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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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정화 작업 (2)

저물어가는 해와 어둑해지는 하늘·

모든 생물이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몰려드는 사람들·

대체로 주머니에 돈 좀 있을 법한 부호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은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옹기종기 모여 눈앞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첫 정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긴장되진 않나 보구나?”

한없이 무덤덤한 내 모습에 당주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첫 시작을 간부급 작업으로 하는 대원이 어딨습니까?”

“글쎄? 네 실력을 시험해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단계라 생각하는데? 이래봬도 난 미스트를 이끄는 당주란다· 가능성 없는 일에 대원을 보낼 만큼 어리석지 않아·”

당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곳은 우시프 제국 남부 도시 브레누·

노예 시장을 운영하는 제국의 악덕 상인 지커만 알바스를 암살하기 위해 찾아왔다·

파견된 대원은 나와 시리카 당주를 포함해 총 5명·

간부급 작업이라 하기엔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암살이란 건 원래 조용하게 진행해야 한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에서 그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은밀하고 위대하게·

속전속결로 대상의 숨통을 끊은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암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이건 뭘까?

사람이 이렇게나 모이는 시끌벅적한 곳에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대상인을 암살한다?

우리가 무슨 테러 조직도 아니고 아직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건 것도 아닌데

이건 솔직히 말해 미스트답지 않은 임무였다·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당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오늘 정화 작업엔 지커만 알바스의 암살 외에도 추가로 알아봐야 할 게 있어·”

“그게 뭡니까?”

“선발 대원들의 정보에 따르면 오늘 이곳에서 지커만의 주도하에 어떤 경매가 이루어진다고 해· 뭐 노예시장을 운영했던 만큼 당연히 인간과 관련된 거겠지·”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번 경매에선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상품을 지커만 상인회에서 내놓은 모양이야· 듣기론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제국 관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걸?”

뭐 이세계에서 온 용사라도 내놓은 건가?

“그럼 그 상품을 탈취하는 게 목적인 겁니까?”

“탈취까진 아니야· 다만 그 상품이 뭐인지 정도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적어도 아에르 님께서 특별한 물건이 있다고 직접 언급까지 하신 정도니 확인해 볼 가치는 있겠지·”

호 그 머저리 신이 언급까지 했을 정도라·

확실히 아에르가 특별하다고 했을 정도면 범상치 않은 뭔가가 있긴 한가 보다·

[····]

평소와는 달리 케이람도 굉장히 조용한 상태였다·

그녀는 뭔가에 이끌리듯 타깃이 있는 건물 안쪽을 굉장히 유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뭐라도 느껴져?”

[흠··· 뭐랄까 굉장히 복잡한 기운이 느껴져·]

“복잡한 기운?”

[마치 익숙했던 두 개의 기운들이 합쳐져 전혀 다른 새로운 기운을 풍긴다고 해야 하나? 암튼 되게 이질적인 기운이야· 모르긴 몰라도 그 타깃이란 놈 굉장히 이상한 걸 숨긴 모양이네·]

찌푸린 눈살에서 그녀의 난해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없었던 관심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내가 이상한 건가?

일단 당주의 지시에 따라 건물 안으로 빠르게 잠입했다·

* * *

귀족의 연회를 연상케 하는 호화스러운 파티장·

형식상 제국 상인회 길드의 사교 파티장으로 꾸며져 있지만 이건 위장된 행사에 불과했다·

아마 저 많은 인간들이 다 경매에 참여하진 않겠지·

뒤를 봐주는 제국 관리들에게도 안 알렸을 정도라고 하니 아마 최상층 고객들 위주로 정보를 돌렸을 거라 본다·

시리카 당주를 포함한 4명의 대원들은 현재 파티 참가자들로 위장해 저 무리 안으로 잠입한 상태·

나야 이 작은 몸으로 어른 흉내를 낼 수도 없는 것이니 그냥 난간 쪽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일단 타깃인 지커만 알바스는 보이지 않는 상황·

그 경매인지 뭔지가 시작되면 알아서 모습을 드러내겠다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다·

“···!”

순간 연회장 중앙에 있던 당주와 눈을 마주쳤다·

짧지만 분명한 눈동자의 움직임·

그녀는 내게 연회장 아래로 내려가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하에 뭔가가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사실 지커만에 대한 암살 자체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죽이러 오겠다며 통보한 것도 아닌 마당에 특별한 대비를 한 것도 아닐 터·

하지만 정작 타깃의 위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일단 건물 전체를 뒤져서라도 지커만 알바스가 있는 곳을 확인해야 했다·

지시를 받아들인 난 바로 연회장을 벗어났다·

건물은 겉에서 보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작았다·

사람들이 몰린 연회장을 빼면 별다른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이런 코딱지만 한 공간에서 노예 경매가 이뤄진다기엔 누가 봐도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지·

그럼 둘 중 하나일 거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경매가 열리거나·

혹은 보이지 않은 숨겨진 공간이 있거나·

만약 후자라면 그 숨겨진 공간은 이 발 밑에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지금 당장은 아래로 내려갈만한 계단 같은 건 안 보이기에 하는 수 없이 비기를 써보고자 한다·

“암무 2식: 공간전이·”

술식과 함께 퍼져 오른 안개가 전신을 감싸 안았다·

안개와 동화된 내 몸은 자연스레 바닥을 뚫고 아래로 하강하였다·

2m 정도를 내려가니 탁한 공기가 목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척

지면에 안착한 순간 안개는 바로 사라졌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

나는 손끝에 마나를 발현시켜 눈에 접촉시켰다·

“암순응·”

살며시 눈을 감았다 뜨니 어둠에 잠식되었던 시야가 금세 선명해졌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쥐죽은 듯 고요한 지하 공간·

듬성듬성 보이는 녹슨 철골과 그것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천막들·

마치 짐승을 가두는 우리처럼 보였다·

일단 바로 앞에 있는 천막을 살짝 걷어보았다·

“····”

빈 철창 속 무심하게 놓여있는 족쇄들·

미약하지만 온기의 기운도 남아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사람이 있었단 거겠지·

혹시 몰라 다른 쪽도 살펴보았다·

“우욱!”

천막을 걷은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몰려들었다·

죽은 지 한참이 지나 이미 부패가 시작된 시체들·

빠르게 치고 오는 역한 기분에 바로 시선을 돌렸다·

더 볼 것도 없다·

이곳은 노예들을 보관하는 감옥·

아마 지금은 경매를 위해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진 거겠지·

시체들의 경우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생각해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보였다·

오랜만의 작업이라 그런가?

이런 감정 이제는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에서 상상하기도 싫은 역한 감정이 차오른다·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네?]

그런 내 기분을 감지한 듯 케이람이 눈웃음을 지며 물었다·

“나도 아직 멀었군·”

일단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철컹!

다시금 발을 움직이려던 찰나 불현 듯 철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황급히 몸을 숨겼다·

-끄르륵

어둠 속에서 힘겹게 철창을 기어 나오고 있는 장발의 가녀린 여인·

한쪽 발에는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용케 감옥을 열고 나온 모양이다·

“아 아···”

첫 눈에 봐도 꽤나 심각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목소리조차 낼 수 없어 신음만 남발하는 것이 못내 안쓰러울 지경·

어차피 저 상태라면 얼마 못 가 잡히고 말 것이다·

“아이··· 아이를····”

아이?

속삭임만도 못한 흐느낌이었지만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자식에게 손을 뻗고자 하는 어미의 애절한 부름·

한 맺힌 귀신이 기괴한 공간에서 속삭이듯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텅!

그 순간 세찬 소리와 함께 공간 한 쪽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왔다·

어렵사리 몸을 일으킨 여인은 구원의 길이라도 발견한 듯 그곳을 향해 발을 옮겼다·

당연하겠지만 저 빛줄기 속에서 나타날 존재들이 그녀를 구원해줄 이들은 아닐 것이다·

“뭐 뭐야?”

“저년 잡아!”

아니나 다를까 빛 속에서 나타난 한 무리의 남성들이 그녀를 잡기위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아흑!”

이미 일말의 힘도 안 남았을 그녀의 팔을 자비 없이 비트는 남성들·

그녀의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년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거야?”

“지금 그딴 게 중요해? 좀 있으면 지커만 님께서 오실 거라고!”

“어차피 이 여자 상품으로 내 놓을 것도 아니잖아? 그냥 지금 폐기시켜 버려!”

그들은 여인을 다시 감옥에 넣어버리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리춤에 차있던 몽둥이를 빼들었다·

폐기라····

누가 들으면 쓰레기라도 처리하는 줄 알겠군· 하긴 사람한테 딱히 못 써먹을 말도 아니지·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너희처럼 인간으로 못 써먹을 놈들을 폐기하는 거니까·

-스윽

마음을 굳힌 동시에 바로 케이람을 빼들었다·

한 걸음을 내딘 순간 거리가 반으로 줄어들고

두 걸음을 내디뎠을 땐 철창 앞까지 다가섰으며

세 걸음을 내디뎠을 땐 놈들의 심장 박동이 들리는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1초라는 시간 속에 내디딘 세 번의 걸음·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들이 자연스레 뒤를 돈 순간

-서걱

선두에 있던 남성의 목을 그대로 베어냈다·

“히이···!”

비명 지를 틈조차 주지 않는다·

철창 속에서 휘몰아치는 연격에 잘려나간 다섯 개의 목이 땅에 곤두박질쳤다·

“누 누구···?”

슬며시 고개를 든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가관이네····

퉁퉁 부은 눈과 뭉개진 코 산산이 부서진 이빨들·

저런 얼굴로 앞은 보일까 싶은 그야말로 처참한 상태·

하지만 나에겐 전혀 낯설 것 없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내 손을 거쳐 갔던 모든 폐기물들을 다 저런 식으로 만들었었으니·

“아이···· 제 아이를····”

그 와중에도 아이를 찾는 부름은 계속되고 있었다·

뭐 일단 그녀의 목숨을 연장시켰다곤 하나 그마저도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저 정도면 안은 말할 것도 없을 터·

이미 진단조차 불가능한 여러 질병에 걸렸겠지·

지금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뚜벅뚜벅

그런 와중에 빛줄기 너머에서 다시금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무리가 아닌 한 명·

걸음이 단순한 걸로 보아 그다지 위협적인 놈은 아닐 듯싶었다·

“아····”

또 한 번 느껴지는 인기척에 여인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애한테 무슨 금덩이라도 맡겨놨나?]

케이람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집착이었다·

허나 그녀가 철창을 채 나가기도 전에 발걸음의 주인이 먼저 철창에 이르렀다·

“이 이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잔혹한 현장에 놀란 나머지 남성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툭

“···!”

그와 동시에 남성이 들고 있던 금색의 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아아악!”

그 순간 시체마냥 쓰러져있던 여성이 이유 모를 괴성을 질렀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광기어린 눈빛과 함께 그녀는 미친 듯이 함으로 달려 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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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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