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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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화

쇼다운(15)

“위대한 혈족이시여· 손을 앞으로 내밀어주시길·”

찰칵·

팔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호화로운 장신구들이 채워진다·

보석을 통째로 조각해 만든 반지· 영롱한 빛을 내뿜으며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팔찌·

눈물모양 보석을 꿰어 매단 목걸이가 걸리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가죽 허리띠가 둘러졌다·

얇은 금빛 사슬이 감기면서 의복을 장식하고 화려한 각반이 더해져 태를 잡았다·

“····”

온몸을 장식한 화려한 장신구를 내려다보는 레녹의 옆에서 공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체온과 습도를 조절하고 착용한 예복과 방호구의 무게를 덜어주는 아티팩트입니다·”

“옷태와 청결을 상시 유지하는 보존술식을 부여받은 목걸이로 정화와 수흡 기능을 지녀····”

“귀인께서 왕실의 예법에 신경 쓰시지 않도록 궁정의 여러 징표를 새겨넣은 허리띠로-”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나 기능의 아티팩트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

방금 착용한 것과 유사한 반지와 팔찌 목걸이를 포함한 온갖 아티팩트가 주변에 산처럼 쌓여 있다·

호화로운 보석과 장신구 더미 속에서 공손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으고 서 있는 수행원들·

촤악!

두 눈이 아플만큼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가득한 화려한 의상실·

호화로운 예복과 정장 각종 드레스와 장식들이 걸려 있는 광활한 방의 중심·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러 명의 재단사들이 레녹의 눈치를 보면서 곁을 맴돌았다·

“귀인이시여 잠시 고개를 돌려주시겠습니까·”

“어깨 치수를 측정하겠습니다· 부디 팔을····”

“반나절 안으로 예복이 완성될 예정입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부서지기 쉬운 공예품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레녹의 체형을 측정하는 사람들·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레녹에게 건네는 말조차도 극도로 조용하고 공손하다·

“····”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카바힘의 군주를 조우한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현왕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언급하며 무릎을 꿇고 경배한 이후·

레녹은 거의 2시간 가까이 왕성 전역에서 쏟아지는 선물과 대접에 시달리고 있었다·

군주 본인이 직접 보내는 하사품· 왕성의 관리인들이 레녹을 위해 맞춰주는 화려한 예복·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준비되어 있는 음료와 음식· 사방에 쌓여 있는 왕가의 재산 금은보화까지·

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 없는 호화로운 대접 속에서도 레녹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시작부터 일이 골치아프게 꼬였군·’

판데모니엄의 멤버들이 왕도에 도착하기 직전 공유했던 방향성은 하나·

양면성의 재능을 지닌 군주의 눈을 피해 무사히 왕도에 잠입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레녹이 반궁의 혈족으로 불리며 주변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것은 상정되지 않았던 상황·

‘다른 멤버들과 접촉할 시간이 아예 없다· 이쪽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일부러 조절하고 있는 건가?’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프레이야 칼린스는 이번 공연을 위해 왕도를 찾은 카바힘의 손님·

그녀 역시 왕성 안에서 귀빈 대우를 받고 있을 텐데 알현실에서 나온 직후 마주친 적이 없다·

가능하다면 다른 멤버들과 접선한 뒤 작전을 조정할 생각이었지만 지금까지 동향을 보아서는 당분간 그쪽과 만날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

여기서부터는 레녹이 직접 이 상황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아까부터 나를 위대한 혈족이라고 부르던데·”

레녹이 재단사들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무릎을 꿇고 보폭을 측정하는 사람을 힐끗 내려다본 레녹이 고개를 저었다·

“반궁의 혈족이라는 것이 뭔지는 알고 이렇게 나를 대우하는 건가?”

“송구스러운 말씀이오나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저희들의 일이 아닙니다·”

레녹의 앞에서 어깨 선을 잡고 천을 조금씩 정리하던 재단사가 말했다·

머리를 차분하게 빗어넘긴 그녀가 레녹과 시선을 맞추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위대한 혈족께서 지금의 왕도를 있게 하신 분들 중 하나라는 것뿐이지요·”

“····”

“폐하께서 그리 이르셨다면 저희에게는 그것이 곧 진실입니다· 그 이외의 판단은 있을 수 없지요·”

“재미있는 대답이군·”

레녹이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카바힘에서 레녹이 귀인인지 아닌지는 레녹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말인가·

궁정에서 일하는 사람치고는 꽤나 솔직하기 그지없어서 오히려 도움이 됐다·

“저희는 폐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귀인을 모실 뿐입니다·”

재단사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왕도의 모든 규율보다 귀인을 모시는 일을 우선하도록 명하셨으니·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시길·”

“····”

치수를 재는 일이 끝나고 임시로 주어진 왕성의 화려한 예복을 입고 복도로 나왔다·

품이 넓은 푸른 빛의 예복을 입은 레녹이 걸어 나오자 왕궁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쿵!!

“십정(十正)의 6검 유젤이 위대한 혈족을 뵙습니다·”

선두에 서 있던 기사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금일 왕성의 경사를 앞두고 폐하의 무구를 귀인께 전달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귀인을 안내하겠습니다·”

“····”

하사품에 이은 하사품· 선물에 이은 선물을 몇시간 내내 받아와 놀랍지도 않았다·

고개를 숙인 기사를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레녹이 문득 걸음을 멈춰 섰다·

십정 6검· 카바힘에 존재하는 열개의 기사단 중 6번째 기사단장·

스스로를 유젤이라 소개한 기사의 얼굴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렸기 때문·

이제 막 성년에 이른 얼굴도 아니라 대놓고 소년에 가까운 어린 기사다·

“나이가 꽤 어려 보이는데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건가·”

“왕도에 충성을 바치는데 있어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요·”

소년기사가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십정 기사단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무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

웃고 있지만 어딘가 눈이 웃고 있지 않은 얼굴·

다른 기사들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굳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소년기사가 유별난 것이겠지·

단순히 느긋하거나 여유로운 성격인 건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유젤에게서 희미한 기시감을 느낀 레녹이 생각에 잠긴 사이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철컥!!

갑주 이음새가 새로 충돌하며 금속음을 내고 그를 따라 기사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유젤이 레녹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왕성 1급 병기고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귀인께서는 저를 따라오시지요·”

여섯 마리 군마가 이끄는 화려한 마차에 올라탄다·

유젤과 레녹이 마주보는 형태로 앉고 바깥에서 기사들이 마차 양옆으로 도열했다·

기사들의 뒤로 수행원과 하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들고 대기하듯이 줄을 섰다·

길목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요란한 대접·

왕성 알현실에서 아론이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언급한 뒤로 이런 일이 하루 종일 일어나고 있다·

“다른 이들은 나를 위대한 혈족이라 부르면서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답하지 않더군·”

마차 바깥으로 비춰진 왕도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레녹이 시선을 돌렸다·

“왕도의 기사단장이라면 다른 이들보다는 좀 더 말할 수 있는 것이 있겠지·”

“····”

“너희 기사들에게 있어 반궁의 혈족이라는 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지?”

“저같은 칼잡이가 위대한 초월자에 대해 무엇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유젤이 웃으며 대답했다·

“다만 제 좁은 견문으로도 귀인께서 위대한 혈족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이는군요·”

“무슨 뜻이지?”

“아시겠지만 승천자의 혈족이라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젤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원치않는 태생과 핏줄에서 발현되는 위태로운 마성··· 그간 왕도를 찾은 다른 승천자의 혈족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계셨지요·”

“····”

레녹뿐만이 아니라 다른 승천자의 혈족들도 카바힘 왕도를 찾아온 적이 있던 것인가·

그를 생각하면 왕도 전역에서 레녹의 존재에 놀라는 대신 극진한 대우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쪽입니다·”

손짓으로 마차를 멈춰세운 유젤이 왕성 외곽에 자리한 화려한 병기고 앞에 섰다·

전신무장한 경비병들이 지키는 교각을 지나 굳건하게 닫힌 철문으로 향했다·

철컥!

단단하게 잠긴 문 위로 새겨진 결계를 생체 인식으로 풀고 안으로 들어섰다·

“왕도 최고의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구들을 보관하는 병기고입니다·”

먼저 문을 열고 길을 비켜선 유젤이 말했다·

“귀인이 원하시는 무구를 무엇이든 하나 전해드리라 폐하께서 직접 명하셨습니다·”

“····”

레녹은 유젤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병기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마전의 멤버인 소류가 왕가의 유물을 이것저것 사용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추방당한 왕자인 그가 그만한 유물을 갖고 있을 정도라면 카바힘 왕도에 보관된 유물이나 재산은 그 이상이겠지·

화악!!

안으로 향하자 화려한 빛을 내뿜는 보구들이 사방에 걸려 있었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호박빛의 창날· 피처럼 붉은 칼날을 지닌 태도·

마력노심이 장착된 충전식 갑주· 칠흑처럼 검은 날을 지닌 양날도끼·

그 밖에도 아름답고 신묘한 외형을 지닌 독특한 무기들이 보인다·

다양한 아티팩트를 다루어본 레녹이 보기에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게 연마된 무기들·

“의라신조· 의념을 사용해 조작하는 어검의 일종입니다·”

레녹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유젤이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혈사만리· 피를 재료로 삼아 도신의 길이를 늘리는 마검이지요·”

“····”

“충령갑주· 기계도시의 충령이라는 초인이 제작한 물건인데 곤충의 외피를 흉내 낸-”

“아니 설명할 필요 없다·”

여기까지 와서 선물이 필요 없다고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병기고를 한 바퀴 돌아본 레녹이 손을 들어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저건 뭐지?”

“···입천문(入天門) 말씀이십니까?”

“입천문? 꽤나 거창한 이름이군·”

레녹이 피식 웃었다·

“마음에 들었다· 저걸로 하지·”

“위대한 혈족이시여· 하지만 저건····”

보기 드물게 머뭇거린 유젤이 말했다·

“···무기가 아니라 방패입니다만·”

레녹이 고른 것은 병기고 사방에 진열되어 있는 날붙이가 아니었다·

병기고에서도 몇개 되지 않는 방어구· 그 중에서도 뒤틀린 삼각형의 방패를 선택했던 것·

거꾸로 뒤틀린 삼각형 안에 겹쳐 새겨진 세개의 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하학적인 직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초점이 어긋나는 듯한 기묘한 외형의 방어구다·

“왜 방패를 고르면 안 되는 거였나?”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유젤이 물었다·

“왕도를 찾은 분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무기를 골라가시는 편인지라·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고 말고를 떠나 저것 말고는 내가 쓸 만한 물건은 없어 보이는군·”

마법사인 레녹은 냉병기를 거의 다루지 않으니 병기고의 무구는 대부분 필요가 없다·

애초에 지금 갖고 있는 무구도 딜런을 비롯한 탑의 동료들에게 선물해 주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병기고에 진열된 여러 갑옷도 쿤다라에서 손에 넣은 흑쇄용린갑(黑鎖龍鱗甲)보다 크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사용을 전제로 필요한 물건을 고른다면 그나마 방패·

팔굉성채에서 죽인 사도 마르티네스의 갑각파편을 방패 대신 쓰고 있긴 했지만·

견뢰의 신분으로 획득한 물건인 만큼 다른 신분으로는 상황을 보아가며 사용해 왔었다·

이번 기회에 빅터의 신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하나 더 구비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

“알겠습니다· 귀인께서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기왕이면 레녹이 이곳에서 무구를 고르기를 원했던 것일까·

쓴웃음을 짓는 유젤을 무시한 레녹이 벽에 걸린 방패를 받아들었다·

먼지가 쌓인 낡은 삼각형의 방패· 그 위에 덮인 기하학적인 문양의 형상·

맨 손으로 방패를 쓸어본 레녹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방패보다는 독립화된 방어술식에 가깝군· 이런 물건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감응력을 사용해 살펴본 결과 이 방패는 여기 보관된 모든 병기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물건이다·

능력이나 술식이 부여된 아티팩트나 보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일종의 술식에 가까울 느낌·

현실에 구현된 술식이 소멸하지 못하고 어설픈 형태로 남아 있는 결과라 해야 할까·

‘구조를 역산해 해체하면 술식을 습득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지금은 안 되겠군·’

이 방패는 카바힘의 군주가 하사하는 선물· 당장 이걸 해체해 술식을 익히는 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이것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레녹이 왕성 전역에서 온갖 극진한 대우를 받아가면서 기다리고 있던-

“결정을 내리셨다면 제가 귀인을 다시 왕성으로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유젤이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 *

퍼버버벙!!!

와아아아!!!

어두워진 저녁 하늘 위로 터지는 폭죽· 사방에서 들려오는 환호소리·

공연을 위해 찾아온 프레이야와 콘서트 관계자들을 위해 열린 성대한 연회·

은은한 음악소리가 들려오며 조리가 끝난 음식들이 사방에서 바쁘게 운반된다·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프레이야와 콘서트 관계자로 위장한 소류의 모습·

분주한 분위기 속에 섞여 성내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체비엔의 인형까지·

그러한 연회장이 내려다보이는 왕성 최상층 야외 발코니에 레녹이 서 있었다·

“····”

알현실의 사태 이후 다른 멤버들과는 아직 한마디도 나눠보지 못한 상황·

하지만 이렇게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왕성에 잠입한 멤버들과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오늘이 지난 다음에 적당한 기회를 보아 그들과 접촉하든 해야겠지·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닌 광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기만 해도 피곤하기 그지없지만-

레녹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둠에 잠긴 카바힘 왕도의 야경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발코니 안쪽 화려한 만찬이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카바힘의 군주 아론바이거 카바힘·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칭하며 한나절 내내 온갖 대접을 받게 만든 장본인·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고개를 돌린 남자가 웃는 얼굴로 레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군· 내 오랜 벗과의 대화가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모양이야·”

“····”

하지만 레녹은 맞은 편에 착석하는 대신 먼저 와 있던 다른 남자를 바라보았다·

광대의 요청을 받고 합류한 예지자 안타레스가 아론과 둘이서 독대하고 있었던 것·

“과인이 대륙을 떠돌며 용병 일을 하던 당시 마음이 맞아 함께 일했던 적이 있었지·”

레녹의 시선을 눈치챈 아론이 웃으면서 안타레스를 눈짓했다·

“그래서 그대를 만나기 전에 잠시 이렇게 불러 예전의 추억을 그리고 있었어·”

“····”

“일단 앉지· 그대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아·”

의자에 몸을 틀어 기대앉은 아론이 비어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과인이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려온 만큼이나 그대 역시 궁금한 것이 있을 텐데·”

“····”

아론바이거는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부르면서도 딱히 레녹을 경외하거나 숭배하지 않는다·

알현실에서 무릎을 꿇고 레녹을 경배하라 일렀던 것은 주변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는 뜻일 터·

아론 본인이 그러한 성향이라면 이제와서 왕도의 예법을 지킬 필요는 없겠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그쪽만이 아니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왕도에서 반궁의 혈족을 경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듣고 시작해야겠군·”

“····”

아론바이거가 어째서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일렀는지 짐작 가능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레녹이 지닌 금기병장의 존재를 인지하고 양면성의 재능을 통해 그를 들여다보았다는 것·

반궁의 혈족을 재료로 삼은 무구인만큼 아론바이거가 그 존재감을 레녹의 것으로 착각했다면 레녹을 반궁의 혈족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지녔다는 양면성의 재능이 정확하게 어디까지 보고 인식한 것인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했다·

왕도 지하의 [문]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장 유력한 장애물인 아론바이거 카바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

여기서는 최대한 아론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정보를 골라내고 얻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레녹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환대를 거부하지 않고 아론과 독대할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대의 존재를 왕도 전역에서 경배하는 이유라·”

하지만 아론은 그러한 레녹의 말에도 의아한 듯 턱을 괴고 시선을 돌렸다·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 안에서 회전하는 두 개의 동공·

“과인으로서는 그대가 구태여 그것을 묻는 것인지 외려 의문이 드는군·”

양면으로 분열되어 중첩된 초점을 통해 레녹을 바라보며 아론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 왕도 전역에 내려진 ‘축복’이 곧 그대의 것일진대· 그대를 경외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리라 믿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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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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