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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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징조 (6)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세트 학생?”

예고 없는 방문에 놀란 것도 잠시 교관 시리카는 방금 자신이 뭘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바로 되물었다·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선생님! 여기 있는 시안이랑 같이 체험학습을 나가고 싶습니다!”

꼴에 준비했다는 체험학습 신청서는 그야말로 가관·

급 밀려온 두통에 그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세트 학생? 체험학습이란 건 말 그대로 외부 현장에서 체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학습을 의미해요· 지금 세트 학생이 희망한다는 이 체험학습에선 대체 뭘 배울 수 있는 걸까요?”

“단연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탐방하는 것! 그것이 배움의 진정한 의미 아니겠습니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시대의 유적을 탐험하는 거야말로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완벽한 체험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기한테 믿고 맡겨보라 해서 놔두긴 했다만 생각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궤변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딴 걸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진 모르겠으나 그래도 확실해진 건 하나 있다·

난 좀 있다 당주한테 죽을 것이다·

“이 일단 신청은 했으니까 접수는 해놓을게요· 하지만 알죠? 승인이 날지 안 날지는 모른다는 거· 저 한 명이 승인했다 해서 처리되는 게 아니니까요·”

최종 승인을 해야 하는 쿤델 총장이 자리를 비운 지금 시리카 교관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로부터 대리 승인을 받아야지 만이 허가가 날 것이다·

“아무쪼록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그 그래요·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지만····”

용건을 마친 세트는 임무를 완수하기라도 한 듯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어섰다·

나 또한 빨리 벗어나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시안 학생?”

당주가 어금니 꽉 깨문 목소리로 나를 멈춰 세웠다·

“시안 학생은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까요?”

날카롭게 세워진 눈초리에선 ‘어딜 도망가냐’는 속마음이 그대로 엿보였다·

세트 녀석을 먼저 돌려보낸 뒤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설명하렴·”

당주는 짧고 단호한 어조로 내게 설명을 요구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 나는 꺼릴 것 없이 그녀에게 모든 전말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왕국 동남부 노델리란 마을에 유적이 하나 있는데 세트의 말에 따르면 거기 사는 마수일지도 모르는 생물의 이름이 레미하람이다? 그게 마서의 이름과 같은 이름이고? 그걸 확인해보겠답시고 거길 가겠다는 거니? 체험학습을 핑계 삼아?”

나는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트는 어떻게 꼬신 거니?”

“동행해주면 대련 상대를 해주겠다고 하니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당주는 욕을 뱉으려다 간신히 참은 듯한 얼굴로 물었다·

“일단 하나만 물어보마· 마서의 이름이 레미하람이란 건 어디서 들었니?”

“케이람이 말해줬습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것 같아 말해주는데 성서 히스크레아랑 다르게 마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음?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장담하는데 이 대륙에서 마서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인간은 얼마 없을 거야· 나조차 마서의 이름이 레미하람이었다는 걸 지금 너에게 처음 들었으니까·”

“아 아에르로부터도 못 들으셨던 겁니까?”

“마검은 아에르님으로부터 만들어졌지만 마서는 아니야· 우리도 모르는 다른 신의 힘으로부터 탄생했기 때문에 아에르님께서도 딱히 언급할 이유는 없으셨겠지·”

‘서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절대 신 이외의 존재에게 발설해선 안 된다·’

아에르가 말한 신들의 규칙에 의거한다면 말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잠깐 그럼 이거 발설하고 다니면 안 됐던 거네?

그러고 보면 루나브 걔는 또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아에르님의 말씀을 따르겠다는 건 좋아· 하지만 지금이 시안 너에게 얼마나 위험한 시기인지 모르는 건 아니잖니?”

나는 침묵으로 응답했다·

“아린 황녀와 약혼 제의가 들어왔다며? 이건 앞으로 너를 주시할 시선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해! 황실뿐만 아니라 제국의 다른 귀족 가에서도 널 두 눈 번뜩 뜬 채로 지켜볼 거야! 그거 다 감당할 수 있니?”

“해야 한다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나조차도 장담은 못 하겠지만·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확실치 않은 곳에 있을 무언가를 찾자고 너를 보내고 싶진 않아· 아에르님의 말씀이라 해도 상관없어· 누누이 말하지만 난 네가 위험에 빠지는 꼴 못 봐·”

참으로 확고하시다·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마음이 몸으로 느껴진다·

허나 나도 누누이 말하는데 난 나 스스로가 위험에 빠지는 것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마서를 찾으려는 궁극적인 이유도 결국 나로 인해 위험에 빠지게 될 내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당주의 바람은 알지만 지금은 그 바람을 들어드리지 못할 것이다·

“즉 당분간은 제가 아카데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래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지·”

그녀의 의사는 끝까지 확고했다·

“그럼 그걸 보완한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구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 앞에서 포기란 단어를 꺼내면 죽여버리겠다····”

“···?”

“전생의 당주님이 제게 하신 말입니다·”

그녀의 보기 드문 벙찐 얼굴을 뒤로한 채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왔다·

* * *

세트 녀석은 문제없을 거라며 100%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뭐 그 바보야 그럴 것 같았으니 애초부터 신경도 안 썼다만 정작 문제는 내 쪽이겠지·

당주의 반대가 예상보다 훨씬 더 격했다·

상황이야 나도 알지·

감시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자리를 비운다는 것 자체가 수상함을 대놓고 드러내는 꼴이니까·

정 원한다면 못 해도 방학 기간을 노려야 할 텐데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다고 본다·

보리스 놈이 언제 다시 설칠지도 모르는데 그저 턱이나 괴고 시간만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해야 할 것이다·

뭐 말은 그렇게 했다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핵심은 나를 대신할 무언가를 아카데미에 남겨놓아야 한다는 건데

환영 마법을 쓰기엔 끽해야 하루 이틀이 한계·

소환수처럼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장기간 방치하면 높은 확률로 들통 날 것이다·

이거 뭐 나를 똑 닮은 대역이라도 구해야 할 상황이····

“어라? 도련님! 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

부엌에서 나온 에밀리가 소파에 앉은 나를 보며 물었다·

“아까부터 있었는데?”

“엥? 그럴 리가요! 방금 전까지 부엌에서 식사하고 계셨었잖아요!”

그럴 리가 있겠냐?

내가 암만 배고프다 해도 그녀의 음식을 먼저 찾을 리는 없다·

이 세상에서 에밀리의 음식을 맛있게 먹을 사람은 나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던 에밀리는 급기야 다시 부엌으로 달려갔다·

“에에엑!?”

사람 입에서 무슨 괴수 멱따는 소리가 들린다·

뭔 일인가 싶어 나 또한 황급히 부엌으로 가보니

“···?”

순간 눈을 의심한 나머지 다섯 번 정도를 깜빡였다·

에밀리는 놀라다 못해 절규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식탁에 앉아 그녀가 차려준 음식을 야무지게 먹고 있는 흑발의 소년·

저건 아무리 봐도··· 나였다·

“도 도련님이 둘?!”

아니다·

분신이다 싶을 정도로 나를 똑 닮긴 했으나 저건 내가 아니다·

저 낯선 소년에게 뿜어지는 익숙한 신기로 볼 때 저 꼬맹이는 분명····

“하하! 놀랬지?”

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지면서 낯선 소년이 본모습을 드러냈었다·

“파파랑 에밀리 언니 놀래 켜주기 대성공이다!”

이 세상에서 에밀리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유일한 사람 나나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어리둥절한 에밀리와 다르게 난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챘다·

폴리모프(Polymorph)다·

드래곤 특유의 인간 변신 마법·

보통 성장을 완료한 완전체의 드래곤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등급 마법으로 알려져 있다만 완전체도 아닌 반쪽짜리에 불과한 이 꼬맹이가 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나로선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한 거야 나나?”

“모르겠어! 파파 꿈을 꾸면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 떠보니까 파파로 변신해 있더라고! 파파뿐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로도 변신할 수 있어!”

“···!”

또 한 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나의 모습이 이번엔 브라이언으로 변했다·

“이거 봐! 똑같지?”

모습뿐만이 아닌 목소리까지 완전 똑같았다·

나는 잠시 동안 입을 다문 채 그녀의 변한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도 도련님 왜 말이 없으세요?”

왜 말이 없냐고?

지금 내가 아주 미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게 맞는 건지 고민 중이거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겠냐는 두 개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격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 * *

황궁 그레이트 체임버(Great Chamber) 4층 중앙에 위치한 3황자 파비앙의 방·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파비앙의 앞에 동생 네로비앙이 팔짱을 끼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바마마께서도 참 대단해? 발작을 반복하시는 와중에도 손님맞이를 하려 하시니 말이야·”

파비앙은 말이 없었다·

“무려 10년만의 방문이시라지? 오래간만에 만난 국구(國舅)님과 무슨 얘기를 나누시려나?”

“조용히 해라· 네로비앙! 지금 생각중이지 않느냐?”

형의 신경질에도 불구하고 네로비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생각할 게 뭐 있어 형? 아카데미 말곤 세상일에 관심도 없던 총장이 지금 황성에 온 거라고! 아바마마가 병약해지신 틈을 타 본격적으로 자리 구축을 시작하겠다는 거잖아!”

“섣부른 추측하지 마· 아직 확실한 건 없다·”

파비앙은 선을 그으며 일축했다·

“이거야 원 황실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난데없이 총장이 방문하질 않나 껍데기 같은 아린이 베르트 공작가와 약혼하질 않나 우리만 심히 따돌려지는 느낌이네?”

이 점에 대해선 파비앙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 형! 이대로 있다간 우리만 나가리야· 옆에선 계속 몸집 불리기 하고 있는데 우리만 체형 유지하는 꼴이라고!”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냐?”

한번 지껄여보라는 듯 파비앙이 눈을 추어올렸다·

“어쩌긴? 우리가 손수 체형을 맞춰줘야지·”

네로비앙에 입가로 뭔가 꿍꿍이가 보이는 비열한 미소가 지어졌다·

“쿤델 가를 건드리기라고 하자는 거냐? 네놈 아직도 그런 생각을····”

“누가 그래? 쿤델 가를 건드리자고?”

순간 멈칫한 파비앙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네로비앙이 그의 귀에다 입을 가져다 대며 작게 속삭였다·

“그 베르트 공작가의 막내라는 놈···· 우리가 죽여버리자!”

파비앙은 정색하며 소리쳤다·

“제정신이냐 네로비앙!”

“왜? 결국 그놈도 근본 없는 첩출의 서자잖아? 죽어봐야 아무 상관 없을 놈이라고!”

네로비앙은 진심이었다·

“예전에 어마마마께서 추진하시려던 계획 있지? 그 미스트라고 하는 암살자들을 아린 황녀랑 엮으려했던 거 말이야! 지금 추진하기 아주 딱이라고!”

파비앙의 동공이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미 쓸 만한 용병들을 알아놨어! 그 시안이란 놈을 암살해서 미스트가 했다는 걸로 꾸미자고! 그런 다음 쿤젤 가랑 엮어버리는 거야! 어려운 거 없어! 실패해도 빠져나올 구멍까지 이미 완벽하게 대비해 놨다고!”

이미 세부적인 계획까지 모두 세워놓은 상황·

남은 건 파비앙의 결단뿐이었다·

“형이 황제가 되고 문제가 아니야· 이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모든 걸 뺏기게 될 거야! 황위랑 나라에 이어 우리의 목숨까지도····”

파비앙은 떨리는 동공을 주체하다 못해 눈을 감아버렸다·

동생의 말마따나 가만히 앉아 있어 봐야 얻어지는 건 없다·

내 피를 흘리고 싶지 않으면 결국 남의 피를 흘리게 해야 하는 법·

이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몸부림일 것이라며 파비앙은 애써 마음을 달랬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라 네로비앙·”

네로비앙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파비앙에게 모든 계획을 속삭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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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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