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45


제 45화

45. 골든로드와 박은빈 1

연속된 무대를 끝내고 내려온 체리블라썸의 볼이 벚꽃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추위 때문에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흥분으로 상기된 탓이다.

“오빠. 우리 팬들 봤어요? 두 번째 무대가 끝날 때까지 계속 우리 이름을 불러주는 거 봤죠?”

“그러게. 너무 고맙더라.”

사진을 찍어준 여고생들이 목청이 터져라 응원해 준 덕분에 멤버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대박. 우리 이런 날 있었어?”

“아니. 없었지!”

“잘됐다······.”

네 사람 모두 쉬지 않고 재잘대며 기쁨을 토로했다.

그때였다.

우연희가 날 빼꼼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오빠가 우리 키다리 아저씨인가 봐요.”

키다리 아저씨?

그런데 양은비도 그 말이 맞는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인정! 매니저 오빠가 와서 그런지 우리 세리가 리허설부터 본방까지 실수 하나 없잖아.”

아니 내가 온 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 말에 세리가 발끈한다.

“아냐! 나 진짜 열심히 했어!”

하지만 은아가 조곤조곤하게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세리 너 언제나 열심히는······ 하잖아······.”

세리가 고개를 홱 돌리고 은아를 째려본다.

“우이씨. 언니까지 이럴 거야?”

우연희가 그 모습을 보고 세리를 진정시켰다.

“세리야. 열심히도 했고 매니저 오빠도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인상 찌푸리지 마. 이쁜 얼굴 망가져.”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세리는 알겠다는 듯 인상을 피곤 우연희에게 안겼다.

“엄마~. 대신 언니들한테 좀 뭐라고 해 줘!”

“알았어. 니들도 세리 그만 좀 놀려.”

“예~이.”

우연희의 타박에 양은비와 은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체리블라썸은 그렇게 웃으며 자신들의 성공적인 무대를 자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대기실로 가자고 재촉했다.

걸치고 있는 옷이 그리 두껍지 않았으니까.

“자자 추우니까 일단 대기실로 들어가자.”

“네~!”

들뜬 체리블라썸을 진정시키고 대기실로 데려가려 했다.

그런데 복도 한쪽에선 큰 소란이 일고 있었다.

웅성웅성.

“이러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저희 진짜 죽을 각오로 밟아서 왔는데 무대가 없다뇨!”

핑크다이아의 매니저 박봉수가 차태희 AD를 붙잡고 성토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구민지가 앞세운 핑크다이아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태희 AD의 표정은 냉랭하기만 했다.

“그렇게 불만이시면 최 PD님한테 따지세요. 아무튼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해요.”

차태희 AD가 몸을 돌리려 하자 박봉수 매니저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아 그러지 좀 말고요! 아까 보니까 다른 팀도 펑크 나게 생겼던데 우리가 그 빈자리 메꾸면 되잖아요!”

차태희 AD가 눈을 부라리며 고갤 돌렸다.

“X발. 이거 안 놔?”

거친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카랑카랑한 차태희 AD의 음성이 대기실 복도를 울리자 박봉수 매니저는 그대로 얼어 버렸다.

“아 아니. 그러니까······ 차 AD님. 그런 게 아니라.”

“놓으라고. 새X야!”

차태희 AD가 거칠게 팔을 털었다.

박봉수 매니저가 거칠게 잡은 탓에 차태희 AD의 손목에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와. 진짜. 내가 요즘 성질 죽이고 살려니까. 당신 건달이야? 뭐야?”

차태희 AD가 쏘아붙이자 박봉수 매니저가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닙니다.”

저 호리호리한 체형에서 어떻게 저런 사자후가 터져 나오는지.

그 덕에 체리블라썸도 겁을 먹고 한명호 팀장과 내 뒤에 쏙하고 숨어버렸다.

주변을 지나가던 스태프와 가수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지만 차태희 AD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몇 번이고 물었지? 어디까지 왔냐고. 그런데 당신 뭐랬어? 바로 근처라며? 어? 내가 XX 한두 번 물었어?”

“아 아닙니다. 여러 번 확인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무대에 올라갈 리스트에 업 해뒀으니까 빨리 와야 한다고 그랬잖아. 근데 지금 몇 시야? 6시 10분 아냐? 5시 25분까진 온다며?”

연이어 출연자들의 스케줄 펑크가 터지는데 거짓말을 연속으로 한 모양이다.

씩씩대던 차태희 AD는 주변 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쳐다보자 한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요. 지금은 나 열 받았으니까 다음 페이스 미팅에서 이야기하자고요. 예?”

그런데 우리를 힐끔 쳐다보는 핑크다이아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분노 시기 질투.

자기들이 서기로 한 첫 무대를 우리 체리블라썸이 채운 걸 안 것 같다.

하지만 자기들이 잘못한 건 생각지도 않고 우리를 탓하면 뭘 해?

차태희 AD는 더는 말을 섞기 싫다는 듯 구겨진 새 큐시트를 쥐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낮은 중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스러워?”

TK 엔터의 마동팔 본부장이다.

“본부장님!”

핑크다이아와 박봉수 매니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반면 차태희 AD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무리 차태희 AD라도 TK엔터의 본부장을 대놓고 무시할 순 없었으니까.

마동팔은 곧장 상황을 알아차리고 차태희 AD에게 용서를 빌었다.

“차 AD. 오다 보니 교통사고 때문에 도저히 빨리 올 수가 없었어. 미안하다. 화 좀 풀어라.”

늘 기세등등하게 방송국을 휘젓고 다니던 마동팔도 오늘은 약간은 약한 모습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우리 PD님 지금도 노발대발하고 난리예요. 차라리 아예 늦는다고 했으면 이럴 일 없었잖아요. 그러길래 왜 거짓말을 자꾸 해서는······”

차태희 AD는 말을 하는 동안에도 무선 인터컴으로 욕이라도 듣는지 중간중간 눈을 찔끔하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자 마동팔 본부장이 평소에도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다.”

다른 기획사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보는데도 마동팔이 허리를 굽혔다.

“차 AD.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진짜 미안해. 아무리 폭설이라도 그러면 안 되는데······”

차태희 AD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과는 받을게요. 하지만 오늘 무대에 핑크다이아는 못 서요.”

허리를 편 마동팔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우리 애들이 잘못했는데 내가 그런 부탁을 할 수야 있나. 아 그리고 쁘띠모도 같이 빠질게. 다음 주에 보자.”

순간 차태희 AD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본부장님. 왜 쁘띠모를 거기에 끼워요? 지금 나 X 먹이는 거예요?”

차태희 AD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오늘 관객석에 앉은 팬 30%는 쁘띠모의 팬일 테니까.

하지만 마동팔 본부장은 말없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차태희 AD가 다급히 외쳤다.

“잠깐만요! 가긴 어딜 가세요! 마 본부장님! 진짜 이러실 거예요?”

마동팔 본부장의 수가 먹혔다.

역시 이 판에선 인기가 최고다.

몸을 돌리던 마동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쁘띠모도 똑같이 지각한 데다 리허설도 못 했으니 공평해야지. 근데 굴렁쇠의 골든로드는 왔나? 현장 스태프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안 온 거 같던데······.”

와 이번엔 우리 회사까지 물귀신으로 물고 들어가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골든로드까지 언급하며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마동팔 본부장의 수에 말린 차태희 AD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치사하게 나오실 거예요?”

차태희 AD가 인상을 썼지만 마동팔은 웃기만 했다.

“치사하다니? 난 죗값을 치르겠다는 건데? 늦어서 리허설도 못 선 놈들이 누구 탓을 하나. 자 얘들아 가자. 다음번엔 늦지 말자꾸나.”

“예. 본부장님. ”

마동팔 본부장이 핑크다이아를 이끌고 움직이자 차태희 AD가 인상을 쓰며 마동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어. 서로 바쁜 사람들끼리 왜 이래?”

차태희 AD는 인터컴에 대고 속삭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마도 최은혁 PD와 이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거겠지.

잠시 후.

“알았다고요! 핑크다이아! 지금 무대에 선 두 팀 공연이 끝나면 바로 올리세요! 최 PD님 허락 떨어졌으니까.”

차태희 AD의 말에 마동팔 본부장이 발걸음을 멈추곤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허허. 이걸 고마워서 어째? 내가 이따가 최 PD 만나서도 사과할게. 그리고 차 AD. 우리 조만간에 한잔해야지? 벌주는 사야 내가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저 술 끊은 지 오래예요.”

“흠. 그저께 강남 포차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던데······ 아차차 요 방정맞은 입!”

차태희가 찌릿하고 쳐다보자 마동팔이 자기 입을 지퍼로 채우는 시늉을 했다.

“뭐 하냐? 차 AD님께 사과드려야지!”

마동팔이 버럭 고함을 치자 핑크다이아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차태희 AD님.”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승리자는 마동팔.

저게 바로 인기의 힘이다.

체리블라썸도 저런 인기를 가져야 했다.

김동수나 이기철 이사가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언급할 수 없게 하려면 말이다.

“뭘 봐요! 구경났어요? 다들 해산 안 해요?”

후다닥!

날이 잔뜩 선 차태희 AD의 짜증에 스태프와 소속사 관계자들은 어머 뜨거워라 하며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얼굴을 알아본 마동팔이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자주 보니 반갑군. 어쨌건 우리 인연은 인연인가 봐. 그치?”

반갑다는 말과는 달리 사람의 밑바닥을 뚫어보기라도 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난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박은빈과 정유진.

쁘띠모와 체리블라썸.

지금 당장은 TK 엔터 쪽 멤버들의 인기가 더 낫다.

하지만 빠르면 1년.

그 안에 난 그 위치를 뒤바꿀 생각이었다.

자신이 생긴 탓인지 마음을 굳게 먹은 탓인지 내 손을 잡은 마동팔의 악력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 * *

덜컥.

문을 열고 대기실로 돌아오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바깥에선 천둥 벼락이 내리든 말든 우린 할 일을 다 했으니까.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세리가 입을 열었다.

“으아!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난 차 AD님이 그렇게 소리치는 거 처음 봤어요!”

세리가 놀란 표정을 짓자 나머지 셋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도요.”

한명호 팀장은 아이들을 보며 주의 사항을 지시했다.

“방금 봤던 것처럼 현장 분위기 안 좋으니까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웬만하면 다들 대기실 나가지 마라. 이럴 땐 짱박히는 게 최고다.”

“네!”

“그리고 이따가 이 실장님 오시면 최 PD님 뵙고 갈 거야. 그니까 그때까지 다들 좀 푹 쉬어.”

“알겠습니당~!”

나 역시 한숨을 돌리며 대기실 의자에 앉아 다이어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일정 하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0년 1월 12일]

-PM 06:40 (보고 사항) KBC 생방송 뮤직스테이지 중 골든로드와 쁘띠모 충돌.

현재 시각은 6시 20분.

다이어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일정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러니 20분 뒤.

스케줄에 늦어 예민한 골든로드와 쁘띠모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 부딪힐 게 뻔했다.

“표정이 왜 그리 심각해? 유진이 스케줄에 문제라도 생겼냐?”

불안한 기색을 띤 내게 한명호 팀장이 물었다.

고개를 저은 난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아니요. 폭설 때문에 이동민 실장님 오시는 게 힘드실 거 같아서요.”

“별걱정을 다한다. 우리 실장님 운전 실력 F1 드라이버 뺨치니까 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우리도 좀 쉬자. 아으! 온몸이 찌뿌둥하네.”

알겠다고 대답하고 의자에 몸을 기대 휴식을 취했다.

한창 폰으로 기사를 보던 세리가 갑작스레 외쳤다.

“은비 언니. 우리 실검 10위야!”

“진짜네? 대박! 어? 근데 횡성 소녀들이 9위야.”

“헉. 횡성 소녀들에게 밀리다니······.”

“언니 우리 열심히 해야겠다.”

꺅꺅대는 체리블라썸의 환호 소리가 커지고 있을 때였다.

덜컥.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가수 1실의 박한철 실장이 들어왔다.

반쯤 벗겨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애용하는 모자 위로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여 있었다.

“헉헉. 수고 많다. 이동민 실장은?”

“아직 안 오셨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인력 차출 좀 하자. 오다가 차 한 대가 미끄러져서 한 대만 겨우 도착했거든.”

“예?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데 차가 뻗었어. 차상진 팀장이 코디랑 메이크업 데리고 차에 남고 난 골든로드랑 은지유 대리만 데리고 왔거든. 이대로면 애들 무대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다.”

회귀 전 그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날 골든로드 장은영과 쁘띠모 박은빈의 싸움터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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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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