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9화
“데루스 님·”
쿠바라가 데루스의 우측에 붙어서 무릎을 꿇었다·
“베오른과 바르디엘 둘 다 초월에 오른 라온 지그하르트에게 당했다고 하는데, 왜····”
데루스에게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아리스의 힘을 강탈하는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지만, 초월에 오른 라온 지그하르트에 의하여 바르디엘과 베오른이 죽었다고 되어 있었다·
이미 확인된 정보가 있는데, 그가 직접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모르겠다·
“믿을 수가 없다·”
데루스는 핏물조차 새까맣게 타버린 듯한 던전 앞 공터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바르디엘이 전투 전문이 아니고, 베오른이 아리스의 힘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제 막 초월에 오른 라온 지그하르트에게 당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바르디엘의 깃털을 회색 재로 만들며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놈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족이 튀어나왔다는 게 더 현실성 높다·”
데루스는 훗날의 계획을 위해서 확실한 과정과 결과를 알아내야 한다며 눈썹을 내렸다·
“바르디엘은 그렇다 쳐도 베오른을 여기서 잃어서는 안 됐어· 글렌 지그하르트의 목을 꺾어버리기 위해서는 버리는 패가 필요했으니까·”
그는 짜증이 돋아오른 듯 새하얀 이로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아니, 라온·”
데루스 로베르트가 라온의 이름을 뇌까리며 말라붙은 땅처럼 건조한 미소를 그렸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상처에서 끈적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끝까지 내 길을 막고 방해하는구나·”
데루스의 분노에 공기가 뒤틀린다· 대지가 울부짖듯이 진동하고, 그림자의 암살자와 주술사들이 숨을 쉬지 못해서 목을 부여잡은 채 전신을 떨었다·
“데, 데루스 님·”
쿠바라 역시 데루스의 섬뜩한 기파를 견디지 못하고 입술에서 핏물을 흘렸다·
“후····”
데루스가 영혼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분노와 짜증을 가라앉힌 후 섬 전체로 퍼져나가던 기운을 갈무리했다·
“찾아라· 작은 흔적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찾아내·”
그는 주술사와 암살자 중 반은 던전 내부로 들여보냈고, 나머지는 공터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죄, 죄송합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암살자 무리의 장을 보이는 중년인이 데루스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이 주변을 전부 태워버렸는지 작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는 이 땅에서는 건질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데루스 님·”
어깨에 낡은 로브를 두른 노인이 데루스 앞에 서서 지팡이를 내렸다·
“주술로 꺼낼 수 있는 흔적도 없습니다· 이 공터에 남아 있는 주술까지 불길로 지워버린 것 같습니다·”
노인은 라온의 일행 중 뛰어난 주술사가 있는 것 같다며 눈매를 좁혔다·
“다만 이쪽의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장소의 영혼을 불러왔다고 말하면서 손아귀 위로 회색 안개를 일으켰다·
“숲 안쪽에 깃들어 있는 지박령인데, 이곳에서 금발의 인간이 날개의 인간과 적발의 인간을 죽였다고 합니다·”
노인은 먼 거리에 있는 지박령이라 자세한 상황은 볼 수 없었지만, 그 부분은 확실한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날개의 인간은 바르디엘, 적발의 인간은 베오른이겠군요····”
쿠바라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꾸드득·
데루스가 뼈가 갈릴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너를 지금 당장 죽여 버리고 싶구나·
이미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고, 라온에게 마족이 깃들어 있는 게 확실하기에 놈이 살아 있는 게 대의에 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베오른이 허무하게 죽자, 지금 당장 라온의 목을 따고 싶을 정도로 짙은 분노가 치솟았다·
‘두 번째 칼날이 부러졌으니, 첫 번째 칼날을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밖에 없나·’
베오른 같은 패를 다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처음부터 준비해둔 그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쯧·
데루스가 짧게 혀를 차고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였다· 던전에 들어갔던 암살자와 주술사들이 복귀했다·
“데루스 님·”
던전에 들어간 암살자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데루스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공동이 무너져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흙을 파내다가는 땅도 꺼질 것 같아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아예 들어갈 길이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해서 던전 내부의 주술 회로를 살펴보았는데, 주술력을 억지로 비틀어서 시간을 조절한 흔적은 남아 있었습니다·”
암살자의 수장은 그림자의 주술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술을 만진 것 같다며 눈썹을 내렸다·
“하, 그럼 주술로 던전의 시간을 조절했다는 것도 사실이었나·”
데루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눈빛이 건조하게 가라앉고, 손끝에서 살기가 뭉글거리며 피어났다·
“마족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불가사의한 적응력과 성장 속도다·”
데루스는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힌 채 입술을 씹었다·
“지금부터 라온 지그하르트의 위험도를 오황오마의 수장급으로 수정한다· 앞으로 놈을 만나게 되면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이상 피하도록·”
그는 또 한 번 라온을 인정하며 붉은 숨을 내뱉었다·
“돌아간다·”
데루스는 베오른과 바르디엘의 피가 타버린 듯한 땅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항구로 향했다·
“····”
쿠바라는 분노를 잠재운 듯 고요한 기세로 나아가는 데루스의 등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상태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시다니····’
데루스는 글렌을 무력화시킬 패 중 하나로 긴 시간 동안 베오른을 준비했다·
그의 육체 실험을 통해 얻은 게 많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따로 있었는데, 그 패가 허무하게 사라졌음에도 저렇게 이성을 유지한다는 게 놀라웠다·
등골 사이로 소름이 올라올 정도였다·
‘점점 더 무서워지는군·’
데루스 로베르트라는 사람이· 아니, 이제 사람인지 알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영혼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쿠바라와 암살자들이 영혼이 옥죄이는 듯한 오싹한 감각을 느끼며 항구 마을에 도착했을 때 입구 근처 새벽 일을 준비하며 그물을 다듬는 어부들이 보였다·
“어? 이 새벽에 왜 거기서 오는 거요?”
“안색이 좋지 않은데, 괜찮소?”
“몬스터라도 만난 겁니까?”
어부들은 창백한 인상의 데루스가 걱정되는 듯 그물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
데루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부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퍼어어어엉!
그의 발이 마을 입구에 닿은 순간 어부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으아아아아악!”
“이, 이게 뭐····”
마을 경비를 서고 있던 자경단 청년 두 명도 비명을 지르다가 전신이 찢겨진 채 핏덩이가 되어 가라앉았다·
저벅·
데루스가 걸어가는 길 뒤로 핏물이 흐르고,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죽음을 불러오는 재해 그 자체였다·
“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온 마을이 지옥도로 변한 게 믿을 수 없다는 듯 무릎을 꿇은 채 전신을 떨었다·
저벅·
데루스가 항구의 끝에 발을 디디자, 하늘에 닿을 듯이 웅대한 파도가 솟구쳐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살아남은 인간도, 집이 무너진 잔해도 모든 것이 거센 물결에 쓸려 내려갔다·
“으····”
쿠바라가 데루스의 등을 보며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더 강해지셨어····’
데루스는 의념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부수며, 해일을 일으켰다· 자신의 상상을 초월한 성장· 이대로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글렌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데루스는 본인의 무력을 믿지 않고,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고, 계략을 짜서 적들의 허점을 노렸다·
저런 냉철함이 그의 무력 이상으로 무서웠다·
“복귀한다·”
데루스는 조금 속이 풀린 듯 낮은 숨을 내쉬고서 차원을 열고 사라졌다·
“····”
쿠바라는 구역질이 날 것처럼 들끓는 속을 가라앉히고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후우우욱·
데루스와 그림자가 떠난 섬은 처음부터 무인도였던 것처럼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 * *
“가주님·”
라온이 화장터의 연기를 지켜보는 글렌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손을 가슴에 얹은 채 고개를 숙였다·
글렌은 리메르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지그하르트의 장인들에게 부탁하여 새로운 화장터를 만들어주었다·
오직 리메르만을 위한 화장터였기에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네가 고맙다고 할 일이 아니다·”
글렌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귀찮게 구는 그놈이 문제지·”
그는 마지막도 그냥 가질 않는다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바람이 되고 싶기는 무슨!”
화장터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한 발칸이 콧방귀를 뀌었다·
“장인님도 감사합니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발칸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됐다· 너 이전에 그놈과도 연이 있었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이었어·”
발칸은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그래도 이리 갈 줄은 몰랐는데····”
그는 아직 리메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장인님·”
라온이 발칸에게 다가가서 두 손을 모았다·
“죄송하지만, 장례식 이후에 부탁 하나만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예· 스승님의 검을 세이피아로 가져갈 생각인데, 그 전에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리메르의 검은 세이피아의 신물 중 하나다·
지그하르트에 보관하고 싶었지만, 그의 죽음을 알려주는 길에 함께 가져다주는 게 옳은 일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구나·”
글렌은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발칸은 별일 아니라며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리스를 찔렀다는 흑검을 먼저 살펴보아야 하니, 나중에 가져 오거라·”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일 때였다·
트드드득!
화장터의 문이 열리고, 눈 밑이 검게 가라앉은 셰릴이 하얀 항아리를 들고 나왔다·
“이제 부탁할게·”
셰릴은 앞으로의 일은 맡기겠다고 말하고서 떨리는 손으로 항아리를 건네주었다·
사실 자신이 저 안에 들어가서 유골을 모으고 싶었지만, 셰릴과 리메르의 관계를 알 것 같았기에 양보했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서 항아리를 받았다· 실제 무게 이상으로 묵직하다· 이 안에 리메르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기분이었다·
“그럼 가자꾸나·”
글렌은 살짝 입술을 씹은 채 북망산으로 올라갔다· 그는 산의 중턱쯤에 있는 호랑이 형태의 바위 앞에 걸음을 멈췄다·
“그 녀석은 이 바위에 등을 기댄 채 너희들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글렌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호랑이 바위의 등을 매만졌다·
“여기서 보내준다면 녀석도 만족할 게다·”
“음····”
라온이 호랑이 바위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글렌의 말대로 5연무장이 시원하게 보이고 있었다·
“라온· 시작하거라·”
글렌은 장례의 마지막을 시작하라며 천천히 턱을 내렸다·
“예····”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조심스럽게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하얀 유골 가루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무겁게 입술을 열었다·
“버렌·”
“응····”
버렌이 눈을 내리감았다가 뜨고서 유골 가루를 쥐고 허공으로 뿌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는 삭풍을 불러와 리메르를 날리며 정중하게 검례를 취했다·
“마르타·”
“····”
마르타는 말없이 나와서 유골가루를 손에 담았다·
“잘 가세요· 싫을 때도 많았지만, 또 당신 같은 스승은 없었던 것 같아·”
그녀는 피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광풍류의 바람으로 리메르를 보내주었다·
“루난·”
“흐으윽····”
루난은 여전히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 앞으로 나왔다·
“거기서는 마음대로 자요· 내 낮잠 친구····”
그녀는 결국 눈물을 뚝 떨어뜨리며 리메르를 떠나보냈다·
“도리안·”
“네에····”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리메르의 유골 가루를 꼭 움켜쥐었다·
“감사합니다· 부대주님을 잊지 않은 채 웃으면서 살게요· 그리고 그 아이들은 꼭 지킬게요·”
그는 앞으로 계속 고아원을 찾아가겠다며 고개를 숙인 채로 리메르를 날려주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의 고통을 털어버린 것 같았다·
“망할 스승아!”
크레인은 비명을 지르며 리메르를 보냈고, 유아와 율리우스는 한바탕 또 울고서 간신히 유골 가루를 뿌렸다·
광풍대 모두는 리메르를 떠나보내면서도, 그의 영혼은 가슴에 묻었다·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도록·
“스승님·”
라온이 리메르의 바람인 가루누아를 일으켰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하셨죠· 저는 다시 만나도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리메르의 유골을 5연무장을 향해 날려보냈다·
후우우우욱!
유골을 휘감은 녹색 바람이 라온과 광풍대를 한차례 스친 채 먼 곳으로 떠나갔다·
-이제는 조금 편해진 것 같구나·
라스는 표정이 좋아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라온이 멀리 흘러가다가 지그하르트의 하늘로 떠오르는 녹풍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구원을 해주셨으니까·’
리메르는 본인의 죽음에 계속 슬퍼하기를 원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도 멈춰 있어서는 안 됐다·
-그럼 이제····
‘그래, 수련을 해야지·’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작게 웃었다·
-그거 말고 이 자식아! 이제 약속 좀 지켜!
* * *
라온은 리메르의 장례를 끝낸 후 북망산 앞의 공터에서 검술을 수련했다·
몸을 풀듯이 기본 검술부터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까지 모든 검술을 한 차례씩 운용한 후 우측 나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흠····”
글렌이 나무 뒤편에서 걸어 나오며 텁텁한 헛기침을 흘렸다·
“초월에 올라서 속일 수도 없구나· 재미가 없어지겠어·”
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할아버지께서 숨고자 마음먹었으면 찾지 못했을 겁니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제는 괜찮으냐?”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리메르의 유언을 보지 못했다면 아직도 앓고 있었겠지만, 그의 진심을 알게 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십니까?”
“내가 이 나이가 되는 동안 떠나보낸 이들이 한둘이겠느냐· 다만····”
글렌이 가느다란 달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조금 아프구나·”
그는 솔직히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 그렇죠·”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녀석을 위해서 보내주는 게 옳겠지·”
글렌은 짧게 입맛을 다시고서 라온을 바라보았다·
“초월에 오른 기분은 어떠냐·”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초월에 오른 당시에는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저 마나가 더 친숙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게 기본이다·”
그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닌 마나와 대자연의 마나가 소통하게 되어 나와 천지가 합일되는 경지·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는 게 초월이라는 영역이다· 너는 만검을 쌓아서 초월에 닿았으니, 누구보다도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이야·”
글렌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듯 옅게 웃었다·
“네· 그래야죠·”
“그런 김에····”
그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대련 한번 어떻겠느냐·”
“···제가 할아버지와요?”
“그래· 적당히 할 테니, 오거라·”
글렌은 진심이라는 듯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렌과의 대련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자, 기연이다· 먼저 말해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럼····”
바로 움직이려고 할 때 별관 쪽에서 라바윈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라온 님! 헉! 가주님도 계셨습니까?”
라바윈은 기겁을 하면서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됐다· 무슨 일이냐·”
글렌이 라바윈의 인사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리스 님이····”
라바윈이 입술을 깨문 채 떨리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아리스 님이 깨어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