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8화
쿠와아아아아아!
라온의 검계와 마티루스의 브레스가 격돌하며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금빛 기둥이 솟아올랐다·
어마어마한 힘의 경합에 천지사방으로 스파크가 튀고, 새까만 균열이 벌어졌다·
‘역시····’
라온은 세계를 멸망시킬 듯 쏟아져 내리는 성광의 브레스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밀리는 건가·’
성광의 숨결에 중력까지 더해졌기에 개벽으로도 완전히 뚫어낼 수가 없었다· 검계로 베어내도 계속해서 빛의 숨결이 밀려왔다·
-라온!
라스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라온이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멀쩡한 상태에서 마티루스와 일대일 전투를 벌여도 패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지친 상태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련한 놈!]
마티루스는 본인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듯 비웃음을 흘리며 더 짙은 성광의 숨결을 퍼부었다·
더욱 강해진 압력에 전신의 뼈가 바스러지는 것 같았다·
“흐음····”
녹랑귀는 이전에 당한 일이 있기 때문인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입맛을 다셨다·
‘미안하지만····’
라온이 발 앞꿈치에 힘을 주며 제천검과 리메르의 검을 앞으로 밀어냈다·
‘나는 아직 내 전부를 끌어내지 않았어·’
무시무시한 압박을 일으키는 성광의 숨결을 마주하며 영혼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감정들을 끌어냈다·
고오오오오오!
<나태>, <질투>, <폭식>, <색욕> 그리고 가장 큰 <분노>까지· 성광의 숨결에 밀려 나가는 개벽의 칼날 속에 마왕의 권능을 담았다·
마왕들의 권능은 본래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서 발휘되는 힘인지만, 나는 다르다·
누가 검을 쓰냐에 따라서 구원자와 살인자로 나뉘듯, 자신의 손에서 피어나는 마왕의 권능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어둠이 되어 개벽에 깃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찬란한 황금색 광채로 물들었던 개벽의 색이 변한다·
태양이 떠오르는 여명이 아닌, 가라앉는 노을· 세월과 풍파를 겪고, 세상을 깨닫게 된 검사의 진의가 두 자루 검 위에 펼쳐졌다·
쩌저저저저적!
밤을 견뎌내는 노을빛· 빛과 어둠을 포용하는 어둑한 금빛 검격이 성광의 브레스를 가른다·
촤아아아악!
마티루스가 아무리 마나를 응집시켜도 소용없었다·
새로운 가치를 담아낸 검계는 성광의 숨결을 밀어주던 중력의 개념조차 베어버리며 나아갔다·
[이, 이게 무슨!]
마티루스의 거대한 주둥이에서 처음으로 당황 어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승리를 확신하던 놈의 눈동자가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역시 그냥 당하지는 않는군·”
녹랑귀는 이럴 줄 알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나와야 라온 지그하르트지·”
[가만히 있지 말고! 저놈을 처리해라!]
마티루스는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검격에 불길함을 느낀 듯 녹랑귀에서 도우라고 외쳤다·
“괜찮겠나? 드래곤의 자존심이····”
[닥치고 가란 말이다!]
“···알겠다·”
녹랑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바람에 몸을 맡겼다· 그는 가느다란 바람과 함께 라온의 우측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너도 우리를 세 번이나 죽였으니까·”
녹랑귀가 담담한 눈빛을 드러내며 라온의 가슴을 향해 바람이 깃든 검을 찔러넣었다·
치이이이익!
그의 검이 라온의 심장을 뚫어내려는 찰나 푸른빛을 머금은 화살이 날아오고,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콰아아아아앙!
붉은 마법진이 녹랑귀의 검격을 막아내고, 푸른 화살이 그의 몸을 거침없이 밀어냈다·
“으음····”
녹랑귀가 낮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라온의 앞에 노파의 가면을 쓴 여자가 서 있었다·
“내 남자의 싸움을 방해하지 마·”
멀린은 다가오면 죽여버리겠다는 듯 적색 안광을 번뜩였다·
“죽어서라도 이 아이는 지키겠다·”
스테린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활을 세웠다· 푸른빛으로 명멸하는 화살에서 필사의 각오가 느껴졌다·
“수호자 하나로도 쉽지 않은데····”
녹랑귀는 물러나겠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린 후 뒷걸음질을 쳤다·
치이이이이잉!
라온은 녹랑귀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마티루스와의 전투에만 집중했다· 초월에 오르며 얻은 희노애락에 마왕의 권능을 조화시키며 더욱더 날카로운 검계를 끌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
결국 마티루스가 전력으로 쏟아낸 성광의 숨결이 먼저 끝에 도착하고, 놈이 억지로 끌어모았던 마나의 흐름도 멎었다·
치이이이이잉!
하지만 아직 라온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를 베어낼 듯한 날카로은 기파를 휘감은 채 저 높은 천공 위로 솟구쳤다·
[크윽!]
마티루스는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라온의 검계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 위험해·’
치솟는 힘 이상으로 살기 짙은 검격이다· 피하다가 실수를 했다가는 다른 동족처럼 이곳에 묻힐 수도 있기에 차라리 막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우우우웅!
마티루스가 절대라는 이름이 붙은 고위 방어 마법을 연달아 운용했다·
거기에 빛의 오브 네 개를 동시에 소환해서 두터운 마나의 벽을 세웠다·
[이 정도라면··· 어?]
라온의 검격도 힘이 빠졌기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놈의 검은 자신이 세운 오브의 벽과 방어 마법은 유리창처럼 깨부순 채 목으로 짓쳐 들어왔다·
퍼어어어억!
간신히 반응하여 목을 돌렸지만, 살점이 뜯겨나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인간들의 집만큼이나 큼지막한 살점이 터지고, 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어어어억!]
마티루스가 거대한 날개를 떨며 대수림 전체가 울릴 듯한 괴성을 터트렸다·
‘이런 고통이라니!’
태어난 이후로 처음 느끼는 고통이다· 인간과 많은 전투를 치렀지만, 이런 상처를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마티루스가 낮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살았어·’
조금 전 라온의 검격을 맞기 직전 목젖에 있던 드래곤 하트를 밑으로 이동시켰다· 덕분에 상처 자체는 컸지만,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
‘이제 내 차례다·’
자신의 마나와 체력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저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 당한 상처만 치유한 후 반격하면 어렵지 않게 모두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우우우우웅!
마티루스가 목의 상처를 치유함과 동시에 라온을 향해 다시 한번 강대한 중력을 일으켰다·
정신력을 크게 소모하는 능력이지만, 지금은 그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고오오오오오!
중력으로 라온을 짓누르며 밑에 있는 모든 생명을 지워버릴 수 있는 거대한 빛의 창을 소환했다·
화아아아악!
라온이 발악을 하듯 두 검을 휘둘렀다· 검날 위에서 수백 개의 꽃송이가 피어나더니, 수천 개의 불길을 뿌렸다·
[잡술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마티루스가 중력을 조작하여 허공에 뿌려진 불꽃들을 터트렸다· 아주 작은 불씨조차 자신에게 닿게 하고 싶지 않았다·
콰과과과과광!
수천 개의 불꽃 조각들이 터지며 허공에 자욱한 회색 연기가 피어났다·
후우우욱!
마티루스는 시야가 가려진 틈을 이용하여 하늘 위에 소환한 빛의 창 열 개를 동시에 내리쳤다·
창이 꽂힌 장소에서부터 강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고위 연계 마법, 신의 분노였다·
쿠구구구구!
신의 분노가 세계수를 향해 쏟아져 내릴 때 회색 연기를 가르고 하나의 검이 솟아올랐다·
강대한 마나가 깃든 은빛 칼날· 인간들이 이기어검이라 말하는 무학의 최고 경지였다·
콰드드드득!
라온 지그하르트가 쏘아낸 이기어검은 신의 분노를 단숨에 부숴버리고, 자신을 향해 쇄도해왔다·
우우우우웅!
마티루스가 중력을 집중해서 제천검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검에 담겨 있는 강렬한 의념에는 통하지 않았다·
[멈춰라! 멈춰!]
그는 어쩔 수 없이 중력만이 아니라, 정신력을 소모하는 용언까지 외쳐서 제천검을 막아섰다·
뜨드드드득!
제천검은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듯 검날을 떨었지만, 중력과 용언에 막혀 천천히 힘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발악을 하는··· 어?]
마티루스가 다시 신의 분노를 소환하려고 할 때였다·
가라앉던 제천검의 뒤편에서 나뭇잎 형태의 검이 바람을 머금은 채 튀어나왔다·
[머, 멈····]
용언을 뱉으려는 순간 나뭇잎 검이 사라졌다가 바로 자신의 목 앞에 치솟았다·
퍼어어어어억!
리메르의 검은 마티루스가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목젖보다 살짝 아래· 그가 드래곤 하트를 숨겨두었던 바로 그 위치였다·
[아아····]
마티루스가 목이 꺾인 채 입과 상처에서 검붉은 피를 뿜어냈다· 그의 날개가 접히고 그 거대한 육체가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티루스는 본인이 쏟아냈던 중력만큼이나 빠르게 추락하여 직접 불태우려던 세계수 앞에 머리를 박았다·
쿠와아아아아아앙!
* * *
“허억····”
라온이 검게 죽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생기가 사라지고 있는 마티루스를 보며 힘 빠진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돼, 됐어·’
검계로 마티루스에게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치명상이 아니었기에 놈은 계속 싸울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티루스가 부상을 치유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제천검으로 이기어검을 쏘아내고, 바로 뒤에 리메르의 검을 숨겨서 함께 날려보았다·
마티루스가 전력으로 제천검을 쳐낸 순간 리메르의 검으로 소슬바람을 펼쳐서 방심하고 있던 놈의 급소를 찔렀다·
도박수나 다름없는 방법이었는데, 제대로 먹혀서 다행이었다·
[내, 내가 인간 따위에게····]
마티루스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거대한 눈동자를 떨었다·
“도마뱀 놈들은 죽을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는군· 지겨울 정도야·”
라온이 입매를 비틀며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티루스의 눈동자를 찔렀다·
[크아아아아아!]
마티루스는 거대한 육체를 지닌 드래곤답지 않게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이제 속이 좀 풀리네·”
라온이 탁한 숨을 내쉬며 천천히 내려오는 리메르의 검을 잡았다·
[자, 잠깐! 거래를 하자· 나를 살려준다면 네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 아니, 금과 보석도 얼마든지····]
마티루스는 드래곤 외의 존재를 벌레처럼 여길 때와 달리 추잡한 모습을 보였다· 도마뱀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그보다 못한 지렁이 같았다·
“나는 지렁이와는 거래하지 않아·”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후 마티루스의 목을 갈랐다·
[끄으으윽····]
마티루스는 마지막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흐윽····”
라온이 두 검을 떨군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제는 검을 쥐고 있을 힘도 없었다·
‘운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군·’
사실 둘 다 전력이라고 해도 마티루스가 이겼을 것이다· 그와 자신 사이에는 큰 차이가 벌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무력 차이와 지친 것 때문에 마티루스는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노린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운이 아니라, 실력이니라·
라스는 입가에 길쭉한 미소를 내건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네놈을 애송이라고 부를 수 없겠어!
녀석은 잘했다는 듯 그리고 마음에 든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쳤다· 드물게도 인정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하·”
녹랑사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는 정말 마티루스가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 셋· 하나야 성룡이었다고 해도 둘이 고룡인데 그걸 혼자 다 잡는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군·”
녹랑사는 변해도 너무 변한 것 같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입 닥쳐·”
멀린이 녹랑사에게 벼락 줄기를 쏟아내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우리 라온이 승리의 감상을 즐기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너는 그 이상으로 변했고·”
녹랑사가 짧게 혀를 찼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야겠다· 아직 죽으면 곤란하거든·”
그는 도망쳐야겠다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가긴 어딜 가려고?”
멀린이 녹랑사 주변을 마법진으로 휘감은 채 콧방귀를 뀌었다·
트드드득!
스테린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보내줘····”
라온이 힘겹게 손을 저었다·
‘저놈을 잡다가는 무조건 희생이 나와·’
녹랑사가 지치고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초월자다·
자신은 이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멀린 혼자서는 초월자를 잡을 수 없다·
스테린 역시 부상이 심하기에 이 이상은 싸우는 건 좋지 않았다·
“응! 알겠어!”
멀린이 상큼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마법진을 풀지는 않았다·
“역시 현명하군·”
녹랑사는 좋은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하나만 묻지· 어떻게 드래곤과 손을 잡은 거지?”
라온이 녹랑사를 보며 턱을 까딱였다· 어차피 다른 것을 물으면 대답을 해주지 않을 테니, 현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어렵지 않았다· 드래곤들은 너희를 혐오하고 있었으니까·”
“인간에 대한 혐오라는 건가?”
“인간이기도 하고, 지그하르트이기도 하지·”
녹랑사는 알 수 없는 말을 주절거리고서 장포처럼 바람을 둘렀다·
“지그하르트? 그게 무슨!”
“다음에는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죽는 것으로 하지·”
그는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은 채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끄, 끝난 건가요?”
도리안이 헉헉 숨을 뉘쉬며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런 것 같네·”
버렌도 그 옆에 주저앉은 채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나무도 살았어····”
루난은 끝까지 꺾이지 않은 세계수를 칭찬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몬스터를 수백 마리를 죽이고 왔는데, 용 세 마리를 혼자 잡았다라····”
마르타는 각기 다른 색을 하고 있는 드래곤의 시체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어이가 없네· 뭘 어떻게 한 거냐?”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 덕이야·”
라온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서 세계수의 뿌리에 박혀 있는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지·’
세계수가 진한 광채를 머금었을 때 진혼검에서 리메르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지금도 자신들을 걱정하며 떠나지 않은 것 같았기에 미련을 버릴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웠다·
‘이제는 안심하고 떠나셔도 됩니다·’
리메르가 걱정 없이 떠나기를 바라며 눈을 내리감았다가 뜨자, 눈앞으로 푸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내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0포인트····]
[새로운 특성····]
[특성 <설화의····]
평소보다 굉장히 빠르게 보상 메시지가 떠올랐다·
-끄억!
라스가 메시지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뭐, 뭐냐! 왜 이렇게 빨리 주는 것이냐! 꼭 기다리고 있기라고 한 것 같지 않느냐!
‘그러게·’
라온이 가늘게 웃었다·
-아, 그래도 상관없지! 어차피 네놈은 안 보잖느냐!
라스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제는 봐도 될 것 같아·’
리메르가 죽은 이후 일부러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왜, 왜 봐! 그냥 보지 마!
라스는 평생 놔두라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만족했거든····’
라온은 따스한 세계수의 바람 속에서 쓰러지며 씁쓸함을 이겨낸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