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74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74화· 꼬리 자르기 (1)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도 정도가 있지· 어쩜 그 흉기 속으로 달려들 생각을 한 거니?”

누나의 눈초리는 칼보다도 날카로웠다·

“그냥 막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감정에 달려들었을 뿐 딱히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애써 시선을 회피하며 무덤덤하게 말하니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나마 이 정도라서 천만다행이네· 이 난리 속에서 사상자가 별로 없었다는 것도 참 신기할 따름이야·”

루나브를 구하던 도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스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괴한은 기사들에 의해 바로 처리되었고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간단한 치유만 받은 뒤 바로 붕대를 감았다·

조금 귀찮긴 해도 당분간은 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안 넌 여태 어디 있었던 거야? 듣자 하니 널 찾고 있던 숙녀분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몸이 안 좋아 방에서 좀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대뜸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괴한들이 출몰하더군요· 그래서 황급히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물론 뻥이다·

하지만 에밀리 일행과 만나기 전까진 줄곧 가면을 쓰고 다녔으니 내 거짓 알리바이에 딴지를 걸 목격자는 없을 것이다·

누나는 말없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야· 너랑 딱 느낌이 비슷했던 누군가가 떠올라서····”

못내 피식하고 웃는 그녀였다·

“진짜 시안 너도 봤으면 엄청나다고 생각했을 거야· 한 명이 무려 수십 명과 맞서 싸우는 진귀한 광경이었으니까·”

“얼굴은 보신 겁니까?”

나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아니 검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어서 보질 못했어· 아마 처음부터 자기 정체를 드러낼 생각이 없었나 봐·”

내심 옷을 갈아입고 간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루나브란 아이를 구할 땐 참 멋있었다? 완전 백마 탄 기사님이 따로 없었던걸? 원래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 누나가 잔소리 좀 해 주려 그랬는데 이번만큼은 참을게·”

순간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띄워졌다·

내가 뭐 잔소리를 들을 만큼 잘못한 거라도 있었나?

일단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그 아이는 어찌 되었습니까?”

“일단 가람 학회의 사람들이 데려갔어· 아마 제국에서도 곧 조사가 들어갈 거야·”

누나의 목소리가 다소 다운되었음을 느꼈다·

루나브를 비롯한 가람 학회 측은 잘못하면 이 황성에 감금될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데이즈 스톤이 그녀의 손에서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루나브의 스톤은 부수지 않았다·

아린 황녀와 다르게 얼굴을 드러냈던 상황인 만큼 함부로 움직일 순 없었기에

거기서 아는 척하고 돌을 부쉈다간 나 역시 골치 아픈 쪽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많이 놀랐을 거야· 타국에 와서 그런 난리에 휘말린 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조사까지 받게 생겼으니까· 나중에 다시 보면 꼭 위로 해주렴· 시안·”

“알겠습니다·”

뭐 일단 다시 본다는 가정하에 말이지·

목숨도 한 번 살려준 마당에 나로선 더 이상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똑똑

평범한 노크 소리지만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혈류가 급박해지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문 너머의 누가 자리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몸이 인지하게 되었다·

“들어가도 되겠니· 시안?”

내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악한 목소리였다·

이윽고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목소리의 주인이 나를 향해 가증스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보여 다행이구나· 시안·”

무려 2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베르트가의 장남·

에쉘이었다·

* * *

형제를 맞이한 엘리스의 표정은 의외로 밝지 않았다·

마치 그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듯한 얼굴·

허나 이내 속마음을 감춘 채 환한 얼굴로 그를 맞이해주었다·

“어서 와요 오라버니· 황궁에선 처음 뵙네요?”

이에 에쉘 역시 웃으며 답해주었다·

“황자님을 좀 뵙느라· 여러모로 좀 바빴거든 너희들에게 신경 쓰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어째 진심이 안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잠시 시선을 회피한 엘리스의 시선이 문득 시안에게 향했다·

“···?”

문을 닫기 위해 에쉘이 잠시 고개를 돌린 그 찰나의 시간·

엘리스는 분명히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안의 얼굴에서 마치 눈앞의 존재를 죽이려고 하는 강한 살의가 퍼져 오르고 있음을·

“당치 않습니다 형님! 오히려 걱정을 끼쳐 죄송할 따름인걸요?”

허나 그 기운은 시안이 고개를 든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엘리스는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주 매력적으로 성장했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데····”

대화의 흐름이 잠시 끊어지면서 방 안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웃돌았다·

“혹 내가 준 선물은 받지 못했던 거니?”

“···!”

선물이란 단어에 엘리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공이 떨리고 있는 그녀와 달리 시안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바로 대답을 잇지 않고 2초 정도 뜸을 들였다·

“나비넥타이를 말씀하시는군요? 애석하게도 전해주려 했던 제 시녀가 그만 난리 통에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형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을 간수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손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려 하니 에쉘이 만류했다·

“괜찮다· 너한테 잘 어울릴 것 준비해둔 것인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더 좋은 선물을 주도록 하겠다·”

그들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엘리스의 마음은 점차 초조해지고 있었다·

마치 심지에 불붙은 두 개의 폭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왜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에 대해선 그녀도 알 수 없었다·

“너희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만 이쯤에서 가봐야겠구나· 이후의 수습은 걱정하지 말거라· 불편하지 않도록 내가 다 보장해 줄 터이니·”

에쉘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엘리스가 후다닥 배웅을 나섰다·

“조 조심히 가세요· 오라버니!”

에쉘은 눈웃음으로 화답한 뒤 그대로 방을 나갔다·

엘리스는 재빨리 시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

시안의 표정은 그저 한없이 무덤덤할 뿐이었다·

* * *

“정말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황녀님! 진짜 잘못되시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레시무스는 좀처럼 아린의 품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괘 괜찮다니까 레시무스! 오늘따라 왜이래 정말?”

차마 시녀의 신분으론 연회장에 들어갈 수 없다 보니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레시무스는 아린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

혹여 자신이 없는 곳에서 그녀가 큰일을 당하진 않을까?

주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건 본디 종자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과 마찬가지였다·

검술 훈련 땐 세상 누구보다도 엄격한 그녀가 이리 흐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니·

아린은 새삼 자신이 그녀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건은 종식되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일이 일이다 보니 머리가 난잡해지는 건 당연할 터·

허나 지금 아린의 머릿속엔 줄곧 한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시안이 루나브를 끌어안은 그 장면이 말이다·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거기에 상상력이 추가되기 마련이다·

단순히 그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는 건 알지만 아린의 머릿속엔 어째서인지 자꾸 이상한 요소들이 추가되고 있었다·

‘분명 나도 옆에 있었는데 난 뭐 안중에도 없다 이건가?’

여태껏 공들인 몇 시간의 노력이 죄다 헛걸음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지금 시국에 이런 한심스러운 생각이나 하고 있는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 사람은 뭐였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가면의 남성·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선 홀연히 사라져버린 의문의 존재 역시 아린은 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차고 있던 펜던트를 파괴했다는 점

그리고 그 펜던트엔 데이즈 스톤이라고 하는 위험한 아티팩트가 있었다고 했다·

즉 그 남성은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접근했으며 달리 말하면 괴한들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준 거라고 볼 수 있었다·

대체 누구였을까?

가면으로 인해 얼굴은 못 봤지만 느낌 자체는 상당히 익숙했다·

그건 마치 잘 아는 주변인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벌컥

그러던 와중 황녀의 방문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다른 곳도 아닌 황실 일가의 방문을 예고도 없이 여는 건 엄청난 중죄였다·

허나 밖을 지키던 기사들도 안을 지키던 시녀들도 감히 나서지 못할 인물이 방으로 들어왔다·

“루 루이넬 오라버니···?”

제국의 1황자 루이넬 세벨러스였다·

관계상 동생의 방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소녀의 방이고 황녀의 방이었다·

아린으로선 사실 불쾌감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 또한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자신의 위치인 만큼 아린은 조신하게 나와 몸을 숙였다·

“어 어서 오세요· 오라버님· 찾아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예의를 다해 맞이한 것 치곤 황자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인사에 대한 화답도 없이 곧바로 의자에 앉고선 다리를 꼬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아린·”

황자의 말투는 무신경하고 딱딱했다·

“연회 전 내 담당 시녀란 자에게 펜던트를 받은 적이 있느냐?”

받긴 했지만 받은 상태 그대로는 아니었다·

아린은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침착하게 답했다·

“예· 오라버님께서 주신 선물인 만큼 소중히 간직하려 했으나· 송구하게도 이번 소란 중에 파손되고 말았습니다·”

“하!”

뭔가 마음에 안 든 것인지 황자는 외마디 헛웃음을 내었다·

“한심하군·”

“네?”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반문이 나왔다·

“너도 들었겠지? 그 펜던트엔 데이즈 스톤이라고 하는 아티팩트가 있었다는 걸·”

“예 그렇습니다만····”

“난 그 펜던트를 네게 가져다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당연히 그 펜던트에 대해선 본 적도 없지· 즉 그 시녀가 전적으로 꾸민 작당이란 소리다·”

황자가 그녀에게 선물이라며 펜던트를 건넸지만 사실 그 펜던트에는 현혹의 마력이 서린 데이즈 스톤이 있었다·

이로 인해 아린은 괴한과 소환수들의 표적이 되었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큰 위기를 맞이했다·

비록 무사히 극복하긴 했으나 이는 인과를 규정했을 때 루이넬 황자가 아린 황녀를 죽이기 위해 마치 계략을 꾸민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허나 황자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바로 꼬리를 잘라버렸다·

“그러니 그 펜던트에 대해선 나와 엮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마라! 알아들었느냐 아린?”

이에 아린은 어떠한 반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며 긍정의 답을 내놓는 것밖엔····

“네 오라버니····”

용건이 끝난 황자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은 성장했을까 싶었더니만 참으로 아둔하구나· 설마하니 내가 너에게 선물을 보낼 거라 생각한 거냐?”

의심을 안 할 리가 있었겠는가?

다만 미약하게 남은 가족의 정이 그것을 덮었을 뿐·

그래도 황자가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미련한 생각이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잊지 마라!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은 네 미련함이 오늘의 비극에도 관여한 것임을!”

황자는 그 말을 끝으로 방에서 나갔다·

레시무스를 비롯한 그 누구도 그녀에게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

그저 눈물을 참기 위한 필사적인 신음소리가 안타깝게 퍼질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