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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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모두를 위한 구원 (2)

대륙 제일의 암살 조직이자 검은 안개를 추종하는 유일한 집단 미스트·

그 미스트의 대원들에게 전수되는 암살비기 암무(暗霧)·

마검을 소유한 자에게만 허용되는 ‘9식: 마검 발현’을 제외하면 비기의 가장 높은 경지는 바로 이 ‘8식: 안개의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듣고 보니 좀 웃기지 않는가?

살육을 밥 먹듯이 하는 암살자에게 구원이라니?

이름이 잘못된 거 아니냐며 의아해할 것이다·

더 웃긴 게 뭔지 아는가?

지금껏 미스트를 거쳐 갔던 이들 중 이 8식의 경지에 올랐던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시리카 당주는 물론 전생의 나조차도 이 비기를 구사해 본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쓸 일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지·

적어도 전생의 난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단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으니까·

누군가는 또 말했다·

구원의 이명은 희생이라고·

자신이 가진 전부를 희생하여 상대를 구원한다·

그 구원엔 어떠한 대가도 보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고 했다·

하지만 저들이 말하는 구원엔 그런 게 없다·

그저 본인들의 이익을 좇는 욕망적인 행위일 뿐·

구원이란 이름을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구원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저버리더라도 모두를 구하겠다는 그런 헌신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어야지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데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그런 미련함의 끝판왕 같은 행위를

내가 하게 될 줄은····

* * *

“구원? 지금 내 앞에서 구원이란 말을 꺼낸 건가요?”

아나스타샤로선 실로 가당치 않은 말이었다·

감히 신이 인정한 구원자 앞에서 구원이란 말을 들먹이다니·

그녀에겐 모욕과도 같은 말이었다·

“당신은 구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습니다! 남을 구원해줄 수 없는 것은 물론! 구원을 받을 수도 없단 말입니다!”

감정이 치밀어오른 그녀의 두 손이 성검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빛의 질서를 농락하고 망가트린 죄를 처벌하기 위한 심판만 있을 뿐!”

심판의 준비를 마친 아나스타샤는 마침내 시안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안은 방어는커녕 피하려는 움직임도 없이 점점 가까워지는 성검과 그 주인을 담대하게 마주하였다·

-푸욱

성검의 금빛 도신이 시안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하였다·

이에 시안의 입에선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것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아나스탸사의 얼굴은 순식간에 미소로 가득해졌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곧 아공간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듯 그 소리는 점차 다른 누군가의 웃음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시안?”

그 바뀐 목소리의 주인은 시안에게 있어 너무나도 절망적인 존재였다·

“너의 안개는 나의 빛을 걷어 낼 수 없다고· 왜? 이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에쉘 베르트·

베르트 공작가의 장남 성검의 전 주인 시안의 절대적 복수 대상 등·

그를 지칭할 수 있는 말은 한없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딱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상황을 만든 근본적인 원흉·

달빛이 유난히도 밝았던 그 날 밤·

한평생 모든 것을 다 바쳐 완성했던 이 구원자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찌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네가 이야기했던 평생을 바친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쓸쓸히 눈을 감은 남자가 바로 전생의 널 말한 것이겠지· 그런 널 뒤통수친 게 나인 것이고·”

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깝구나· 하지만 너에게 그 사실을 부정하진 않겠다· 나 역시 같은 상황에 마주한다면 똑같이 그럴 테니까· 너는 내 진면을 안다고 했지? 그래 맞다! 난 나밖에 보지 않아! 나 이외의 인간들은 내 구원을 완성해주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 아버지도! 황실도! 그리고 너도!”

목소리에 이끌린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핏물이 차올라 붉게 변색된 눈동자엔 에쉘이 아닌 아나스타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나만 묻지·”

시안은 그들을 향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가 지겹도록 말하는 그 구원은 대체 누구를 위한 거냐?”

아나스타샤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야 당연히 모두를 위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제외한···!”

“되도 않는 가식적인 말 할 거면 집어치워·”

시안은 아나스탸샤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너희가 말하는 구원은 전적으로 소수를 위한 것에 불과해· 모두를 위한 구원? 정말 이 세상을 위해서 너희가 가진 전부를 희생할 수 있어? 내가 볼 땐 아니야·”

성검이 관통한 시안의 심장에서 검은 안개가 치솟기 시작했다·

“왜? 니들은 절실하지 않으니까! 너도! 네 안의 그 자식도!”

-콰아아!

치솟은 안개는 빠르게 사방으로 퍼지며 제단 주변을 빈틈없이 덮었다·

“발악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제 아공간은 인간의 힘으론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신이라도 오지 않는 이상···!”

여유에 젖어있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날카롭게 돌변했다·

“이 이 기운은 설마?”

성검을 쥐고 있는 두 손에선 떨림까지 일었다·

이건 단순한 검은 안개가 아니었다·

계승자의 힘을 넘어선 원초적인 힘·

-스스스

피에 젖어있던 시안의 눈은 어느새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

치명상을 입었던 몸도 서서히 안개의 형태로 변하면서 마치 안개와 하나를 이룬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안 베르트! 당신 대체 무슨 짓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나스타샤는 시안을 향해 소리쳤지만

“누가 알았겠어?”

“···?”

“내가 이 머저리 신과 똑같은 짓을 하게 될지?”

시안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화답했다·

구원의 이명은 희생·

여기엔 어떠한 대가도 보장되지 않으면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한때 검은 안개의 신이라 지고의 존재로 군림했던 아에르·

그는 빛의 신 루멘델과 합의를 통해 신의 직함을 버리고 스스로를 인간계로 추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빛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한 수많은 피조물들을 자신이 구원하기 위해·

단지 그 이유 하나를 위해

신의 권위를 버리는 희생까지 감수한 것이다·

언뜻 미련하면서도 어리석은 행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아에르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지금까지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았다·

이렇듯 구원에는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절실함과 전부를 바칠 수 있는 희생의 마음이 따라야지만 이뤄질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자 정상인 것이다·

-화아악!

퍼진 안개가 걷히며 잠시 가려져 있던 안개의 주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아나스타샤는 눈을 의심했다·

그녀의 눈엔 더 이상 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 당신은 기어이?”

힘을 이어받은 계승자가 아닌 진정한 검은 안개 그 자체의 존재·

아나스타샤는 과거 지고의 존재를 처음 마주했던 그때의 전율적인 기분을

“신의 경지에 오른 겁니까?”

지금 시안에게서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니·”

이에 시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난 인간이야· 저 밖에 있는 이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인간·”

“이 인정할 수 없어요! 어떻게 당신 같은 존재를 보고 인간이라는 말을···!”

-푸욱!

현실을 부정하며 발악하던 아나스타샤의 귀로 좋지 않은 소리가 전해졌다·

그녀는 불안에 요동치는 눈동자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검고 붉은빛을 잔뜩 머금은 마검의 칼날·

그 칼날의 끝은 정확히 아나스타샤의 심장과 맞닿아 있었다·

그 아래론 다량의 피가 배와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 말도 안 돼····”

아나스타샤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두 시대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인간임을 자행했던 자신이 이리 간단하게 당해버리다니·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화려한 비기를 쓴 것도

감당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당한 이유는 정말 순수하게

정복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로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경지를 가진 존재에게 정복당한 나머지 저항할 의지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내가 잘못된 걸까요? 아님 이 세상이 잘못된 걸까요?”

영원할 것 같던 빛의 질서가 마침내 검은 안개에 의해 무너져버린 순간·

급기야 모든 것이 허무해진 듯 아나스타샤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너무 기뻐하진 마세요· 당신이 의해 새롭게 만들어질 이 세상의 질서에 희망적인 미래는 없을 테니까····”

죽음이 임박해진 아나스타샤는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부으며 시안을 조롱했다·

“무슨 질서? 난 질서 같은 거 세운다고 한 적 없는데?”

허나 시안은 그 조롱을 비웃음으로 화답했다·

“난 그냥 놔둘 거야· 어차피 놔둬도 알아서 굴러갈 세상인데 뭐하러 귀찮게 질서 같은 걸 세워?”

“무질서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가요? 그건 혼돈으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그 혼돈 속에서 살아남는 게 인간이야·”

아나스타샤의 입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설사 악과 절망으로 물든 세상이라 해도 어떻게든 사는 게 인간이라고· 신? 질서? 그딴 건 이 세상에 필요 없어·”

비록 이 땅이 지고의 존재들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한들 그 속에서 살아가며 발전시키는 건 인간이다·

기존의 질서가 사라지면 잠깐의 어쩌면 긴 혼돈의 시대가 찾아올 순 있다·

허나 그걸 극복하는 건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있다·

설사 극복하지 못해 멸망에 이른다고 해도 이에 관한 책임 역시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만 네놈들의 헛된 환상에서 벗어나·”

-콰직

시안은 심장을 찌른 마검을 무자비하게 비틀었다·

“차라리····”

쿨럭 하고 피를 토한 아나스타샤는 힘겹게 마지막 말을 이었다·

“그냥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게 나을 뻔했네요·”

그 말을 끝으로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떨궜다·

-턱!

허나 시안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 말을 전하지 않았군요·”

지금 시안이 한 말은 이미 숨을 거둔 아나스타샤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아직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또 한 명의 구원자이자 이 모든 사태의 원흉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잘 가십쇼 형님·”

“···!”

“부디 다음 생엔 저와 만나는 일이 없길 바라겠습니다·”

“시이이아아안···!”

피의 범벅된 입에서 분노와 증오에 가득 찬 처절한 울부짖음이 새어 나왔다·

“아예 세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더욱 좋고요·”

“아아아아악!”

그 울부짖음은 머지않아 고통과 절망이 어우러진 비명으로 변했다·

마검에게서 발현된 검은 안개가 마침내 거짓된 두 구원자의 몸을 뒤덮으니

-스스스

안개에 잠식된 빛의 신체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다·

시안은 안개와 함께 흩어지는 빛의 광채를 아늑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토록 갈망하고 염원하던 복수를 끝마친 상황·

[기분이 어때?]

케이람은 언제와 마찬가지로 그런 시안을 향해 소감이 어떤지를 물었다·

시안으로선 뭐라 딱 잘라 답하기 모호했다·

마냥 기쁘다고 할 순 없지만 또 마냥 허무하다고도 할 수 없는 매우 이중적인 기분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아마도

“그냥 울을 순 없으니 웃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을 듯싶었다·

허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초연하게 서 있는 시안의 앞엔 아직 금빛 광채를 내뿜는 성검 듀란다르크의 전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 주인이 모두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에선 아직 건재한 성력이 느껴졌다·

“니들도 작별 인사해야 하지 않아?”

[됐어· 이젠 말 섞기도 지긋지긋하다·]

케이람은 필요 없다며 딱 잘라 사양했다·

허나 이대로 놔뒀다간 자칫 또 다른 골칫거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시안은 성검의 힘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 이번엔 어둠 속성의 마나를 발현했다·

그렇게 발현된 마나 구체를 성검에 대려던 그 순간

-푸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엄습해오는 불안한 기분에 시안은 재빨리 시선을 내려 아래를 보았다·

“···!”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거대한 금빛 광창(光槍)이 몸을 꿰뚫고 있었다·

“기어이 네놈을····”

곧 뒤에선 낯설지 않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득히 전해져왔다·

“내 손으로 처리하게 하는구나! 아에르의 계승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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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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