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8화
548. 박상규 2
고동혁.
과거 박상규가 몸을 담았던 극단 ‘일기일회’의 단장으로 지금은 극단이 망해서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에이전트지 그는 배우들에게 엔터테인먼트에 소속 계약을 도와주고 계약금의 50%를 받는 악질 브로커였다.
그런 고동혁이 노리는 대상은 주로 가난한 대학로의 실력파 배우들이었다.
매달 월세 내기도 빠듯하고 사다 놓은 라면마저 떨어져 가는 배우들은 50%나 뜯기는 불공정한 계약인 걸 뻔히 알면서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곤 했었다.
서예종 출신인 고동혁은 방송국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인맥이 빵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고동혁은 그 검은 마수를 내가 스카우트하려는 박상규에게 뻗고 있었다.
난 그 마수를 막기 위해 고동혁의 실체를 밝혔다.
순간 흥분한 고동혁이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넌 뭐야? 새파랗게 젊은 놈이 누구에게 감히 사기꾼이라고 그래?”
벌떡 일어난 고동혁은 당장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내가 누군지 알아차리고 주먹을 내린다.
“잠깐만······ 너······ 굴렁쇠 정 실장 맞지?”
난 고동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박상규에게로 다가갔다.
갑자기 내가 나타나서 사기 계약이라고 하는 게 당혹스러운지 박상규도 경계심이 가득하다.
그런데 박상규를 바로 코앞에서 보자 다시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박상규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길게 늘어져 있고 눈은 퀭했으며 볼이 쏙 들어갔을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터라 자책감으로 본인을 학대한 모습이다.
그 탓에 누구에게나 제법 잘생겼다며 훈남 소리를 듣던 모습은 사라지고 반쯤 폐인이 되어 있었다.
‘상규 형님······.’
마음 같아서는 하루라도 일찍 오고 싶었다.
하지만 깊은 시름에 빠져서 세상을 등한시하던 그를 달랠 방법 따윈 없었다.
의사와 간호사를 빼고는 그 어떤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보낸 정상봉도 말이다.
그리고 난 그동안 내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벅찼었다.
그래서 그동안 정상봉을 통해 지원금만 보내며 상황을 살폈었다.
다행히 며칠 전 박상규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그제야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고.
그런데 고동혁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브로커 따위야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고동혁은 내가 누군지를 알고 난 뒤 잔뜩 경계하며 말한다.
“정 실장. 대체 무슨 근거로 사기라고 하는 거야! 엉?”
“그러면 상규 씨가 보는 앞에서 이 계약서를 조목조목 한번 짚어 볼까요?”
고동혁이 계약서를 황급히 덮는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고동혁은 계약서를 품에 안은 채 박상규를 향해 외친다.
“상규야! 너 형 믿지?”
잠시 망설이던 박상규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동혁은 그것 보라며 기가 살아서 외친다.
“봤지? 당사자가 믿는다잖아! 그리고 이 계약은 상규가 먼저 연락해서 맺자고 한 거야! 그러니까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돌아가!”
박상규는 2년 전 에이스 엔터와 계약을 했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계약 기간은 6개월.
그동안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가만히 놔둬도 계약은 자동 해지가 되었을 거다.
그러나 아내의 병실을 옮겨야 하는 박상규로서는 어떻게든 재계약하고 배역을 따서 돈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에 돈이 급했던 박상규가 고동혁에게 도움을 요청했나 보다.
하지만 내가 나선 이상 이런 기생충 따위에게 놀아날 이유가 없다.
난 고동혁을 무시한 채 박상규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명함을 내밀며 그에게 말했다.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라고 합니다.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직접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을 맺는 게 상규 씨에게도 이득일 겁니다.”
하지만 박상규는 내가 건넨 명함을 받지 않는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조심스레 말한다.
“이렇게 찾아와 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런데 에이스에서 제게 꼭 맞는 배역을 준비해 뒀다고 해서 이쪽과 재계약을 하려던 참입니다. 그리고 부당한 조항은······ 제가 잘 보고 걸러내겠습니다. 힘들게 와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배역요?”
고동혁이 피식 웃으며 대화에 끼어든다.
“그래. 정 실장. 너도 정희왕후 알지? 거기 도예수 CP님에게서 배역을 약속받고 왔으니까 헛물 그만 켜고 돌아가라고.”
고동혁의 인맥은 상당했기에 배역을 받았다는 것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실 그 배역이 어떤 배역인가가 배우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다.
난 고동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박상규에게 말했다.
“그러면 어떤 배역인지 도예수 CP님께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박상규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CP님께 물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매니지먼트사인 에이스 엔터에는 연락해 보셨습니까?”
“아니······요. 에이스 엔터에는 제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아서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2년간 계약만 하고 활동을 한 적이 없으니 담당 매니저도 없고 전화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잘 됐다.
현재 분할을 앞둔 에이스 엔터가 박상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계약을 파기하고 데려오기는 더욱 쉬워지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제안을 하지요. 상규 씨가 배역을 원한다면 배역을 드리고 계약금이 필요하다면 에이스 엔터보다 훨씬 더 맞춰 드리겠습니다.”
“정말······ 입니까?”
“예.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현재 정희왕후의 주요 배역은 다 찼습니다. 즉 고동혁 씨와 손을 잡으시면 그저 그런 조연 자리 하나로 만족하셔야 할 겁니다. 그걸로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정희왕후>는 이미 예고편 전쟁에서 주요 배역들을 대부분 공개했다.
남은 주요 조연 역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설령 한 자리가 빈다고 해도 사극의 강자인 KBC는 베테랑 연기자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연극 무대가 전부인 박상규에게 주요 조연 자리를 준다는 건 불가능하다.
고동혁이 발끈해서 말한다.
“상규야. 쟤 말 믿지 마! 내가 제작진이랑 잘 이야기해 뒀다니까? 넌 마음 탁 놓고 나만 따라오면 돼. 너 형 믿지? 주연급 조연 자리 마련했다니까?”
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면 그 주연급 조연이 대체 뭔지 배역 이름이나 말해보시죠.”
“그 그건······ 기밀이야 인마!”
고동혁이 배역 이름을 대꾸조차 못 하자 무표정하던 박상규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동혁 형님. 배역이 무슨 기밀입니까? 어떤 배역인지 말씀해주세요.”
“그 그게······.”
고동혁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순간 박상규가 한숨을 내쉰 뒤 손을 뻗어 내 명함을 받아들었다.
“정 실장님.”
“아 예.”
“혹시 굴렁쇠와 계약하면 계약금을 좀 당겨 받을 수 있습니까? 이런 말씀을 드리기 부끄럽지만 제 아내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형편이라 돈이 급합니다.”
“그런 문제야 저희가 돕는 게 당연하고 현재 소속사와의 문제도 깔끔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조연 역할 정도는 바로 꽂아 드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재 주연 배우를 찾고 있는 나태양 감독님의 작품 오디션에 박상규 씨를 밀어볼까 합니다.”
박상규의 눈이 커진다.
“나태양 감독님이요? 그 천재 각본가 말씀이십니까?”
“예.”
내가 현재 박상규에게 추천하려고 하는 <도플갱어>는 천재 각본가로 유명한 나태양 감독의 작품이다.
그런데 평생 조연만 했던 박상규였기에 주연이라는 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진짜······로요? 조연도 아니고 주연이라고요?”
“예. 먼저 에이스 엔터 계약부터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다음에 나태양 감독님을 뵈러 가시죠. 때마침 한창 오디션 기간입니다.”
그때였다.
고동혁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지 과거의 인연을 들먹거린다.
“야! 박상규! 너 인마 쥐뿔도 없을 때부터 내가 도와준 거 다 잊었어? 너 사람이 그러면 안 돼! 그리고 너희 마누라 병원비가 얼만데 그걸 정 실장이 다 커버해 줄 거 같아? 턱도 없어! 그러니까 내 손 잡아. 너 병원비 문제는 내가 다 해결해 놨다니까? 니 백그라운드 스토리 뽑기 좋아서 다 대준댔어 인마.”
‘웃기고 있네. 병원비를 에이스 엔터가 잘도 대어 주겠다.’
에이스 엔터가 병원비를 다 대준다는 거짓말까지 한 모양인데 김동수가 맡게 될 에이스 엔터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결국 난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려던 아내의 병원비 이야기를 꺼냈다.
“상규 씨. 병원비가 많이 밀려 있어서 걱정이십니까?”
“예······ 굴렁쇠 엔터에서 계약금을 받아도 메꾸기 힘들 정도일 겁니다.”
“그러면 제게 계약금을 더 달라고 하시면 되죠.”
“제가 염치가 있지. 어떻게 저 같은 신인이 회사에······.”
난 자신감이 떨어진 그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남은 진료비가 5732만 원 정도이더군요.”
“그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병원에서 절반 정도를 탕감해 주셨는데도 많이 남긴 했더군요. 뭐 그래도 그거 다 메꾸고 병원 옮기는 정도의 계약금은 충분히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주연급 배우를 모시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순간 박상규의 눈이 미친 듯 흔들리기 시작한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병원비 내역을 알 수 있는 건 가족 이외에는 단 한 명.
그에게 병원비를 지원해 준 독지가뿐이기 때문이다.
“서 설마······?”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상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혹 불편해하실까 몰래 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상규 형님.”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형님’이란 말을 붙였다.
회귀 전 나를 마치 친동생처럼 대해주던 그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는 굴렁쇠 엔터로 온 다음에도 아내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수없이 많은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 탓에 이미지 소모가 심해 끝내 주연은 되지 못했다.
박상규는 당시 주연이 되고 싶은 꿈도 못 이루고 아내는 여전히 아픈데도 그는 늘 날 챙겨줄 정도로 마음씨가 좋았었다.
그때의 기억들이 온몸을 감싸자 쉽사리 몸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는지 박상규는 어찌할 바를 몰라라 한다.
게다가 자신에게 지원해주는 독지가가 왜 나인지 그리고 왜 형님이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다.
“아 아니 정 실장님이 왜 제 아내의 병원비를 내신 겁니까? 그리고 절······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뭡니까?”
그 순간 난 처음 박상규를 만났을 때 받았던 지갑 속에서 낡은 티켓 한 장을 꺼냈다.
끝은 닳아있고 프린팅된 그림과 글자가 곳곳이 번진 티켓이다.
그리고 그 티켓 위에는 박상규의 사인과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이건······ 예전에 형님에게서 직접 받았던 무료 티켓입니다.”
[힘내세요.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겁니다. -박상규]
티켓을 받아든 박상규의 눈이 다시 한번 커진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묻어둔 나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 모양이다.
“혹시 8년 전 극단 보일러실을 수리하던 막내가 설마······.”
“예. 그게 접니다. 그때 극단 보일러실 수리 공사를 끝내고 쉬고 있을 때 형님이 굶지 말라면서 빵이랑 우유 그리고 티켓을 주셨었죠. 일 끝났으면 연극 보고 가라고요. 그때 연극에 연 자도 몰랐는데 그 연극 보고 진짜 힘 많이 얻었습니다. 그때 먹은 왕보름달 빵도 인생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었고요.”
8년 전.
회귀 전까지 치면 십수 년 전에 그와의 첫 인연이 시작되었었다.
난 보육원을 나와 서울에 올라와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다가 잠시 보일러 수리 보조 생활을 한 달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계약에 대해 잘 모르던 나였기에 당시에 한 달에 60만 원만 받고 일을 했었다.
그때 돈도 없고 배가 고파서 굶던 내게 그는 본인도 돈이 없으면서 자신의 저녁을 양보해줬었다.
고작 왕보름달 빵 하나랑 작은 곽 우유 하나였지만 내게는 진수성찬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 티켓 덕에 아무것도 없는 청년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룬 <희망 노래>란 연극을 구경하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당시 박상규는 그저 시민 1 청년 친구 2로만 나오던 조연 배우였지만 내게 있어 그날의 주연은 박상규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이후.
내가 매니저가 된 이후에는 굴렁쇠 엔터에 그를 영입한 이후 늘 주연이 되게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비록 여러 사정으로 그 뜻을 완벽히 다 이루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반드시 박상규를 주연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연극판에서 듣던 ‘천의 얼굴’이란 소리를 영화와 드라마에서 들을 수 있게 말이다.
추억이 담긴 티켓을 받아든 박상규가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그때의 인연을 잊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시다니······ 또 이렇게 성공하시다니······.”
박상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면 염치없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정 실장님.”
“물론입니다. 저만 믿으세요. 형님.”
정실모 중 마지막 한 명을 영입하게 되었다.
‘드디어······ 다 모였어.’
회귀 전.
죽음을 앞두고 모두가 날 배신했을 때 내 곁에 머물러준 일곱 명의 정실모를 이제야 모두 만났다.
그 순간 가슴이 터질듯한 충만감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동시에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때였다.
행복한 내 기분을 방해하는 인간이 있었다.
우당탕.
휴게실 의자가 뒤로 나자빠지며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고동혁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탓에 생긴 일이다.
“아주 지X들을 하고 있네. 그리고 상규 너 인마! 아직 계약 기간이 육 개월이나 남은 걸 잊었냐? 어차피 에이스 엔터가 계약을 안 풀면 그 기간 안에 오디션도 못 봐!”
고동혁의 도발에도 박상규의 태도는 정중하기만 했다.
“형님. 이번 한 번 제 사정을 좀 봐주시면 다음 기회에 꼭 신세를 갚겠습니다.”
고동혁이 코웃음을 치며 박상규를 비웃었다.
“새X! 웃기고 있네. 너 옛날부터 제대로 된 선택을 한 적이 없잖아.”
“예?”
“뭘 몰라서 예야? 네 제수 씨 교통사고만 해도 니 고집 때문이잖아? 네가 신혼여행을 가자고 고집만 안 부렸어도 그런 일은 안 일어났을 거 아니냐고. 하여간 이번에도 그때처럼 또 후회할 일을······.”
고동혁의 말을 다 듣기도 전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감히 그 사고를 입에 담아?
안 그래도 박상규가 자신의 탓이라고 2년간 끝없이 스스로를 학대하는 그 일을?
살심이 치솟아 오른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 순간 옆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다.
눈이 돌아간 박상규가 휴게실 의자를 밀치고 고동혁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았다.
덥썩.
“으아악!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자신을 옭아매는 트라우마를 건든 까닭에 박상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곧장 박상규를 고동혁에게서 떼어내었다.
“상규 형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박상규에게서 풀려나자 고동혁이 목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쉰다.
“켁켁켁······ 너 상규 이 새X. 지 지금 나 쳤어? 너 이제 끝났어 새X야!”
박상규가 날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매니저가 되어주겠다고 한 내가 자신을 말린 까닭이다.
“왜······왜······왜······.”
그 순간 난 박상규를 보며 차분히 대답했다.
“배우님······ 이런 일은 매니저가 대신 하는 겁니다.”
“예······?”
난 그 즉시 폰으로 1층에 있는 정상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봉아. 나 여기 4층 휴게실이다. 내가 여기서 사고를 좀 칠 거 같거든? 올라와서 간호사들이 휴게실 들어오지 못하게 잠깐만 막아줘.”
-혀 형님? 모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자 잠깐만요! 지금 바로 올라갈게요. 기다리세요.
내 목소리에서 살기가 느껴졌는지 정상봉이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난 기다릴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용서할 생각도 없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박상규 배우님.”
난 박상규를 놓고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주먹을 꼭 쥐고 고동혁에게 달려들었다.
‘고동혁. 넌 오늘 뒤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