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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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징조 (7)

근 보름 만에 불이 켜진 황제의 집무실·

기개를 잃지 않은 눈빛에선 여전히 황제로서의 근엄함과 고귀함이 묻어났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수척해진 얼굴까진 가리지 못했다·

이를 마주한 쿤델은 속에서 안타까움이 차올랐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건강을 핑계로 수십 년 만에 방문하신 제국의 귀빈을 이제야 응접하게 되다니 황제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자신의 전 장인이자 지금은 대륙의 미래 인재들을 육성하는 총장으로서 황제는 항상 지고의 예를 갖춘 상태로 쿤델을 대하였다·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폐하· 이 늙은이 한 명을 위해 손수 나서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쿤델은 친히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반응했다·

“10년 전 총장님께서 공작 직을 사임하시면서 제게 말씀하셨죠· 평화로운 제국에 다시금 혼란이 드리워지는 것이 보이면 되돌아오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쿤델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이야말로 총장님께서 걱정하시던 그 시기가 도래한 것이로군요· 하지만 조금 이르게 보시진 않았나 싶습니다· 며칠 앓았다고 해서 제가 오늘내일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황제의 태연한 미소에도 쿤델의 낯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 늙은이가 살아봐야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적어도 제가 눈을 감고 이 세상에서 하직하는 날엔 대륙의 혈우가 쏟아지는 날은 없을 거라 봅니다·”

물론 황제보다 본인이 먼저 죽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황제 폐하는 이 제국에 군림했던 지도자 중 가장 군주다운 군주 황제다운 황제이십니다· 이 마음은 제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황제의 전 장인이어서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허나 자고로 보석이란 발하는 빛이 강해질수록 그것을 탐하려는 이들 또한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황제 폐하의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앉아계신 자리의 가치와 명예도 함께 높아지겠죠· 그럼 그 자리를 원하는 이들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겁니다·”

“총장님께서도 이 자리를 원하는 이들 중 한 분이십니까?”

“전 폐하가 원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소 민감할법한 질문에도 총장은 일 초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하물며 그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이의 저항도 거세질 수밖에 없겠지요·”

쿤델은 품에서 서신 한 장을 꺼내 조용히 황제의 앞에 올려두었다·

황제는 그게 무엇이냐는 질문 없이 올려진 서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게 무엇인지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우선 총장님께 대단하단 말부터 드리고 싶군요· 아카데미에 집중하고 계신 와중에도 이리 다방면으로 신경을 써주고 계시다니 참으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굳이 변명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하고자 하는 어느 늙은이의 변심 정도로만 알아주시지요·”

서신에는 1황자 루이넬이 그동안 퀴젤 가를 비롯해 다른 귀족 가로부터 수급해온 비자금과 비리 그리고 황실 소속이 아닌 황자 개인 소속의 군대를 양성하고 있단 충격적인 사실들이 적혀있었다·

서신을 읽어가는 황제의 눈빛이 시시각각 미묘하게 변했으나 크게 격분하진 않았다·

일부는 어느 정도 아는 것 같기도 했다·

이에 황제는 허탈하게 웃으며 한 손에 마나를 발현시켰다·

-기이잉

적당한 크기의 마나 구체 하나가 그의 손위로 생성되었다·

언뜻 평범하게 보이지만 무려 8성급에 달하는 고등급 마력이 담긴 구체였다·

황제는 그 구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제 몸에 처음 마나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수백 수천 번을 만들어 본 구체이지만 지금만큼 불안정했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체를 쥔 황제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일고 있었다·

“제가 정말로 병약해져서 그런 걸까요? 아님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제 몸이 경고하고 있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황제와 제국에게 있어선 절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했습니다· 저 또한 황제이기 전에 자식들이 잘 살기를 소망하는 아버지에 불과하지요· 황제로선 어리석은 생각일 수도 있으나 전 제 자식들이 황위를 비롯한 모든 것에 아무런 다툼 없이 지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황제뿐만이 모든 부모가 소망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 것이라는 것을 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제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지금의 평화가 깨질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 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듯· 루이넬을 비롯해 비올렛 파비앙 네로비앙 그리고 아린까지· 전 제가 앉아있는 이 자리가 제 자식들의 피로 물 들여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습니다·”

그것이 황제가 세상을 떠난 이후라도 말이다·

“제 감히 말씀드리지만 총장님께서 걱정하시는 혼란의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황제이기 전에 부모로서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 올바르게 잡아줘야겠지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제 자식들이 성장할 수만 있다면 전 그걸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소 유해 보일지언정 속뜻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조만간 황실을 비롯해 제국 전역의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을 쿤델은 몸소 느꼈다·

“과정이 뼈아플수록 그로 인한 성장은 더욱 가치 있어지는 법이지요· 폐하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이 늙은이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쿤델은 황제의 생각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성장이라····”

성장이란 말에 황제가 대뜸 웃음을 터트렸다·

“혹시 이곳에 계신 동안 들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아린 황녀의 약혼 소식 말입니까?”

황궁에 있는 동안 우연찮게 들은 사실이긴 하나 쿤델로서는 크게 놀랄 것 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황제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2년 전 그 아이가 아카데미를 떠나기 전에 저를 찾아와 말하더군요· 자신은 황제가 되고 싶다고 말입니다·”

쿤델의 눈동자가 일순간 미묘하게 흔들렸다·

“가능성이 있고 없고는 애초에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황제라 하는 커다란 목표를 눈앞에 둔 채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하더군요· 자신이란 존재가 이 제국에 도움이 되도록 말입니다·”

당시로선 열한 살 소녀답지 않은 굉장히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3년 전 전선에서 만났던 베르트 공작의 막내아들이 황녀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로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습을 제가 느꼈을 정도니까요·”

쿤델에게 있어서도 아린 황녀는 엘리스에 버금갈 만큼 무척이나 모범적이고 우수한 학생이었다·

땡땡이가 일상에 뒤에서 뭔 짓을 하는지도 모를 수상하기 그지없는 누군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말이다·

다만 그녀가 그리 변하게 된 영향이 그 누군가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니 쿤델은 속에서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꼬맹이로군·’

그러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아냈다·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아린의 곁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녀를 위한 보호 수단을 만들어주는 건 아비로서 해줘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

“총장님께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그 시안이란 소년이 아린 황녀를 잘 지켜줄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시안도 아린도 아직은 아카데미로부터 관리를 받는 학생에 불과했다·

그런 학생들을 위에서 직접 지켜보는 총장의 눈엔 어찌 보일지 어쩌면 형식적인 질문이었지만 쿤델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흔치 않은 모습에 황제조차도 조금 당황한 순간·

“적어도····”

꽤 긴 시간을 고민하던 쿤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소년이 아린 황녀를 자기 사람이라 규정하기만 한다면····”

“···?”

“그녀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 봅니다·”

이유를 묻자면 뭐라 설명할 건 없었다·

아카데미에 있으면서 수없이 많은 이들을 봐왔던 자신도 함부로 파악할 수 없는 소년이었기에·

만약 그 소년이 쳐놓은 울타리에 아린 황녀가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안전한 요새는 없을 것임을 쿤델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 * *

-쾅!

방안에 연신 굉음이 터지며 비명이 퍼져나갔다·

“아아악!”

루이넬은 주변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깨부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해소하고자 했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못했다·

밖에서 대기하던 시종들은 뭐라 말리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뭐야! 대체 뭐냐고! 어째서 자꾸만 틀어지는 거야!”

멀쩡히 살아 돌아온 비올렛과 십 년 만에 황성에 나타난 쿤델 그리고 며칠째 나타나 주지 않고 있는 에쉘까지·

그로선 지금 흘러가는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냐 에쉘? 대체 뭘 하고 있길래 보이지 않는 거냐고! 어서 내 앞에 나타나서 이 거지 같은 상황을 해결해 달란 말이야!”

간절하다 못해 추악한 부름 끝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시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루 루이넬 황자님?”

“뭐야!”

“그 그게! 비올렛 황녀님이 찾아오셨습니다만····”

“비올렛?”

루이넬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어머 오라버니? 방이 왜 이런가요?”

아직 허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올렛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진정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잠깐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오라버니랑 할 말이 있어서요·”

“예 알겠습니다····”

눈치를 보던 시종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나가라 비올렛! 난 네년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항상 오라버니의 당당한 모습만 봐와서 그럴까요? 이런 망가진 모습은 또 처음 보네요·”

분개한 루이넬이 격하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향해 태연하게 다가가더니 급기야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두려워하실 것 없어요· 오라버니· 전 오라버니랑 다르게 가족 사이에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요·”

“무슨 말 같잖은 소릴 하는 것이냐?”

“그거 아세요? 전 어렸을 때부터 오라버니를 참 존경해왔어요· 근데 진실을 알고 나니까 참 같잖아 보이더라고요·”

“네년이 기어이 미쳤구나? 정녕 나랑 해보자는 것이냐?”

“설마요? 전 오라버니를 비롯해 사랑스러운 동생들과 함께 이 황성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은 걸요? 오라버니가 원치 않으시더라도 상관없어요· 제가 그러고 싶은 거니까····”

그녀의 새하얀 얼굴로 차마 인간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기이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를 마주한 루이넬은 뼈가 굳고 신경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마음을 편히 놓으세요· 오라버니· 스스로를 해치는 번뇌에서 벗어난다면 분명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만약 혼자 힘으론 불가능하시다면····”

비올렛은 루이넬의 귀로 입을 가져다 대며 이윽고 작게 속삭였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루이넬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과연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자신이 알던 동생이 맞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스러운 그와 달리 비올렛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오라버니····”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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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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