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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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구원자를 위한 구원 (2)

‘우리 신들은 잠시 후에 이 세상을 떠날 겁니다·’

‘···?’

‘갑작스럽죠? 이해해요· 하지만 인생은 원래 갑작스러움의 연속이랍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세요·’

이건 갑작스럽다는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시안이 걱정되는 와중에 머릿속에 갑자기 나타나 떠난다는 말을 남기다니·

엘리스로선 난감한 상황 그 자체였다·

‘이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는 이유가 뭔지?’

‘당신들에겐 더 이상 우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에요·’

아쿠아니스의 대답은 단호하면서도 간결했다·

‘뭐 좀 더 빨리 이랬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어요? 지금이라도 하면 그만이지· 그래도 당신들의 구원자는 당신들의 손으로 구하는 게 낫겠죠?’

‘네?’

‘우리가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아쿠아니스는 엘리스의 머릿속으로 어느 아공간으로 향하는 루트를 보냈다·

‘시안 베르트· 그를 구하세요·’

그렇게 구하라는 말을 끝으로 감응이 끊긴 것이 불과 30분 전·

이에 엘리스는 일행들과 함께 바로 쥬른으로 향했다·

그러곤 아쿠아니스가 알려준 위치로 정확히 찾아가 게이트를 열었다·

-쿠구궁

허나 게이트 너머의 아공간은 이미 굉음과 함께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 이게 아공간?”

“여기에 파파가 있는 거야?”

“들어갔다가 잘못되는 거 아니야 이거?”

“하지만 저기에 시안이 있는 거라면···!”

신기함 혹은 불안함·

예상치 못한 공간의 상황에 대부분은 멍한 얼굴로 게이트 너머를 바라만 보았다·

“왜들 망설이고 있어요?”

루나브는 그런 그들을 한심스러운 눈으로 보며 다그쳤다·

“여기에 선배가 있다면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곤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자 잠깐 루나브!”

말릴 틈도 없이 루나브는 붕괴하는 아공간 아래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저도 가야겠어요! 불안한 사람들은 따라오지 않으셔도 돼요!”

아린은 금방이라도 뛰어들 자세를 취했다·

“여기 올라타 아린 언니!”

바람과 함께 울리는 나나의 목소리에 아린의 시선이 향했다·

어느새 인간에서 드래곤형으로 변신한 나나는 금세 모두를 태울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한 사람의 잔류 인원 없이 전부 시안을 구하기 위해 아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후웅!

제일 먼저 뛰어들었던 루나브는 비행 마법을 이용해 몸을 자유자재로 비행하면서 시안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시안을 찾지 않으면 무너지는 아공간에 휘말리게 될 거에요!”

엘리스는 시간이 촉박함을 알리며 모두를 재촉했다·

“파파의 냄새가 나!”

시안의 냄새를 맡은 나나는 냄새가 이끄는 방향으로 향했다·

“저기야!”

이내 가장 먼저 시안을 발견한 아린이 소리쳤다·

“시안!”

“····”

허나 시안은 눈만 감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련님!”

“파파!”

다른 이들 역시 애타게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더 가까이 붙어줘 나나!”

“맡겨줘!”

나나는 날개를 더 힘차게 펄럭이며 속도를 높였다·

“시안!!”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자 아린은 더 큰 소리로 시안을 불렀다·

“···?”

이에 감겼던 시안의 눈이 마침내 떠졌다·

무너지는 아공간에서 모두를 마주한 시안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당황스러워했다·

아린은 시안을 발견했다는 기쁨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다급함이 뒤섞인 얼굴로

“손잡아 시안!”

시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린에 이어 엘리스 하스티아 에밀리 브라이언 세트 미아 나나 그리고 루나브까지·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준 구원자를 구원하기 위해

모두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

시안은 그 구원에 이끌리듯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

-턱!

“잡았다!”

* * *

검은 안개가 사방에 자욱이 깔린 익숙한 공간·

언뜻 아에르의 제단이 있는 아공간의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느낌은 매우 달랐다·

“····”

열 걸음 정도 앞엔 어느 익숙한 붉은 단발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몸을 돌린 그녀는 말없이 내가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이후에도 딱히 하는 말은 없었다·

그저 내 어깨를 톡톡 다독여만 줄뿐·

마치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해주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으며 이내 차갑고 거친 내 얼굴을 살포시 감싸 쥐었다·

“고생했다·”

그 한마디와 함께 그녀는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고생·

고생이라·

그래 뭐 딱히 고생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그런 거구나 하겠다만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고생해서 만든 세상에

당신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생각과 함께 내 정신은 다시 현실로 돌아갔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내 무릎에서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는 나나였다·

그 주위론 브라이언 에밀리 하스티아 미아까지·

다들 그동안 꽤 피로감이 쌓였는지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난 그 숙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꽤 늦은 시간이지만 밖에선 캠프 철수를 위해 움직이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다크 엘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준비한 진영 캠프지만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으니 철수할 일만 남은 것이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빠르게 캠프를 빠져나왔다·

수를 놓은 듯 수많은 별로 반짝이는 밤하늘·

정처 없는 걸음을 반복하다 보니 내 몸은 어느새 사방이 뚫린 절벽 앞까지 오게 되었다·

절벽 아래론 캠프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나는 절벽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초지종은 아공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엘리스 누나에게 들었다·

여신으로부터 나를 구하라는 감응을 받고선 모두와 함께 아공간으로 온 것이라고 했다·

지고의 존재들은 개뿔·

처음부터 이들의 손으로 날 구하게 할 생각이었나?

더 볼 것도 없이 그 머저리 신의 뜻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너란 주인을 만나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케이람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내가 무사하다는 걸 그녀도 알지 않을까 싶은데?

나와의 헤어짐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생각하자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먹먹했다·

나는 뭔가 이끌리듯 항상 마검을 담아두었던 왼쪽 품에 손을 넣었다·

뭐 당연히 텅텅 비어있····

“···?”

뭐야 이거?

내 오른손에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게 들려있는 마검의 본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난 분명 아에르에게 줬을 텐···!

-스스스

갑자기 눈앞으로 익숙한 검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어머 우리 주인님~! 여기서 혼자 뭐하고 계세요?]

사신(死神)의 속삭임이라도 들은 것마냥 온몸의 근육과 신경이 한 번에 움츠러들었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사지가 아주 멀쩡하시네? 너무 기뻐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아주~!]

글쎄? 기쁜 것치곤 왜 말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걸까?

목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서늘한 손길이 파고드는가 싶더니

-꽈악

내 어깨와 머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마치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너··· 간 거 아니었냐?”

[갔다가 돌아왔다 이 망할 주인 새끼야!!]

그녀는 기껏 구사일생한 나를 다시 지옥의 밑바닥으로 보내려는 듯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

“아 암무 9식··· 마검 제···!”

[머저리 신도 떠난 마당에 그딴 게 통할 것 같냐!!]

아 그러네·

힘을 제공해주던 물주가 사라진 나로선 이젠 신의 힘을 못 쓰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냥 얌전히 그녀의 체벌을 받는 거밖에 없겠지·

케이람의 격한 복귀식(?)은 약 30분 정도 더 지속되었다·

[후····]

겨우내 화가 진정된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난 분명 살아서 나간다고 했을 텐데?”

[입안 다물어? 똘마니들 도움받아서 겨우 산 주제에 뭘 잘했다고 입을 나불거려!]

따질 거면 내가 아닌 그 머저리 안개의 신에게 따졌으며 좋겠는데?

이 상황을 예측하고 혼자 킥킥댈 그를 생각하자니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돌아가면 그 머저리 신부터 조져야지! 무사한 거 확인했으니 난 간다! 알아서 잘 살든지 말든지·]

예상과 다르게 케이람은 내 안위만 확인하고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뭐야? 이렇게 간다고?”

[그럼 내가 뭐 생환 기념 파티라도 열어줄 줄 알았니?]

“아니 뭐 난 또 그때처럼 이별의 눈물이라도 흘려줄····”

-콱!

[조 조용히 안 해! 그 입 찢기고 싶어?]

케이람은 순식간에 달려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수치심이 확 올라왔는지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 어디 가서 내가 울었네 마네 이상한 소리 하고 다니기만 해봐! 그땐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와서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라니까!!]

나는 말 없이 고개만 두어 번 끄덕였다·

본의 아니게 금단의 비밀 하나가 생겨버렸군·

[어휴! 그냥 처음부터 확 잡았어야 했는데! 하기야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니? 너무 오냐오냐하게 키운 날 탓해야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

“····”

[····]

“뭐해? 안 가?”

경고도 했겠다 이젠 진짜로 갈 일만 남았을 터인데

케이람은 어째서인지 떠나지 않고 내 눈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래도 서로 흔적은 남겨야겠지?]

그러다 대뜸 음흉한 눈웃음을 지으며 내 얼굴을 부여잡더니

“···흡!”

내 입술에 기습 박치기를 가했다·

아예 안으로 혀까지 집어넣고선 인정사정없이 빨아댔다·

반항할 수 없는 나로선 손으로 애먼 땅바닥만 움켜쥐었다·

[하···!]

이내 만족감을 느낀 그녀는 혀로 본인의 입술을 훑으며 요염하게 웃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뭘 하긴? 당연히 흔적을 남긴 거지!]

“흔적?”

[그래! 네 몸에 내가 있었다는 내 흔적 말이야! 이렇게라도 남겨야지 우리가 서로 함께했단 기억이 더 잘 남지 않겠어?]

그 말과 함께 케이람은 빠르게 안개로 변했다·

[간다 주인아~!]

해맑게 웃으며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다·

손에 쥐고 있던 마검의 본체도 함께·

정말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로군·

-스슥

그런 와중 케이람이 사라진 방향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시안?”

나를 발견하고선 화들짝 놀라는 그녀·

다름 아닌 아린 황녀였다·

“왜 여기 있어?”

나는 산책 중이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럼 황녀님께선 왜 여기에?”

“나도 뭐 그냥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녀는 은근슬쩍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몸은 괜찮은 거야?”

“딱히 큰 이상은 없습니다·”

“신이 사라진 세상이라니· 난 아직도 얼떨떨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분명 큰 혼란이 찾아오겠지?”

“그 혼란을 이겨낼지 말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저희에게 달려있습니다·”

“네 말이 맞아· 우린 분명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아린 황녀는 예상외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보였다·

“넌 이제부터 뭐 할 거야?”

“아직 따로 생각해 둔 건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혹시····”

“황녀님의 사람은 안 될 겁니다·”

단호한 내 대답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너 진짜 웃긴다? 누가 널 내 사람으로 원한대? 나 그 마음 옛날에 접었거든?”

“그 그렇습니까?”

괜스레 머쓱해졌다·

“예전에는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네가 없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뭘··· 하시겠다는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 황제가 돼야지·”

그녀는 눈빛은 무척 확고하면서도 강건했다·

예전의 어리숙하고 미련했던 아린 황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언제가 될진 몰라· 하지만 내가 만약 정말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나 선물 하나만 해줄래?”

“선물 말입니까?”

“응! 나한테 검 하나만 선물해줘·”

나로선 생각지도 못한 요구였다·

“베르트 가문의 자제들은 7살이 되면 검을 선물 받는다고 했지? 그 검을 시작으로 자신과 세상을 지킬 힘을 기르라는 의미로·”

“별걸 다 알고 계시는군요·”

“예전에 아바마마한테서 들었거든· 넌 나에게 황제가 되라고 조언해준 첫 사람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꼭 너한테 받고 싶어졌어·”

황녀는 어린 아이마냥 초롱초롱한 눈을 밝히며 내게 대답을 기다렸다·

“뭐 그러겠습니다· 그게 황녀님께서 원하시는 거라면····”

“고마워 시안!”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벌써 감사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뭐 지금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녀가 정말로 황제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선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 터이니·

나와 아린 황녀는 그렇게 밝은 달빛이 내리쬐는 밤하늘 아래에서

기약 없는 약속을 맺었다·

* * *

1년 후·

우시프 제국 서부 전선 벨리아스·

무지개색 꽃들이 만개한 동산 한 가운데엔 누군가를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세워졌다·

비석엔 ‘윌리어스 베르트’란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그 앞엔 비석의 주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백색 장검이 꽂혀 있었다·

“····”

아린은 그 앞에서 레시무스와 함께 검의 주인을 추모했다·

“율켄 기사에 관한 소식은?”

“제국 곳곳에서 비슷한 자를 봤단 목격담은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아직 확실한 소식은 없습니다·”

“그렇구나····”

아린은 안타까운 눈으로 추모비를 숙연히 바라보았다·

“베르트 공작은 정말 현혹의 힘에 당했던 걸까?”

“예?”

“아니 그냥·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베르트 공작은 정말 율켄 부관에게 반란 세력을 도모하라고 지시한 건지···· 사실은 나를 위한 일종의 시련을 남겨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누구보다 제국과 대륙의 평화를 위해 살았던 베르트 공작이니· 충분히 그랬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레시무스는 아린의 생각에 동의해주었다·

루이넬 황자를 내세운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한 지 어느새 1년·

아린은 루이넬 황자를 포함해 반란에 가담한 귀족들에게 일부 재산과 영지만 몰수하는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

이후 건강상 문제로 더는 황제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디오네 황제는 황위를 양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황제와 민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아린이 새로운 황제 후보로 선출되었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리고 출신이 미천한 그녀를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반란이 일어났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 황제의 대관식으로부터 딱 일주일 남은 시점이 바로 지금·

아린은 앞으로 수행해야 할 자신의 책무를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걱정과 불안이 앞섰다·

허나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기에

“지켜봐 주세요· 베르트 공작····”

아린은 마계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베르트 공작을 향한 맹세를 끝으로 레시무스와 자리를 떠났다·

“앞으론 이렇게 돌아다닐 시간도 없겠지?”

“식사하실 시간도 부족하실 겁니다·”

“나 벌써 겁주는 거야 레시무스?”

“이건 겁주는 축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편한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던 도중

“···?”

아린은 문득 어느 익숙한 인기척을 느끼고선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황녀님?”

“아 아니야 뭘 좀 잘못 봤나 봐·”

헛것을 봤다고 생각한 아린은 다시 가던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어?”

길목 한쪽에 자리한 어느 작은 나무·

그 나뭇가지 아래엔 정체 모를 물건이 끈에 매달려 있었다·

아린은 바로 달려가 그것을 확인해보았다·

“단검인 것 같습니다만?”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단검이었다·

검집을 빼서 날을 확인해보니 떨어지는 나뭇잎도 벨 수 있을 만큼 무척 날카롭게 버려져 있었다·

도신 중앙엔 ‘아린 세벨러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진짜 변하질 않는다니까?”

검의 정체를 깨달은 아린은 돌연 조금 전 인기척을 느낀 방향으로 뛰어갔다·

“화 황녀님? 어디 가십니까?”

당황한 레시무스가 급히 뒤따르며 소리쳤지만 아린은 대답 없이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뛰기만 했다·

마침내 발을 멈춘 곳은 사방이 훤히 뚫려 있는 언덕 위·

저 아래 후드를 뒤집어쓰며 걸어가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선 그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시안!!”

시안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가던 발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선물을 줄 거면 직접 줘야지! 이렇게 말도 없이 두고 가면 어쩌자는 거야?”

“····”

시안은 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눈빛으로 아린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 한결같은 눈빛을 마주한 아린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선물 고마워!”

손을 크게 흔들며 진심 어린 미소와 함께 감사를 전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시안은

“여전하다니까····”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본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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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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