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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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루나브 레인리버 (2)

“아마 세 살쯤일 거예요·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들을 정도로 뇌가 자라났을 때 할아버지는 제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이유를 말하랬더니 돌연 옛날이야기가 시작됐다·

“네가 레인리버 가문의 혈손으로 태어난 이상 넌 가람 학회의 발전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것이 너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이며 루나브 넌 이것을 절대 거절할 수 없다· 세 살의 기억이지만 아직도 뚜렷하게 떠오르네요·”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당시의 어린 뇌에도 충격을 줄 만큼 뼈아픈 말로 작용한 것이겠지·

두둔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귀족가의 자제로 태어난 이상 개인보다 가문의 이념을 더 중요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때부터 전 조기 교육을 받았어요· 학회에서 주는 교서들은 물론 왕국이 아닌 제국 학회의 연구 자료들까지 할아버지께선 마법에 관련된 거라면 제한을 두지 않으셨어요·”

“그때면 아직 마나도 없었을 나이 아니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달리기를 시킨 격이었다·

“그러니까 조기 교육이었죠· 저한테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할아버지는 일단 무작정 배우라고 했어요· 그러곤 열 살 때쯤 본격적으로 마나가 생성되었을 땐 바로 속성 검사를 받게 했죠· 선배는 혹시 제 마법 속성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모르는데?”

거짓말이다·

그녀의 속성이 무엇인지는 이번 생에 듣진 않았어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불 물 바람 빛 어둠· 총 다섯 개의 속성이 각각 20%로 동일한 수치를 가졌어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복합적인 속성을요····”

전에도 말했듯 저건 귀하긴 해도 그리 환영받을 속성은 아니다·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의 폭은 넓지만 전부 수치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높은 등급으로 발전하긴 힘들기에 사실상 그저 그런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속성이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그걸 본 네 할아버지는 뭐라 하셨는데?”

“기뻐하셨어요·”

조금 의외였다·

“기뻐했다고?”

“네·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 볼 정도로요·”

그녀의 말에서 아주 살짝 씁쓸한 감정이 묻어났다·

“네가 하기만 한다면 넌 이 세상에서 전무후무한 존재가 될 거다· 아무도 통달하지 못한 다속성 고등급 보유자가 되면 그때는 네가 마법의 정점에 설 거라며 우리 레인리버 가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 하셨어요· 그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시고요·”

이론상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그녀의 내면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속성을 ‘그릇’으로 비유하자면 저 다섯 개의 그릇이 남들이 가진 단 하나의 그릇보다 훨씬 더 크다면 가능할 것이다·

즉 그녀가 가진 20% 어둠 속성이 내가 가진 90% 이상의 어둠 속성보다 높고 나머지 속성들도 전부 그러하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그 학회장 말마따나 마법의 정점에 설 수 있겠지·

물론 이론적으로나 그렇다는 거지 실질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태생적으로 가진 인체의 한계 상 그릇을 끌어 올리는 데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 불안정한 그릇에 아무리 마력을 부어봤자 결국 담지 못하고 넘칠 뿐이며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의 선에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걸 리겐스 학회장은 물론 그녀 역시 모르진 않을 것이다·

“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론 필시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아니었나 봐요·”

순간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객기를 부려서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는 법이거늘·

노망이라도 난 게 아니고서야 그 늙은 학회장은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한 건가?

저건 인간의 몸 자체를 개조시키는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아니 잠깐만?

실질적인 가능성에 취한 나머지 지금 이 소녀가 속해있는 집단이 어디였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가람 왕국 마법 학회·

마법 연구의 발전을 위한다면 인체 실험도 서슴지 않는 놈들이다·

전생에 그들이 했던 미친 짓을 고려한다면 실험 대상으로 자신의 손녀를 쓰는 것 역시 전혀 무리가····

“잠시 손 좀 내어주실 수 있어요· 선배?”

“손?”

나도 모르게 한쪽 손을 내주었다·

루나브는 내 손을 살포시 맞잡았고 순간 그녀의 손에서 희미한 마나의 빛이 발현되었다·

“어둠 속성 93%에 마법 등급은 5성 어둠뿐만 아니라 다른 속성의 마법들도 상당히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시네요·”

“···뭘 한 거야?”

“제 마나를 발현해서 선배의 신체 등급을 확인한 거예요·”

“그게 가능해?”

“실험의 결과물이에요· 제 몸은 그날 이후로 학회의 연구대상이 되어 여러 실험에 투입되었거든요· 그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됐죠·”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지금 보여드린 ‘스캔 능력’도 그중 하나에요· 황성에서 선배의 몸을 끌어안았을 때부터 확인했고 전 그 정보를 고스란히 할아버지에게 전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마력을 완전히 감지하진 못한 모양이다·

딱 일반적인 속성 검사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이건 결코 무시할 게 못 된다·

시간이 흘러 그녀의 마력이 점점 높아질수록 감지할 수 있는 마력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

허나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다·

실험으로 인한 새로운 능력?

특별할 거 없다·

어차피 6성급 경지에만 다다라도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상대의 신체 등급을 스캔하는 거야 일도 아니니·

장담하건대 그 실험이란 걸 통해서 이 소녀가 얻은 건 신체 능력의 향상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소녀의 내면엔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존재하고 있다·

“실험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저는 점점 더 제 몸에 적응할 수 없게 돼요· 분명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 같긴 한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주입되는 거니까·”

“···네 몸에 문제는 없는 거야?”

루나브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차마 없다고 말은 못 하겠네요· 사실 굉장히 안 좋아요· 할아버지께 티는 안 냈지만 저 아마 오래는 못살 거예요· 한 3년 정도? 더 길거나 더 짧을 수도 있고요·”

“뭘 근거로?”

“제 몸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이미 제 몸은 실험으로 인해 유입되는 마력을 견디지 못해 점차 무너지고 있어요·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기간을 환산해보면 그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해요·”

살짝 소름이 돋은 나머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건 뭐 신의 예언 저리 가라군·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딱 3년 뒤 레인리버의 성을 가졌던 가람 학회장의 손녀는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요절하고 만다·

“이런 걸 선배한테 말해도 되냐고 물어보셨죠? 별거 없어요· 그냥 저한테 아무 소용없으니까 말해 드린 거예요· 레인리버 가문의 의무요? 어차피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제게 무슨 상관인데요? 차라리 선배에게 말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거죠·”

나름의 이유를 대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지만 내게는 절망에 울부짖은 절규처럼 들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정말 무서울 만큼의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선배에게 신뢰를 얻으려는 이유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황성에서 선배를 처음 봤을 때부터 끌렸어요·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뭔가 저랑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닮았다고?”

“네· 선배는 혹시 집안을 좋아하시나요?”

저건 차마 거짓으로도 못할 말이었다·

“아니·”

“그럼 저랑 닮은 거 맞네요· 저도 제 집안을 굉장히 싫어하니까· 다만 선배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런 셈이지·”

“그럼 저랑은 또 다르네요· 전 차마 그럴 생각도 못 하고 있으니까·”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

저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뭐?

내가 그걸 어찌 해줘야 해?

난 구원자가 아니다·

남은커녕 나 자신과 내 주위를 챙기기에도 바쁜 사람이지·

지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가엾은 소녀의 인생 따위를 챙겨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그냥 이 대화를 들어주고 있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비이자 구원인 것이다·

나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말했다·

“남은 인생 네 뜻대로 산다는 건 좋아· 하지만 방향을 잘 못 잡았어· 적어도 난 네가 끌린다고 할 만큼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쁜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러지 않고서야 선배 몸을 던지면서까지 절 구하진 않으셨을 테니까·”

“해야만 일을 했을 뿐이야· 다른 감정은 없어·”

그것 역시 널 위한 게 아닌 날 위한 일이었으니까·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화장실· 오래 안 걸리니까 기다려·”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다녀오세요· 선배·”

기다리라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려는 듯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망부석처럼 앉아있었다·

* * *

시안이 잠시 떠나있는 동안 루나브는 생각했다·

자신이 괜한 말을 하여 그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닐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런 감정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녀도 안다·

시안에게 무척이나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허나 이유는 모르겠다·

그에겐 동질감을 느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그녀가 시안으로부터 느낀 감정은 그 이상이었다·

동질감을 넘어서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욕구가 첫 대면에서부터 슬금슬금 피어올랐던 사람·

허나 그 역시 한 명의 사람일 뿐인 걸까?

시안은 끝까지 선을 그으며 자신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루나브로선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

그런 그녀의 앞에 푸른색의 로브를 걸친 낯선 무리가 나타났다·

마치 다른 데로 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학회로부터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보내진 사람들이라는 걸·

“루나브님 모시러 왔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요? 두 시간 아니 한 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

“루나브님의 무단 외출로 인해 학회장님께서 매우 진노하셨습니다· 지금은 1분이라도 빨리 복귀하시는 게 루나브님을 위한 일입니다·”

통하지 않는 객기에 돌아오는 건 무심한 답변이었다·

꺾을 수 없음을 확인한 루나브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 와중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 당신들은 소속이 어디예요? 평소 날 감시하던 사람들이랑은 얼굴이 다른 것 같은데?”

루나브는 태생부터 곁에 감시자를 두고 살아왔다·

리겐스 학회장이 주기적으로 감시자들을 교대하고 있어 거쳐 간 수만 따져도 수백 명이 넘지만 그녀는 한 번 스쳤던 얼굴은 대체로 기억하고 있기에 두 번 이상 보면 전에 어디서 만났는지 바로 떠올리곤 했다·

허나 지금 그녀를 둘러싼 이 다섯 명은 아니었다·

어디서 본 적도 없고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는 이들·

“····”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루나브의 의문은 곧 의심으로 빠르게 전환되었고 이에 정면에 있던 남성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위트 슬립(Sweet Sleep)·”

손에서 뻗어 나온 백색의 가루가 그녀의 코와 입속으로 유입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나브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그런 그녀를 끌어안은 마법사들은 아무도 모르게 장소를 빠져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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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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