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09


제 109화

109. 컴백 무대 3

“은빈 씨. 이 대리님 병원 치료비는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던 박은빈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PD만 없었다면 상욕이라도 퍼붓고도 남을 표정이다.

“아 해줄게요! 해준다고요!”

주한수 PD가 재차 마동팔 본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 본부장님이 책임지고 치료비 깔끔하게 처리하세요. 나중에 확인해서 처리 안 되었으면 제가 직접 이 건 터트릴 테니까요.”

“아 알았어.”

주춤대던 마동팔 본부장이 내 쪽을 바라본다.

“정 대리. 내 전화번호로 문자 남겨. 병원비랑 흉터 없앨 성형비까지 바로 입금해 줄 테니까.”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받을 건 다 받았으니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주 PD님. 저희 먼저 가봐도 되겠습니까? 이 대리님은 지금 병원도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아 그래? 그럼 같이 나가지.”

어처구니없는 일로 시작된 싸움에서 우린 승리의 팡파르를 울렸다.

쁘띠모의 대기실 밖을 나서자 주한수 PD가 스태프들에게 재차 입단속을 시켰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끝나고 다시금 음방을 위해 스태프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기 시작했다.

함께 우리 대기실로 향하던 주한수 PD가 슬쩍 말을 걸었다.

“정윤호라고 했지?”

“예. PD님.”

“꽤 능구렁이 같던데 올해 몇 년 차야?”

“이제 2년 차입니다.”

“대리 2년 차?”

“아닙니다. 입사 2년 차입니다. 정확히는 1년 하고 1개월이 채 안 됐고요.”

주한수 PD가 발걸음을 멈춘다.

“진짜야?”

주한수 PD가 날 머리끝부터 아래로 훑어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천하의 마동팔 본부장이랑 맞짱을 떠? 이 친구 아주 골때리는 친구구만.”

주한수 PD는 씨익 웃으며 명함을 달라고 요청해 왔다.

“명함 있어?”

“예. 여기 있습니다.”

나는 강감찬 대표에게 선물 받은 번쩍거리는 고급 명함을 빼 들었다.

“이야. 비싼 명함 쓰네. 아 그리고 체리블라썸 이번 곡 잘 빠졌더라고. 음원 순위도 좋아서 윗분들도 기대 많이 하고 있으니까 무대에서 실수 없이 제대로 한번 해봐. 팍팍 밀어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PD님.”

체리블라썸과도 인사를 나눈 주한수 PD는 그제야 조정실로 향했다.

대기실로 돌아가자 MBS의 예능국 국장의 호출로 자리를 비웠던 한명호 팀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주영 대리가 손에 감은 붕대를 보더니 사정을 묻는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내가 이것들을 아주 그냥!”

한명호 팀장이 화를 내고 쁘띠모를 찾아가려 한다.

이주영 대리가 피식하고 웃음을 머금었다.

“팀장님. 정 대리가 다 해결했어요. 안 가셔서도 돼요.”

상처를 치료한 이주영 대리는 쁘띠모가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봤다며 즐거워했다.

매니저 일을 해 오면서 이렇게 통쾌한 일은 처음이라나?

“그 그래? 그럼 병원부터 가자.”

“알겠어요.”

한명호 팀장은 뒤를 내게 맡긴 채 이주영 대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우연희가 체리블라썸 멤버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오늘 우리. 진짜 제대로 해 보자. 알았지?”

엄마 리더의 외침에 나머지 셋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표정에서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승부욕이 묻어 나왔다.

조금 전 쁘띠모와 한바탕 다툼을 한 탓인 듯했다.

“그럼 파이팅할까?”

우연희의 손 위로 세 사람의 손이 겹겹이 포개졌다.

그때 우연희가 나를 불렀다.

“오빠도 해야죠.”

“나도?”

“당연하죠. 오빠도 우리 멤번데!”

“맞아!”

세리의 동의에 난 오늘부로 배치받은 박이윤과 이은향도 동참시켰다.

“그런데 구호 좀 바꾸면 안 될까?”

제발 꽃 피게 해주세요 혹은 4월에 꽃피는 체리블라썸이 지금까지의 구호다.

매번 들을 때마다 든 생각이지만 첫 번째는 너무 처량하고 두 번째는 구호처럼 4월에만 꽃이 필까 걱정이 된다.

그 순간 세리가 즉석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포뤠버! 체리블라썸! 해요. 어때요?”

“포뤠버?”

“포에버!”

“어. 그 그건 좋네.”

그래. 이번에는 회귀 전처럼 해체하지 말고 지금처럼 쭉 가자.

“셋 둘 하나!”

“포에버! 체리블라썸!”

일곱의 손이 하늘로 헹가래를 치듯 올라가며 마치 꽃이 피어나듯 펼쳐졌다.

* * *

MBS의 <쇼! 음악센터>의 녹화 방송 무대.

MC를 맡은 하이틴스타 박병훈과 김세영이 요란하게 체리블라썸을 소개했다.

“자~. 작년 연말을 후끈하게 했던 네 명의 소녀들이 따끈한 신곡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따듯한 봄에 피는 체리블라썸! 제철을 맞아 활짝 피는지 볼까요? 빨리빨리! 허리허리~ 허리업!”

“Hurry UP! Hurry UP!”

김세영이 큐카드를 든 손을 위로 들고 팔짝팔짝 뛰며 의 포인트 안무를 추자 그에 맞춰 박병훈이 무대 중앙을 가리켰다.

흥겨운 반주가 나오면서 무대 위로 조명이 내리꽂혔다.

동시에 포지션을 잡고 기다리던 체리블라썸이 댄스를 시작했다.

체리블라썸의 맑은 음색이 의 멜로디와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흥겨운 리듬에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크 그리고 따라 하기 쉬운 가사까지.

방선우가 수없이 수정한 끝에 완성한 은 다른 가수를 응원하러 온 방청객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었다.

『손 허리 위로~♫ Hurry Up~♫!』

맨 앞에 선 세리가 후렴구에 맞춰 허리를 튕기며 댄스를 이어갔다.

플레어 치마가 들리며 세리의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났다.

그리고 연이어 세 사람도 똑같은 안무로 큐티섹시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허리~ 업!”

후렴 파트에 맞춰 E 열에 앉아 있는 ‘벚꽃패밀리’들의 구호가 방청석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부끄러워하며 소심하게 팔을 뻗는 정상봉이 보인다.

상봉이 넌 조만간 재교육 좀 받아야겠다.

방청객들이 경악할 정도의 횡성여고 4인방과 친구들의 기세에 다른 그룹의 매니저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쟤들 뭐야? 소속사에서 목청 순으로 영입이라도 한 건가?”

“크크크. 오래간만에 듣는 끝내주는 응원이네. 우리 팬덤도 저 정도로만 힘을 써주면 좋을 텐데.”

“하여간 이번에 굴렁쇠가 작정하고 나왔나 보다.”

“저번 곡은 영 별로던데······ 아 진짜 이러다가 이변이라도 나는 거 아냐?”

그런데 2절이 넘어간 순간 매니저들이 긴장할 만한 사태가 발생했다.

『손 허리 위로~♫ Hurry Up~♫!』

-허리~ 업!

박선녀가 구성한 쉬운 안무 덕분에 2절부터는 방청객들도 너도나도 후크 파트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마치 방청객 모두가 체리블라썸의 팬들이 된 것 같았다.

“와 씨. 쟤들 지금 3위라고 했지?”

“아냐. 방금 차트 2위 찍었더라.”

차트 2위?

곁에 있는 매니저들의 말에 급히 폰을 확인했다.

그 말대로 멜랑 차트에는 체리블라썸의 이 2위로 올라와 있었다.

테디 킴이 음원 순위 조작을 하고 있을 텐데도 2위라니.

이러다 진짜 오늘 1위라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사이 열기에 찬 체리블라썸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손 허리 위로~♫ Hurry Up~♫!』

맨 마지막 후렴구가 나온 뒤 앰프가 꺼졌다.

핀 조명이 꺼져 일순간 무대가 암흑이 되었다.

이윽고 무대에 전체 조명이 들어오자 횡성여고 4인방이 주축이 된 응원단이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무대가 떠나가라 환호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체리블라썸!”

숨을 몰아쉬는 체리블라썸이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벚꽃패밀리!”

방청객에게 손을 흔드는 체리블라썸은 지난 몇 년간 2군 걸그룹으로 보낸 설움의 시간을 씻어내고 있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자.

그러면 우리도 꽃 피울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매일 밤 외치고 잠들었다던 체리블라썸은 결국엔 꽃을 피워내었다.

방청객들은 체리블라썸의 그 노력을 알고서 화답하고 있었다.

“최고다! 체리블라썸!”

“앞으로 응원할게요!”

체리블라썸은 방청석을 향해 머리가 땅에 닿을 듯한 폴더 인사를 마친 뒤 무대 옆 계단으로 내려왔다.

네 사람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조명의 뜨거운 열기와 격한 댄스 탓에 옷 입고 샤워를 한 것처럼 푹 젖은 상태였다.

“오빠. 저희 어땠어요?”

“괜찮았어. 방청객 반응 봤잖아.”

우연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빠가 보기엔 어땠냐고요.”

우연희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도 미어캣이 된 것처럼 똑같은 표정으로 대답을 바라며 날 올려보고 있었다.

사실 대답이라기보다는 하나같이 숙제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초등학생 같은 표정이다.

심지어 양은비와 은아까지도.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다. 최고였어!”

쌍 엄지를 치켜들자 그제야 체리블라썸이 꺅꺅대며 기쁨을 마음껏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최인석 AD가 인터컴을 만지작대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잠깐만요. 체리블라썸 매니저님 잠시 이쪽으로.”

“예. 최 AD님.”

누가 들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최인석 AD가 작은 목소리로 귀띔을 해 왔다.

“축하드려요. 순위 결정전 무대에 오를 준비하세요.”

“정말입니까?”

“예. 일단 현장 투표만 남긴 했는데. 좋은 결과 나왔으면 좋겠네요.”

최인석 AD가 윙크를 찡긋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순위 결정 무대에는 3위까지 올라간다.

나는 얼른 체리블라썸 멤버들에게 돌아왔다.

“오빠. AD님이 뭐래요?”

“일단은 대기실로 빨리 가자. 가서 이야기해 줄게.”

아직 무대를 마치지 않은 가수들이 주변에 있었기에 AD에게 들은 이야기를 멋대로 할 수가 없었다.

대기실로 돌아오자 한명호 팀장과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이주영 대리가 돌아와 있었다.

“팀장님! 순위 결정 무대 잡혔습니다!”

한명호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 진짜야?”

체리블라썸도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나 병풍처럼 순위 결정 무대에 서는 선배들을 축하하는 역할만 했으니까.

“그럼 우리가 음방에서도 3등 안에 들었다는 말이죠?”

“와아~~!!”

“진짜야?”

들썩이는 네 사람의 움직임에 대기실의 먼지가 피어올랐다.

“얘들아. 진정하고 어서 메이크업부터 고쳐야지!”

이주영 대리의 외침에 그제야 체리블라썸이 정신을 차렸다.

“아 맞다.”

“은향 씨! 이윤 씨! 빨리 애들 화장이랑 의상 좀 살펴 줘.”

한명호 팀장의 지시에 그제야 네 사람이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고쳤다.

잠시 후.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스태프가 나타났다.

“체리블라썸 준비하세요.”

우리가 무대로 돌아가자 마지막 무대에 섰던 쁘띠모가 막 노래를 끝내고 백댄서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공연에 나왔던 가수들이 다시 무대 위로 향하는 동안 최인석 AD는 체리블라썸이 무대 위에서 어디 서야 할지를 알려줬다.

“저기 쁘띠모 곁에 서세요. 2 3번 카메라가 와이드 앵글로 찍을 테니까 가능하면 두 카메라에 시선 고정하시고요.”

무대로 오르려는 체리블라썸에게 한명호 팀장이 당부를 전했다.

“얘들아. 늘 말하던 거 알지?”

“네! 자신 있게 겸손하게!”

네 사람의 밝은 모습을 본 한명호 팀장과 이주영 대리가 어서 올라가라며 손짓했다.

체리블라썸은 서로 손을 꼭 부둥켜 잡고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다른 아이돌들이 비켜주는 길 사이로 들어가 무대 맨 앞 열에 선 체리블라썸을 보자 한명호 팀장이 감격이라도 한 듯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아우 연말 전까지는 지방행사를 돌기 바빴는데. 저기 선 걸 보니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하네.”

이주영 대리도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팀장님. 우리 애기들 이러다 1등 하면 어쩌죠?”

“그 그러게?”

체리블라썸보다 두 사람이 더 들뜬 기색이다.

나 또한 무대 위에 선 세리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니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왔다.

쿵쿵.

아까부터 요란하게 들리던 묵직한 중저음의 울림이 퍼커션 소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심장 박동 소리였다.

이내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쇼! 음악센터의 1위 발표 시간입니다. 먼저 음원 점수부터 발표하겠습니다!”

드럼 소리와 함께 점수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GOD.6의 음원 점수는 2525점.

쁘띠모의 음원 점수는 5004점.

그리고 체리블라썸의 음원 점수는 4563점.

일단 쁘띠모와 체리블라썸의 이파전이다.

그리고 이어진 점수 합계 뒤 마지막 시청자 투표의 집계 전까지 체리블라썸은 6112점 그리고 쁘띠모는 6106점을 달성하고 있었다.

고작 6점 차이지만 기적적으로 앞서는 중이었다.

“이 이러다 진짜 1위 하는 거 아냐?”

“그 그러게요?”

“아······ 나 요즘 혈압약 먹고 있는데. 나 쓰러지면 119 바로 불러라?”

“아 몰라요. 저도 쓰러질 거 같으니까 정 대리한테 말하세요.”

한명호 팀장과 이주영 대리는 거의 실신 직전이다.

그때였다.

MC를 보던 김세영이 마지막 투표 합산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생방송 쇼! 음악센터. 쁘띠모의 실시간 투표 점수 1013점. 합계 7119점입니다. 그리고 체리블라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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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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