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43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43화· 정화 작업 (1)

새 학기 첫 수업을 시작한 로열 아카데미·

1학년 수업은 향후 6년의 교육과정을 밟아가기 위한 초석의 단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론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마나 활용의 기초

초급 마법 개론

검술 교본 제1식 등·

이외에도 대륙의 역사 수학 지리 문학 등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리타분한 수업들이 이어진다·

후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군·

사실 뭐든 처음 시작할 때 이론만큼 중요한 것도 없긴 하지·

그렇다고 내가 그 기초적인 이론들을 다 아느냐?

그럴 리가 있나?

이론학에서 손을 뗀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 세세하고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다 기억하면 내가 학자를 하지 암살자를 했을까?

이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배운 이론을 어떻게 내 몸에 응용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그 응용법을 모두 터득한 내가 또다시 이론을 배운다는 건 매우 무의미한 일이지·

지금의 내겐 깨알 같은 글씨의 이론서가 아닌 이 한 장의 종이가 더 중요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까만 종이에 빼곡히 채워진 빨간 글씨들·

이건 지령서다·

시리카 당주가 아카데미 내 다른 대원들에게 돌린 미스트의 지령서·

이걸 돌렸다는 건 즉 조직의 다음 정화 작업 타깃이 정해졌음을 의미했다·

본래라면 정화 작업도 급이 나눠지기에 투입할 수 있는 대원들을 단계적으로 선별하지만 이건 뭐 처음부터 나를 간부급 작업에 넣어버리셨네?

너무 감격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타깃은 제국의 대상인이자 대륙의 3대 부호 중 한 명인 ‘지커만 알바스’

현재 우시프 제국 내 모든 상권을 거머쥐고 있는 거물로 직위는 남작이다·

본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직위에는 큰 관심 없이 장사를 통해 번 돈의 대부분을 가난한 빈민들에게 돌려주는 선량한 상인으로 알려져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그 반대였군·

지령서 안엔 지커만 알바스가 여태 해왔던 부조리한 죄목들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노예 시장의 운영·

빛의 신 루멘델의 교리에 따라 인간의 거래는 법적으로 절대 금지되어 있는 제국에서 노예 시장을 운영했단 말이지····

여간 간 큰 놈이 아니었네·

이걸 제국 내 다른 인사들이 몰랐을 리는 없을 것 같고

어딘진 몰라도 봐주는 세력이 있는 걸로 보인다·

-뚜벅뚜벅

지령서를 살펴보던 와중 계단 아래로부터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당연하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교실이 아니다·

어느 세계에선 수업 시간에 땡땡이치기 가장 좋은 장소가 건물 옥상이라고 하던데

유감스럽게도 아카데미 옥상엔 마법 대련장이 자리하고 있는지라 그곳에서 땡땡이를 치긴 무리다·

자 그럼 여기가 어디냐?

바로 로열관 꼭대기에 있는 옥상 테라스다·

꽤나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에 바람도 선선히 불어 혼자 시간을 보내기엔 아주 적합한 곳이지·

-쿵! 쿵!

분명 처음엔 뚜벅뚜벅이었는데 어느샌가 쿵쿵으로 바뀌었다·

철갑 기사들도 저런 소리는 안 내겠네·

이건 무슨 트롤도 아니고 거구의 마수들이나 낼법한 소리를 내고 있어?

일단 지령서를 숨기고 계단 밑에서 누가 올라오는지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쾅!

발길질과 함께 대차게 열린 테라스 문·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

그 또한 사람이 있음에 놀란 것인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뚜벅뚜벅 나를 향해 걸어오는 장신의 남성·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각처럼 다듬어진 어깨와 근육들·

장담하는데 저 모습을 보고 학생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나는 당연히 수호 기사일 거라 생각했다·

“시안 베르트?”

근데 내 이름을 부르네?

어째 요즘따라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죽고 싶은 게 아니고서야 수호 기사가 귀족 자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린 없을 테고 그럼 천상 이 아카데미의 교관이거나 아님 나와 똑같은 학생이라는 건데···

아니지?

너 같은 덩치가 학생이면 그건 좀 뭔가 큰 문제가····

“···!”

순간 그의 가슴에 달린 문장이 눈에 담겼다·

뜨거운 태양을 연상케 하는 금빛의 문장·

나는 저 문장을 알고 있다·

“스파니아 왕실···?”

대륙 동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오아시스의 나라·

모래 신 ‘사불롬’의 축복을 받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모래’라는 마법 속성을 보유한 샤하르칸 일족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

이 로열 아카데미에서 저 문장을 갖고 있을 사람은 필시 한 사람밖에 없었다·

모래의 왕자 세트 샤하르칸·

스파니아 왕국의 첫째 왕자이자 유력한 왕위 계승자였다·

전생에서도 딱히 수업엔 안 나왔던 거로 기억하는데 설마하니 얘도 여기서 땡땡이를 쳤던 건가?

“····”

나를 쭉 쳐다보는 거로 보아 그냥 갈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뭔가 대화를 하고 싶은 것 같긴 한데····

“나 알아?”

그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알지·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가문의 막내아들 시안 베르트· 네 활약은 밖에서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듣자 하니 전선에서 마수를 때려잡았다지?”

음? 누가? 내가?

아니 뭐 사실이긴 한데···

내가 공식적으로 마수를 잡은 건 아버지의 시련 외엔 없을 텐데?

소문이 어지간히도 변질된 모양이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저 기사들의 전투를 멀리서 관전했을 뿐이야· 마수를 직접 잡아 본 적은 없어·”

사실을 부정하니 그는 못 믿겠다는 게슴츠레한 눈빛을 지었다·

거 되게 부담스럽네····

“그럼 넌 왜 여기 있는 거지?”

“글쎄? 아마 너랑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같은 이유라는 말에 세트는 흥미로운 미소를 보였다·

“나랑 같은 이유라···· 그렇군· 너도 나와 같은 성향이었던 건가?”

그는 다짜고짜 팔을 걷어 올리더니 이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놀랐다· 이 로열 아카데미에서 마법은 둘째 치고 내 강인한 육체를 뛰어넘을 존재는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없을 거라 생각한 게 아니라 진짜 없을 것 같은데?

이거 가까이서 마주하니 멀리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이 몸이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지금 당장 빛의 기사단에 지원해도 받아줄 것이다·

“신체 등급 S···· 나조차 받지 못한 최상의 등급을 시안 베르트 바로 네놈이 받았다지?”

어····

그래 뭐 내가 1년 동안 먹은 게 좀 있다 보니 등급이 좋게 나오긴 했지·

보통은 그 사람의 마법 등급이나 속성 수치에 중점을 두기 마련인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 내 신체 등급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아마 육체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큰 것으로 보였다·

“이 로열 아카데미에선 대개 학생의 마법과 속성 수치에만 관심을 보이더군·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진정한 인간의 힘이란 육체의 단련으로부터 비롯된 강인함에서 나오는데 말이야·”

그는 대뜸 바닥에 엎드리더니 푸쉬 업 운동을 시작했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30개를 훌쩍 넘겨버렸다·

점점 보면 볼수록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거겠지? 이론이니 마법이니 하는 따분한 것들을 들을 바에야 차라리 그 시간에 내 몸을 조금이라도 더 단련시키는데 투자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굉장히 남자답구나! 시안 베르트!”

아니 뭐 수업 듣기 싫어서 여기 있는 건 맞지만 난 어디까지나 땡땡인데?

너처럼 그렇게 폭풍 운동을 하려고 온 건 아니야·

육체의 단련? 물론 중요하지·

근데 전생에서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 듣게 되면 아마 수치스러워서 숨고 싶어질 텐데?

가람 왕국에 대륙제일검이 있었다면 스파니아 왕국엔 모래의 왕자가 있었다·

신이 직접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모래 속성의 힘을 이용해 대사막의 자연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일족 샤하르칸·

세트 샤하르칸은 그런 일족의 힘을 완벽히 이어받은 남자로 일각에서는 모래 신 사불롬의 힘을 직접 이어받은 계승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특히나 스파니아의 경우 제국으로선 익숙하지 않은 기후와 사막이라는 지형적 불합리함이 있는 국가였다·

가뜩이나 결속력도 단단한 국가에 모래의 왕자라고 하는 거물까지 자리하고 있으니 제국으로선 왕국을 정복하는데 상당한 난해함을 겪고 있었다·

근데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천재단명(天才短命)·

신도 두려워할 것 같지 않던 모래의 왕자는 정말 어이없는 방식으로 죽고 말았다·

감기로 인한 병사(病死)·

육체의 단련을 너무도 중요시한 나머지 정작 안은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왕국의 대들보와도 같았던 그의 허무한 죽음·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신이 스파니아 왕국을 버렸다며 큰 충격에 휩싸여 버렸다·

결국 철갑처럼 단단했던 왕국의 결속력은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머지않아 제국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무슨 전염병도 아니고 솔직히 감기는 내가 봐도 좀 어이없는 죽음이긴 했다·

허나 이 사실을 모르는 모래의 왕자님께선 열의에 찬 얼굴로 나에게 소리쳤다·

“좋아! 나 세트 샤하르칸! 전능하신 스파니아 1왕자의 이름을 걸고 시안 베르트 네게 정식으로 대련을 신청하겠다!”

-휘이잉!

뭔가 대단한 도전이라도 한 것마냥 주변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나는 내색하지 않은 무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언제?”

“지금 당장!”

“그럼 안 돼·”

“어째서지?!”

그는 이해할 수 없다며 고함을 질렀다·

“아카데미에서 허가되지 않은 대련은 금지되어 있어· 나랑 대련하고 싶으면 본관 행정실로 가서 정식으로 신청해·”

벙찐 얼굴에서 그런 거 전혀 몰랐다는 속마음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 그럼 그 신청인지 뭔지 하면 대련을 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겠지·”

정확힌 아카데미가 허가를 내준다면·

“좋다! 그럼 그 신청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냐?”

“말했잖아· 행정실로 가야 한다고· 본관 3층에 있어·”

“알겠다!”

그는 먹잇감을 찾은 곰처럼 행정실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쿵쿵 울리는 바닥에 여기 옥상 공사는 잘 되어 있는지 내심 걱정하는 마음도 생겼다·

모래의 왕자랑 대련이라····

뭔가 또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같군·

* * *

우시프 제국 남부 도시 브레누·

커다란 천막 속 지저분한 철창들이 어우러진 기괴한 공간·

분류 작업을 마친 남성은 황급히 물주의 방으로 향했다·

“지커만 님! 상품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

보고에도 불구하고 지커만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금색의 함 속 오색빛의 천으로 감싸진 무언가·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보석이라도 들어있는 듯 그것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시간이랑 장소 맞춰서 고객들한테 전언 돌려· 이번엔 특히 보안에 신경 쓰고! 제국의 윗놈들한테도 알리지 말란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남성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방에 홀로 남겨진 지커만은 조심스레 함 안의 물건을 꺼내 보았다·

“내 장사 인생 40년 중 최고의 물건이야! 그만큼 너도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어?”

말 못 하는 사물에게 물어봤자 대답이 돌아올 린 없었다·

별로 상관은 없다는 듯 지커만은 물건을 들며 크게 웃었다·

“최고의 쇼를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지· 그러니 지금 이 안에서 편히 잠이나 자고 있으려무나·”

그는 다시금 물건을 함 속에 집어넣었고 혹여나 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스레 봉했다·

-꿈틀

일순간 함 안에서 꿈틀하고 움직임이 일었다·

첫 요동 이후 두세 번 추가적인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작 지커만은 웃고 있던 나머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스스스

더불어 보이지 않는 무색의 기운이 함 안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