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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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비밀 속으로 (4)

“여깁니다·”

가파른 얼음 절벽 아래에 위치한 얼음 동굴·

다크 엘프를 처음 목격했다던 지점에서 딱 5분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출입은 허가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서 있는 위치를 넘지 말아 주십시오·”

엘퓨리스는 입구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드래곤의 둥지랍시고 찾아온 이곳·

당연히 내가 갔었던 마리안의 둥지가 아니다·

그냥 대충 근처에 있던 아무 동굴로 데려와 둥지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안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집 지키는 개마냥 서 있는 꼴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내가 수작 부리지 말라며 반응할 순 없겠지·

애초에 난 화이트 엘프 일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외부인에 불과하다·

그런 내가 이곳은 마리안의 둥지가 아니라며 설치는 건 누가 봐도 의심스러울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녀석이 안내한 이 동굴·

드래곤의 둥지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범한 동굴 같지도 않았다·

뭔가 느껴지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은데 거기에 희미하지만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

다시 말해 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곳이란 거다·

일단은 이 엘프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나중에 따로 와서 확인하는 게····

“야·”

“···?”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여태 잠자코 있던 케이람이 갑자기 헛웃음을 내며 말했다·

“여기가 드래곤의 둥지입니다 하면 내가 아 그렇구나 할 줄 알았냐?”

“무 무슨 말을?”

“안에서 신기가 하나도 안 느껴지는데 무슨 얼어 죽을 드래곤의 둥지야?”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록 겉은 인간의 몸이라곤 하나 그녀는 엄연히 신을 힘을 내려받은 신적 존재다·

드래곤 특유의 기운인 신기를 감지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마 마리안님은 우리 일족의 수호자님입니다· 그런 신성한 분의 안식처를 당신들 같은 외부인들에게 알려줄 수 없었을 뿐입니다!”

엘퓨리스는 우릴 경계했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은 것이라며 변명했다·

“그래? 그럼 안에 들어가도 되는 거지?”

순간 엘퓨리스의 눈빛이 크게 요동쳤다·

“왜? 드래곤의 둥지도 아니라며 그럼 들어가도 괜찮잖아?”

그는 대답하지 못해 꾹 깨물었다·

“야· 너 내 눈 똑바로 봐·”

“···!”

“너 새끼 뭐 숨기는 거 있지?”

“그 그런 거 없습니다!”

“없긴 뭘 없어? 과자 숨긴 애 쌔끼마냥 끙끙대고 있으면서! 왜 그냥은 말 못 하겠어? 어디 좀 잘려봐야 입이 열리려나?”

케이람은 당장에라도 그를 수십 조각으로 찢을 것처럼 무지막지한 살기를 뿜어냈다·

그 순간

“키아악!”

갑자기 동굴 안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떤 짐승이나 마수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그야말로 낯선 소리였다·

-탁탁탁

울음소리에 이어 발소리도 들려왔다·

곧 어두운 동굴 너머로 소리의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칼날 같은 손톱과 충혈된 눈을 앞세우며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그들

바로 다크 엘프였다·

“둥지 안에서 다크 엘프가 기어 나와? 너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설명은 나중에! 일단 놈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나는 습관적으로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잡히는 건 먼지뿐·

이런 검이 없다는 걸 순간적으로 망각해버렸다·

-쐐액!

그 잠깐 사이에 케이람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런 느려빠진 놈들이야 그냥 찢어 버리면!”

순식간에 검을 꺼낸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공간을 단숨에 갈랐다·

하지만

-휙

“···!”

다크 엘프의 목은 갈라지지 않았다·

검이 휘둘러진 순간 몸을 숙여 피해버린 것이다·

“이 새끼 봐라?”

케이람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밝히며 추가로 연격을 가했다·

-휙 휙

허나 그마저도 다크 엘프는 전부 피해버렸고

“카악!”

케이람을 향해 손톱을 휘두르며 반격까지 가했다·

낮에 마을 앞에서 봤던 다크 엘프들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재밌네? 느려터진 아까 놈들이랑은 다르다 이거지?”

달라진 속도와 분위기에 오히려 재미를 느꼈는지 케이람의 입엔 미소가 만연했다·

“빙결의 대지(Frozen Land)!”

그 순간 등 뒤에서 마법의 주문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발아래로 시린 냉기가 분출되었으며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곧 두 발이 땅과 일체가 된 듯 붙어버리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움직임을 봉쇄당한 건 케이람도 마찬가지·

덩달아 주위에 있는 다크 엘프들의 발도 얼어붙었지만

-콰장창!

그들은 금세 빙결을 깨고 나와 다시 케이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에잇!”

엘퓨리스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달아났다·

“어디서 잡스러운 짓을!”

케이람은 빙결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허나 얼어붙은 발을 억지로 떼려 했다간 자칫 두 발이 절단될 수도 있기에 그녀를 말려야 했다·

“진정하십시오! 그러다 다리가 절단됩니다!”

“알 게 뭐야! 내 몸도 아닌데!”

막무가내인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군·

우선 마법으로 내 다리부터 먼저 해동시켰다·

“야! 넌 빨리 가서 그 새끼 잡아! 이놈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라니까!”

그녀는 도망친 엘퓨리스를 추적하라고 했지만

그 말을 들을 내가 아니지·

나는 엘퓨리스가 아닌 케이람을 향해 질주했다·

“잠시 빌리겠습니다·”

“···!”

그러곤 그녀가 쥐고 있던 마검을 탈취해 다크 엘프들에게 돌진했다·

-쐐액!

케이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지만 다크 엘프는 그마저도 무리 없이 회피했다·

피한 순간 녀석의 눈동자를 보았다·

0·1초도 안 되는 그 시간 속에서 놈의 눈동자는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아무래도 그 짧은 틈에 내가 검을 휘두를 동선을 예측하고 피한 듯 보였다·

선을 넘는 수준의 반응속도로군·

허나 그 반응도 결국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지 행동으로 이어지는 법·

그 시야를 막아버리면 아무리 반응속도가 빠르다고 한들 무용지물이다·

“암무 7식: 시야 차단!”

술식을 읊자 검을 들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검은 안개가 모여들었다·

나는 모인 안개를 공처럼 쥐고선 곧바로 달려드는 다크 엘프들을 향해 던졌다·

-화악

이내 응집되어 있던 안개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다크 엘프들의 얼굴을 덮쳐버렸다·

“키에엑!”

졸지에 앞이 안 보이게 된 다크 엘프들은 몸을 허우적거렸다·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쐐액

시야가 막혀버린 마당에 반응속도가 좋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놈들은 내 검격에 전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버렸다·

-화르륵

점화 마법(點火)을 통해 바로 뒤처리까지 이어나갔다·

“····”

그런 나를 바라보는 케이람의 표정은 단연 충격 그 자체·

회귀 후 그녀를 신전에서 처음 재회했을 때 짓던 표정과 비슷했다·

일단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빙결 마법부터 풀어주었다·

“너 새끼 진짜 죽고 싶어?”

그러자 바로 내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렸다·

“감히 허락도 없이 내 본체 손을 대? 네 사지를 갖다가 수십 조각으로 찢어버려 줄까? 어디 근본도 모르는 놈이 날···!”

-스윽

나는 말없이 그녀에게 검을 되돌려 주었다·

검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던 케이람은 이내 칫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발은 괜찮으십니까?”

“신경 꺼 이 새끼야!”

절뚝거리는 모습이 꽤나 신경 쓰였지만 더 건드렸다간 진짜로 날 찢을 것만 같았다·

“키에엑!”

그때 동굴 안에서 또 한 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전해진 곳에 시선을 집중했지만 방금처럼 또 뭔가가 다가오거나 하진 않았다·

“안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뒤통수를 치고 도망친 엘프 놈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왜 이 동굴에서 다크 엘프가 나타났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케이람은 내 의견이 못마땅한 듯 나를 사납게 노려보다가도

“넌 이 일 끝나고 보자·”

그 한마디를 던지며 나를 쌩하고 지나쳤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묵묵히 뒤따랐다·

* * *

“헉! 헉!”

차디찬 눈길 위를 다급히 달리는 엘퓨리스·

혹시나 누가 쫓아올까 싶어서 뒤를 수시로 돌아보았다·

“우왓!”

그러다 발을 헛디뎌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날카로운 눈에 피부가 쓸린 나머지 팔등이 쩍 하고 벌어져 붉은 피가 스며 나왔다·

급하게 몸을 추스르고 다시 달아나려는 순간

-저벅

그의 앞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이가 가까워지고 있단 사실에 엘퓨리스의 숨은 점점 더 거세졌다·

매몰아치는 칼바람 속에서 다급한 숨소리만이 울리는 가운데

“····”

마침내 엘퓨리스 앞으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그녀를 마주한 엘퓨리스의 얼굴엔 순식간에 환희가 번졌다·

“오 오셨군요!”

금빛 장발 머리를 고고하게 휘날리던 여인은 은은한 미소를 품으며 엘퓨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말없이 그의 벌어진 상처를 치유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구원자시여!”

몸을 숙여 감사를 표하던 엘퓨리스는 이내 황급히 고개를 올렸다·

“한데 일이 좀 생겼습니다! 지금 프루이나에 다크 엘프들을 조사하겠답시고 그들이····”

“마검의 주인이 온 것이죠?”

여인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눈웃음을 지었다·

“마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검은 안개의 신이 생각보다 빨리 눈치챘네요· 설마하니 마검의 주인을 직접 보낼 줄이야· 하기야 이젠 마검의 주인도 아닌 마검의 본성 그 자체라 해야겠지만····”

여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엘퓨리스는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당신은 당분간 마을로 돌아가지 말고 어디 숨어 있으세요· 일이 끝나면 제가 다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구원자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한데 마검의 주인 외에 한 명 더 위험한 존재가 있습니다!”

“위험한 존재요?”

“예! 처음엔 그저 수하인 줄로만 알았는데 뭔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다크 엘프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은 것도 모자라 느껴지는 기운이 굉장히 불길합니다· 어쩌면 마검의 주인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그런 존재가 그녀 옆에 있었단 사실은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의문이 들면서도 흥미로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입술을 매만졌다·

“뭐 아무튼 알겠습니다· 기억해두도록 하죠·”

여인은 그 길로 엘퓨리스를 지나쳤다·

“루멘델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엘퓨리스는 그런 여인의 뒤를 바라보며 빛의 신을 향한 찬사를 올렸다·

“주인을 잃은 검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할지 참으로 기대되네요·”

-후우웅

“그렇지 않나요? 듀란다르크?”

여인의 물음에 응답하듯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린 장검에서 순간 금빛 광채가 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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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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