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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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힘의 조건 (7)

군터와의 경기에서 소년을 처음 본 순간 린제는 알 수 있었다·

공간을 가르는듯한 부드러운 움직임 가벼우면서도 묵직함이 느껴지는 동작·

그 속에서 풍기는 얼음 같은 무자비함까지·

저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은 이 대륙에서 한 곳밖에 없었다·

‘미스트····’

자신이 몸담았고 자신이 힘을 얻은 곳이며 자신이 버렸다고 생각한 그곳·

신의 힘이라는 월등한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계승자라고 하는 무의미한 기다림을 지속하는 그곳·

저 소년은 두말할 것 없이 미스트였다·

웬만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들이 이 램버스타엔 어쩐 일일까?

린제는 별로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을 죽이러 왔다고·

본인들 외에 아에르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자가 존재하는 이상 그들은 언젠간 자신을 제거하러 올 것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한데 고작 소년 하나라니?

그녀는 생각했다·

시리카 그 여자가 자신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고·

끽해봐야 간부급 대원 한 명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들다니·

가소롭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다만 흥미로웠던 점은 하나 있었다·

바로 소년이 사용했던 검·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는 자줏빛 도신과 검자루에 박힌 흑색의 보석·

외관상으론 케이람이라고 하는 아에르의 마검과 굉장히 유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 마검이 있다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마검이 있다는 것은 곧 그것을 다루는 소유자가 바로 계승자라는 건데 린제는 저 소년이 결코 계승자일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계승자란 이 세상에 없는 존재와도 같기에

오히려 자신이 그 계승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엔 절대로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마검의 소유자이자 아에르의 각인을 수여받은 존재

계승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케이람으로 부터 빠져나온 안개가 내 전신을 감싸 안았다·

-스스스

서로 공존해선 안 될 두 개의 공간이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

이에 나를 옥죄였던 무(霧)의 공간 속 안개들이 크게 요동쳤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검은 안개의 힘은 세상의 만물을 파괴시키거나 할 만큼 호화스러운 게 아니다·

그저 있는 것 자체를 무력화시킬 뿐·

마치 우는 어린아이를 잠재우듯 잠잠한 상태로 되돌릴 뿐이다·

그게 바로 안개의 힘이지·

-콰직

“내 내 안개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녀의 안개는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사그라졌다·

엄연히 말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내 안개에 흡수되는 거지만·

준비를 마친 그녀를 향해 외쳤다·

“암무 6식: 무(霧)의 공간!”

그녀가 시전한 것과 동일한 비기다·

하지만 그 힘까지 같다고 할 순 없지·

그래도 확인은 시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던 계승자란 존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네 네놈의 안개 따위에 내가 굴복할 듯싶으냐?!”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고 큰 소리로 포효하며 무(霧)의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실 피할 수 없다는 게 맞다고 봐야겠지·

이곳은 안개의 힘으로 생성된 아공간·

안개를 피할 수 있는 도피처 따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크윽!”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안개엔 잠식되지 않겠다는 듯 의지가 눈빛에 강하게 서려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찌 의지만으로 되겠는가?

점점 더 옥죄이는 안개 속에서 그녀는 괴로움에 몸부림쳤으며 이대로 큰 이변 없이 끝나겠다 생각한 순간

-파앗

무(霧)의 공간이 소멸해버렸다·

“하아 하아····”

기어이 파훼하고 만 것이다·

예상 밖의 결과에 조금 놀란 것도 잠시

그녀는 곧 눈에 쌍심지를 올리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

“그 눈! 나를 깔아뭉갤 것 같은 그 가증스러운 눈! 그년이랑 다를 게 없구나!”

설마하니 저런 말을 들을 준 몰랐다·

내 눈이 언제부터 당주를 닮게 된 거지?

“네놈들은 기어이 내 앞길을 막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이냐? 나야말로 아에르님의 힘을 이어받아야 할 진정한 적임자이거늘····”

[그럼 증명해봐·]

린제의 시선이 옆에 있던 케이람에게 향했다·

[모든 건 결과가 보여주는 법이야· 네가 정녕 그 머저리 신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는 적임자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저 계승자를 죽으면 되지 않겠어? 그것보다 뛰어난 증명은 없다고 보는데?]

저 저 악마 같은 마검이 또 혀를 놀린다·

그녀를 자극해서 좀 더 재미를 보고 싶은 생각인가 본데

하긴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하지·

“···!”

눈을 마주쳐봐야 딱히 할 말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의미로 눈을 추어올리니 그녀의 눈에서 또 한 번 분노가 차올랐다·

“미스트 계승자···· 내게 있어 너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스릉

그와 동시에 그녀의 품에서 단도가 나타났다·

“그러니 너희 모두를 죽이고 내가 그 중심에 설 것이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해!”

-탓

암살자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뭔 줄 아는가?

바로 감정에 치우쳐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이다·

뭐 비록 조직을 떠난 지 오래라곤 하나

이런 암살자의 기본도 잊어놓고선 어떻게 중심에 서겠다는 건지 나로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힘을 소유하기 위해선 자격이 필요하다 했나?

맞는 말이다·

주어진 힘은 묵히지 않고 아낌없이 써야 하는 법이지·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할 테니 말이다·

-서걱

사지가 썰리는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동작은 한 번으로 충분했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검을 내렸다·

-투두둑

곧 안개가 걷히고 위에선 붉은 핏물들이 피처럼 쏟아져 내렸다·

[너무 싱겁게 끝낸 거 아니니?]

케이람이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며 물었다·

“굳이 복잡하게 끝낼 필요도 없을 거 같아서····”

나는 늘 그렇듯 무덤덤하게 답할 뿐이었다·

* * *

린제와 소년의 혈전을 지켜보는 동안 리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실 혈전이라 하기도 애매했다·

그냥 한쪽이 일방적으로 누른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투기장 때와 마찬가지로 소년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였다·

허탈했다·

적어도 자신이 여태 봐왔던 사람들 중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저리 추악한 모습을 보이며 최후를 맞이하다니·

허탈함을 넘어 무기력함과 비참한 감정이 그녀의 몸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

소년이 그녀를 보았다·

리사의 손엔 여전히 칼이 쥐여있긴 하나 소년의 얼굴엔 일말의 경계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자신은 언제든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와도 같은 존재일 테니·

-터벅터벅

발걸음을 뗀 그가 기어이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리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뿐이었다·

퀭한 눈으로 아이 컨택을 이어나가길 3초·

리사는 말없이 눈을 감아버렸다·

“뭐하는 거지?”

소년의 물음에 그녀는 체념하듯이 말했다·

“이왕이면 고통 없이 보내주세요····”

사실상 부탁이라는 이름의 억지였다·

“저도 알아요· 당신을 죽이려 했던 주제에 이런 부탁하는 것도 염치없다는 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그냥 의연하게 받아들일게요·”

짧은 헛웃음을 낸 소년은 이내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내가 널 죽일 거라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잖아요· 전 당신을 죽이려 했고 남이 알아선 안 될 당신의 비밀을 전 봐버렸어요· 살려 두실 이유가 전혀 없으실 테죠· 입막음을 위해서라도 전 죽는 것이 마땅····”

“안 죽일 건데?”

감긴 눈이 부릅떠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 * *

이 매니저 양 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계신다·

암만 그래도 목숨만큼 소중한 건 없는 법인데 이리 쉽게 삶을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지 지금 뭐라고····”

“안 죽일 거라고·”

“그 그거군요! 제 사지를 하나하나 잘라서 마지막까지 고통을 주실····”

“그럴 생각 없어· 그냥 사지 멀쩡한 채로 보낸다니까?”

“···?”

그녀는 의문과 경악이 뒤섞인 기이한 눈으로 나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이에 나 역시 덤덤한 마음으로 그녀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또 하나 착각하는 게 있는데 미스트의 목표는 암살이지 학살이 아니다·

처음 목표로 했던 타깃을 제거했다면 그걸로 끝 더 이상의 살생은 의미가 없다·

그녀의 입이 다시 열리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 거짓말하지 마세요!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하셔야죠! 당신은 암살자잖아요! 암살자가 자신을 죽이려 한 인간을 살려둔다니! 어떤 암살자가 그러겠어요!”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어차피 자의도 아니었자나?”

“그 그야 그렇긴 하지만····”

애초에 검을 맞댔을 때부터 알 수 있었다·

나를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는 살의와 함께 그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고뇌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었다는 걸·

그녀는 그저 오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와 부딪혔을 뿐이다·

“하 하지만 전 당신이 미스트의 암살자라는 것까지 알고 있는데····”

“그래서? 저잣거리에 떠벌리기라도 하려고?”

“아 아뇨! 절대 말 안 하죠!”

그럼 된 거 아니겠는가?

어차피 말하고 다녀봐야 내 얼굴 기억할 사람도 없다·

“저 정말로 안 죽이실 건가요?”

“슬슬 입 아파질라 그러는데? 얼마나 더 얘기해야 하는 거지?”

얼굴을 보아하니 100번을 말해줘도 모자랄 것 같았다·

“정말 암살자시면서 참 무르시네요····”

부정은 못할 것 같아 코웃음을 쳤다·

“하나만 물어보지·”

잠시 주눅 들어 있던 그녀가 또 한 번 눈을 번뜩였다·

“생각해보니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뭐 뭐를요?”

“왜 나한테 떠나라는 말을 했던 거지?”

린제의 명령을 수행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게 살고 싶으면 떠나라는 말을 해줄 만큼 필요치 않은 인정을 보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나와 그녀는 그저 손님과 점원이었을 뿐인데?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의 시선은 이내 참혹하게 도륙 난 린제의 시체로 향했다·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타깃을 처리하고 난 뒤 아직 자리에 남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

의아해할 순 있겠지만 미스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암살이지 학살이 아니다·

처음 목표했던 타깃을 처리하면 그걸로 끝 괜히 관계없는 주변인까지 처리하진 않는다·

“하····”

허탈하면서도 후련한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게 설명이 될 진 모르겠지만····”

그건 듣고 나서 판단하겠지·

“딱 손님 나이 때였어요· 저랑 군터가 이곳에 들어온 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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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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