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1화
521. 베스트 or 워스트 2
이수찬이 보낸 사진에는 짧은 단발을 한 여성이 이예서 실장과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바로 과거 L.M.L 쇼케이스에서 이미리 대리에게 갑질을 하다 잘린 조진희 이사였다.
그녀는 그때의 일에 앙심을 품고 L.M.L이 MBS 연기대상에서 블랙 라벨의 드레스를 선보이는 것도 방해하려 하고 있었다.
유진이가 어떻게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는지 알게 된 난 곧장 이수찬에게 되물었다.
“수찬아. 혹시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었어?”
-아뇨. 워낙 작은 카페라서 멀리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면 혹시 이예서 실장 뒷조사한 파일은 나왔냐?”
-일부는요. 지금 바로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고맙다.”
이수찬이 웃으며 대답한다.
-별말씀을요. 형님이 소개해주시는 스타들 덕분에 요즘 리버스 엔터가 잘 나간다는 소리도 듣고 있는데요 뭘. 아 그리고 김승문 비서실장님. 일 참 잘하시던데요?
심근경색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었던 HK 의류의 김승문 비서실장은 회복하자마자 리버스 엔터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퇴원했어?”
-예. HK 의류에서 너무 과로를 해서 그렇지 원래 체력은 좋았었답니다. 그래도 걱정되어서 칼퇴근시키고 있습니다.
“잘했다. 아 그리고 지금 이예서 실장이랑 맞은 편에 있는 조진희한테도 계속해서 사람 좀 붙여놔 줘.”
-안 그래도 그렇게 지시해뒀습니다.
이수찬은 조진희 쪽에도 흥신소 쪽 사람들을 꼼꼼하게 붙여 놓았다.
“아 그리고 곧 에이스 엔터가 분할될 거니까 배우들이 제법 튀어나올 거다. 주영인도 1인 기획사로 독립할 예정인데 거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을 거야. 그니까 한번 만나봐. 잡기만 하면 대박이니까.”
이수찬은 날 도와준 일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난 매번 배우나 매니저를 소개해주거나 업계 정보를 전해주는 걸로 보답을 하는 중이다.
이수찬이 흥겨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형님. 접수했습니다.
“그래. 잘 해봐.”
난 이예서 실장에게 붙어 있는 흥신소 직원의 연락처를 받은 뒤 곧바로 강남에 있는 이예서 실장의 집으로 향했다.
* * *
이예서 실장의 집은 강남 엘베르망 오피스텔 1002호.
그녀의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하자 이수찬이 붙여 놓은 흥신소 직원이 달려왔다.
“정 팀장님이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예. 수고 많으십니다. 그보다 이예서 실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사진에 찍힌 상대와 대화하다가 집으로 올라간 지 5분 정도 지났습니다.”
“혹시 추가로 찍은 사진 있습니까?”
흥신소 직원은 히죽 웃으며 추가 사진을 보여준다.
“예. 여기요. 겨우 건졌습니다.”
사진 속에는 이예서 실장이 L.M.L을 배신한 걸 분명히 알 수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에선 이예서 실장이 조진희에게 받은 현금을 세어 보고 있었다.
예상 밖의 큰 수확이다.
“이 정도면 보너스를 드려야겠는데요?”
“마다하진 않겠습니다.”
난 지갑에서 50만 원을 꺼내 흥신소 직원에게 보너스를 건넸다.
흥신소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감사는 제가 하죠. 어젯밤부터 이예서 실장을 따라다닌다고 꼬박 밤도 샜다면서요?”
흥신소 직원은 어제 내가 이수찬에게 의뢰한 뒤 오늘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가 사진을 찍었다.
“뭐 저희 일이라는 게 한순간도 놓치면 안 되어서요.”
난 수고했다고 말한 뒤 곧바로 이예서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벨소리가 울리더니 이예서 실장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실장님. 저 굴렁쇠 정윤호 팀장입니다. 혹시 지금 뵐 수 있을까요? 어제 본 유진이의 의상 때문에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이예서 실장이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지금은 저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터라 좀 곤란한데······ 내일 상의하면 안 될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지금 실장님의 오피스텔 1층입니다.”
이예서 실장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말한다.
-알겠어요. 그러면 1층 카페 빅스에서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내려갈게요.
“예. 실장님.”
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흥신소 직원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오피스텔 1층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1층 카페 빅스는 매장 안에 테이블이 2개 밖에 없는 테이크아웃 주력 매장이었다.
공간이 협소했지만 대신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예서 실장이 분홍색 트레이닝 복장으로 내려온다.
“정 팀장님?”
“아 여깁니다.”
손을 흔들자 이예서 실장이 제일 안쪽 테이블로 들어온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까닭인지 이예서 실장은 어색한 눈웃음을 짓고 있다.
이예서 실장이 자리에 앉자 미리 주문한 음료수가 나왔다.
“늦은 밤에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뭐 드실지 몰라서 고구마 라떼와 디카페인 커피를 시켰습니다. 좋아하시는 거로 드세요.”
이예서 실장이 고구마 라떼를 고른다.
“전 이거 마실게요.”
난 남은 디카페인 커피를 잡았다.
그녀는 최후의 만찬인 줄도 모른 채 고구마 라떼를 한 모금 마신다.
내 눈치를 보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의상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어제 모든 게 다 좋다고 하셨잖아요.”
난 기다렸다는 듯 흥신소 직원이 준 사진을 폰 액정에 띄웠다.
“의상 문제 말고 이 사진에 대해 해명을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컥.”
고구마 라떼를 마시던 이예서 실장이 목이 막힌 듯 컥컥대기 시작한다.
차가운 물을 내밀자 이예서 실장이 찬물을 벌컥 들이켜고 날 쳐다본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한 눈빛이 가득했다.
“뭐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이 이건 그냥······ 조 이사님이 오랜만에 근처에 와서 만났던 것뿐이에요. 오랫동안 제 상사셨잖아요. 그냥 근황 이야기만 했어요.”
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L.M.L 블랙 라벨 라인업 드레스를 연기대상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 때문에 보안이 극도로 중요한 이 시기에 회사에서 잘려 나간 조진희 씨를 만나셨다고요?”
“사 사람 만나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요?”
뻔뻔한 그녀에게 다음 사진을 내밀었다.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난 그녀의 앞에다 다음 사진을 보였다.
조금 전 흥신소 직원에게 받은 이예서 실장이 조진희에게 흰 봉투를 받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것도 좀 보시죠.”
다음 사진에는 흰 봉투에서 돈을 꺼내 확인하는 이예서 실장의 얼굴이 선명히 담겨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나오자 이예서 실장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증거가 너무도 분명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 순간 이예서 실장이 내 두 손을 꼭 붙잡고 말한다.
“사 살려주세요. 정 팀장님.”
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당장에 경찰에 연락부터 할까 싶었다.
디자인 탈취로 조진희를 고소하고 이예서 실장도 공범으로 말이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확인한 순간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1]
[날짜 : 2020년 12월 30일]
-PM 11:30 <연예올타임즈> [MBS 연기대상 ‘베스트 or 워스트’] (워스트 드레서 부분 – 정유진)
‘경찰에 말해도 변하는 게 없다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영아 대표에게 유진이의 옷을 선공개하자고 할 수도 잆었다.
의상 공개 일정은 MBS <연기대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다?’
그때였다.
머릿속을 번뜩이며 이 모든 걸 바로 잡고 조진희에게 엿을 먹일 방법이 떠올랐다.
페이크 디자인 작전.
조진희에게 다시 연락해 디자인이 바뀌었다고 설득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난 일단 그 일을 시작하기 전 두 손을 싹싹 비는 이예서 실장에게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제가 시키는 대로 할 겁니까?”
이예서 실장이 죽었다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예. 예!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이야기해 보세요.”
작전을 섬세하게 짜려면 일단은 정확한 사정부터 아는 게 우선이다.
이예서 실장이 알겠다며 그간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요······”
* * *
그녀는 명품 마니아였다.
그런데 명품을 사다 보니 저축한 돈이 다 떨어졌고 연봉 1억으로도 돈이 부족해졌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카드빚을 지기 시작했고 사채에까지 손을 댔다고 한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이 불어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던 순간 퇴사한 조진희에게서 연락이 왔단다.
“그래서 디자인을 넘긴 겁니까?”
“예.”
“현장 보안 상황을 보니 피팅룸에서 몰래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하던데요?”
“그래서 제 손으로 직접 디자인을 그리고 원단 정보를 넘겼어요.”
디자인과 원단 정보만 있다면 대형 업체들의 경우 하루 이틀이면 따라 만들 수가 있었다.
그리고 조진희는 아마도 받은 디자인에 약간의 변형을 해서 디자인 유출이 걸려도 피해갈 거라고 한단다.
다이어리가 맞았다.
그냥 경찰에 넘겼더라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뻔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대표님한테 같이 가시죠.”
이예서 실장은 어깨를 축 늘인 채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L.M.L로 향할 수밖에는 없었다.
* * *
L.M.L의 대표이사실.
이영아 대표는 퇴근을 미룬 채 나를 기다렸고 바로 옆에 붙은 LM 의류의 문영미 대표까지 달려왔다.
두 사람을 본 이예서 실장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가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해요. 대표님.”
하지만 L.M.L의 이영아 대표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죄송······이요? 지금 그게 할 말이에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짓을 저지른 거예요 이 실장님!”
디자이너 20명이 밤잠도 못 자고 수천 장의 디자인을 뽑아내고서 그중에서 실제로 의상으로 만든 것만 100벌이 넘는다.
그중 최종적으로 선택된 건 고작 10벌 정도.
그중에서 유진이에게 어울릴 걸 골라 또다시 추렸다.
그 노력이 물거품됐다고 생각한 까닭에 이영아 대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예서 실장을 바라보는 모회사 LM 의류의 문영미 대표 역시도 한탄을 내뱉었다.
“이 실장.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조진희한테 디자인을 넘겨?”
이예서 실장은 L.M.L로 오기 전 LM 의류에서 실장 역할을 하며 문영미 대표를 보좌했었다.
그래서인지 문영미 대표의 얼굴엔 배신감이 유독 가득했다.
이예서 실장은 두 손을 싹싹 빌며 말한다.
“제가 잘못했어요!”
“아뇨 됐어요. 이미 디자인 유출이 되었다면 그냥은 못 넘어가요!”
이영아 대표가 씩씩거리며 당장이라도 경찰을 부르려고 한다.
난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에는 이예서 실장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단 제 말을 좀 들어보시죠. 이 대표님.”
“정 팀장님. 이번 일을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또 비슷한 일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저희도 저희지만 연말 시상식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드레스를 다른 이가 입고 나오면 유진 씨한테도 엄청난 피해가 갈 거예요.”
“압니다.”
“그런데도 말린다고요?”
“제가 주제넘게도······ 이 실장님에게 경찰에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해버렸습니다.”
“예? 왜요?”
“이 실장님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난 이예서 실장에게 다시 조진희를 만나서 디자인이 변경되었다고 가짜 정보를 알려줄 생각이라 말했다.
문영미 대표가 고개를 젓는다.
“조진희 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에요. 콤플렉스 덩어리긴 해도 디자인 보는 눈은 있거든요. 엉성한 함정을 팠다가는 바로 의심할걸요?”
“압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쇼가 필요한 겁니다.”
“쇼요?”
“예.”
그때부터 난 각본 정윤호 연출 정윤호의 페이크 디자인 계획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 * *
“알았어요. 우리 한번 해봐요.”
다행히 문영미 대표와 이영아 대표 모두가 내 계획을 찬성했다.
그리고 이예서 실장은 해고하되 경찰에는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디자인 유출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상대를 엿 먹이는 게 몇 배는 더 이득이었다.
또한 이예서 실장에겐 최선을 다하겠다는 충성맹세를 받았다.
이영아 대표가 한숨을 내쉬고 묻는다.
“정 팀장님. 그럼 이제 뭐부터 할까요?”
“일단 회사에서 가장 난해한 디자인의 드레스들을 다 모아 주세요. 주로 파리 오트 쿠튀르 쇼에서 3년에 한 번 나올 정도로 독특한 걸로요. 단 대중들은 손가락질해도 디자이너들 세계에서는 납득갈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오트 쿠튀르라는 건 쉽게 말해 상류층을 위한 맞춤옷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기막힌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종종 일반인들이 입기에는 어렵고 괴상한 디자인들도 나오곤 한다.
난 조진희를 속이기 위해 그런 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독특한 의상만을 요구했다.
“알았어요. 지금 창고에서 가져올게요.”
이영아 대표는 자신이 직접 옷을 가지고 오겠다며 창고로 향했다.
이어서 난 계획에 필요한 인물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 * *
잠시 후.
가장 먼저 이미리 대리와 함께 유진이가 L.M.L로 왔다.
이미 11시가 넘은 시각이라 유진이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빠. 늦은 시간에 갑자기 여긴 왜요?”
“아 미안. 연기대상에서 입을 드레스 때문에.”
“드레스요? 어제 다 입은 거 아니었어요?”
그때 이영아 대표가 피팅룸으로 의상을 들고 들어왔다.
옷들 모두가 내가 부탁한 대로 경악스러울 정도로 난해하기 이를 데가 없는 디자인의 드레스들이다.
제일 첫 번째 옷은 모기장 같은 디자인을 연상하는 붉은색 시스루 재질의 천이 달린 모자를 써야 하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세트로 된 드레스는 치파오를 연상시킬 정도로 몸에 짝 달라붙은 옷이었는데 옆면은 골반까지 탁 열린 디자인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의 옷은 하얀 드레스에 수많은 깃털이 잔뜩 붙어 있는 드레스였다.
그리고 어깨에는 마치 동물의 눈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커다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유진이가 입을 벌리고 경악한다.
“이 이걸 입으라고요? 오빠?”
불안해하는 눈빛의 유진이에게 난 대충 사정을 말했다.
조진희에게 디자인이 유출되었기에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는 쇼가 필요하다고.
이건 가짜라고.
유진이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아~ 아무리 오빠 말이라도 이번에는 못 하겠다고 하려 했는데······ 다행이다.”
“에이~ 설마 내가 너한테 저런 디자인을 입히겠어?”
유진이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근데 오빠. 다 알겠는데 제가 이런 거 입는다고 저쪽이 믿을까요?”
“그냥은 안 믿겠지. 저쪽도 바보도 아닌데.”
“그럼요?”
난 내 계획의 두 번째 단계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권위가 필요해.”
“권위요?”
“그래. 거짓도 진실로 믿게 할 권위만 있으면 돼.”
유진이는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였다.
권위를 세워 줄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이 피팅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와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정 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