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37화· 검은 안개의 추종자들 (1)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요?”

교관의 생기 있는 물음에도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별로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답을 못 하는군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면 돼요·”

“그냥 그렇습니다····”

소년은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런 재미없는 상담은 빨리 끝내고 싶다는 얼굴이네요· 미안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학생들의 분기별 개인 상담은 아카데미 교관으로서 필수적인 거라 꼭 해야 하는 거거든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설사 그녀가 아무리 평판 좋은 시리카 교관이라 해도 가문의 무능아인 자신에게까지 진심으로 대해주진 않을 것이다·

소년은 그때까지만 해도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공작가의 막내께서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보기 안 좋네요· 형제인 크란츠는 매우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이는데 도움이라도 청해보지 그랬어요?”

잔인하다·

형제라는 이름의 그 악마가 자신을 어떤 식으로 취급하는지 결코 모르지 않을 텐데 도움을 청해보라는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고 있다·

소년은 울컥한 감정이 치솟은 나머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안해요·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네요·”

사과가 아닌 조롱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쯤 하셨으면 충분한 거 같은데요? 선생님의 바쁘신 시간을 더 이상 저에게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소년을 그녀가 멈춰 세웠다·

“전 사실 시안 학생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요·”

“저에 대해 말씀입니까?”

“물론이죠! 어둠 속성 84%라는 역대급 속성 수치를 가진 학생인데 교관으로서 관심을 안 가지는 게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요?”

소년은 그때까지만 해도 이 교관이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아무런 실속 없는 무가치한 속성 아닙니까?”

“큰일 날 소리 하는군요? 세상에 무가치한 건 없어요· 하물며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도 돌멩이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거죠·”

“···네?”

소년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자신의 속성이 실속 없다고 생각하나요? 그럴 수 있어요· 아직 어둠 속성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파헤쳐진 게 없으니까· 한데 그거 아세요? 파헤쳐진 게 없다는 건 반대로 말해 드러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언뜻 듣기엔 허울 좋은 말들일 수 있지만 아직 마음이 여린 열한 살의 소년은 그녀의 언변에 금방 심취되어버렸다·

그만큼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이 소년의 주위엔 없었던 것이다·

더불어 평소의 시리카 교관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왜 제게 이런 말을 해주시는 거죠?”

“교관으로서 학생의 성장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성장을 바란다·

형제와의 검술 대련 이후 가문 자체로부터 포기를 당한 것이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또 한 번 성장을 바란다고 하니 소년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무한한 성장을 기대할게요 시안 학생~!”

시리카 교관은 해맑은 함박웃음을 지며 소년을 격려해 주었다· 허나 소년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녀가 말한 무한한 성장이 순진한 학생으로서가 아닌 잔혹한 암살자로서의 발전을 추구한 것이었음을····

* * *

해가 저문 루웬의 거리는 여타 도시들과 다르지 않았다·

전생에 있었던 그녀와의 인연을 생각하며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져 있었다·

듬성듬성 불빛은 켜져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한적한 거리·

저 불빛이 켜진 곳엔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을 것이고 내일의 장사를 준비하기 위한 장사꾼들도 있을 것이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켜진 곳도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나와 그녀가 도달한 곳은 불빛은커녕 음침한 기운만 자욱했다·

음침한 한기와 더불어 축축한 물기가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기이잉

시리카는 손에서 작은 마나구체를 만들어 문고리에 대었다

푸른 마나구체는 문고리에 닿은 순간 검은색으로 변했고 머지않아 ‘철컥’하는 쇳소리가 들렸다·

-끼익

“들어가렴·”

손수 문을 열어준 그녀는 나에게 먼저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휘이잉

첫발을 내디딘 순간 전방으로부터 느껴지는 으슥한 살기·

나는 개의치 않고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이어나갔다·

시리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앞서가는 나를 묵묵히 뒤따르고만 있었다·

아마 도망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차단하려는 거겠지·

강제로 기절시켜 납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대를 씌워 시야를 차단한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날 그냥 데려온 것이다·

나중에 혼자 다시 와도 찾을 수 있을 만큼 정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았다·

나를 믿어서가 아니다·

의도가 뭐든 나에 대한 존재 자체를 이 장소에서 종결지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는 듯 발을 내딛을수록 주변의 살기가 더욱더 짙어지고 있었다·

-슈욱!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날아왔다·

슬쩍하고 피하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연이어 사방에서 다수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나는 몸을 한 바퀴 회전 시켜 나선형의 검기를 만들었다·

-챙!

생성된 검기는 사방으로 날아가면서 칼날들을 모두 쳐냈고 힘을 잃은 칼날들은 전부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칼날에선 녹색의 진득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함정을 파훼했음에도 침묵을 유지한다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침략자를 위한 함정치곤 너무 가볍지 않습니까?”

가볍다는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 순간 전방에서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는 다수의 살기를 접했다·

도합 여섯 명·

나는 기다릴 새 없이 먼저 다가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여섯 명의 암살자들은 모두 양손에 독이 묻은 쌍검을 지니고 있었다·

-쐐액

선두에서 치고 오는 암살자가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나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피한 뒤 선두가 아닌 뒤따라오던 두 명의 암살자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챙!

검격을 버티지 못한 암살자들은 단검을 놓쳤고 그대로 놈들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해 기절시켰다·

“···!”

연이어 따라오던 3명의 암살자들이 놀라 주춤거린다·

1초의 틈조차 허용하지 말아야 할 암살자들에게 주춤거림은 자살행위와도 마찬가지·

나는 자비 없이 녀석들에게 달려가 검날이 아닌 검 자루 끝으로 그들의 머리를 내려쳤다·

-풀썩

그들은 힘없이 쓰러졌으며 등을 보이는 내게 조금 전 나를 놓쳤던 선두의 암살자가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챙!

호기롭게 교차한 칼날은 케이람의 검 끝에 의미 없이 막혀버렸다·

-퍽!

움켜쥔 나의 주먹이 녀석의 복부를 가격함에 따라 6명의 암살자는 제대로 된 공격조차 못 한 채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

시리카는 뒤에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별다른 물음 없이 계속해서 이어진 길을 나아갔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좁았던 복도가 갑자기 넓어지면서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고 그렇게 광장 중앙에 도착한 순간·

-파바박!

네 방향 정확히는 동서남북·

아까보다 더한 살기를 가진 네 명의 암살자들이 나타나 나를 향해 질주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단검이 아닌 검 끝이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는 곡도(曲刀) 즉 시미터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 한 명이 더 빠르거나 더 느린 기색 없이 정확히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였고 준비한 제식을 행하려는 듯 서로가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사각(死角)의 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각을 만들어 상대의 몸을 4등분 시키는 미스트의 비기 중 하나·

미스트의 대원들 중 빠른 몸놀림과 천부적인 감각을 보유한 자들을 선별하여 집중 훈련시킨 상급 암살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즉 아까 본 대원들이랑은 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뜻·

시리카는 이번에도 멀찍이 떨어져 내가 어찌 대처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급박해지는 상황과 다르게 나는 태연한 얼굴로 서서 그들과 완전히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쐐액

굴곡진 네 개의 검날이 정확히 내 복부를 가르려는 순간 발밑에서 붉은빛의 강렬한 파동이 일어났다·

“···!”

-텅!

파동은 네 명의 암살자들을 동시에 덮쳤고 완성되기 직전이었던 사각의 진을 그대로 붕괴시켜버렸다·

“크윽!”

파동을 견디지 못한 암살자들은 몸이 날아갔으며 일부는 검을 놓치기까지 했다·

그들은 황급히 몸을 추스르고 다시 진영을 잡았지만 검을 잡은 손목이 떨리는 등 조금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었다

-스윽

이에 지켜보고 있던 시리카가 팔을 움직여 제지시켰다·

지시를 받아들인 암살자들은 아무런 반문 없이 그대로 길을 내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살기의 파동을 쓴 거니?”

살기의 파동·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독살스러운 기운 이른바 살기를 형상화해 몸에서 방출해 내는 암살자 고유의 비기·

어중간한 살기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은 닿지도 못한 채 튕겨지기 마련이고 본래 가지고 있던 전의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검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암무’라는 이름이 붙은 미스트의 다른 비기들과는 달리 전생의 내가 당주인 그녀로부터 직접 전수 받은 비기였다·

“딱히 정의한 기술은 아니었는데 좋은 이름이네요·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나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아주 잠깐이긴 하나 그녀의 입술이 조금 올라간 것을 느꼈다·

그렇게 광장을 지나 또 다른 복도가 이어지길 5분여·

휘날리는 바람 속에서 이번엔 이제껏 나를 막아왔던 암살자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살기가 느껴졌다·

머지않아 복도 끝에서 나타난 두 명의 암살자·

그들의 손엔 단검도 시미터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짐승의 날카로운 손톱을 연상케 하는 장갑 형태의 갈고리 ‘클로’를 쥐고 있었다·

가령 최상급 경지에 다다른 기사들이 말하길 검이란 건 본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남과 자신을 보호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저 무기는 아니다·

오로지 상해와 살상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무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은밀히 죽이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상대에게 최상의 고통을 선사하는 무기·

더불어 미스트의 일반 대원도 상급 대원들도 아닌 오직 간부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즉 저 둘은 한낱 대원이 아닌 숱한 암살의 경험을 습득한 일종의 전문가들·

당주 바로 아래에 있는 최상의 실력자들이었다·

-슉

지체할 것도 없이 나와 눈을 마주친 두 명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마나를 비롯해 비기를 사용하려는 듯 클로에는 빛과 안개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이에 반응하듯 나 또한 검을 고쳐 잡고 잠들어 있던 안개의 힘을 일깨워냈다·

-스스스

드래곤이 브레스를 내뿜듯 입안에서 뿜어져 나온 안개는 머지않아 내 전신을 휘감았다·

1년 전엔 케이람의 힘을 빌려야지 만 사용할 수 있던 기술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마수의 피를 섭취하고 몸을 단련해온 나이기에 이제는 마검의 힘 없이도 무검(霧劍) 비기를 자유자재로 구사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쏜살같이 질주해오는 두 명의 암살자들을 향해 나지막이 읊조렸다·

“무검(霧劍): 굳건한 대목의 뿌···!”

-챙!

검식의 마지막 한 글자를 읊조리려던 그 찰나의 순간

황급히 치켜 올린 검이 맞닿은 것은 클로가 아니었다·

흑 빛의 안개를 휘감은 혈기의 단검·

그것은 당주의 검이었다·

“더 이상 못 참겠구나!”

실성한 광인마냥 광대가 승천한 그녀·

이전까지 보였던 무덤덤한 모습은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너의 진정한 힘을 내게 보여라! 시안 베르트!”

그녀의 눈엔 살기가 아닌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한 환희가 서려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