찍는다.

씬 20은 암살자들과의 한바탕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 그리고 씬 21은 ‘태청랑’이 ‘김춘추’를 죽이려고 할 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김법민’이 칼을 뽑아 달려와서 나와 결투를 벌이는 씬이다.

우선은 씬 20부터.

“갑니다. 암살자들 나오는 씬부터. 레디~ 액션!”

오복희 PD의 말과 동시에 다리 끝에서 검은 복면을 쓴 여섯 명의 암살자들이 나타났다.

『김 공 당신의 운명은 여기까지요!』

『쳐라!』

암살자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첫 번째 액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찔리고 때리고 몸을 날리고.

수많은 액션 배우들이 정신없는 검술 액션이 펼친다.

하지만 이번 씬에서 내 역할은 김법민의 옆에서 분위기를 잡는 것뿐이었기에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 * *

“컷! 오케이~”

오복희 PD가 컷을 외친다.

순간 금은동 AD가 다리 아래를 보며 외친다.

“다리 밑에 빠진 액션 배우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물속에서 배우들이 하나둘 헤엄쳐서 나오자 스태프들이 저마다 수건을 들고 액션 배우들에게 뛰어간다.

모습을 지켜보던 연예부 기자들 입에서도 연신 감탄이 흘러나온다.

“이야~ 오늘 액션. 왜 이렇게 좋아?”

“이 정도면 정희 왕후한테도 안 뒤지는데?”

원래라면 세트장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기자들이지만 오복희 PD는 오늘 하루 출입을 허락했다.

이왕이면 기사 폭탄을 쏟아내서 학폭 이슈를 완전히 지우자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계 기자들은 처음 허락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감독님. 정리 끝났습니다.”

스태프들이 물에 빠진 액션 배우들을 밖으로 빼내고 현장을 정리한다.

이후 미술팀과 소품팀들이 다리 위에 가짜 피를 뿌리고 내 배에도 가짜 피 팩을 둘러준다.

난 가짜 피 팩을 단단히 두른 채 칼손잡이를 꽉하고 쥐었다.

조금 전 촬영에서는 김춘추의 옆을 지키는 역할만 했기에 거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덕배와 내가 본격적인 대결을 펼칠 차례였기 때문이다.

“자~ 씬 21 갑니다. 시작과 동시에 태청랑은 한 명 남은 경호원을 죽이고 김춘추의 목에다가 칼 겨누면 됩니다.”

“예. PD님.”

오복희 PD가 스탠바이 신호를 내리자 촬영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지잉~

와이드 앵글을 잡는 지미집도 다시금 위로 올라가서 아래를 찍는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무렵 난 잠시 머리 위에 걸쳐 놓았던 태청랑의 청룡 탈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가면을 쓰자 주변이 다시 한번 잔잔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그 순간 오복희 PD가 확성기로 외친다.

“레디~~ 액션!”

그와 동시에 난 내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김춘추의 마지막 경호원을 향해 무심하게 칼을 내리그었다.

스윽.

“컥······.”

경호원이 가슴에서 가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난 그와 동시에 몸을 돌려 김춘추 역인 박희성의 목 앞에 칼을 가져다 댔다.

『여기까지요. 김공.』

『태청랑! 네 네 놈······ 설마 백제와 내통을 한 것이더냐!』

박희성의 쩌렁쩌렁한 호통에 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가면에 가려져 표정이 거의 보이지는 않았기에 부담 없이 연기가 가능했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김 공. 내 고국에 돌아가면 유화 공주가 보낸 자객에게 죽었다고 전해드리리다. 하하하.』

껄껄대며 웃자 박희성이 다급히 외친다.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계림에는 피바람이 부는······ 아니······. 설마?』

『그렇소.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오. 왕실의 꽃들이 서로 전쟁을 벌인다면 백제는 손쉽게 신라를 손에 넣을 게 아니겠소?』

『이런 간악한!』

난 탈 아래서 소리 죽여 웃으며 칼을 들어 올렸다.

『일검에 끝낼 테니 고통은 없을 것이오. 잘 가시오.』

난 천천히 칼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탁탁탁.

등 뒤에서 덕배가 목제 다리 위를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난 모르는 척 기다리다가 내 앞에 있는 박희성이 눈을 깜빡이며 신호를 준다.

난 미리 합을 맞춘 대로 뒤로 돌아보지 않고 횡으로 박희성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박희성의 가슴팍에서 가짜 피가 팍하고 튄다.

그때였다.

『아버지~~!!』

그 순간 난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굴렀다.

부웅!

머리 위로 바람이 지나쳐간다.

덕배가 휘두른 칼이 지나간 것이다.

거리를 벌린 다음 뒤를 쳐다보자 덕배가 숨을 헐떡이며 내게 칼을 겨누고 있다.

『이······ 더러운 배신자 놈!』

쩌렁쩌렁한 덕배의 목소리가 다리 위에 울려 퍼진다.

『귀찮지만 아비와 아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흐흐흐.』

난 진짜 악인이라도 된 듯 사악한 웃음소리와 함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칼과 칼이 충돌했다.

덕배가 휘두르는 칼에 실린 힘이 보통이 아니다.

덕배는 아버지를 노리는 암살자를 반드시 죽이려는 김법민이라도 된 것처럼 리허설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힘이 실려있다.

끼기기긱.

덕배와 내가 서로 칼을 맞닿은 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서로의 콧김이 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진다.

그때 덕배가 숨을 헐떡이며 내게 말한다.

『자랑스러운 화랑이 어떻게 백제의 개가 된단 말이냐! 왜!』

나 역시 숨을 헐떡이며 답했다.

『그걸 정말 몰랐더냐? 아무리 애써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빌어먹을 세상이지 않더냐! 그러니······ 계림은 망해야 한다!』

신라시대의 골품제에 원한이 있는 ‘태청랑’을 연기하며 난 울분을 토했다.

그때였다.

덕배가 이를 꽉 깨물고 힘차게 칼을 밀어 버린다.

『탓!』

순간 난 휘청이며 뒤로 밀려났다.

그때 덕배가 힘차게 내 배를 향해 칼을 횡으로 휘두른다.

덕배의 칼이 내 복부 보호대 위의 가짜 피를 메어놓은 부위를 노린다.

‘지금이다.’

난 덕배의 칼날이 닿는 순간 뒤로 힘차게 점프를 해버렸다.

마치 덕배의 강력한 일검에 맞아 허공을 날아가는 것처럼.

부웅~

내 몸은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난간을 넘어 천으로 떨어졌다.

천에서 1m밖에 안 되는 높이의 다리였지만 떨어지는 순간에는 정신이 아찔했다.

첨벙~

등으로 떨어진 탓에 천의 물이 사방으로 크게 튄다.

순간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난 사지를 뻗은 채 물 아래로 천천히 잠겨 들었다.

그리고 천의 중간 정도 깊이로 빠져들었을 무렵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내 몸은 가라앉지만 가벼운 재질로 만든 ‘태청랑’의 가면은 위로 올라간다.

물 위로 올라간 태청랑의 가면처럼 덕배 또한 이 연예계에서 위로 올라가기를 빌면서 말이다.

이만하면 매니저로서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그 순간.

-커~~엇! 정 실장님!!

오복희 PD의 목소리가 물 밖에서 들려온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하게 덕배의 목소리도 들린다.

-윤호 형!

첨벙.

덕배가 물로 뛰어들었다.

보글보글.

잠수를 해서 날 구하려고 다가오는 덕배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그 덕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회귀 전 기억이 떠올랐다.

‘덕배야 근데 너 수영 못 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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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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