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5화
화아아아아·
체임버는 스멀스멀 다가오는 마기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공간을 이동했는데도, 마기가 따라붙다니····’
묵령세계라는 마법 때문인지 먼 거리를 이동해왔음에도 하늘과 땅에서 마계의 마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흑탑주를 약화시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할 것 같았다·
‘뭐, 언제는 안 불리했던가·’
자신의 마법과 흑탑주의 상성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항상 밀리는 싸움을 해왔기에 이 정도는 익숙했다·
“네년을 치우고, 그 변수마저 죽여주마·”
흑탑주가 두 손으로 삼각형을 그리자, 가늘게 피어나던 마기가 짙어지며 천지를 어둠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마나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짙고도 깊은 마기가 채운다· 그가 만들어낸 묵령세계는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네년을 놓치더라도 그놈만큼은 죽일 것이다·”
흑탑주는 자신보다 라온에게 더 짙은 분노와 살의를 드러냈다·
“해봐·”
체임버가 흑탑주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할 수 있다면·”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 순간 허공에 떠 있는 지팡이 위로 창대한 푸른빛이 치솟았다·
우우우우우웅!
청광의 지팡이는 신성력을 담고 있지 않았음에도 마계의 마기를 밀어내고 대자연의 순수한 마나를 퍼뜨렸다·
“그 추한 미소가 언제까지 가는지 지켜보겠다·”
흑탑주가 오만함을 담아낸 눈빛으로 손을 뻗었다· 삭막하면서도 음산한 마기가 그의 손아귀 위에서 타올랐다·
화아아아아악!
흑탑주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술식이자, 주문이었다· 그의 손짓을 따라 피어난 마기가 맹수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갈린 채 체임버를 씹어 삼킬 것처럼 떨어져 내렸다·
“넌 내 미소를 평가할 주제가 못 되는데?”
체임버가 픽 웃으며 손등을 털어내자, 마나의 파장이 강해지며 흑탑주가 만들어낸 마기의 이빨이 녹아내렸다·
“평생 구덩이 속에서 살아온 지렁이 새끼가·”
그녀가 손가락을 모으자, 지팡이에서 피어나는 푸른 빛줄기들이 강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흑탑주를 향해 쏟아졌다·
쿠구구구구구!
빛줄기 하나하나가 고위 마법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흑탑주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푸른 빛들은 그의 장포를 뚫어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마신주····”
체임버가 바람이 스며든 커튼처럼 출렁이는 흑탑주의 장포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참으로 지랄 맞은 물건이라니까·”
저 장포는 전설급 아티팩트이면서 흑탑주의 진신 술식이 새겨져 있다· 모든 물리적, 마법적인 공격을 흡수하여 일반적인 마법이나, 무학으로는 놈에게 자그마한 상처도 줄 수 없었다· 흑색왕 시겔의 장포가 저 마신주의 열화판이었다·
“어디까지 버티나 해보자고·”
체임버가 콧잔등을 찌푸리며 손을 모으자, 은은히 피어나는 푸른 빛 위로 마법 술식이 새겨졌다·
우우우우웅!
단순히 강한 마력을 담아내고 있던 빛줄기들이 변화한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화룡이 솟아오르고, 서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이 떨어져 내렸으며, 녹색 빛을 두른 태풍이 일어나 천공을 뒤덮었다· 최고위 마법들의 폭격이었다·
‘먹히나?’
체임버는 마신주를 두드리는 마법들의 폭발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아니, 먹히지 않아도 공격을 멈춰서는 안 돼·’
대 마법사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누군가는 마나와 마력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마법의 등급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 딱 하나 있다·
‘공간·’
상대를 압박하여 공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 마법사가 승리한다· 지금까지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이었다·
물론 자신은 공간 장악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일단 흑탑주가 설 수 있는 공간을 줄여놓아야 했다·
쿠와아아아아아!
하지만 아쉽게도 연달아 펼친 고위 마법도 마신주를 뚫어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마신주가 더 단단해졌군·”
체임버가 조각 하나 찢어지지 않은 마신주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예전에는 탄 흔적이라도 있었는데·’
전에는 최고위 마법을 완벽하게 막지 못해서 타거나, 찢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마법 자체가 통하지 않았다· 그사이에 또 개선을 마친 것 같았다·
“이제 내 차례로군·”
흑탑주가 손아귀를 사선으로 겹치자, 푸른 빛 속에서 검은 쇠사슬이 피어났다· 쇠사슬은 이곳을 감옥으로 만들려는 듯 천지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체임버가 지키려는 공간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기습이 성공했다는 기쁨에 잊고 있었나?”
흑탑주가 체임버를 굽어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네년의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아니, 나는 모든 마법사의 천적이다·”
그는 더 발악을 해보라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영화의 등불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리·”
체임버가 입안의 사탕을 깨물며 가늘게 꺾은 손목을 위로 들어 올렸다· 등불을 거는 듯한 그녀의 손아귀 위로 푸른 불길이 타올랐다·
화아아아아아!
무수히 늘어나던 검은 쇠사슬은 푸른 불꽃에 닿자마자, 회색 재가 되어 녹아내렸다· 처음으로 마나가 마기를 잡아먹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거라면 가능해·’
청련의 불꽃은 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마법이다· 아무리 마기가 짙다고 해도 이 불꽃 앞에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청련의 불꽃·”
흑탑주는 푸른 불꽃 앞에 녹아내리는 마기의 쇠사슬을 보며 혀를 찼다·
“확실히 그 불꽃이라면 마계의 마기도 태울 수 있겠지· 하지만····”
그가 턱을 치켜들자, 검은 쇠사슬은 청련의 불꽃 속에서도 타지 않고 본래의 형상을 유지했다· 오히려 푸른 불길의 힘이 약해진 듯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쌓아둔 마기가 모두 날아가서 네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나?”
흑탑주가 검게 일렁이는 손아귀를 펼치며 키득거렸다·
“묵령세계가 완성된 이상 내게는 언제나 그 마기가 함께한다·”
그는 체임버가 일으킨 푸른 불꽃을 모조리 지워버리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네년은 묵령세계를 방해하느라 방대한 마력을 소모했지· 이 싸움은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 있었다·”
흑탑주는 결과를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어느새 하늘과 땅을 뒤덮은 검은 쇠사슬이 체임버와 그녀의 지팡이까지 휘감았다·
“····”
체임버는 입을 열지 않은 채 지팡이 끝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꽃에만 집중했다·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공간은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흑탑주는 검은 쇠사슬에 감긴 채 죽어가는 체임버를 보며 턱을 저었다·
“그 교과서적인 부분이 네 패착이다·”
그가 다 끝났다는 듯 손을 털자, 체임버를 묶고 있던 검은 쇠사슬의 마기가 짙어지며 콱 조여들었다·
“흥·”
흑탑주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체임버를 휘감았던 검은 쇠사슬 사이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며 그와 연결된 모든 공간으로 뻗어 나갔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천지를 휘감았던 모든 쇠사슬이 불길 속에서 녹아내렸다·
후우우우웅!
마기를 잃고 흩날리는 쇳조각 사이로 체임버가 걸어 나왔다· 평소의 어린 모습이 아니다· 그녀는 성숙한 여성의 자태를 드러낸 채 길게 뻗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너 따위한테 배울 건 없으니, 그 주둥이 다물도록·”
체임버는 농염해진 목소리를 흘리며 작아진 마녀 모자를 벗었다· 그녀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적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자, 궁극의 마나가 일렁이는 듯 금색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그 모습· 금술이라도 사용한 건가?”
흑탑주는 체임버의 변화에 경악한 듯 입술을 떨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거든· 묻지 마·”
체임버는 여유롭게 어깨를 돌리며 고개를 까딱였다·
“좋다· 어떻게 변했어도 죽이면 그만이니까!”
흑탑주가 두 손을 모으자, 검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괴이들이 솟아올랐다· 마물도, 마인도 아니었지만, 그들보다 더 짙은 마기를 두른 채 체임버를 향해 돌진해왔다·
“언제봐도 추잡하다니까·”
체임버가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네 소환술은·”
흑탑주의 주 마법 중 하나는 소환술이지만 일반적인 소환술과는 달랐다· 물리력을 무시하고, 마법에도 큰 저항을 지닌 괴물들· 일반 소환술과 정령 소환술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흑탑주가 손아귀를 펼치자, 체임버의 마나가 그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푸른 빛으로 반짝이던 마나의 알갱이들은 흑탑주에게 닿자마자 새까만 마기가 되어 그의 육체로 흡수되었다·
“같잖게 놀지 말고, 화끈하게 좀 가지 그래?”
체임버가 눈썹을 내리며 마나의 막을 둘렀지만, 흑탑주의 주술은 그 막에 어린 마나까지 흡수하며 점차 마기를 늘려갔다·
“같잖다? 피와 살이 다 뽑혀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흑탑주는 소환술로 공간을 장악하고, 자신의 마나를 흡수하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너는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결전기·”
체임버는 입을 터는 흑탑주를 바라보며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모아서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공의 균열·”
나지막한 주문이 흐르자마자, 송곳으로 공간을 질러버린 듯한 충격파가 터지며 흑탑주가 소환한 마물들이 지워지고, 그가 두르고 있는 마신주가 찢겨나갔다·
“이, 이게 무슨····”
흑탑주는 허리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보며 턱을 떨었다· 마신주가 찢어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년!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는 어서 답을 하라고 외치며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부라렸다·
“말했지? 화끈하게 놀자고·”
체임버는 흑탑주에게 부상을 입혔음에도 집중력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를 극복했다· 이제 어둠은 무적이 아니야·”
어둠이 지닌 속성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흡수· 실제로 지금까지는 흑탑주의 어둠을 뚫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육체와 마나를 강화하여 결전기의 위력을 올린 지금은 놈의 어둠을 깨부술 수 있었다·
“개소리를!”
흑탑주가 허리의 상처를 지우며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그럼 다시 느껴봐· 결전기 공의 균열·”
체임버가 다시 손을 모아서 결전기를 펼치자, 흑탑주가 두르고 있는 어둠이 공간째 찢겨 나간다·
파아아아악!
흑탑주가 마기를 응집시켜서 뜯겨나가는 공간을 지키려고 했지만, 체임버의 마법은 이미 그의 격을 넘어선 것처럼 공간 자체를 지워버렸다·
퍼어어어억!
찰나의 순간에 오가는 마나의 공방 속에서 승리를 이룬 건 체임버다· 그녀가 쏘아낸 공간의 참격이 흑탑주의 가슴팍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크헉!”
흑탑주가 피를 토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수십 년 만에 느끼는 고통에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직 체임버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끝을 보려는 듯 다시 결전기를 운용했다·
“결전기 마도의 장!”
흑탑주는 이 이상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체임버의 결전기를 막을 결전기를 꺼냈다· 마도의 장은 마기를 깊게 압축한 후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마법이지만, 지금은 공의 균열을 막아내는 데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궁!
상위 초월자들의 결전기가 연달아 부딪치며 하늘 위로 보랏빛 스파크가 번져간다· 뇌룡이 분노하여 대지로 벼락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네년 정말 죽으려는 것이냐?”
흑탑주는 끝없이 결전기를 운용하는 체임버를 보며 이를 갈았다·
“내가 죽기는 왜 죽어·”
체임버가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앞으로 모았다·
“여기서 죽는 건 네놈뿐이야·”
그녀는 입술을 말아 올리며 다시 공의 균열을 사용했다·
“망할 년!”
흑탑주가 악을 지르며 다시 마도의 장을 펼쳤다· 검은 어둠이 포근한 이불처럼 펼쳐지며 그를 지키는 벽을 세웠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
어둠이 뜯겨나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어둠이 채웠지만, 공간을 집어삼킨 마법은 식욕이 다 차지 않은 듯 새롭게 돋아난 마기마저 먹어치웠다·
모든 것을 잘라내는 마법과 모든 것을 받아내는 마법의 격돌·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서로의 생명이 사라질 수 있는 절세의 마법이 연달아 부딪쳤다·
쿠구구구구구!
체임버와 흑탑주는 결전기의 술식을 맺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경합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도 빨리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투욱·
체임버의 코에서 핏물이 떨어지고, 흑탑주의 창백한 피부 위로 파란 핏줄이 돋아났다· 두 초월자 모두 숨이 끊어질 정도로 무리를 하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체임버는 피를 토하면서도 결전기를 이어갔고, 흑탑주 역시 그녀의 마법을 방어하기 위해서 계속 마도의 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전기와 결전기가 이어지며 공간 자체가 무너지고, 보랏빛 기류가 온 천공을 뒤덮었다·
* * *
쿠구구구구구!
흑탑주는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체임버의 공간의 균열을 받아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친년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어!’
결전기라 함은 한 번의 사용으로도 적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부담이 갈 정도의 마법을 칭한다·
하지만 지금 체임버는 그 결전기를 일반 마법처럼 퍼붓고 있었다· 적을 죽이고 본인도 죽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느껴졌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야·
체임버가 만들어내는 공의 균열은 마신주를 뚫고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손상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한 번 더 맞는다면 쓰러질 수밖에 없기에 자신 역시 결전기를 계속 사용해야 했다·
‘이대로라면 공멸이다·’
상성 상 자신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전투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누가 이기지도, 누가 지지도 않고 둘 다 죽게 될 것이다·
‘빌어먹을····’
묵령세계 말고도 준비한 게 하나 더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불러올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끝을 내야 했다·
‘방법· 방법이···아!’
마도의 장을 연달아 펼치던 흑탑주의 눈동자에 체임버의 뒤편에 남아 있는 검은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 소환했던 마물이었다·
‘저거라면····’
이 상황을 벗어날 기회가 생겼다· 흑탑주는 결전기에 집중하던 마기를 뒤로 돌려서 소환수에 흘려 넣었다·
우우우우웅!
마기라는 영양분을 받은 마물들은 환희의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몸을 불려 나갔다·
‘체임버를 죽여라!’
흑탑주의 명령에 마물들이 결전기에 집중하는 체임버의 살을 물어뜯고, 뼈를 부쉈다· 크기는 작았지만, 마기로 이루어진 소환물이었기에 인간의 씹어 뜯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결전기 공간의 균열·”
하지만 체임버는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바스러졌음에도 앞에 모은 두 손가락을 풀지 않았다·
퍼어어어억!
그녀의 결전기가 마도의 장을 부수고, 자신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먼저 집중력이 깨진 건 체임버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무슨····”
흑탑주가 벌린 입을 떨었다· 마기에 당한 상처는 일반적인 상처에 비해 고통과 열감이 심하다· 저 통증을 버티면서 결전기를 사용하다니, 인간의 집중력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
흑탑주가 마물들에게 체임버를 완전히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며 다시 마도의 장을 펼쳤다·
“결전기·”
체임버는 전신에서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집중력을 풀지 않았다·
“공의 균열·”
마도의 장이 어그러지고, 어깨가 바스러졌다·
“자, 잠깐····”
“결전기 공의 균열·”
이제는 마도의 장을 펼칠 수도 없었다· 그녀의 결전기가 마신주를 찢고, 자신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허헉····”
흑탑주가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함께 찾아와 기절할 것처럼 뇌리가 울려왔다·
“결전기·”
체임버는 흑탑주가 쓰러졌음에도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마족에게 물어뜯겨 뼈가 보이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마지막까지 마법을 완성했다·
“공의 균열·”
“망할····”
흑탑죽의 힘 빠진 신음과 함께 마지막 남은 마기의 줄기가 터져나갔다·
파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