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Chapter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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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회색 야자수가 듬성듬성 솟아 있는 작은 무인도·

“흠····”

머리카락을 파란색으로 바꾼 라온이 무인도에 내려서며 시선을 돌렸다·

“아직 안 오신 건가?”

“아직?”

버렌이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이 무인도에서 체임버 님과 합류하는 거였습니까?”

“여기서? 너무 멀지 않아?”

마르타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그래·”

라온은 의문을 가진 검사들을 돌아보며 턱을 끄덕였다·

“흑탑의 손길이 육지의 어디까지 뻗어있을지 모르기에 바다에서 만나기로 정했어·”

마인들이 몬티로 주변에 어떤 마법이나, 주술을 펼쳐놓았을지 모르기에 인근의 땅에서 만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좋은 선택이로군·”

카룬이 고요한 눈빛으로 턱을 매만졌다·

“아무리 흑탑이 조심스럽다고 해도 이 무인도까지 손을 쓰지는 않았겠지·”

그는 마법사들이 있으니, 몬티로와 한참 떨어진 이곳에 임시 기지를 세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같은 생각····”

루난은 카룬이 무섭지도 않은지 그의 옆에 붙어서 같은 자세로 고개를 까딱였다·

“····”

카룬이 루난을 흘겨보았지만, 그녀는 더 빤히 쳐다보며 뭐 어쩌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온은 카룬의 이마에 주름이 생기려고 할 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와 임무를 함께 하는 게 처음이지만, 신기하게도 오랫동안 합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체임버 님이 오시기 전에 먼저 자리를 잡아···음?’

라온이 사람의 키만 한 수풀을 걷으며 무인도 안쪽으로 들어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가 있어·’

무인도 내부의 마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 물러나!”

자신을 따라오는 검사들에게 경고를 해주고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만화경을 보고 있는 듯 공간이 조각나며 자신의 손과 다리가 쪼개진 균열의 틈에 묶여서 움직이질 않았다·

‘마법인가·’

당황하지 않고, 만화공을 일으켰다· 모든 것을 정화하는 불꽃으로 손과 발을 묶고 있는 마나를 태워버렸다·

치리리리링!

자유를 되찾은 오른손으로 검을 뽑았다· 공간을 나누는 결계 자체를 베어 버리려고 할 때 갈라진 틈 속에서 마녀 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잠깐! 하지마!”

마녀 모자 속에 숨어 있던 체임버가 얼굴을 드러내며 양손을 흔들었다·

“여기 만드느라 힘들었다고! 장난이야! 장난!”

그녀는 검을 내리라고 외치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장난이었습니다·”

라온이 가늘게 웃으며 검을 내렸다·

“알고 있었어?”

“마법에서 체임버 님의 향기가 났으니까요·”

처음에는 몰랐지만, 공간이 갈라지는 것을 보며 체임버의 마법이라는 깨달았다· 사실 마음을 먹었다면 바로 공간을 갈랐겠지만, 그녀가 나올 때까지 잠시 장난을 쳤을 뿐이다·

-흥· 다행이로구나·

라스가 자신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본왕의 피와 살을 뜯어 먹은 놈이 단순한 함정에 걸린 줄 알고 땅을 칠 뻔했느니라·

녀석은 어느쪽이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피와 살을 뜯어 먹은 건 아니지·’

-본왕에게는 그 이상이니라!

라스는 더 심하다고 외치며 이를 갈았다·

‘그, 그래····’

여기서 다른 말을 하면 정말 물릴 것 같아서 일단 받아들였다·

“이제는 무서워서 장난도 못 치겠네·”

체임버가 옅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노란색으로 갈라지던 공간이 본래의 무인도로 돌아왔다·

“대주님! 무슨 일···어?”

“으응?”

“체임버 님!”

결계 바로 앞에 서 있던 버렌, 루난, 마르타가 체임버를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화의 대마법사를 뵙습니다·”

카룬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는지 당황하지 않고, 체임버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의 무력도 자신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카룬?”

체임버가 놀랍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아저씨가 라온과 잘 맞는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던데, 그게 너였어?”

“잘 맞는다라····”

카룬은 그 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살짝 눈매를 찌푸렸다·

“가주님을 존경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오해라고 말하며 입술을 씹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 착각을 하신 것 같군요·”

라온도 카룬과 똑같은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보니까 꽤 잘 맞던데요?”

버렌은 라온과 카룬의 합이 좋았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무슨 헛소리냐!”

“그건 아니지!”

라온과 카룬은 버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을 구르며 인상을 구겼다·

“그러네?”

체임버는 뭔지 알겠다는 듯 옅은 미소를 그렸다·

“일단 들어와· 안에서 이야기하자·”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수풀이 가득했던 공간이 사라지고, 고급스러운 천막과 마법 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카르의 마법사들은 그 안에 자리를 잡고, 무언지 모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미리 와서 결계를 설치해 뒀어·”

체임버가 빨간 사탕을 입에 물며 턱 짓을 했다·

“침입을 막는 결계입니까?”

라온이 체임버가 만든 결계 내부로 들어가며 시선을 돌렸다·

“그건 당연하고· 이 안에서 피어나는 마나와 기척이 외부에 빠져나가지 않도록 만들었지· 거기다····”

체임버가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 창이 솟아오르더니,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비춰주었다·

“몬티로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장치도 추가했어·”

“허····”

라온이 몬티로를 보여주는 푸른 창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체임버가 먼저 와서 이 정도 준비를 해두었을 줄은 몰랐다· 정말 흑탑을 잡고 싶은 것 같았다·

“다만 지금은 세 명뿐이야·”

“세 명이라면····”

“암시장에서 요원들을 지원해 줬거든· 그들이 달고 있는 아티팩트에서 저 영상을 보내오는 거야·”

체임버가 손가락을 들어 테이블 위의 보석함을 가리켰다· 목걸이, 반지, 배지, 팔찌 등 액세서리가 들어 있었는데, 마나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심받지 않도록 전부 다른 형태로 만들었지· 그게 제일 힘들었어·”

그녀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걸 달고 저희가 몬티로에 들어가면····”

“그래· 저런 영상 수십 개가 이곳에 켜져서 수색이 훨씬 쉬워질 거야·”

체임버는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라온이 체임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에게 부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모든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

“예전부터 연구하던 영상 아티팩트라 빠르게 양산만 한 거야·”

체임버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희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아티팩트는 발카르에 있어서 비밀일 텐데, 자신들을 믿고 정보를 풀어주는 게 고마웠다·

“하, 아니라니까····”

체임버는 민망한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럼 혹시 몬티로에는 들어가 보셨습니까?”

라온이 체임버가 만든 팔찌를 내려놓고서 눈매를 좁혔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잠시 가봤어·”

체임버가 막대 사탕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속에서 살펴보기는 했는데, 딱히 이상한 점은 없더라·”

그녀는 마기나 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군요····”

라온이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그럼 생각보다 어렵겠는데····’

아무리 거리가 있다고 해도 초월자 중에서도 최상위에 오른 체임버가 느끼지 못할 정도라면 자신이 가도 찾기 힘들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까 로엔 님도 못 찾으셨겠지만·’

라온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체임버에게 다가갔다·

“그럼 혹시 그것도 만드셨습니까?”

“당연히 있지·”

체임버는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노란 알사탕을 하나 꺼냈다·

“이걸 먹으면 단전의 마나가 흩어져서 결계나 아티팩트로도 탐색이 안 될 거야·”

그녀는 예전부터 존재하던 약을 개선한 것이라 흑탑의 결계로도 탐색하기 힘들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마나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오러연공법을 사용하면 돼· 다만 그 이후에는 사탕의 효력이 떨어져서 탐지에 걸리게 될 거야·”

체임버는 웬만해서는 마나를 사용해서 안 된다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숙이며 체임버가 건네주는 사탕을 받았다·

“레몬 맛이야·”

“예?”

“그 사탕 레몬 맛이라고·”

체임버는 사탕이라서 맛도 생각했다며 싱긋 웃었다·

-레몬 맛?

라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혀를 내밀었다·

-본왕도 레몬을 좋아하느니라! 당장 먹어보거라!

녀석은 침이 고이는 듯 혀를 쭉 내밀었다·

“그 사탕이 네가 말했던 비책이로군·”

카룬은 이것도 예상한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게 있다면 오러를 탐지하는 결계나, 아티팩트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나, 카룬과 달리 광풍전 검사들은 결계의 탐색을 피할 수 없기에 무조건 이 사탕을 먹고 몬티로에 들어가야 했다·

“사탕 더 가져오렴!”

체임버가 손을 까딱이자, 로브를 입은 마법사 중 얼굴이 익숙한 젊은 여성이 사탕 바구니를 든 채 이쪽으로 다가왔다· 발카르의 왕녀 제이나였다·

“오, 오랜만이야···에요·”

제이나는 자신에게 당한 것을 잊지 않은 듯 미간을 구기면서도 존댓말을 꺼냈다·

-그걸 잊으면 사람이냐? 개구리지·

라스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흑탑은 저희 왕국을 모욕한 놈들이다···요· 왕녀로서 움직이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제이나는 왕녀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는 듯 이전보다 더 깊어지는 눈으로 주먹을 쥐었다· 도망치기만 하던 시절과는 딴판이었다·

“그런가요·”

라온은 제이나 역시 조금은 변한 것을 느끼며 그녀가 주었던 사탕 바구니를 받았다·

“전부 다 한 번에 들어갈 건 아니지?”

체임버가 설마 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 당연히 차례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이 인원이 한 번에 몬티로로 들어가면 의심을 살 수밖에 먼저 들어갈 사람을 정해야 했다·

“내 수영복이 기대되겠지만, 일단 나는 안 돼·”

체임버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저었다·

“혹여나 흑탑주 놈에게 끌려가면 모든 게 끝나니까·”

그녀는 흑탑주가 만들어 놓은 안방에서는 싸우기 힘들다며 한쪽 눈썹을 내렸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수영복은 딱히 궁금하지 않지만·”

체임버만이 흑탑주를 상대할 수 있기에 그녀는 흑탑의 위치를 발견한 후에 나서는 게 최선이었다·

“흥!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모르네·”

체임버가 삐지기라도 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가고, 중무전주님은 마지막쯤에 들어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좋겠지·”

카룬은 이곳에서 검사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겠다며 턱을 매만졌다·

“그럼 누구를····”

“휴양지고, 해변이니까· 연인으로 위장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체임버는 연인으로 가자며 라온의 옆에 있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아앙? 이제는 건방 안 떠네? 정신 좀 차린 거야? 연기야?”

마르타는 제이나 왕녀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고·

“게· 게다····”

루난은 바닥을 돌아다니는 소라게를 툭툭 치며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그건 안 되겠네·”

체임버는 가자마자 들킬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그건 쉽지 않을 것 같고····”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검사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우와! 이 풀은 대륙에서는 보기 힘든 파론이잖아! 이게 여기에 있었구나! 보급!”

도리안은 주변 상황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무와 풀을 뽑아서 배 주머니에 쑤셔 넣고 있었다·

“저기 있네요·”

라온이 씩 웃으며 도리안을 가리켰다·

“연기가 아닌 진짜가·”

* * *

트드드득·

황금빛 모래 알갱이가 박혀 있는 흙길 위로 자그마한 짐마차 하나가 굴러가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청발의 청년은 마차 안쪽에 걸터앉은 채 하품을 했고, 갈색 청년은 짐을 살피며 숫자를 셌고, 적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용병인지 큼지막한 검을 옆에 둔 채 마차를 몰았다·

“제가 삼류 용병이 되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용병으로 변장한 크레인이 뒤를 살짝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상가의 후계자를 놔두고, 전주님이 상회주가 된 건가요?”

그는 물건의 숫자를 세며 웃고 있는 도리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짐을 들 수는 없잖아·”

상회의 젊은 주인으로 변장한 라온이 턱을 까딱였다·

“허····”

크레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야! 너도 말 좀 해! 상회의 후계자라는 놈이 짐꾼으로 만족하냐고!”

그가 도리안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난 그냥 좋아· 저기는 어떤 보급품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도리안은 몬티로에서 물건을 살 기회가 생긴 것에 만족하는 듯 헤헤 웃었다· 그는 임무가 아니라, 정말 상인으로서 이곳에 온 것 같았다·

“어휴! 정말!”

“됐고· 이제 집중해· 곧 몬티로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올 테니까·”

라온은 아직 몬티로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고서 한량 상인의 연기를 계속했다·

“끄응····”

크레인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서 마차를 몰았다·

“하아암·”

라온은 마차에 쌓인 짐에 등을 기댄 채로 길게 하품을 흘렸다·

-신기하구나·

라스가 자신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평소에는 앉아 있는 꼴을 보기 힘든데, 막상 하니까 더럽게 잘하는군· 네놈의 연기에는 혼이 실려 있느니라·

‘많이 봐왔으니까·’

-아, 귀때기 놈 때문이로군·

녀석은 리메르를 떠올린 듯 피식 웃었다·

-여러모로 스승이기는 한 모양이로구나·

‘그렇지·’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메르가 해왔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1등 한량은 우스울 정도였다·

‘헌데 찾을 수 있으려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꾸준히 사기 탐지를 사용한 덕분에 등급이 오르기는 했지만, 고작 3성으로 흑탑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못 찾으면 어떠냐· 가서 해산물 실컷 먹고 오면 그게 마생 아니겠느냐·

라스는 식도락이나 즐기자며 손을 흔들었다·

‘마생은 그거일 수 있겠지만, 인생은 아니야·’

이번 임무에 들어간 자금과 인력이 천문학적이다· 흑탑 자체를 찾지는 못해도 최소한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실마리는 찾아내야 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먹는 게 남는 것이니라! 생선! 바닷가재! 새우! 해초! 조개!

라스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듣다 보니, 조금씩 몬티로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몬티로예요! 그 뒤에는··· 바다다!”

크레인은 용병의 연기를 시작한 듯 바다라고 외치며 훤한 안색을 드러냈다·

“바다· 거기에서 구할 수 있는 보급품은 해산물과 수속성의 돌 그리고 ····”

도리안은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르게 사야 하는 물건들을 읊었다· 이번만큼은 자신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았다·

“흠····”

라온은 가까워지는 몬티로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딱히 결계나 마기가 느껴지지는 않군·’

체임버의 말대로 몬티로 바로 앞에 서 있음에도 부정적인 기운은 느껴지지는 않았다·

‘너는 어때?’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고서 라스를 돌아보았다·

-일단 기운으로서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느니라· 다만····

라스가 몬티로를 훑어내리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기분이 더러우니라·

‘기분이 더럽다고?’

-그러느니라· 본왕의 분노를 자극하는 듯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느니라·

녀석은 본인도 그걸 잘 모르겠다며 턱을 저었다·

‘마왕의 감각인가····’

라스는 평소에도 이론보다는 감각을 중요시했다· 녀석이 저런 말을 할 정도라면 흑탑이든 아니든 이곳에 더러운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아, 엉덩이 아파서 뒤질 뻔했네· 빨리 들어가자·”

라온은 한량처럼 건들건들한 말투를 뱉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네에!”

“알겠습니다!”

도리안은 히죽이며 따라서 내렸고, 크레인도 미소를 지으며 몬티로의 정문 앞까지 마차를 몰았다·

“신분패를 제시해 주십시오·”

몬티로의 정문을 막고 있는 경비원에게 현재 변장을 하고 있는 신분패를 건네주었다·

‘이쪽으로는 완벽하지·’

지금 자신과 도리안, 크레인의 신분은 암시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작은 상회였기에 의심 자체를 살 일이 없었다·

“방문 목적은 상행이십니까?”

“예!”

도리안은 당연히 물건을 사러 왔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겸사겸사지·”

라온은 한량의 티를 풀풀 내며 살짝 턱을 저었다·

“음, 통과· 몬티로에서의 시간은 황금이지요· 여정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경비원은 환영한다고 말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수고·”

라온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서 마차와 함께 몬티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하는 게 느껴졌다·

웃통을 벗은 남성들과 다리를 훤하게 내놓은 여성들이 함께 거리를 활보했고, 주점에서는 다양한 색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즐기기 위한 공간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라온과 크레인, 도리안이 몬티로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을 때 바다꽃 목걸이를 든 소녀가 다가왔다·

“몬티로는 처음이신가요?”

소녀는 바다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하나씩 건네주며 방긋 웃었다·

“그런데?”

라온이 살짝 거만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내인이 필요하실 거예요! 여기가 생각보다 넓고, 복잡하거든요!”

소녀는 본인만큼 몬티로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며 가슴을 두드렸다·

-요 꼬맹이는 무엇이냐?

라스가 아이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어떤 여행지에도 있는 길잡이 꼬맹이지· 관광지를 안내해 주고 돈을 버는 거야·’

-전에도 비슷한 애가 있었지· 열심히들 사는군·

녀석은 대견하다는 듯 턱을 주억였다·

“잘 안다고? 뭐, 도박장이나, 투기장 이런 곳도 알아?”

라온은 유흥에 관심 있는 척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물론이죠! 카지노에 아는 사람도 있어요!”

소녀는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네 이름은?”

“렌시아예요!”

“좋아· 맡겨보지·”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렌시아에게 은화 한 잎을 던져주었다·

“왁! 감사합니다·”

렌시아는 받은 은화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그럼 처음은 어디로 가실래요?”

“해변!”

-식당!

“시장!”

크레인과 라스, 도리안은 각자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서 서로에게 눈을 흘겼다·

“일단 짐부터 풀지· 가지고 다니기 귀찮거든·”

라온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뒤에 있는 마차를 가리켰다·

“옙! 가성비가 최고인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성비 말고, 가격이 최고인 곳으로·”

“아, 네!”

렌시아는 호구를 물기라도 한 듯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말의 고삐를 잡고 안내를 시작했다·

‘흠····’

라온은 렌시아의 뒤를 따라가며 눈동자를 살짝 내렸다·

‘역시나 마기는 느껴지지 않네·’

로엔의 정보대로 몬티로 내부에서도 마인들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

혹시나 하여 3성에 오른 사기 탐지를 운용해 보았다·

“어···?”

라온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낮은 신음을 흘렸다·

“왜 그러세요?”

렌시아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땅에 발이 걸려서·”

라온이 땅을 툭툭 차며 혀를 찼다·

“아, 조심하세요· 바닥에 모래와 돌이 많거든요·”

렌시아는 본인도 발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작게 웃었다·

“그래야겠네·”

라온이 바닥을 보며 입매를 틀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라스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네가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나 마기와 사기가 있다고 했지?’

-그러느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한 부정적인 기운도 함께 존재하느니라· 물론 본왕도 제대로 느끼기 힘든 그 티끌 같은 양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지만·

녀석은 설명해 준 걸 왜 또 묻냐는 듯 턱을 틀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라온이 모래 알갱이가 박힌 대로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기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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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GS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Raon’s entire life had been lived as a dog on a leash. Through a twist of fate, he obtained a new life. Wrath remained in the wreckage of his destroyed leash. Finally capable of standing on his own feet, he decided to live life by his own will. He would slay anyone standing in his way… Even if they were a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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