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4화
“맛있어요!”
시아는 주먹손으로 포크를 잡고 파스타를 흡입했다· 입가에 묻은 소스까지 시원하게 핥아 먹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입맛까지 돌게 만들었다·
“음····”
라온이 꿀떡꿀떡 파스타를 삼키는 시아를 바라보다가 실비아와 에드가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시아와 친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손에 이끌려서 식사 자리에 함께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루 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와 최대한 빨리 친해지기를 바래서 어제 계속 네 이야기를 해줬거든·”
실비아가 시아의 입가에 묻은 파스타 소스를 닦아주며 작게 웃었다·
“그러니까 동생이 생겼다고 좋아하면서 바로 네 방으로 쳐들어가더라· 없어서 다행이었지·”
에드가는 흥분한 시아를 재우느라 힘들었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
라온이 지친 듯한 실비아와 에드가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상황을 보니, 시아는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바로 만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제가 동생이라는 걸 믿어주네요?”
갑자기 동생이 생긴 건 그렇다 쳐도 20살이 넘는 어른이 동생이랍시고 나타났는데, 당황하지 않고 믿어준다는 게 신기했다·
“시아의 입장에서는 지금 본인의 몸도 갑자기 큰 거잖아· 자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실비아는 아예 거짓말은 아니기에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라온이 다시 시아를 바라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이라서 선입견이 없는 건가·’
시아의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실비아와 에드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는 할····”
“그만!”
시아가 포크를 내려놓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밥을 먹을 때는 말을 많이 하면 안 돼요!”
그녀는 입안의 음식을 다 삼키고 말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알려준 거잖아!”
“아····”
실비아가 시아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저 말, 내가 시아를 떠나보내기 전에 해줬던 거야····”
그녀는 감격스럽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울어도 안 돼요!”
시아는 울지 말고 밥을 먹으라며 실비아에게 가벼운 손짓을 했다·
“그러네· 엄마가 가르쳤으면 꼭 지켜야지·”
에드가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실비아의 눈매에 맺혀 있는 물기를 닦아주었다·
“미안해·”
라온이 말을 많이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아니지! 누나!”
시아는 누나 소리가 듣기 좋은듯 계속 말 끝에 누나를 붙여달라고 말했다·
“그래· 누나·”
라온이 시아의 바람대로 누나라 불러주며 픽 웃었다·
‘신기하네·’
투구를 쓰고 있을 때는 소름이 돋아오를 정도로 섬뜩했던 시아의 붉은 눈동자가 순한 양처럼 몽실거리는 채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비치는 건 호감과 호기심뿐이었다·
“라온은 뭘 좋아해?”
시아가 포크로 돌돌 말아 올린 파스타 면을 한입에 삼킨 후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고기! 고기가 좋다고 하거라!
라스는 본인의 취향을 꺼내며 고기를 외쳤다·
“가리는 음식은 없는데, 제일 좋은 건 스튜·”
라온이 라스를 밀어버리고 스튜를 말했다· 전생에 찬 음식만 먹었기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국물 있는 음식이 끌렸다·
“그럼 이거 먹어!”
시아는 실비아가 덜어주었던 스튜를 손도 대지 않은 채 자신에게 밀어주었다·
“그럼 누나는?”
“누나는 원래 동생한테 양보하는 거야!”
그녀는 구김살 없는 웃음을 그리며 파스타 소스가 묻은 손을 흔들었다·
“엄마가 말해줬거든! 누나가 됐으니까· 양보해야 한다고!”
시아가 실비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도····”
실비아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내가 해줬던 말이야· 널 임신하고 있었을 때니까·”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시아에게 달려갔다· 하얀 옷에 음식이 묻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딸을 꼭 끌어안았다·
“엄마?”
시아는 갑자기 끌어안는 실비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치사하게 둘이서만!”
에드가가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나서 한 번에 시아와 실비아를 안았다·
“왜 이래! 밥 먹을 때는 일어나면 안 돼요!”
시아는 엄마와 아빠가 식사 예절을 안 지킨다며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다만 두 사람이 안아주는 게 싫지 않은지 밀어내지는 않았다·
“라온도!”
시아는 라온에게도 이쪽으로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어···? 나도?”
라온이 본인을 가리키며 눈을 끔벅였다·
“그래· 라온· 너도 오렴·”
실비아가 훌쩍이며 손을 내밀었다·
“맞아! 가족끼리 다 함께 안아보는 일이 흔하지는 않잖아·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나중에 시아가 아빠 빨래랑 내 빨래 같이 하지 마! 이러면 나는 죽어버릴 거라고!”
에드가는 지금밖에 시아를 안아줄 기회가 없을 거라며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아니, 저는 괜찮은데····”
라온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으려고 할 때였다·
“라온도 와!”
시아가 입을 삐줄 내민 채 눈시울을 붉혔다· 솜털 같은 눈망울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울릴 것이냐? 너 같은 또라이를 동생으로 여겨주는 누나를 울릴 것이냐?
라스는 신이 난다는 듯 허공을 노니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라온····”
시아, 실비아, 에드가 모두 빨리 오라는 듯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련님?”
“도련님· 아니시죠?”
헬렌과 주디엘까지 어서 시아에게 가라는 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아후····”
라온이 힘없이 어깨를 내린 후 실비아와 에드가 사이로 들어가 시아를 안아주었다·
“좋아! 오늘은 봐줄게!”
시아는 식사 예절은 지키지 않은 것을 봐주겠다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번째였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푸헤헤헤헤헹!
라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천지사방을 날뛰며 웃음을 터트렸다·
라온은 라스를 올려보며 미간을 구겼다·
‘너는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고 생각해라····’
* * *
라온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아침 식사를 끝낸 후 멀린이 있는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호흡은 안정됐군·’
어제는 마나가 완전히 사라져서 호흡이 뚝뚝 끊어졌는데, 지금은 숨소리가 고요하다· 자연스럽게 마나가 회복되며 몸 상태가 나아진 것 같았다·
다만 체력은 여전히 바닥인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힘들기는 한 모양이로구나· 본래라면 네놈이 나오자마자, 깨어났을 텐데·
‘그렇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제 느낀 건 자신의 감일 뿐이었고, 페드릭도 괜찮다고 했으니, 지금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으으음····”
라온이 방을 나가려고 할 때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멀린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라온? 꿈인가?”
멀린은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있는 게 꿈인 것 같다며 눈을 끔벅였다·
“정신이 들어? 몸 상태는 어때?”
라온이 다시 침대로 다가가서 멀린을 바라보았다·
“아우! 진짜잖아!”
멀린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불로 본인의 얼굴을 가렸다·
“멀린?”
“저리 가!”
그녀는 거의 처음으로 자신에게 가라는 소리를 했다·
-뭐지? 저 광녀가 왜?
라스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다가 막 일어난 얼굴을 어떻게 보여주냐고!”
멀린은 왜 지금 왔냐며 이불 안에서 발차기를 했다·
“아니, 너 가면을 쓰고 있는····”
“그게 내 얼굴이야!”
그녀는 가면이 본인의 얼굴이라며 조금 더 떨어지라고 외쳤다·
“어····”
라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헛바람을 흘렸다·
“일단 그럼 몸은 괜찮은 거 맞지?”
“응? 지금 내 걱정해주는 거야?”
멀린이 헤헤 웃으며 이불을 살짝 걷어서 주름살이 새겨져 있는 가면의 이마만 보여주었다· 대체 뭐가 본인의 얼굴이고, 뭐가 부끄럽다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쓰러져서 걱정됐거든·”
“걱정 안 해도 돼· 아주 멀쩡하니까·”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며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주먹을 말아쥐었다·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에 본인의 몸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 다 믿을 수는 없었다·
“생얼을 보여준 건 부끄럽지만, 걱정을 받으니까 좋네·”
멀린은 기쁘다고 말하며 몸을 좌우로 비틀었다·
“멀린·”
라온이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멀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네 덕분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정말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어·”
“아니야· 남도 아닌데·”
“어? 어····”
가끔 저런 농담을 들으면 소름이 돋아올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농담 맞아?
라스는 아닐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몸은 걱정 안 해도 돼· 피로와 마나 소모가 겹쳐서 그런 거니까·”
멀린이 팔을 쭉 들어서 기지개를 켰다·
“아우, 조금 더 자야겠다· 아직 피로가 다 안 풀린 것 같네·”
그녀는 나중에 시아에게 인사를 할 테니, 잘 소개해 달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쉬어·”
라온이 멀린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님 방을 나왔다· 주디엘에게 그녀를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 후 별관 밖의 공터로 나왔다·
가볍게 몸이나 풀려고 하는데, 뒤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시아가 문 뒤에 숨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 생긴 것 같네·’
시아는 본인이 몰래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성인 여성치고도 몸집이 커서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후우·
라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오러 없이 가볍게 기본 검술을 펼쳤다· 다만 초월에 올랐기에 대기 중의 마나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어서 별자리 같은 푸른 빛이 반짝였다·
“와아아!”
시아는 본인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있은 듯 바로 튀어나와서 장작더미 옆에 놓여 있는 나뭇가지를 잡았다·
“나도 그거 알아· 아빠가 가르쳐 주셨어!”
라온이 말리려고 할 때 시아가 방긋 웃으며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쿠와아아아아아!
그녀의 손짓에 단전의 오러가 급격하게 솟아오르며 대지를 가르고, 호수의 물을 반으로 쪼갰다·
“이런!”
라온이 태화보를 밟고 앞으로 튀어나와서 시아가 쏘아낸 검격을 막아냈다· 자신이 차단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있는 북망산 초입까지 닿았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잊고 있었어·’
소름이 돋아올랐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아직 시아에게는 그랜드 마스터의 육체와 오러가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말 그대로 아이에게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마검이 들려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어떻게 통제를 시켜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저기 누나·”
라온이 시아에게 다가갈 때 그녀가 눈매를 찌푸렸다·
“응? 안 나와····”
시아는 오러의 빛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라온이 기감을 펼쳐서 시아의 육체 내부를 살펴다· 그녀의 말대로 단전이 꽉 막힌 것처럼 오러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이유를 몰라서 눈을 끔벅일 때 시아가 손을 저었다·
“왜 그러는 거야!”
그녀는 허공을 올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누나?”
라온이 시아를 부르며 눈썹을 내렸다·
“지금 누구랑 말하는 거야?”
“응? 라온은 안 보여? 라베라는 라온을 알던데?”
시아는 왜 모르냐는 듯 큰 눈을 끔벅였다·
“라베라?”
라온이 라베라라는 이름을 되뇌며 헛바람을 삼켰다·
-그 영혼석에 있던 소녀의 이름이잖느냐!
라스가 크게 손뼉을 쳤다·
‘맞아·’
영혼석에 깃들어 있는 불우하게 죽었던 소녀의 영혼· 본래 악의로 가득 차 있던 영혼은 그저 놀아주는 것만으로 저주를 풀고 본인의 이름을 라베라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만난 건가?’
라베라의 영혼을 정화해주며 시아의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랐는데, 그게 정말 이루어진 것 같았다· 가슴 속에서 진한 기쁨과 반가움이 밀려왔다·
“라베라가 라온이 정말 좋은 아이라고 말해줬어! 잘 놀아 준다고!”
시아는 그래서 바로 다가갈 수 있었다며 헤헤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라베라가 방해하고 있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상황을 보니, 라베라가 시아의 오러를 억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
라온이 시아와 눈을 마주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짝이는 힘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돼·”
“왜?”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거든· 앞으로는 내가 자주 봐줄 테니까· 내 앞에서만 사용하기로 약속할 수 있겠어?”
약속하자며 새끼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응· 알겠어!”
시아는 자신과 놀고 싶은 듯 얼른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대신··· 매일 놀아줘야 해?”
“알겠어·”
“그럼 바로 시작하자! 라온이 술래!”
그녀는 숨바꼭질을 하자며 바로 도망쳤다· 화제 전환이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다· 정말 아이 그 자체였다·
“하나, 둘, 셋····”
라온은 거절할 새도 없이 받은 술래의 직책에 충실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서 숫자를 셌다· 입으로 숫자 60까지 센 후 뒤를 돌았다·
기감을 죽여서 말 그대로 놀아주려고 했는데, 바로 앞의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시아가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하냐?
시아는 본인이 잘 숨었다고 생각한 듯 하얀 뺨을 붉게 물들인 채 히죽이고 있었는데, 몸이 너무 커서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꾸우우웁····
라스는 대놓고 웃음을 참으며 끅끅 거렸다·
“어, 어디에 있으려나?”
라온은 눈에 뻔히 보이는 시아에게서 억지로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푸웁!”
“크흐읍····”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녀들조차 웃음을 터트렸다·
-후헤헤헤헤헹!
라스는 오늘 평생 당한 것을 다 갚아주겠다는 듯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너 오늘 저녁은 다 나딘빵이다····’
* * *
다음날·
라온은 글렌의 부름을 받아서 가주전 연무장으로 향했다·
“빨리 왔구나·”
글렌이 잘 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공적으로 부른 게 아니니, 과한 인사는 할 필요 없다·”
그는 인사는 됐고,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시아는 무얼 하고 있느냐?”
글렌이 슬쩍 눈동자를 돌렸다·
“간식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라온이 재워두고 나왔다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정말 어린아이 같군·”
“네· 지금은 그 나이로 돌아가 있는 듯합니다·”
“다행이구나·”
글렌이 허공을 올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5살이면 가장 귀여운 나이대인데, 그걸 못 보고 지나치면 섭섭하지·”
그는 손녀의 재롱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라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그렇죠·”
라온이 살짝 눈썹을 내렸다· 시아의 몸은 성인 여성이지만, 행동은 아이처럼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저와 어머니가 할아버지 이야기도 했으니, 조만간 오셔도 될 겁니다· 성격이 밝아서 금방 친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저, 정말이냐?”
글렌은 기대가 된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저와 정반대의 성격입니다·”
라온이 믿어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그러면 내일 바로 가야겠군·”
글렌은 진심으로 기대가 된다는 듯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헌데 오늘은 왜 여기로 부르신 겁니까?”
라온이 연무장을 둘러보며 눈을 끔벅였다· 자신과의 대련은 미뤘기에 그가 왜 호출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
“네게 보여주고 싶어게 있어서 불렀다·”
글렌이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연무장의 문을 열고 카룬이 들어왔다· 그는 전장을 앞에 둔 장수처럼 고고한 눈빛을 두르고 있었다·
“오늘 저 녀석과 대련을 하거든·”
그는 묘한 미소와 함께 턱을 주억였다·
“네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지 확인해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