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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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공작의 시련 (1)

[야 주인아·]

딱딱한 바위 위에서 요염한 자세로 앉아있는 케이람·

연신 하품을 반복하던 그녀가 나를 보며 물었다·

[너 나 왜 찾은 거냐?]

“쓰려고·”

나는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너 전설의 마검이 무슨 도마 위에 부엌칼 마냥 흔한 줄 아나본데? 너 이거 명백한 유물 방치다?]

“말했잖아· 너에 대해선 당분간 꺼내는 것조차 힘들 거라고· 말마따나 너 같은 존귀한 유물을 남들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도 없잖아?”

저 멀리 24시간 나를 감시하고 있는 율켄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케이람의 영혼은 나밖에 보이지 않지만 섣부른 행동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너 남자의 무기는 쓰지 않으면 닳는다는 말도 못 들어봤니? 네 거기도 마찬가지일걸?]

“애 앞에서 참 좋은 말 한다·”

[이제 와 애 타령 하긴 암튼 이 건조해진 피부 좀 보라고! 나도 간만에 깨어나서 빨리 피 맛 좀 보고 싶단 말이야! 대체 날 언제 꺼낼 건데!]

그녀는 간식 달라고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앙탈을 부렸다·

“전선에 가기만 하면 지겹도록 써줄게· 그러니 그때 까지만 참아 케이람·”

[그럴 거면 차라리 가기 직전에 찾아오던가! 어휴! 수백 년 만에 깨어났더니만 웬 이상한 주인을 만나가지고···! 암튼 쓸 일 없으면 난 다시 자러간다· 깨우지 마!]

안개로 변한 케이람은 품속에 있던 단검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저래 봬도 하루에 반을 잠으로 보내는 잠순이다·

뭐 의미 없는 실체화를 지속해봤자 힘만 빠지니 당연한 일이겠지·

못내 미안하긴 해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레메아 골짜기에 들어서기 전까진 그녀를 쓸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다시금 검술 연마를 재개했다·

아버지와 약속한 한 달도 어느덧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이라곤 꾸준한 근력운동과 보여주기 식의 검술 연마가 전부·

시련으로 뭘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가벼운 훈련 밖에 없었다·

솔직히 시련은 둘째 치고 전선에서 마수들을 사냥하려면 실전 감각을 좀 더 다져놓긴 해야 하는데···

하다못해 크란츠라도 써먹으려 했지만 어째서인 요즘 통 보이지 않는다·

부상에선 진즉에 회복했다 하던데 날 어지간히 피하는 모양이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좀 적당히 해둘걸 그랬나?

지루한 훈련을 반복하다보니 괜한 한탄을 하게 된다·

잠시 휴식이라도 취할 겸 검을 내려놓고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엘리스 누나와의 대련이 마지막인 걸 감안하면 내 몸도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고 봐야 하는데 그렇다고 어중간한 놈이랑 대련을 하긴 또 싫단 말이지·

별안간 쓸 만한 상대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음?

생각해 보니까 지금 엄청 가까이에 있잖아?

“이봐 율켄! 거기 있지?”

고개를 뒤로 젖혀 숲 속 저편을 바라보았다·

3초 뒤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율켄이 황급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자신이 있는 지점을 정확히 바라본 것에 놀란 듯 보였다·

“응 별건 아니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을까?”

“말씀하십시오·”

“나랑 대련 한 번 하자!”

“예?”

율켄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조금은 뚱딴지같을 소리·

하지만 난 순전히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지금··· 저와 대련이라고 하셨습니까?”

“응! 아버지와 약조한 날도 벌써 3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허공에 검만 휘둘러선 안 될 것 같아서· 실전 감각을 좀 익히고 싶은데 도와주지 않을래?”

“대련 상대가 필요하시다면 저 외에 다른 기사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 임무는 도련님을 호위하는 것이지 수련을 시켜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탁하는 거잖아· 이건 아버지의 명령과는 별개인 내 부탁이야· 진짜 대련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공격하면 율켄은 막아주기만 하면 돼· 어려울 것 없지 않겠어?”

반격조차 하지 말고 막기만 하라니·

이런 불평등한 조건이 무슨 대련이라고 하겠냐만 정작 율켄은 수긍하고 있었다·

하물며 이 어린 공자의 공격을 막기만 해달라는데 무슨 문제가 생길까?

“정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대신 전 검이 아닌 검집으로 상대해드리죠· 도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공격을 하시되 전 방어에만 전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 율켄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냈다·

그의 검은 빛의 기사단이 사용하는 최고급 장검으로 검집 또한 웬만한 명검에 견주는 강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고마워·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부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아버지에게 보고하지 말아줘·”

“예?”

율켄의 얼굴이 굉장히 미묘하게 변했다·

그가 공작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나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있다·

감히 전선으로 가고 싶다고 선언한 당돌한 자식이 과연 어떤 수련을 하고 있을지 아버지 또한 매우 궁금할 터·

그로선 오늘 있을 대련을 공작에게 보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와의 대련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분명 공작님께서도 매우 호의적으로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굳이 그러실 필요가····”

“이번 건 부탁이 아닌 명령이야· 베르트가의 자제로서 명하는데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그 누구에도 발설하지 마· 알겠지?”

율켄의 뺨에서 또 한 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공작도 아닌 내가 그에게 명령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가?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그는 내가 봤던 기사들 중 최고로 강직한 기사다·

공작의 오른팔로 여길 정도로 충성심이 매우 뛰어났으며 그를 위해서라면 똥통의 구렁텅이라도 들어갈 만큼 굳은 결의를 가졌었다·

만약 내가 아무 말 없이 대련을 진행했다면 그는 필시 본 대련의 과정과 결과를 공작에게 보고했을 터·

그러니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율켄의 원초적인 사명은 공작을 수호하는 것이며 나는 그런 공작이 직접 보호 명령을 내린 일종의 위임자다·

즉 내게도 공작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남들이 들었을 땐 뭔 말 같잖은 소리냐며 비웃겠지만 적어도 내 눈앞에 있는 기사에겐 아니다·

그는 정말로 강직한 기사이니 말이다·

“잘 알겠습니다 도련님· 수호기사의 위신을 걸고 본 대련에 대해서 어떠한 발설도 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율켄은 한 손을 가슴에 얹으며 기사의 맹세를 다졌다·

맹세를 다진 이상 이를 어기면 죽음으로 되갚아야 하기에 나로선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고마워 율켄·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검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율켄도 검집을 세워 방어 자세를 취했다·

확실한 약속도 받아놨겠다 조금은 놀아도 되겠지?

솔직히 요 며칠간 몸이 매우 근질근질 했거든·

크란츠놈은 말할 가치도 없고 엘리스 누나와의 대련에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꿈틀거렸으니까·

결심이 선 순간 바로 자리를 박차고 달려들었다·

-챙!

첫 일격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몸을 자유자재로 비틀어 원하는 검격을 이뤄나갔다·

율켄은 내 검을 일말의 흘림 없이 전부 받아들였다·

도신과 도신이 맞부딪히는 전율의 하모니와 더불어 솟아오르는 짜릿한 쾌감·

한동안 잠들어있던 검사의 열망이 다시금 깨어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는 내 입 꼬리와 달리 율켄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방어하는 데엔 무리가 없다지만 결코 열 살배기의 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한 10분정도를 몰아쳤을까?

정해진 운동량을 완수한 듯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머리 쪽을 노린 내려 베기를 끝으로 나는 검을 물렸다·

“수고했어 율켄! 도와줘서 고마워!”

“고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내 해맑은 미소에 율켄은 멋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검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웬만한 강도는 뛰어넘는 명검의 검집이 꽤나 파손되어 있었다·

“본의 아니게 파손시킨 것 같네? 변상해줄까?”

“아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복구하면 되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궁금한 것이 한 두 개가 아니겠지만 그는 결코 묻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누군가에게 발설하지도 않겠지·

정말 충직한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떨 것 같아 율켄?”

“무엇을 말이옵니까?”

“아버지가 준비하신다는 시련 말이야· 율켄은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을까?”

“애 애석하게도 저 역시 최근엔 도련님 곁에 붙어있던 터라 그 부분에 대해선 아는 게 없습니다·”

하긴 안다 해도 말해줄 리는 없겠다만····

“과연 뭘 준비하셨을까? 율켄 같은 상급기사 여러 명과 대련이라도 준비하셨을까? 아니면 아버지께서 직접 상대해 주시려나?”

약조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궁금증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공작이 말한 자격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지·

궁금증과 더불어 묘한 기대감 또한 차오르고 있었다·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율켄이 의외로 입을 열었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 적어도 사람을 상대로 한 대련 같은 건 공작님께서 준비하시지 않으리라 봅니다· 공작님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것을 보는 분이시니 필시 그에 걸맞는 시련을 준비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생각하는 게 다르다 이건가?

자식인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필했으니 아버지에 대해선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련님이라면····”

“···?”

“어떤 시련이든 문제없이 헤쳐 나갈 수 있으실 거란 생각이 드는 군요····”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급 기사로부터 인정을 받다니·

이것 참 기쁨에 겨워서 춤이라도 춰야할 판이네·

묘한 기분이면서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 * *

시간은 금세 흘러 어느새 약속의 날이 밝았다·

꼭두새벽부터 나를 데려가기 위해 전선에서 온 기사들이 마당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준비할 것도 없었던 나는 아침을 먹자마자 그들을 따라나섰다·

저택의 창문으론 떠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수백 개의 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누구도 동행의 허락되지 않았으며 수십 명의 기사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이는 오로지 나 한 명뿐이었다·

준비된 마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렸을까?

주거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황야지대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순간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공작과 바로 마주하게 되었다·

“베르트 가의 막내 시안 아버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거라 시안· 준비는 되었느냐?”

자질구레하게 끌 것 없이 바로 시련을 이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부터 물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행할 각오가 돼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겠다· 지금으로라도 생각을 접겠다면 내 아무 말 없이 너를 보내주도록 하겠다· 정말 진심으로 전선에 가고 싶은 것이냐?”

“처음 말씀드린 순간부터 제 말에 번복은 없었습니다· 제 마음은 지금도 전선을 향해있습니다·”

마지막 기회마저 물리고 나니 공작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며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네가 베르트가의 자식으로서 가문의 이념을 따르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자격을 갖추어야 할 터 지금부터 너의 결의가 얼마나 굳건한지 내가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할 말을 마친 공작은 이윽고 기사들에게 명했다·

“놈을 풀어라·”

명을 하달 받은 기사들이 이내 거대한 무언가를 끌고 왔다·

마치 누군가를 가두기 위한 커다란 감옥처럼 보였다·

잠시 후 그것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포대기를 벗겨내니 비로소 공작이 준비했다는 시련의 진위가 밝혀졌다·

“크르르르····”

감옥 안에서 광기로 가득한 붉은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니 짐승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

저건 이 땅에서 서식하고 있는 생물이 아닐 테니까·

설마하니 이런 시련을 준비하셨을 줄이야·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입술이 꼼지락되는 것을 좀처럼 참을 수가 없었다·

마수 헬하운드·

마계의 잔혹한 포식자는 금방이라도 나를 먹어 삼킬 듯 게걸스럽게 혀를 적시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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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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