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8화
라온은 진무전에서 나온 후 바로 5 연무장으로 향했다·
‘수련 중인 건가?’
아직 휴식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수련을 하고 있는지 5연무장에서 기합 소리와 검을 휘두르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하긴 수련이 재밌을 때긴 하지·’
마스터가 되어서 자신의 원하는 움직임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검사들도 수련이 즐거울 것 같았다·
-수련이 재밌는 인간은 네놈밖에 없느니라!
라스는 헛소리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 난 지금도 재밌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스스로의 경지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기에 수련을 하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즐거웠다·
-그러니까 미친놈이지! 본왕이 본 인간 중에 네놈이 제일 미쳤느니라!
라스는 뇌의 반이 검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며 미간을 구겼다·
‘그건 아니지· 나 말고도 이상한 사람은 많잖아· 조금 전에 보고 온 발데르도 그렇고·’
-아, 그 무쇠 대가리는 좀 심했지····
‘멀린도 있고·’
-으윽, 그 광녀는····
녀석은 반박할 수가 없는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치?’
라온은 라스를 납득시킨 후 연무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에서 느꼈던 대로 광풍대 검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어? 대주님! 이제 오시는 거예요?”
도리안이 라온의 앞으로 달려와서 헤헤 웃었다·
“어제 밥 잘 먹었습니다!”
그는 정말 맛있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다니, 대주님도 해이해지실 때가 다 있네요· 정신을 똑띠 차려야··· 케헥!”
크레인이 쯧쯧 혀를 차다가 마르타한테 뒤통수를 얻어맞고 앞으로 엎어졌다·
“왜, 왜 때리세요!”
그는 진짜 아픈 듯 뒤통수를 매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쟤가 너냐?”
마르타가 크레인을 굽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은 새벽에 일어나서 수련한 후에 여기 와서 또 수련하는 변태라고!”
그녀는 이미 새벽 수련과 오전 수련을 모두 끝냈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 그걸 다 관찰하신 거예요· 대주님에 대한 관심이 어마어마하네요? 역시····”
“그냥 뒤져!”
“끄아악!”
크레인이 키득거리며 마르타를 놀리다가 구둣발에 밟혔다·
“볼 필요도 없지· 수련생 시절에도 가장 빨리 나와서, 가장 늦게 나갔으니까·”
버렌은 그 시간을 따라잡으려다가 죽을 뻔했다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나도 끈기에는 자신이 있는데, 저놈은 지독할 정도였어·”
그는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그냥 잤는데····”
루난은 언제나 푹 잤다고 말하며 깍지 낀 손으로 기지개를 폈다·
“넌 기대도 안 했다· 잠탱아·”
마르타가 한심하다는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까· 루난 님은 수면 시간이 길어서 상대적으로 수련 시간은 짧잖아요· 그런데도 조장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보면 재능이 엄청나신 것 같아요·”
도리안은 루난의 재능이 놀랍다고 말하며 눈을 끔벅였다·
“흠, 생각해보니까· 그렇긴 하네·”
버렌은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루난의 재능을 인정했다·
“나 천재···?”
루난이 라온을 보며 검지와 중지를 펴서 브이 자를 만들었다·
“뭐, 천재기는 하지·”
라온은 스스로를 자랑하는 루난이 귀여워서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찰녀보다도 천재·”
루난은 마르타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이이익····”
평소에 웃지 않던 녀석이 비웃음을 그리자, 마르타의 안색이 붉게 달아올랐다·
“천재는 개뿔! 진짜로 붙으면 내가 이겨!”
마르타는 지금 당장 붙어보자며 검을 뽑아 들었다·
“천재한테 도전?”
“너 천재 아니라고!”
루난과 마르타는 서로의 이마를 맞댄 채 으르렁거렸다·
“오오! 마르타 님과 루난 님의 대련인가?”
“이거 오랜만인데?”
“최근에는 계속 루난 님이 이겼지? 이번에는 어떠려나?”
광풍대 검사들은 오랜만의 대련이 기대된다는 듯 웃음을 머금은 채 임시 대련장을 만들었다·
“····”
라온은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떠는 광풍대를 보며 가는 미소를 그렸다·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네·’
마르타와 루난이 다투고, 크레인이 얻어맞은 채 바닥을 기고, 도리안이 보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리메르가 죽기 전의 모두가 웃고 있던 5연무장을 보는 것 같았다·
리메르는 개인금고의 암호를 5 연무장으로 할 정도로 이 장소를 소중히 여겼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5연무장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잠깐 주목·”
라온이 손뼉을 쳐서 난잡해진 검사들의 시선을 모았다·
“스승님의 검을 반납하기 위해서 세이피아로 가야 하는 건 알고 있지?”
광풍대를 쭉 둘러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 준비하고 있어·”
버렌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내놓았다며 손을 내렸다·
“이번 주라고 했잖아· 언제 갈 거야?”
마르타가 날짜를 말해달라며 어깨를 돌렸다·
“원래는 내일 가려고 했는데····”
라온이 광풍대 검사들의 눈빛을 살피며 입매를 비틀었다·
“너희들 상태를 보니, 조금 다듬어야 할 것 같네·”
“다, 다듬다니요?”
도리안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기를 느낀 듯 입술을 떨었다·
“다들 기가 많이 빠졌어· 수호자님을 뵐 때 지금처럼 눈빛이 흐리멍덩하면 스승님이 욕을 먹을 테니, 조금 맞· 아니, 대련을 하자·”
라온이 건조하게 웃으며 검집을 두드렸다·
“지, 지금 맞자고 하려다가 급하게 말 바꾼 거죠! 분명히 맞자····”
“크레인 너부터 하자는 거지?”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검집 채로 제천검을 뽑아서 크레인에게 내리쳤다·
“으아아아악!”
크레인은 마스터답게 바로 검을 뽑아서 방어 태세를 갖췄지만, 제천검의 검집에 담겨 있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자빠졌다·
“봐· 정신을 못 차리잖아·”
“아니, 초월자의 검을 제가 어떻게··· 켁!”
그는 따지려다가 라온의 주먹을 얻어맞고, 눈을 까뒤집은 채 뒤로 넘어갔다·
“자, 고유 크레인은 끝났고·”
라온이 다음 사람을 오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 이거 대련이 아니라, 그냥 폭력··· 흐힉!”
도리안이 불평을 중얼거리다가 우측으로 몸을 던졌다·
“오, 역시 심안인가·”
라온은 제자리에 선 채로 피식 웃었다·
“부, 분명히 제 허벅지를 치실 줄 알았는데····”
도리안은 심안으로 보았는데 왜 가만히 있는 거냐며 눈을 끔벅거렸다·
“너무 감각에 의존하면 안 돼· 심안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조금 전에 너는 내 살기에 겁을 먹은 거다·”
라온은 확실한 조언을 해준 후 다시 좌측으로 피하려던 도리안의 허리를 후려쳤다·
“꾸헥!”
도리안은 허리를 부여잡은 채 쓰러져서 바닥을 굴렀다·
“전보다 약해진 게 맞네· 하루이틀로는 안 되겠어· 다음!”
라온은 세 번째 사람 나오라고 외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
“으으!”
광풍대 검사들은 긴 손가락을 흔드는 라온을 보며 모두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미친놈이 돌아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련에 미친 귀신이 복귀했다는 것을 깨달은 검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아무래도 본왕이 처음에 생각한 게 맞았느니라····
라스가 라온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놈이 본왕이 본 인간 중 가장 미친놈이 맞아!
* * *
라온은 광풍대와 가벼운 대련을 끝낸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기 계셨네요·”
책상에 두 발을 올린 채 술을 마시고 있는 도괴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가 애들을 죽이고 있기에 신경 끄고 술이나 마셨다·”
도괴는 오랜만에 편했다고 중얼거리며 땅콩을 던져서 입에 넣었다·
“그럼 제가 술 상대라도 해드릴까요?”
“너는 재미없어·”
그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 망할 도박꾼 놈이 술은 잘 받아줬는데····”
도괴는 짧게 혀를 차고서 얼마 남지 않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래요? 그럼 이 술은 다시 가져가야겠네요·”
라온이 아깝다고 말하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황금빛 술병 하나를 꺼냈다· 도괴에게 선물로 주려고 해안 도시에서 사 온 고급술이었다·
“술? 무슨 술··· 어? 바, 바르시안? 이 귀한 걸 어떻게!”
“식사하러 주점에 갔었는데, 좋아 보이길래 사왔습니다·”
좋아할 줄 알았다고 말하며 술병을 흔들었다·
“그, 그래! 그럼 어서····”
“헌데 저랑은 술 마시고 싶지 않다면서요·”
라온이 술을 뒤로 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너는 안 취하잖아!”
도괴는 먹기 싫은 건 아니라며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먼저 쓰러지면 쪽팔려서 어떻게 하냐고!
그는 사실 술로 지는 게 무서웠다고 말하며 입술을 씹었다·
“농담입니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도괴에게 술병을 건네주었다·
“오오오!”
도괴는 술병을 받자마자, 뚜껑을 따고 코를 벌렁거렸다·
“이거지····”
그는 냄새만으로도 취하는 것 같다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어디····”
도괴는 술잔을 탁탁 털어낸 후 노을 깔린 바다처럼 반짝이는 술을 따라서 천천히 입에 머금었다·
“···좋구나· 아주 알맞게 익었어·”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의자에 등을 깊게 파묻은 채 눈을 내리감았다·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라온이 찬장에서 술잔을 꺼내서 앞으로 내밀었다·
“취하지도 않는 놈에게 주기는 아까운데·”
도괴는 짧게 혀를 차고서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웃으며 술을 한입에 삼켰다· 목이 따가울 정도로 독한 도수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옛다·”
도괴가 안주를 먹으라며 땅콩이 담겨 있는 그릇을 앞으로 내밀었다·
“쓰네요· 확실히 저는 술 상대를 해줄 사람은 아닌 모양입니다·”
라온이 피식 웃으며 땅콩을 주워 먹었다· 여전히 술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도괴와 한잔이라도 더 나누고 싶었다·
“농담이니, 그리 신경 쓰지 마라·”
도괴는 앞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술고래들은 좋아한다며 피식 웃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술잔을 내려놓고 도괴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괴님이 자리를 지켜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아요·”
도괴는 리메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5 연무장에 출근하여 이곳에 오는 검사들의 슬픔을 받아주었다·
그도 힘들었을 텐데, 모두의 감정을 받아준 게 고마웠다·
“···그놈 정말 웃으며 갔느냐?”
도괴가 빈 잔에 술을 따르며 미간을 좁혔다·
“예· 미련 없이 환하게 웃으며 갔습니다· 도괴 님을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렇고, 그놈도 그렇고 참으로 귀찮게 하는구나·”
도괴는 짜증이 난다며 땅콩을 거칠게 씹었다·
“짜증이 나신 김에 부탁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부탁?”
“예· 중요한 일입니다·”
라온이 도괴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 * *
“누나· 검을 휘두를 때는 너무 꽉 잡아서는 안 돼·”
라온이 목검을 잡고 있는 시아의 손가락을 살짝 풀어주었다·
“손가락 전체가 아니라, 끝에만 힘을 줘야· 검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
“응!”
시아는 라온의 조언대로 손아귀에 힘을 푼 채로 검을 내리쳤다·
후우우우웅!
오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바람을 찢어 뭉개는 파공음이 터지고, 날카로운 검풍이 튀어나와 호수를 갈랐다·
그랜드 마스터의 육체가 그대로 남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 시원해!”
시아는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헤헤 웃었다·
“잘했어·”
라온이 대단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제 누나가 이 집을 지키는 거야· 할 수 있지?”
“응!”
시아는 맡기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라온은 안 지켜?”
“나는 잠시 스승님을 배웅해주고 오려고·”
“스승님?”
그녀는 스승님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 눈을 깜박였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분이야· 누나를 만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고·”
“그럼 나도 인사할래!”
시아는 본인도 인사를 하고 싶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나중에 만나게 해줄게·”
라온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며 작게 웃었다·
“응· 알겠어·”
시아는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자신의 표정을 보고 느낀 게 있는 듯 멈춰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집은 내가 지킬 테니까! 빨리 다녀와!”
그녀는 본인이 별관을 지키겠다며 당당하게 허리를 폈다·
“고마워· 누나·”
라온은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서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실비아와 에드가에게 다가갔다·
“다녀올게요·”
“그래· 언제나 조심하고·”
실비아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내드리고 오거라·”
에드가는 씁쓸한 눈으로 자신의 허리에 꽂혀 있는 리메르의 나뭇잎 검을 바라보았다·
“함께 가지 못하는 게 아쉽네·”
실비아와 에드가의 사이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멀린이 실망스럽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냐····”
라온은 반짝거리는 멀린의 눈을 보며 픽 웃었다·
-개똥같은 소리!
라스가 미간을 깊게 구겼다·
-저 광녀 분명히 쫓아올 것이니라!
녀석은 어떤 동물일지는 몰라도 따라올 게 뻔하다며 눈썹을 내렸다·
‘···나도 동의해·’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은 피곤해서 쉬겠다고 말했지만, 무조건 쫓아올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러스트는 어디로 간 거야?’
지금까지 나타나질 않는 것을 보면 아예 길을 잃고 다른 쪽으로 움직인 것 같았다·
‘이 팔찌에 있는 기운을 느껴서 찾아올 수 있지 않나?’
-아니지· 오른쪽에서 그걸 느끼고도, 왼쪽으로 가는 멍충이니라·
라스는 멀린 하나로도 귀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중얼거렸다·
‘그 정도라니····’
다만 러스트는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았고, 무력으로 따져도 이길 사람이 몇 없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라온이 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별관을 떠나 5연무장으로 들어갔다·
광풍대 검사들은 이미 단상 앞에 서서 오와 열을 갖추고 있었다·
저벅·
라온이 묵직한 걸음으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게····”
칼날처럼 날카롭게 갈린 검사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스승님과 함께 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허리에 꽂혀 있는 리메르의 검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의 정리를 하도록·”
“예!”
“또한 그분이 남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길이도 하다· 전장에 나가는 것처럼 정신을 굳게 다져라·”
“명심하겠습니다!”
광풍대 검사들은 자신처럼 검에 손을 얹은 채 짧으면서도 단호한 답을 외쳤다·
“그럼 출발한다·”
라온이 강렬한 기파를 일으키며 내려와 광풍대의 중심을 스쳐 지나갔다·
후우우욱·
광풍대 검사들은 지지 않겠다는 듯 예리한 기운을 휘감은 채 그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