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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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로열 아카데미 (1)

사페른을 떠난 지도 벌써 열흘·

간간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사페른의 영주는 내가 도시를 떠났던 그다음 날 저잣거리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은 아니었다·

온몸의 뼈가 수십 개는 부러져 있는 데다 한쪽 다리는 아예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나·

어찌 된 것인지 입이 닳도록 물어도 그저 미친 사람마냥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급기야 악마가 쫓아올 거라 발광하며 도망치듯 사페른을 벗어났다는데····

죽는 것보다 더 잔혹한 죽기 직전의 고통을 만끽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미련하게 풀어주는 짓은 안 했나 보군·

뭐 이제부터는 그 부녀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

나는 청승맞은 하품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화롭네·

앞선 열흘의 여정 중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 아닌가 싶다·

가는 도시마다 호위병 필요 없냐며 들러붙는 조무래기들 조금 으슥한 곳을 지난다 싶으면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도적들 야영 좀 할까 하고 마차를 멈추면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짐승들까지·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내 여정을 방해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이 세상에서 살기를 싫어하는 것 같아 손수 저세상으로 보내주었다·

“도련님 루웬이 보입니다!”

흩날리는 풀잎들 너머 이어진 길목 끝자락에 위치한 백색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 여정의 최종 목적지이자 그 이름도 찬란한 화합의 도시 루웬이었다·

보통 국가와 국가가 인접한 경계지역은 언제 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지역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우시프 제국 가람 왕국 스파니아 왕국 총 3개의 나라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

과거 로열 아카데미가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에 불과했다·

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황무지에 아카데미가 들어설 거라곤·

로열 아카데미는 마법과 인간의 무궁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이념 하에 세워진 국립 기관이다·

국립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어지간한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대현자 테라마일 이슈파·

인간사를 통틀어 가히 최고의 마법사라 칭해졌던 그가 이 아카데미를 세운 장본인이었다·

대현자의 이념을 따르고자 하는 후계자들을 시작으로 점차 성장하고 발전한 것이 오늘날 다국적 도시 루웬을 만든 것이다·

사방을 넓게 둘러싸고 있는 순백의 성벽·

루웬은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오직 수속을 밟고 허가된 사람들만이 도시에 출입할 수 있었다·

성문에 다다른 순간 여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경비병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난 늘 그랬듯 직접 마차에서 내려 베르트 가의 문장을 보여주었다·

“베르트 공작가의 자제님을 뵙습니다! 화합의 도시 루웬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경비병들은 우렁찬 선창과 함께 검례를 올렸다·

마차를 몰던 브라이언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일단 좀만 더 가면 금색으로 치장한 도로가 나올 거야· 그 길만 쭉 따라가·”

“알겠습니다·”

브라이언은 지시에 따라 이어진 도로 위를 천천히 나아갔다·

나 또한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려보니 수많은 마차의 행렬을 비롯해 대륙에서 온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이거 참 본의 아니게 아련해지네····

그다지 좋은 기억이라고 할 순 없어도 이렇게 과거의 공간으로 되돌아올 때마다 마치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당시엔 이렇게 창밖으로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어려워했었는데

그러고 보면 이 아카데미란 장소가 나에게 참 많은 변화를 줬었네·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결국 그 악마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누차 말하지만 난 이곳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으며 그로 인해 바뀔 것도 없다·

귀족 간의 친목질은 더더욱 할 생각이 없으며 아카데미는 그저 학생이라는 현재의 내 신분을 보호해주기 위한 울타리에 불과하다·

뭐 내 마음이 바뀐다면 또 모르겠지·

이번엔 내가 직접 이 썩히고 고인 장소를 바꿔나갈지도····

여러모로 교차하는 생각들과 함께 마차는 점차 로열 아카데미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본관 행정실에 도착하니 나처럼 수속을 위해 찾아온 학생들을 비롯해 교관 관리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딱히 내 쪽을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수속을 담당하는 안내원에게 다가가 원서를 제출했다·

원서를 읽던 여직원이 안경을 추어올리며 말했다·

“신분을 증명할 만한 문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나는 품에서 가문의 문장을 꺼내 책상 위로 올렸다·

문장을 본 안내원은 살짝 동요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시안 베르트·”

“···!”

호명 한 번에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시안 베르트라면··· 그 베르트 공작가의 무능아···?”

“무려 1년 동안 상급 기사들이랑 전선을 누볐다던 그 공자 아니야?”

“에이 듣기론 그냥 후방에서 죽치고 있었다는데 뭐· 베르트 공작이 하나 달아주겠답시고 만든 꼬리표겠지·”

“크란츠 공자랑은 하나도 안 닮았네·”

가끔은 청력이 너무 좋아도 문제다·

이런 잡설들이야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흘린다곤 하나 알다시피 난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부디 내 기분이 언짢을 땐 저런 말들이 안 들려오길 바란다·

안 그러면 그 나불거리는 주둥이들을 찢어버릴지도 모르니····

뭐 첫날부터 그럴 수야 없지·

오늘은 산뜻한 마음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수속은 모두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준비된 기숙사에서 기다리시면 되고 이틀 후에 열리는 입학식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여직원은 도장이 찍힌 입학원서와 함께 숙소의 열쇠를 건넸다·

“···?”

반짝반짝 빛나는 열쇠엔 왕관 그림이 새겨진 금색의 고리가 걸려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음을 판단한 나는 바로 여직원에게 되물었다·

“이거 제대로 주신 거 맞습니까?”

“맞습니다· 시안 공자님은 로열관으로 배정되셨어요· 정식 절차를 밟아서 선정된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로열관이란 말에 주변이 또 한 번 웅성거렸다·

아니 정식 절차를 밟았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않나?

전생의 내가 배정받았던 기숙사는 노블관·

대부분의 귀족 자제들이 생활하는 보통의 기숙사였다·

그보다 더 아래 등급의 기숙사도 있긴 하나 대개 남작 이상의 지위를 가진 집안이라면 지위를 막론하고 똑같은 노블관을 배정받는다·

허나 지금 내가 받은 이 로열관은 그런 일반적인 기숙사가 아니다·

로열· 말 그대로 왕족을 뜻하는 단어·

귀족의 신분이 아닌 각 국가의 몇 없는 왕과 황제의 자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최상위 클래스·

물론 황실 직계만이 아닌 황후 측과 같은 황실과 밀접한 유력가문 중에서도 종종 로열관을 배정받는 경우가 있다지만 난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

이건 필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설마 아버지의 사주인가?

뭐 위치도 위치고 직접 황제에게 부탁했다면 안 될 것도 없긴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는데?

엘리스 누나도 그렇고 심지어 그 개자식도 로열관을 배정받진 않았다·

크란츠 놈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조용히 지내도 모자랄 마당에 첫날부터 격한 관심을 받고 있군·

아마 내일쯤이면 황가도 아닌 귀족의 자제가 로열관을 배정받았다며 여러 놈들 입에서 내 얘기가 오르내릴 거 같은데····

부디 내 귀에 안 들리기를 바랄 뿐이다·

일단 짐부터 풀고자 마차를 이끌고 해당 기숙사로 찾아가 보았다·

6년의 아카데미 생활을 했던 전생에서도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던 곳이다·

끽해야 노블관보다 조금 더 호화스러운 정도일거라 생각했지만····

“이 이건 대체····”

기숙사의 전경을 바라본 브라이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뭐 호화스러운 걸 넘어 아카데미 안에 성을 하나 지어놨네·

심지어 건물 앞엔 정갈한 호수를 비롯해 정원까지 지어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라에서 따로 지은 별궁인줄 알 것이다·

멍 때리는 브라이언을 한 대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정문으로 들어섰다·

내 방이 위치한 곳은 건물 2층 왼쪽 복도 끝자락·

호화스러운 건물치고 정작 방문은 생각 보다 평범했다·

조금은 의아스러운 마음과 함께 자물쇠를 풀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후두둑

별거 아니다·

양손 가득 들어 올린 나의 짐을 브라이언이 떨어트린 소리였다·

오죽 놀랐으면 바로 주워 올릴 생각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넋 놓은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어쩐지 복도 넓이에 비해 문들이 심하게 떨어져 있더라니·

내가 생활했었던 노블관의 3배 정도는 될법한 크기였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바로 나머지 짐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브라이언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 마차에 있던 짐까지 모두 옮기기에 이르렀다·

나는 그동안 여유롭게 방안을 돌아다니며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윽고 짐 정리를 마친 브라이언은 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가 가져오신 짐! 모두 정리했습니다· 도련님!”

그의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수고했어· 이제 가도 돼·”

“예 알겠··· 예?”

브라이언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가도 된다고· 아카데미까지 왔고 짐도 풀었으니까 네 할 일은 이제 끝이야·”

나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어차피 아카데미 내에선 돈 쓸 일도 없기에 가지고 있던 금화를 모두 넣어 주었다·

주머니를 연 녀석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어찌하여 제게 이런 것을···?”

“일을 했으면 한만큼 받아 가야지· 어딜 가서 뭘 하든 새 출발 할 자금으론 충분할 거야· 그래도 가급적이면 벨리아스는 피해라· 뭐 굳이 간다면 안 말리겠지만····”

브라이언은 아무런 말 없이 금화가 든 주머니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과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난 토사구팽 짓이나 하는 양아치가 아니다·

안정된 운행과 좋은 승차감으로 내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후에 뭘 하고 살지는 이제 알아서 해야겠지·

-턱!

“···?”

생각을 정했나 싶더니 그가 대뜸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 벨리아스의 정식기사 브라이언 켄드릭! 감히 말씀드리건대 존귀하신 시안 도련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얘가 금화를 보더니 정신이 나갔나?

“제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평생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주군을 만나게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 밑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바치라 했습니다! 전 오늘 고작 금화 몇 닢이 아닌 시안 도련님을 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으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부디 받아주시옵소서!”

거참 아버지가 누구신진 몰라도 말 한번 맛깔나게 가르치셨네·

그냥 금화 몇 닢 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떠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배포가 큰 놈이었다·

종자라고 해야 하나?

에밀리 같은 시종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평생을 믿고 따를 주군이라 했냐?”

“그렇습니다! 전 시안 도련님을 제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거 굉장히 미련한 짓이다·”

“예?”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브라이언이 그제 서야 고개를 들었다·

“넌 지금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고 있을지언정 난 지금 너에게 어떠한 믿음이나 감정도 없어· 그 말은 즉 내가 널 언제 버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야·”

“괜찮습니다! 설사 버림받는다 해도 제 존재 자체가 도련님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녀석은 철옹성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데! 너 속된 말로 나중에 나한테 칼 맞고 뒤지면 어쩌려고?”

“그래도 상관 없··· 예?”

순간 방안에 긴 정적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다 보니 별 얘길 다 하네·

전생의 그 자식도 날 보면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날 위해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종자라····

생각해보면 그 개자식을 위해 죽어라 뛰었던 전생에도 정작 내 밑으로 누군가를 둔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날 모시겠다고 처음으로 나선 놈이 마부인 것도 참 웃기네·

뭐 나쁠 건 없지 않겠는가?

인연이라면 인연일 터 날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다면 나 역시 내 사람에 대한 안위는 확실하게 책임져 줄 것이다·

애초에 난 그놈이랑 다르거든·

나는 걸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통수 치지 마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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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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