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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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복귀

다사다난했던 연회를 끝내고 아카데미로 복귀했지만 그런 나를 총장이 방으로 불러들였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라도 원하셨던 걸까?

총장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로 결계가 펼쳐졌다·

누가 보면 심문이 아닌 고문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총장의 확고한 눈을 보아하니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이번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걸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냐?”

나는 의연하게 답했다·

“알고 있었으면 그런 일 자체가 안 벌어졌을 겁니다·”

일명 피의 연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제국뿐만이 아닌 대륙 전체에 퍼진 만큼 총장이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번 연회에 대해선 시리카 당주를 비롯해 아카데미 관련자들도 꽤나 있었으니·

허나 일이 크게 벌어진 거에 비해 뒤처리 자체는 간단하게 끝났다·

이에 대해선 모두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상자가 적긴 했어도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무려 현 제국의 실세인 황후 가문의 일원이 죽었는데 후폭풍이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하지·

오는 동안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괴소문 중엔 전 황후 가인 퀴젤 가에서 네펠리스 가를 엿 먹이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는 말도 있었는데····

나로선 그냥 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원래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그 죽은 자를 주제 삼아 할 말은 많은 법이니·

또 이번 사건이 퀴젤 가랑 아예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겠다만 아무것도 모르셨던 우리 총장님께선 꽤나 억울하실 일이겠지·

아니 가만 보니까 나도 억울하네?

내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나도 엄연한 암살 타깃이었거든?

황궁에 있는 마리오네트랑 소환수들을 전부 처리한 것도 모자라 나머지 두 명도 구하겠답시고 뼈 빠지게 돌아다녔는데 이런 나를 의심하시겠다?

이런 내 의중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총장이 헛웃음을 내며 말했다·

“네가 그 리겐스 학회장의 손녀를 구했다는 말은 들었다·”

“나름 구하면서 부상도 입었습니다·”

이미 치유 된 지 오래지만·

“남이라면 곧 죽어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네놈이지 않느냐?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까지 던졌다길래 신기해서 물어본 말이다· 몰랐으면 됐다·”

“···대체 절 얼마나 악독한 쓰레기로 보시는 겁니까?”

어이가 없어 더 따질 말도 안 나왔다·

총장님이야말로 집안 관리나 똑바로 하시라는 말이 목 언저리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되삼켰다·

대신 품에서 주섬주섬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럼 온 김에 이거나 전해드리고 가겠습니다·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지요·”

“부탁?”

총장의 눈썹이 아래로 살짝 찡그려졌다·

나란 놈이 부탁이란 걸 하다니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내가 건넨 것은 누군가의 인적 정보가 기록된 문서였다·

“이건··· 수호 기사 등록증이 아니더냐?”

“예· 행정부에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총장님께서 다이렉트로 해주셨으면 해서 드리는 겁니다·”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아카데미 법률상 시종의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동행 및 동거가 허용되는 건 오직 수호 기사뿐·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인의 시종들을 수호 기사로 위장 시켜 아카데미로 출입시키곤 한다·

만약 추가로 인원을 들일 경우 관련된 등록증을 작성해 행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어차피 형식적인 거라 거절당할 일은 없다·

다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껏 하는 거 우리 총장님께서 해주신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겠는가?

총장은 내가 건넨 등록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자 기사를 들인 것이냐?”

문서에 적힌 이름 때문에 그리 생각하신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식상 기사로 올린 거지 사실은 그냥 시종입니다·”

“시종? 학생이 개인 시종을 들이는 건 아카데미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거 모르느냐?”

“이제 와서 법을 논하시다니 좀 치사하신 거 아닙니까? 어차피 총장님도 꼼수 인 거 다 아시지 않습니까?”

“네놈의 뻔뻔함에 대해선 혀를 내둘러도 모자랄 지경이다· 네 뜻은 알겠다· 처리해줄 터이니 그만 돌아가도 좋다·”

승낙과 함께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니 방금 전까지 방을 둘러싸고 있던 제한 결계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다만 지금 들이려는 이 시녀 외에 다른 사람도 있는 것이냐?”

속으로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없습니다만····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 쪽으로 들어가는 식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와서 묻는 거다· 애초에 넌 수호 기사도 한 명 뿐이지 않느냐? 네놈 식성이 좋아서 그런 건진 모르겠다만 두 명만 사는 방에 날마다 4인분의 식사가 들어가는데 의문이 안 드는 것도 이상하지· 보급 쪽에서 말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불편한 신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방에 식성 좋은 반인반수가 있다곤 죽어도 말 못 하지·

“그 그냥 제 기사의 식성이 좀 좋은 편입니다· 기사들 식성이 좋은 거야 이상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만만한 게 브라이언이다·

애써 그럴싸하게 둘러댄 뒤 곧바로 도망치듯 총장실을 빠져나왔다·

* * *

-쾅!

탁상을 내려친 손길에서 거센 분노가 느껴졌다·

표정은 절제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대체 이런 미꾸라지가 강물을 헤쳐 놓을 동안 네놈들은 뭘 하고 있던 것이냐!!”

가람 왕국 마법 학회장 리겐스 레인리버·

학회의 관련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를 듣고 화를 참을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이었던 데이즈 스톤은 엄연히 가람 학회의 물품이었으며 이걸 아린 황녀와 루나브에게 장신구로 위장해서 전달한 것도 가람 학회의 소속인이었다·

그나마 밝혀진 것도 이게 끝·

돌을 전달한 이가 혀를 물고 자살한 덕에 그가 첩자인지 변절자인지 대체 그런 일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등

정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파헤칠 수 없었다·

“그 그것이 그 관련자에 대해 급히 조사를 해봤지만 도무지 연관점이 없었습니다· 출신도 그렇고 주변 관계도 그렇고 애초에 우시프 제국과 전혀 연고도 없을뿐더러 평소 보였던 생활 모습이나 동선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변절했다는 말밖엔 설명이····”

경위를 전달해야 하는 보고자로선 속이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과정을 추론해보려 해도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답답한 상황·

계산적인 마법사들로선 참으로 꺼릴만한 일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일도 일이지만 이걸 제국에서 물고 넘어져도 모자랄 판에 황제가 그냥 상황을 종식시켰다고?

“예 제국 황실에선 확실치 않은 일을 갖다가 평화에 금을 긋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

“뭔가 그쪽에서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거겠지· 어쩌면 이번 사태에 대해 황실 쪽이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검지를 툭툭 치며 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던 리겐스의 시선이 대뜸 딴 곳으로 향했다·

“루나브는 어디 있느냐?”

“바 방금 전 정기 검사를 마치고 본인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소재가 확인된 순간 리겐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그가 향한 곳은 방대한 양의 책들이 빼곡히 있는 어느 소녀의 방이었다·

소녀의 방이라고 하기엔 살짝 거리감이 있었다·

방의 주인은 한창 독서 중이었다·

“오셨어요· 할아버지?”

무덤덤한 인사에 돌아오는 화답은 없었다·

뚜벅뚜벅 그녀에게 다가간 리겐스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을 들이밀었다·

“제국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그들로부터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느냐?”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책에 향해있었다·

“처음엔 잡아먹을 듯이 파고들었는데 얼마 안 지나서 금방 태도를 바꿨어요· 그 뒤에 바로 풀려났고요·”

“이미 알만한 얘기나 듣자고 물어본 게 아니다· 뭔가 제국에서도 밝히기를 꺼리는 것 같은 그런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묻는 거다!”

리겐스의 억양이 다소 거칠게 치솟았다·

소녀는 한결같은 눈빛으로 책을 덮으며 말했다·

“없었어요·”

올곧으면서도 똑 부러진 말투였다·

리겐스는 잠시 동안 그녀를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알겠다· 그럼 다른 걸 묻지· 그 소년에 대해서 알아보라 했던 건 어찌 되었느냐?”

“····”

책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아주 살짝 움찔거렸다·

허나 내색은 없었으며 변함없는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들었던 것과 다르게 정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어요·”

“정이 많다?”

“네· 귀족이 기사랑 시녀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에겐 일상적인 일처럼 당연하게 보였어요· 아무런 어색함이 없는····”

“다른 건 뭐가 있었느냐?”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말을 자르고선 다시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배려심도 있는 것 같았어요· 몸을 던져서 저를 구해줬음에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다소 무턱대고 찾아왔던 저를 배웅까지 해줬거든요· 마냥 무관심한 성격은 아닌 것 같은····”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

벼락같은 호령과 함께 방안에 거센 돌풍이 일었다·

“그 소년에게서 느껴진 마력은 어땠는지! 혹여 감춰놓은 힘이라도 있는지! 주위에 어떤 이들이 붙어있는지! 그런 중요한 것들을 말하란 말이다!”

“····”

책들이 쏟아지고 머리가 어지러이 휘날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눈빛은 요지부동이었다·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사람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시는 거예요?”

조금 전 흥분하던 기색을 모두 감춘 채 리겐스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너에게 부탁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 마법 학회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네가 내 손녀로 태어난 이상 넌 그 책무를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루나브····”

이유를 불문하고 그저 주어진 지시만을 따라라·

레인리버의 혈통으로 태어난 그녀에게 강요된 인생이었다·

이에 루나브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비로소 그가 원하는 답을 내었다·

“속성 수치는 93% 말씀하셨던 수치보다 조금 더 높아요· 마법 등급은 못 해도 5성 이상 이 역시 3성으로 쓰여 있던 아카데미의 공식기록보다 훨씬 더 높은 등급이고요· 특별히 감추고 있는 힘이 있는진 모르겠는데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이냐?”

“확실해요· 제가 직접 그 사람의 몸을 끌어안으면서 느낀 거니까·”

“···알겠다·”

용건이 끝난 듯 몸을 돌린 리겐스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아무런 인사도 없었다·

홀로 남겨진 소녀는 독서를 재개하기 위해 책을 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덮고 말았다·

“재미없어·”

급기야 책을 던진 그녀는 침대로 다가가 벌렁 드러누웠다·

하루하루가 이리도 지루할 수가 있을까?

원래부터 지루하긴 했으나 제국에 다녀온 이후 그녀의 해소되지 않는 지루함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었다·

“····”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싱그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우중충한 풍경 그 자체·

마치 지루한 자신의 일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창문 밖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공교롭게도 그 방향은 다름 아닌 로열 아카데미가 있는 곳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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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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