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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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My People (4)

원래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대개 일을 저지른 후 그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라지·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난 잘못한 거 없다·

다만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향할 뿐·

물론 그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제 삼자와 마주치면 곤란하겠지·

사실 예상한 사람이 나와도 곤란할 노릇이긴 하다·

“····”

차갑게 내려앉은 눈에서 얼음장 같은 싸늘함이 전해졌다·

우리 당주님 오늘 따라 얼굴이 물먹은 솜 마냥 무거우시네·

“설명하렴·”

짧디짧은 외마디 물음에서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전남 밤 피의 향연을 벌였던 현장은 시간이 되돌려지기라도 한 듯 너무나 무결한 상태·

게다가 당주의 앞엔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름은 켈린 디에고· 신분은 벨리아스 소속의 정식기사입니다· 그동안 저에게 보내졌던 감시자들의 수장격 인물이죠·”

켈린은 눈과 입이 봉해진 채 흙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본 현장의 뒤처리는 시리카 당주를 비롯해 미스트의 대원들이 한 것이다·

단순 뒤처리뿐만이 아니다·

어쩌다보니 배럿 일당을 먼저 처리하긴 했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나중에 붙었던 놈들이기에

정작 나를 감시하겠다고 주구장창 붙었던 까마귀들은 따로 있었지·

그리고 그놈들도 분명 현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엔 다섯 마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내 눈앞엔 이놈 한 명 밖에 없네?

나머지는 모두 저세상 너머로 날아간 듯하다·

“그동안 네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 같아 잠자코 지켜보긴 했다만 고향에서 어지간히도 적을 많이 뒀던 모양이구나?”

“아군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있었다면 에밀리나 엘리스 누나 정도겠지·

“배럿은 어찌했니?”

“일단 살려는 둔 채로 치유소 앞에 던져놓고 왔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마당 청소를 하려던 치유사들에게 발견됐겠죠·”

“죽이지 않은 게 용했구나·”

“죽이려 했다면 당주님께서 바로 달려와 막으셨겠죠·”

그녀는 딱히 부정하려 들지 않았다·

암만 쓰레기 같은 놈이라 해도 어쨌든 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신분이다·

레시무스 같은 평민 출신의 학생들과는 기본적으로 위치가 다르다는 거지·

만약 감정이 앞서 죽이기라도 했다면 아카데미가 들썩이는 건 물론이요 국가 간의 관계도 굉장히 애매해질 터·

좀 더 과장을 보탠다면 100년 동안 지속되던 대륙의 평화가 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이성적인 판단도 못할 만큼 난 미련한 놈이 아니다·

잠시 흥분한 마음에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도 대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고 왔으니 혹여나 입을 뻐끔댈 일은 없을 거라 본다·

“네 능력에 대해선 보면 볼수록 감탄할 지경이야· 미스트의 암살자들을 뛰어 넘는 힘 그 꿋꿋하신 쿤델 총장님과 거래를 할 정도의 언변 마검을 다루는 정신력까지···· 계승자로서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저런 살벌한 눈으로 칭찬하는데 누가 기뻐할 수 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자라왔는지에 대해선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아·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긴 한데 그래도 묻진 않을 거야· 아에르 님에게도 마찬가지고·”

때로는 아는 것보다 모른 것이 나와 주변에게 더 도움이 되는 법·

사사로운 감정이나 배경에 휘둘릴 필요 없이 그저 눈앞에 목표만 쫓는 것이 암살자의 본분이다·

그런 점에 대해선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이 계속 반복되면 곤란해· 배럿도 그렇고 여기 까마귀도 그렇고 네 행동을 시기하고 수상하게 여기는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야· 그럼 너로서도 굉장히 귀찮아지지 않겠니?”

“동감하는 바입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계속 뒤처리를 봐주실 필욘 없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은 알아서 해결해야 할 테니까요·”

요동조차 안하는 내 모습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스승의 마음을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네 종자를 건드린 놈을 처벌하겠다는 건 좋아· 하지만 아카데미 내에서 이런 식의 과격한 방법은 결국 네게는 위기가 되어 돌아올 거야· 그럼 너뿐만 아니라 네 주변도 위험해지겠지· 우린 그 꼴 못 본다? 어떻게 나타난 계승자인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지킬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킨다고····

그렇게 확고하신 분이 전생의 내가 조직을 떠나겠다고 했을 땐 왜 그리 쿨하게 보내주셨던 건지 새삼 물어보고 싶네·

어차피 물어봐야 답을 받을 수도 없는 일·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처벌이란 건 곧 대상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어 긍정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행위죠· 허나 제가 한 것은 처벌이 아닙니다· 대상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어 더 기어오를 시 아예 찍어 눌러버리겠다는 일종의 경고인 거죠·”

내가 뭐 하러 그 새끼들의 긍정적인 발전을 유도하지?

갱생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쥐 죽은 듯 살면서 내 눈에만 안 띄면 그만일 뿐·

“저에 대한 시기요? 능력 없는 놈들의 자격지심일 뿐이죠· 정작 그런 뒷담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처럼 제가 아닌 제 사람을 건드는 일이 생긴다면···”

이번 일로 확실하게 느꼈지·

“그땐 전부 찾아서 찍어 누를 겁니다· 그게 제가 살고자 하는 방식이거든요····”

아에르와의 만남에서도 다짐했듯 이번 생에선 내가 해야만 했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바로 잡아야한다·

때로는 주변을 둘러보라 했던가?

그 머저리 신의 말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눈앞에 있는 당주를 비롯해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

모두가 내 울타리에 있고 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나로 인해 문제가 생겨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그들을 난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뭐 내 뒤통수만 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내 굳은 결의에 감동이라도 한 것인지 당주의 올곧았던 눈빛이 조금은 풀어진 듯 했다·

“우리가 바삐 돌아다닐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소탈하게 지어진 미소에 나 역시 작은 미소로 화답했다·

“내 할 일은 끝난 것 같구나· 이 까마귀는 남겨놓고 가마· 눈을 보니 딱히 죽일 생각은 없어 보이는 구나·”

당주는 본의 아닌 선물(?)을 남긴 채 그대로 장소를 벗어났다·

그녀가 떠나기 무섭게 품속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쓸데없이 폼 잡기는····]

뭔가 못마땅한 듯 눈이 잔뜩 내려앉은 케이람이었다·

“또 뭐가 불만이실까?”

[말하면 네가 알겠니? 됐고! 그래선 쟨 어쩔 건데?]

케이람은 눈앞에 쓰러져 있는 켈린을 보며 물었다·

그는 죽은 시체마냥 미동조차 않고 있었다·

“····”

깨 있다 이놈·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네 아주·

“기절한 척하지 마· 깨있는 거 다 알아·

“···!”

눈을 가리고 있던 안개와 재갈을 풀어주니 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그의 안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 당신이 시안 베르트···?”

아직 이번 생에선 초면이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대 대체 뭡니까 당신? 베르트 가의 막내가 어째서 이런 세력을? 저들은 분명 검은 안개의 추종자들이···?”

“그런 질문이나 하라고 풀어준 게 아니야· 5초 줄 테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해야 할 말이 뭔지 잘 생각해봐·”

그는 5초가 아닌 1초 만에 답을 내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답을 원하십니까? 안타깝지만 제 입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절 죽이시지요!”

전생부터 느낀 거긴 한데 이놈 참으로 강직하다·

한때 그 악마새끼한테 미쳐있던 나도 약간의 경외심이 생길 정도로 단단한 놈이다·

그러면서도 참 같잖은 놈이지·

똥이랑 된장도 구별 못해 자신의 신념이 세상에서 제일인 줄 아는 미련한 놈·

나랑 같아 보인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난 이놈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아·

왜냐면·

이놈은 나를 처음으로 죽이려 했던 놈이거든·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다 못해 나란 존재는 가문에 필요 없을 거라며 나를 암살하려 했던 첫 장본인·

그래서 내 손으로 죽인 남자다·

“당신이 하던 짓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마치 사람이 아닌 악마를 보는 것 같더군요! 어쩌면 그분께선 당신의 그런 면모를 진즉에 눈치 채셨던 결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베르트 가를 망침과 더불어 필시 그분께도 큰 피해를 끼칠 겁니다!”

여기서 그분이란 건 단연 그 자식을 말하는 거겠지?

그래 아직 새파랗게 어린 나를 갖다가 벌써부터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있다 이 말이지?

참 우스워서 말도 안 나온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내가 널 풀어주면 넌 어떻게 할래?”

“당장 벨리아스로 돌아가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제 주군께 전달할 겁니다· 어떤 협박이나 강요도 소용없으며 설사 제게 ‘언약의 주술’을 거신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을 테니까요!”

“확고하네· 그러니 에쉘 그놈이 계속해서 널 써먹는 거겠지·”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마십시오!”

“내가 충고 하나 해줄까? 그거 오래 못 가·”

“····”

노려보는 눈매가 아주 매서워서 뽑고 싶을 지경이다·

“그놈이 널 그렇게나 신임했으면 네놈이 요절했을 리도 없었을 테니 말이야·”

그것도 나한테 말이지····

“무슨 소리를····”

“알 거 없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던데 어쨌든 그 목숨 좀 더 이어나가자· 나를 위해 좀 더 의미 있게 쓰는 거지·”

나는 몸에 내재된 다량의 마나를 한 손에 끌어 모았다·

“제 말을 이해 못하신 모양이군요· 어떤 짓을 한다 해도 절 바꿀 수는···”

“바꾼다고 한 적 없어· 그냥 새롭게 만들 거니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다량의 마나가 손안에 응집되었다·

“이 이 힘은···? 지금 뭘 하시려는 겁니까?”

나름 영광이라면 영광이라고 생각해·

겨우 너 같은 놈을 위해 쓰기 귀찮은 고등급의 마법을 쓰려는 거니까·

때마침 해를 가리고 있던 구름이 걷히면서 감춰져 있던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손에 모은 마나를 움켜쥐고선 켈린의 그림자를 향해 내려찍었다·

“창조: 그림자의 인격(Shadow Personality)!”

-피이잉!

주문과 함께 손과 맞닿은 그림자에서 새까만 빛이 치솟았으며 응집된 마나는 그림자를 통로 삼아 그대로 켈린의 몸으로 전승되었다·

이를 받아들인 켈린은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마냥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 간만에 하려니까 더럽게 힘드네·

9성급 어둠 속성 마법 ‘그림자의 인격(Shadow Personality)’·

인간의 두 번째 영혼이 존재한다는 그림자로부터 새로운 인격을 창조해 대상의 몸에 새롭게 부여하는 마법·

전생에 나도 딱 한 번 밖에 써본 적 없는 최상위 등급의 마법이었다·

순간적으로 어질해진 정신을 붙잡은 뒤 다시금 켈린을 보며 물었다·

“네가 누군지 알겠냐?”

“켈린 디에고· 벨리아스 소속의 정식 수호기사이며 시안 도련님을 감시한다는 임무를 받고 루웬으로 왔습니다·”

말투도 한껏 고분고분해진 느낌이었다·

“섬기는 주인은?”

“····”

켈린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본래는 베르트 가의 장남이었던 에쉘 도련님을 모셨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저를 창조하신 시안 도련님을 제 새로운 주인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그 모습에 케이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꼭두각시가 따로 없네·]

그러려고 만든 거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모두 귀담아 들어· 그런 다음 벨리아스로 돌아가서 널 기다리고 있을 에쉘에게 전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신 켈린 디에고 시안 도련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의 얼굴엔 늘 그렇듯 확고함이 가득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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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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