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6화
546. 덫
폰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대는 내게 오랜만이라고 말했지만 처음에 난 그가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누구십니까?”
-이거 섭섭한데? 날 찾아서 명동까지 왔었잖아.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만든 자료를 그렇게 뿌려버리면 안 되지. 그게 얼마짜린 줄이나 아나?
“백 대령?”
-다행이군. 혹시 내가 누군지 모르면 어떻게 할까 했는데.
백 대령은 김동수의 X-FILE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정보팀의 수장이다.
현재 최은태 회장의 오른팔인 최영호 은행장이 그의 뒤를 추적하고 있지만 백 대령의 정확한 위치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백 대령의 존재를 찾아내기 위해 한 가지 덫을 놓았었다.
그런데 백 대령이 예상외로 빨리 전화를 걸어왔다.
다만 말하는 투를 보니 아직 덫이 다가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돈 내놓으라고 전화한 겁니까?”
-뭐 그런 셈이지. 어디 보자~ 따지고 보면 이건 재판매하는 셈이니까 디스카운트를 해주지. 1억만 내.
백 대령은 김동수에게 정보를 팔아 놓고 내게도 돈을 내놓으라 하고 있었다.
최영호 은행장에게 쫓기는 이 와중에도 내게 돈을 요구하다니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다.
“그런데 그 돈을 왜 저한테 달라고 합니까? 기사를 낸 건 칠성전자인데?”
-에이~ 왜 이래? 김동수한테 물어보니 자네가 빼돌렸다고 하던데. 그리고 어젯밤에 칠성전자 성윤재 대표 집에 갔다며? 그러면 정 실장 손에서 흘러나간 거겠지.
어제 칠성전자 성윤재 대표의 집에서 쫓겨난 구진오 부대표나 양규동 이사에게 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인정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경찰에 가서 자수나 하시죠.”
-자수? 웃기고 있네. 아무래도 말로만 해서는 안 되겠군. 좋아. 그렇다면 네 놈이 돈을 낼 때까지 네 연예인들의 약점을 하나씩 세상에 공개하도록 하지. 자 이제는 어떤가? 돈을 낼 생각이 조금 생기나?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남의 뒤나 캐는 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협박 밖에는 없을 거다.
그러나 그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회귀 전과 달리 내가 데리고 있는 연예인들에게 약점은 없다는 거다.
인성 바른 연예인들과 일을 같이 하는 것이 다시 한번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대로 해보십쇼.”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네가 데리고 있는 연예인의 뒤를 탈탈 털도록 하지.
“글쎄요. 당신한테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요? 이제부터는 몸조심하셔야 할 텐데~”
순간 백 대령의 자신만만하던 목소리에 의구심이 어린다.
-무슨 X 수작이야?
“정보를 다루시는 분이니까 스스로가 알아보십시오. 당신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슨 일이라니?
난 백 대령을 흔들기 위해 피식 웃으며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달칵.
전화를 끊고 나자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백 대령은 늘 나보다 한발 앞서 정보를 취득하던 놈이었지만 이번에는 덫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놈에게 한발 앞선 셈이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백 대령은 권력자들이 부리는 사냥개들에게 추적을 당하기 시작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날 찾아올 게 분명했다.
‘조만간 만납시다. 백 대령.’
지잉~ 지잉~
발신 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하지만 난 받지 않았다.
백 대령의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은행장님한테도 연락드려야겠네.”
난 이어서 곧장 최영호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난다.
야외인 것 같다.
-무슨 일인가?
“방금 백 대령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속초에 백 대령 그 인간으로부터 정보를 산 조직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서 지금 만나보러 가는 중일세.
“이제 백 대령의 뒤를 쫓는 일은 그만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덫을 좀 놓았습니다.”
-덫?
“예. 이대붕 의원에게 백 대령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이번에 오주현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백 대령이라고요. 그리고 백 대령이 이대붕 의원의 약점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도 넌지시 알렸습니다. 이대붕 의원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백 대령을 찾아낼 겁니다. 이대붕 의원으로 부족하면 다른 권력자들에게도 알릴 생각이고요.”
회귀 전.
김동수와 난 X-FILE은 철저히 연예인들을 상대로만 사용했다.
그리고 X-FILE에 있는 권력자들에 대해선 보고도 못 본 척했었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 걸 안다면 곧바로 나와 김동수를 야산에다가 파묻어 버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번 일을 겪으며 X-FILE을 역으로 사용하는 방법의 묘수를 떠올렸다.
권력자들에게 ‘백 대령’이란 자가 자신들의 약점을 캔다는 걸 알려준다면 그 권력자들이 알아서 백 대령을 찾게 될 거라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즉 나는 현재 남의 손을 빌려서 목숨을 앗는다는 병법 삼십육계 중 하나인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수로 덫을 깔아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 전화 너머로 최영호 은행장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으하하하. 앞으로 한국의 권력자들 전부에게 다 백 대령을 찾게 만들겠다는 건가?
“예. 이대붕 의원을 시작으로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래. 다들 구린 데가 한두 군데 있으니까 백 대령을 묻어버리고 싶겠지.
한참을 웃던 최영호 은행장이 대답한다.
-그러면 서울로 돌아가 스탠바이해야겠네. 백 대령이 나타난다면 김동수나 자네의 곁으로 나타날 테니까 말일세.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말게. 김동수를 감시하고 자네를 지키는 건 우리가 전담하겠네.
“감사합니다.”
달칵.
전화를 끊은 난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백 대령. 어디 한번 막아보시죠. 권력자들의 칼날은 이제까지와 다를 겁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설치해 둔 덫이 목을 조여갈 테니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셈이었다.
다만 그때까지 조심조심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백 대령이 압박을 못 이겨 접선 제의를 해 올 때까지는 내 배우들을 지켜야 했으니까.
잠이 확 달아난 터라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주현의 기사를 보며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 * *
이대붕 의원의 저택.
오주현에 관한 기사로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 이대붕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와장창!
단단한 골프채가 테이블 위의 화분을 산산조각 냈다.
화분에 담겨 있던 흙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테이블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있던 두 사람이 흩어지는 흙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은 바로 김동수와 오주현이었다.
“으아아악! 니들이 감히 날 기만해?”
이대붕이 분을 참지 못하고 고성을 지른다.
새벽부터 올라온 기사에는 오주현이 남자들과 어울리던 사진들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야! 오주현! 이 사진들이 대체 뭐야?”
스폰서인 이대붕은 질투로 눈이 멀어 고함을 친다.
오주현이 무릎을 꿇은 채 손을 싹싹 빌고 있다.
“의 의원님! 살려주세요! 이건······ 이건······ 그러니까 예전······ 어릴 때 철없을 때 저지른 일이에요!”
“아오! 이걸 그냥 확!”
“꺅!”
이대붕이 골프채를 위로 들어 올리자 오주현이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질질 흘렸다.
그런데 오주현에게 애정이 남아 있었는지 이대붕은 골프채를 힘겹게 내려놓았다.
“야! 얘는 멍청하니까 그렇다 치고. 김동수. 니가 말해 봐.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무릎을 꿇은 김동수가 대신 답했다.
“어젯밤 주현 씨를 칠성전자 광고에 꽂으려고 한 게 실패로 돌아갔고 역공을 당했습니다.”
“역공?”
“예. 주현 씨에게 갤럭티카 광고를 따 주려고 작업을 했는데 김천석 전무와 정윤호 실장이 저희가 한 셋업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그만······.”
“한심하기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빨리 전화부터 했어야지!”
새벽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 이대붕이다.
김동수는 어쩔 수 없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꾹 하고 참았다.
자칫하다가는 이대붕의 골프채에 맞아서 머리가 쪼개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대붕은 한참을 씩씩거리며 김동수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또 정윤호야?”
김동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예. 의원님.”
“그놈. 안 끼이는 데가 없군. 칠성전자랑도 관련이 있다니! 대체 뭐하는 새X야.”
몸을 바르르 떨던 이대붕이 곁에 있는 한규택 비서를 쳐다본다.
“한 비서. 우선 경기도 의회 쪽에 연락 넣어서 칠성전자 신규 개발부지 사업 인허가 중단하라고 해. 칠성전자가 감히 나한테 엿을 먹여? 앙?”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대붕의 눈에 한규택이 아까부터 들고 있던 노란 봉투가 보인다.
“그건 또 뭐야?”
한규택 비서가 그제야 봉투를 내민다.
“새벽에 퀵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의원님께 도움이 될 정보라고 합니다.”
“나한테?”
“예.”
“뜯어봐.”
한규택 비서가 노란 봉투를 뜯어 본다.
그런데 그 안에서 새하얀 편지 봉투가 나왔다.
“그게 뭐야?”
비서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의원님께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뜯어 볼까요?”
“뜯어 봐.”
혹시라도 위험한 물질이 있을까 봐 비서에게 먼저 뜯게 한 이대붕이다.
한규택 비서가 노란 봉투를 뜯자 그 안에는 하얀 편지지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편지지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주현의 사진을 찍은 자는 ‘백 대령’이라고 하는 정보 상인입니다.
서둘러 놈을 잡지 않으면 다음번 공개 대상은 오주현이 아니라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From. 의원님을 존경하는 지지자.]
그때 편지 뒤로 동봉된 사진들이 보인다.
오늘 공개된 것보다 더 진한 오주현의 과거 사진들이었다.
이대붕은 다시 한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다음 사진을 보고선 차갑게 머리를 식혔다.
그런데 그때 오주현과는 다른 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 사진에는 이대붕이 룸살롱에서 여배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백 대령······ 이 새X가······.”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김동수의 얼굴이 하얘졌다.
백 대령의 이름이 이대붕의 입에서 흘러나올지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누가 편지에 백 대령의 이름을 쓴 건가?’
동시에 김동수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보원인 백 대령 이름이 알려지는 건 상당히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동수 너 혹시 백 대령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냐?”
김동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편지 내용이 뭔지는 모르지만 백 대령에 관한 정보가 빈약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순간 김동수는 모험을 걸었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그래?”
“예! 백 대령이······ 누구길래 그렇게 놀라십니까?”
김동수의 혼을 담은 연기에 이대붕은 속아 넘어갔다.
“제길······ 대체 이 새X가 누구야?”
결국 이대붕은 한규택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한 비서. 백 대령인가 하는 놈을 찾아서 잡아 와. 대한민국에서 감히 정치인 사진을 이따위로 찍는 놈이 있다니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걸 꼭 알려줘야겠어.”
김동수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막강한 힘을 가진 이대붕 의원이 백 대령의 뒤를 캐면 언젠가는 백 대령도 꼬리가 잡힐 테니까.
김동수는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 백 대령에게 알려야겠다 싶었다.
그때 이대붕이 김동수를 쳐다본다.
김동수가 침을 꼴딱 삼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말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아 그리고 동수.”
“예. 의원님.”
“돈을 얼마든 준비해 줄 테니까 에이스 엔터 지분 인수부터 서둘러 끝내! 언제까지 정윤호한테 발릴 거야? 어?”
김동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마 맡겨 주십시오. 빨리 에이스를 인수하고 곧장 정윤호 그놈부터 처리하겠습니다.”
“확실하게 해!”
그때 곁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오주현이 다급히 묻는다.
“의 의원님. 그러면 저는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요?”
시시각각 올라오는 기사의 사진에는 모자이크가 있었지만 오주현임을 몰라보는 이가 없다.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이대붕 의원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넌······ 이참에 은퇴해서 쉬어. 그리고 미국에 저택 하나 마련해 둘 테니 거기서 쇼핑이나 편히 하고. 내가 종종 들르마.”
오주현이 고함을 지른다.
“은퇴라뇨! 의원님. 저 이대로는 못 죽어요!”
이대붕이 매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지금 나가지 않는다면 넌 아마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거다. 더 개 쪽을 당하고서야 그만두겠느냐!”
이대붕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놀란 오주현은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이대붕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김동수를 향해 말한다.
“하여간 이번 일. 최대한 빨리 덮어. 더 커지기 전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김동수는 오주현과 함께 이대붕 의원의 저택을 나왔다.
김동수는 오주현을 다른 매니저에게 맡겨 집으로 돌려보낸 다음 곧장 백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정윤호가 백 대령에게 ‘덫’을 깔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윤호가 그 쪽한테 덫을 놓았습니다. 아무리 이제껏 발각되지 않았다지만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겁니다. 이대붕 의원. 상당히 집요한 성격입니다.”
-정윤호 그 새X가 감히 나한테 X을 먹여? XXXX!!
한참 씩씩대던 백 대령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답한다.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정윤호에 관해서 만큼은 서로 무료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지.
백 대령이 전화를 끊자 김동수의 입에서는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정윤호······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정윤호에 대해 다 알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렇게 자신이 예상하지 못하는 수를 둔다 싶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김동수는 드디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윤호는 나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성공을 위해 힘들게 노력한 지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어떻게든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야!’
역사를 봐도 최후의 승자는 살아남는 자였다.
그 순간.
김동수는 감히 정윤호도 어찌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기 시작했다.
* * *
오전 10시.
나는 강감찬 대표와 곽무혁 법무팀장 그리고 유진이와 함께 수원에 있는 칠성전자 본사를 찾았다.
1년에 10억의 광고료를 받는 갤럭티카 광고 계약서에 유진이가 도장을 찍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맞은 편에 앉은 성윤재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유진 씨. 워낙 이미지 관리는 잘하시니까 다른 건 상관없고 그저 앞으로도 좋은 연기만 부탁드립니다.”
“예. 대표님.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칠성의 이미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어련히 잘하려고요? 하여간 오늘은 시간이 좀 그렇고 다음에 또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네.”
이어서 김천석 전무가 날 쳐다본다.
“정 실장님. 오주현 건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믿고 맡겨 주십시오.”
현재 연예 TV 채널에서는 ‘오주현’의 집 앞에 연예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구 부대표랑 양 이사 쪽도 깔끔하게 처리할 테니까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는 칠성전자 측에서 횡령과 배임의 경제사범으로 만들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상태였다.
덕분에 두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질 일은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이후 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난 강감찬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유진이 좀 챙겨주십시오.”
“다 같이 점심 좀 먹지 않고?”
“아 점 찍어둔 배우 한 명과 식사 하면서 영입을 타진해 보려고요.”
“누구?”
“박상규 씨라는 분입니다.”
정실모의 마지막 멤버.
박상규.
회귀 전 날 막냇동생처럼 아껴주던 그를 영입할 시간이다.
하지만 그를 영입하는 일에는 만만치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