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Chapter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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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그럼 지금 그 녀석의 영혼은····”

스테린이 굳은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얹었다·

“주술에 묶여 있는 건가?”

그는 리메르의 영혼이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크죠·”

시얀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피의 주술이 새겨진 공간에 붙잡혀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럼 지금 당장 찾으러 가야죠! 그놈이 죽어서도 고통받는 건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에리안은 본인이 가겠다고 말하며 가슴을 쳤다·

“너는 영혼을 보는 능력이 없지 않느냐· 시얀이나, 내가 가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움직일 수가 없어·”

스테린은 잘 알고 있지 않냐며 눈매를 좁혔다·

“그럼 차라리 인간의 주술사를 고용해서····”

“아리스 지그하르트의 힘을 한순간에 강탈할 정도의 고위 주술이다· 보통의 주술사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게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쉽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

라온이 스테린과 에리안의 대화를 들으며 입맛을 다셨다·

‘던전이 아니라····’

여기 있는 거 같은데····

진혼검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리메르가 자신의 심상 속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죽어서 떠난 줄 알았던 그가 세계수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진혼검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저어··· 스승님은 이 안에 계신 것 같습니다·”

라온이 진혼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뭐? 그게 무슨····”

스테린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내렸다·

“그놈이 그 검에 있다는 겁니까?”

에리안도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기 힘들 수도 있어서 다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습니다·”

라온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손을 내렸다·

“사실 그 던전의 지하에서 제가 정신을 잃었을 때····”

광풍대를 지키다가 쓰러진 후 심상의 세계에서 리메르를 만났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진혼검 안에는 제게 호의적인 영혼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스승님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습니다·”

직접 확인해 달라고 말하며 진혼검을 내밀었다·

“으음····”

스테린이 진혼검을 바라보다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쉽게도 지금의 내게는 그걸 볼 능력이 없구나· 대신····”

그가 멍하니 눈을 끔벅이고 있던 시얀을 앞으로 밀었다·

“이 아이가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저, 정말 그곳에서 오빠를 보신 건가요?”

시얀은 갑작스럽게 앞으로 나왔음에도 부끄러움을 타지 않고, 리메르에 관해서 물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리메르에 관한 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예· 그게 아니라면 스승님이 제 심상에 나타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시얀에게 진혼검을 건네주었다·

“이게 진혼검····”

“네· 맞습니다· 요검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대륙 장인 쿠베러드 제이튼이 백혈교에게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든 검이지만, 원한이 가득 남아 있어서 결국 요검이 되었죠!”

시얀은 갑자기 눈빛을 빛내며 진혼검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는데, 라온 님의 손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 빛을 발하게 되어서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명검이 되었잖아요!”

그녀는 자신보다 더 진혼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속사포로 설명을 퍼부었다·

“어····”

라온이 시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저렇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다 알고 있으니, 엔시아와 함께 책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시얀의 본래 모습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시얀은 진혼검의 설명을 끝내고 나서야 본인의 행동을 깨달은 듯 얼굴을 붉혔다·

“괜찮습니다· 헌데 진혼검의 상세한 정보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거기까지는 말씀드린 적이 없을 텐데····”

“아, 그건····”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가 자신의 뒤편으로 향했다·

“휘이이····”

고개를 돌리니, 도리안이 억지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하긴 저거 구할 때 네 옆에는 지갑이밖에 없었으니까·

라스가 당연하다며 낄낄 웃었다·

“하····”

라온이 식은땀을 흘리는 도리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 도리안 님을 탓하지 마세요· 제가 억지로 물어본 거예요·”

시얀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궁금했을 뿐입니다·”

라온은 조금이지만 밝아진 분위기에 미소를 그렸다·

“그럼 한번 볼게요·”

시얀은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은 붉은 얼굴로 진혼검을 받아들었다·

후우우우웅!

그녀의 주변에서 푸른빛을 띤 정령의 기운이 고요히 떠올라 진혼검의 붉은 칼날을 휘감았다·

“이 검····”

시얀이 눈을 내리감은 채 깊고도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슬픔으로 가득 차 있네요·”

그녀는 진혼검에 남아 있는 원혼들을 직접 느끼고 있는 듯 붉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하나같이 편안하게 죽지 못했어요· 라온 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폭주했을 것 같아요·”

시얀은 원혼들의 기억을 읽고 있는 듯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다만 신기하게도 영혼들의 어둠이 조금씩은 걷혀 있어요· 라온 님 덕분이겠죠·”

그녀는 진혼검을 통해 라온의 감정을 느끼고 작게 웃었다·

“그래도 아직 부정적인 기운이 훨씬 강한 건··· 어? 오빠!”

시얀이 눈을 부릅뜨고서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이, 있어요! 정말 이 안에 오빠의 영혼이 이 검 안에 있어요!”

그녀는 리메르의 영혼이 진혼검에 깃들어 있다며 비명을 터트렸다·

“후우····”

라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혼검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갇혀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하, 그놈 참!”

스테린도 이제 안심했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 부대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버렌이 진혼검을 향해 힘이 빠진 박수를 보냈다·

“자고 있을 것 같아····”

루난은 리메르답다고 말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러네· 자다가 까먹고 못 나온 거 아니야?”

마르타는 뻔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자고 있지는 않아요·”

시얀이 진혼검을 품으로 끌어안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빠는 이 안에 있는 원혼들을 위로해주고 있었어요· 자신의 영혼에 원한이 묻는 것도 참으면서····”

그녀는 리메르가 진혼검 안에 있는 영혼들을 위로해주고 있다며 꾹 참고 있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아····”

라온이 붉은빛으로 번뜩이는 진혼검을 바라보며 리메르의 검을 잡았다·

‘당신은 그곳에서도 가만히 계시지를 않는군요·’

리메르는 살아서 자신과 광풍대와 챙겨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진혼검에 있는 원혼들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부대주님····”

유아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음을 터트렸다·

“진짜 왜 자꾸 울리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있을 때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만 하고·”

도리안과 크레인이 입에 주먹을 넣은 듯 꺽꺽거리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세이피아의 구석에 때아닌 소나기가 내렸다·

* * *

저벅·

좁쌀만 한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둑한 동굴 속에서 축축하게 늘어지는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자려고?”

기이한 뱀의 투구를 쓴 남성이 거대한 어둠 속을 바라보며 턱을 까딱였다·

쿠우우우웅!

남성의 반대편에 있는 깊은 어둠이 출렁이며 마름모꼴로 세워진 황금빛 동공이 열렸다· 이 던전의 주인인 드래곤의 눈동자였다·

[무슨 일이냐·]

드래곤은 휴식을 방해받은 게 화가 난다는 듯 매서운 눈동자로 뱀의 투구를 쓴 남자를 노려보았다·

“네가 조금 전에 경고하고 온 세이피아에 말이야····”

뱀의 투구를 쓴 남자가 건들거리는 자세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왔거든· 엘프들은 그를 환영해줬고· 저래도 되는 거야?”

그는 라온이 누구인지는 알지 않냐며 투구 속에서 옅은 미소를 그렸다·

치이이이잉!

드래곤의 동공이 칼날처럼 얇게 좁혀졌다·

[결국 내 경고를 무시하는 건가·]

초월적인 존재의 분노에 끝을 모를 동굴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비명 같은 괴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가만히 놔두면 안 되잖아·”

뱀의 투구를 쓴 남자는 앞으로 재밌어지겠다는 듯 길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랜만에 세이피아에 가겠군·”

* * *

라온은 감정을 소진한 광풍대에게 휴식을 지시한 후 다시 스테린의 집을 찾아갔다·

수호자의 거처라고 하기에 작은 집에서 스테린과 시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구나· 그 녀석을 잊지 않고 챙겨주어서·”

스테린은 항상 손자가 실례를 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도움만 받고 있습니다·”

라온은 리메르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좋게 말해줘서 고맙다·”

스테린은 손주의 칭찬을 들은 게 나쁘지 않다는 듯 옅은 미소를 그렸다·

“헌데 이제 스승님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라온이 다시 받은 진혼검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 내일 해가 뜨는 대로 오빠의 영혼을 세계수로 돌려보낼 거예요·”

시얀은 이대로 있다가는 리메르의 영혼도 원혼이 될 수 있다며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그렇겠죠·”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셨다·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지만, 리메르가 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보내는 게 옳은 일이니라·

라스가 가라앉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네놈은 그 귀때기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보내주기로 결정한 것이잖느냐·

‘그렇지·’

멀린에게 부탁한다면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리메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투구를 쓰고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서 되살아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일이기에 포기했었다·

“사, 사람이든 엘프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게 가장 좋은 일이에요·”

시얀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설명을 해주었다·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 것을 보니, 다시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이해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축하도 못 했구나·”

스테린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초월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이제는 나도 상대할 수 없을 것 같구나·”

그는 대륙의 역사에 남을 성과라고 말하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 그, 그러면 각성하셨다는 게····”

시얀은 이제 알아차린 듯 눈을 부릅떴다·

“예· 운 좋게 초월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아아! 너무 기운이 잘 가라앉아 있어서 몰랐어요!”

그녀는 진심으로 경악한 듯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렸다·

“이미 초월이라는 영역에 적응한 상태다· 우리 엘프보다도 자연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어· 대수림이 길을 열어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스테린은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옅게 웃었다·

“초월! 초월이라니! 이건 써야 해!”

시얀이 헉 소리를 내고서 어딘가에서 책과 필기구를 꺼내 뭔지 모를 글을 마구잡이로 쓰기 시작했다·

“이제야 시작되는 건가·”

스테린은 익숙하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이요?”

“리메르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전까지 저렇게 너에 관한 필기를 해댔다· 전부 책으로 만들겠다는데, 허황하지 않은 게 없었어·”

그는 그야말로 소설 그 자체였다고 말하며 눈매를 찌푸렸다·

“아하하····”

라온은 눈동자에 광기를 담은 채 집필을 시작한 시얀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되면 답이 없어·”

스테린은 놔두고 나가자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 네····”

라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스테린의 거처를 나왔다· 저 책에서 또 얼마나 심한 과장이 나올지 벌써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시얀이 밝아져서 다행이구나· 한동안 너무 진지해서 걱정했거든·”

스테린은 평소의 부끄럼 많은 시얀으로 돌아오게 해주어서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아뇨·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라온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너는 여전하구나·”

스테린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저기 수호자님····”

라온이 스테린의 말을 듣고서 표정을 굳혔다·

“혹시 아프신 곳이 있으신 겁니까?”

오늘 본 스테린은 전신에 나무껍질 같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고, 계속 힘에 겨워 보였다·

정화의식을 치른 후 지쳐 보였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초월이 대단하기는 하네· 그런 것도 느끼고· 아니, 다 보이는 건가·”

스테린은 호수에 비친 본인의 얼굴을 보며 옅게 웃었다·

“수호자님····”

“아픈 곳은 없어· 그저 끝이 다가온 게야·”

그가 뒤를 돌더니 담담하게 턱을 주억였다·

“끝없이 성장하는 세계수와 달리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 온 것뿐이지·”

“아····”

라온이 평온한 스테린의 눈빛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병이라면 고칠 수 있지만, 수명이 한계에 달한 것이라면 방법이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살 만큼 살았어·”

스테린은 하이엘프만큼 오래 사는 종족은 많지 않다며 픽 웃었다·

“수호자님····”

“그래도 시얀 혼자 놔두어야 한다는 게 아쉽기는 하구나· 너도 알고 있겠지만, 저 녀석은 지금 가장 친한 친구를 부를 수도 없으니까·”

“그렇죠·”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전쟁 이후로 엘라임, 이프리트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겼다·

정령계의 복구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네가 가끔이라도 찾아와서 말동무라도 해 다오· 저 녀석이 좋아할 것이야·”

스테린은 시얀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며 고개를 숙여왔다·

“이러지 마세요!”

라온이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스테린과 시얀 그리고 리메르에게 받은 것들이 있기에 말동무가 아니라, 항상 뒤에 서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스테린은 진심이라는 듯 자신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의 손등에 있는 주름이 느껴져서 가슴이 쓰렸다·

“정말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와 지그하르트는 세이피아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라온은 진심을 담아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여러 일 때문에 세이피아와의 임시 동맹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자신은 이곳의 엘프들을 동료로 여기고 있었다·

“라온····”

스테린은 조금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노회한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피곤하실 테니,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라온은 내일 새벽 리메르의 영혼을 떠나보낼 때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서 숙소로 떠났다·

“····”

스테린은 라온의 등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짧은 숨을 내쉬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라온 님이 천사 기사단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시얀은 여전히 라온에 관한 기록을 쓰느라 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훗·”

스테린은 상상 속에 빠진 시얀의 옆으로 다가가서 작게 웃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열중하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구김살 없는 웃음을 그렸다·

* * *

다음날 새벽 세상에 마나가 가장 충만한 순간·

라온과 광풍대는 스테린을 따라 세계수의 뿌리가 심어진 성지에 들어오게 되었다·

후우·

라온이 숨을 고르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하늘 전체를 가릴 듯 솟아 있는 세계수가 자연의 마나를 휘감은 채 찬란하고도 유려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요?”

도리안이 양 눈을 비비며 헛바람을 흘렸다·

“눈썰미가 좋구나·”

스테린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 자란다면 정말 저 하늘에 닿을지도 모르지·”

그의 말대로 세계수는 이전보다 더 큰 상태였다· 시력에 힘을 주지 않는다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요즘에 조금 성장이 느려진 것 같더구나· 꼭 어딘가가 막힌 것처럼·”

“이유가 있나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이제는 시얀에게 맡겨야 해서·”

스테린은 이제는 세계수 정화의식을 시얀에게 맡겨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이 돌아간 후에 천천히 확인해볼 생각이다·”

그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할게요· 다만 그 전에·”

시얀이 진혼검을 들고 라온과 광풍대 앞으로 다가왔다·

“오빠한테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그녀는 리메르가 잘 떠날 수 있도록 인사를 해달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

라온이 진혼검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제게 있어서 가장 편안하면서도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더럽게 오래 잘 살 테니까· 걱정 말고 떠나요·”

마르타가 떨리는 손을 꽉 잡은 채 허리를 굽혔다·

“처음에는 당신이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버렌은 글렌을 대하듯 정중한 자세로 검례를 취했다·

“지그하르트는 우리가 지킬 테니, 그곳에서는 편안하게 잤으면 좋겠어·”

루난은 눈물을 흘리며 리메르의 긴 잠을 축복해주었다·

“끄으으윽····”

“으아아앙!”

“보고 싶을 겁니다! 빌어먹을!”

도리안과 유아는 오열했고, 크레인과 율리우스는 미간을 구긴 채 고개를 숙였다·

광풍대 검사들과 각자의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진혼검이 시얀의 손으로 돌아왔다·

“오빠·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시얀은 눈물과 함께 진혼검을 세계수의 뿌리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우우우우웅!

그녀의 주변에서 바다 같은 푸른 빛이 솟아오르며 원한이 일렁이는 진혼검을 휘감았다·

세계수의 힘과 정령력을 이용하여 진혼검에 남아 있는 리메르의 혼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음?”

하지만 시얀이 갑자기 미간을 구긴 채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시얀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진혼검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빨리 나오라고····”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 망할 자식이 안 나와요!”

그녀는 눈물이 쏙 들어간 황당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이 화상아! 좀 나와! 너 민폐라고!”

-저래야 귀때기지!

라스는 반갑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었다·

“····”

라온은 진혼검 속 리메르와 씨름을 하는 시얀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저 엘프 또 거머리 짓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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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GS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Raon’s entire life had been lived as a dog on a leash. Through a twist of fate, he obtained a new life. Wrath remained in the wreckage of his destroyed leash. Finally capable of standing on his own feet, he decided to live life by his own will. He would slay anyone standing in his way… Even if they were a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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