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69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69화· 피의 연회 (2)

“우와! 우리 도련님 키 큰 거 봐! 이렇게 꾸미고 보니까 꽤 세련되신데요?”

얼굴은 좀 더 성숙해진 것 같긴 한데 방정맞은 건 여전했다·

하기야 몸이 변한다고 성격이 변하는 건 아니지·

“너무 변하셔서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니까요? 못 본 사이 더 남자가 되셨네?”

그녀는 지난 2년간의 회포를 풀기라도 하듯 다소 격하게 반겨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입 벌리고 지켜보는 브라이언의 얼굴이 아주 가관이었다·

“어떻게 2년 동안 연락 한번을 안 하세요? 방학이 돼도 전혀 안 돌아오시고! 하도 소식이 없길래 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니까요?”

뭐 그래도 간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반갑긴 하네·

변함없는 쾌활한 성격에 딱히 인상이 찌푸려지진 않았다·

“혹여 방구석에 찌들어서 외출도 안 하시고 그런 건 아니죠? 아님 왕따라도 당하고 있으세요? 그럼 안 돼요! 도련님이 잘사셔야 제가 다른 시녀들에게 콧대가 선단 말이에요!”

역시 우리 에밀리·

조금이라도 호감이 생길라치면 그걸 빠르게 쳐내버린다·

이래야 내 시녀답지·

“그래서 넌 왜 여기 있는 건데?”

“오랜만에 봐서 하실 말이 그거예요? 도련님은 모르시겠지만 저 나름 저택에서 꽤 인정받는 시녀예요!”

나도 모르게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어라? 안 믿는 얼굴이시네? 오죽하면 에쉘 도련님께서 저를 개인 시녀로 삼아 주시려 한 걸요?”

눈썹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귀를 의심했다·

누가 뭘 삼으려 했다고?

“형님이 왜···?”

“왜긴요? 당연히 제가 능력 있어서 그런 거죠· 도련님을 어엿한 자제로 키워낸 것과 더불어 무려 전선에서 생활한 뚝심 있는 시녀잖아요! 누구라도 데려가고 싶지 않겠어요?”

네 말에 초를 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건 아닐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자식이 접근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일은 아닐 테니·

뭔가 더러운 꿍꿍이가 있지 않은 이상 그녀에게 자신의 시녀가 돼달라는 제안을 할 놈이 아니었다·

“그럼 넌 지금 형님의 시녀로 온 거야?”

어째 내가 봐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나름 절제한다고 한 건데 역시 쉽지만은 않네·

“물론 아니죠!”

에밀리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답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했어요· 에쉘 도련님이 잘생기긴 했지만 제가 모실 분은 역시 도련님 하나뿐이니까요!”

“····”

순간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표정이 애매하게 일그러졌다·

“뭐예요 그 표정은? 제가 그렇게 의리 없는 시녀인 줄 아셨어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나름 코흘리개 때부터 키워주고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나름 생사를 오가기도 한 사이인데

난 왜 자연스레 그녀가 에쉘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한 걸까?

갑자기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여긴 어떻게 온 건데?”

“에쉘 도련님이 황성으로 오실 때 절 데리고 와주셨어요! 겸사겸사 도련님 얼굴도 보라시던 걸요? 정말 친절하신 도련님이라니까요? 황성 구경을 못 한 게 좀 아쉽지만·”

굳이? 뭐 때문에?

게다가 내 얼굴까지 겸사겸사 보라 했다고?

대체 무슨 좋은 꼴을 보겠다고 얘를 데려온 거지?

암만 생각해도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나는 말없이 에밀리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순수하다 못해 멍청함이 가득할 지경·

사람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는 그놈이 딴 건 몰라도 얘한테 뭘 시킬 리는 없겠지·

허나 이대로 보내기엔 불안 요소가 너무 크다·

“브라이언·”

“예 도련님!”

“얘 내 방에 데려다 놔·”

둘 다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애먼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뭐 뭐라고 하셨어요 도련님?”

“너 연회 끝날 때까지 내 방에 있어· 끝나면 보내 줄 테니까·”

당황한 그녀의 얼굴은 언제 봐도 참 가관이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도련님! 갑자기 저를 왜···?”

“끝나면 황성 구경시켜줄게·”

“···!”

태도가 돌변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도련님~?”

* * *

“어머 황녀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세요~!”

“펜던트가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어엿한 숙녀가 다 되셨군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연회장에 나온 아린 황녀·

다른 황실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참석인들과 대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허나 그마저도 형식적인 인사일 뿐·

한두 마디 정도 근황을 물어보는가 싶다가도 머지않아 전부 다른 데로 가버렸다·

그래도 딱히 기죽거나 하진 않았다·

늘 그렇듯 연회 때마다 겪어왔던 일이었으니·

저마다 자리를 잡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다른 황실 일원들에 반해 시간이 지날수록 아린의 곁엔 아무도 붙지 않고 있었다·

‘시안은 어디 있는 거지?’

암만 두리번거려도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 한 사람·

분명 연회에 참석했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누구 덕분에 여기 온 건데 왔으면 왔다고 나한테 먼저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속상한 마음에 투정도 부려봤지만 결국 당사자가 없으면 소용이 없었다·

혹시 몸이 안 좋아 쉬기라도 하는 것인지

작은 걱정과 함께 계속 주위를 둘러보려던 그 순간·

아린은 정면으로부터 비슷한 또래의 소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순수한 마나의 빛이 생각나게 하는 푸른빛의 머리카락을 앙증맞게 묶은 귀여운 얼굴의 소녀였다·

그녀 또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그러다 대뜸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서로를 넋 놓고 바라보던 것도 잠시·

먼저 발을 뗀 그녀가 아린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한쪽 손을 가슴에 얹은 채 가볍게 목을 숙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린 세벨러스 황녀님·”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인사였다·

일직선을 그리듯 덤덤한 눈빛이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저 저도 반가워요! 이름이··· 루나브 레인리버 양 맞죠?”

그녀는 아린에게 있어서도 낯선 이가 아니었다·

1년 전 아카데미에 입학한 가람 왕국의 천재 마법 소녀·

우시프 마법학회와 더불어 대륙에서 쌍벽을 이루는 가람 마법학회장의 손녀·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직접적으로 얼굴을 본 건 처음이었다·

“되게 예쁘시네요·”

“네? 아 이 펜던트요? 이건 저희 오라버님께서 선물로 주신 거라····”

“아니 황녀님이요· 아카데미에서 뵀을 때랑 다르게 정말 아름다우세요·”

항상 들어왔던 형식적인 말이 아니었다·

무미건조한 눈동자에 담긴 진심 어린 칭찬·

아린은 먹먹했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들고 있음을 느꼈다·

둘은 꽤 대화가 잘 통했다·

아카데미 생활과 더불어 마법의 단련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공통적인 고민거리까지·

레시무스 이후 이렇게 마음이 잘 통하는 또래를 만난 건 오랜만이었다·

“근데 루나브는 조금 전까지 뭐 하고 있었어요? 아까 보니까 주위를 많이 두리번거리던데?”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분명 이 연회에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안 보여서····”

“그래요? 사실 나도 지금 같은 상황인데 친한 사람인가 봐요?”

친한 사람이냐는 말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닌데 서로 선후배 호칭은 쓰고 있어요·”

“선후배? 그럼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거네? 이름이 어떻게 돼요?”

순수한 의도로 물었던 만큼 루나브 역시 악의 없는 순수한 눈으로 답했다·

“시안 선배요·”

“···?”

활짝 핀 꽃처럼 환했던 아린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지고 말했다·

잘못 들은 걸까 아님 잘못 듣고 싶었던 걸까?

설마 이 상황에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기에

사실 이름은 둘째 치고 아린의 신경을 다소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 시안 선배···?”

* * *

황궁의 그레이트 체임버(Great Chameber) 동쪽 별관·

연회에 참석하는 귀족들에게 주어진 게스트 룸 구역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서쪽 별관은 아린 황녀를 비롯한 황제의 자식들이 머무르고 있다·

사실상 현재의 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은 이 동쪽 별관이 전부·

일단 확인 결과 게스트 룸은 클린했다·

에쉘의 방으로 추정되는 특실에도 별다른 기운이 안 느껴진 만큼 이곳은 무관한 구역이었다·

결국 유력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갈 수 밖에 없겠지·

서쪽 별관은 입구 자체가 기사들에게 막혀있으니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선에서의 얘기·

비평화적인 선에서 따지면 이 황궁에서 내가 못갈 곳은 없다·

애초에 난 이 황궁의 구조를 모조리 꿰뚫고 있으니·

나는 가만히 손을 들어 벽을 두드렸다·

-텅텅

꽉차있는 것이 아닌 비어있는 듯 허전한 소리가 울렸다·

정상적인 돌벽이라면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건 필시 안에 공간이 있음을 의미했다·

“암무 2식: 공간전이·”

전신에서 퍼져 오른 안개가 오른 손을 휘감으니 그대로 벽을 향해 뻗었다·

-지이잉

물결이 일렁이듯 출렁거리는 벽·

나는 놀랄 거 없이 발을 움직여 벽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빛 한 점 들지 않은 무광의 공간·

공기도 살짝 희박한 감이 있었지만 갑갑한 느낌은 아니었다·

[뭐야 이 답답한 곳은?]

그녀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황궁의 비밀통로· 서쪽 별관에 거주하는 황제의 자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도주 루트야·”

1황자부터 5황녀까지 각 5개의 방들에서 시작돼 모두 하나로 이어져있으며 동쪽 별관을 거쳐 황궁 밖까지 연결되어 있다·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면 이 통로를 활용해 밖으로 도주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황제의 자식들을 위한 공간인데 우리 주인은 어찌 아는 걸까?]

지극히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얄팍한 질문이었다·

“뭐 좋은 이유는 아니겠지·”

엄연히 황실일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공교롭게도 난 이 공간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방금 언급했듯 별로 좋은 이유는 아니었다·

과거의 기억을 굳이 드러내고 싶진 않기에

대신 필요한 기억만 들춰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먼지 쌓인 계단을 밟으며 나아가던 도중 계단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기억이 맞다면 저곳은 1황자의 방·

게다가 느껴지는 기운은 한 명이 아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

일정 거리에 다다른 순간 바로 걸음을 멈췄다·

10m전방에 위치한 얇은 벽 너머·

얇은 틈사이로 환한 빛이 새어나왔다·

느껴진다·

방의 주인인 1황자와 더불어 그 옆에 자리한 낯설지 않은 기운이·

절로 주먹이 쥐어지고 이가 갈리면서 혈류가 급박해진다·

확실하진 않지만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지금 저 너머에 에쉘이 있다·

“후····”

차오르는 살기를 겨우내 진정시키며 현 상황을 인지해보고자 했다·

연회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간·

연회의 주요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두 명이 지금 한 방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마나의 결계·

도청방지 결계다·

자신들의 대화가 새어나가지 않기 위한 방지 수단·

이 상태라면 암만 귀를 기울여봐야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순 없다·

결계를 내 손으로 풀 순 있다·

손 하나만 까딱해도 부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그랬다간 저 의심암귀들에게 들킬 염려가 매우 크다·

자신들의 결계가 사라졌는데 눈치 못 챌 만큼 바보들이 아니니·

뭔가 다른 수가 없을지 고민하던 순간·

[귀엽네?]

난데없이 뱉어진 케이람의 감탄사·

저 말은 나를 향해 한 말이 아니었다·

분명 벽 너머에 존재들을 향해 던진 말이었다·

“너 쟤들 말 들려?”

[당연하지? 이딴 결계 따위가 내 귀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니?]

케이람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대화를 계속해서 엿 둘었다·

나는 벽이 아닌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야 주인아·]

“왜?”

[오늘 밤 피 좀 보겠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