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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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원하지 않는 도움 (2)

창문 사이로 붉은 노을빛이 스며들었다·

하스티아는 그 빛 아래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꼬옥 감긴 두 눈 안에선 형체가 정확하지 않은 다수의 영령이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화이트 엘프로서의 자각을 잊기라도 한 건가요 하스티아?)

‘그렇지 않습니다·’

(한데 왜 아직 프루이나로 돌아가지 않고 인간들의 영지에 있는 거죠?)

‘은혜를 입은 분의 안위를 확인하기 전까진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전 지금 여러분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거예요·’

하스티아는 시종일관 굴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대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젠 단념해야 할 때가 왔어요· 프루이나에서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일족원의 마음도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일족원이 언급되자 하스티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 하지만···!’

(그만 거기까지· 더 말을 이으려 하지 마세요·)

영령이 말을 끊어내니 하스티아는 그대로 감응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의 일탈 행동은 저희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일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주세요 하스티아·)

‘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

(지금 당장 프루이나로 돌아가세요·)

이미 예상한 일이라는 듯 하스티아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단 함께 데려가야 할 존재가 있습니다·)

허나 동행자가 있단 말엔 눈을 번뜩이며 반응했다·

‘누굴··· 말인가요?’

(시안 베르트·)

그 떠진 눈은 이내 놀람과 당혹스러움의 뒤엉키면서 크게 요동쳤다·

‘시 시안님을 프루이나엔 왜?’

(신께서 그걸 원하고 계십니다·)

곧이어 소울 스톤을 붙잡은 하스티아의 두 손 또한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 * *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밤이 찾아왔다·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건만 마왕과의 마지막 일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뭐 그래도 뒤끝을 남기고 오는 것보단 낫지·

확실하게 끝을 맺고 왔으니 내가 다시는 인계를 넘어 마계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다·

뭐 그건 그렇게 정리가 됐다 치고·

이건 뭘까?

경계문으로부터 약 20m 정도 떨어진 위치·

대충 문밖에서 풍기는 인기척으로 보고 판단하건대 저 너머엔 병력이 얼마 없다·

이 정도면 뭐 분대급도 안 되겠는데?

그래도 혹시 내가 잘못 감지한 것은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너머를 확인해 봤지만

느낀 그대로다·

열 명 남짓의 최소 경비병력만 존재할 뿐 그 외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급하게 병력을 어디로 이동하기라도 한 건가?

요상한 상황이긴 해도 내게는 오히려 다행인 일이다·

기사들의 감시를 피해 슬그머니 경계문에서 빠져나온 나는 바로 벨리아스 내부로 이동했다·

[인계의 평화를 지킨 구원자인데 환영이 너무 박한 거 아니니?]

구원자는 개뿔·

오자마자 포박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케이람의 조롱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일단 벨리아스에 있는 황실 소유의 저택으로 향했다·

일단은 상황을 보기 위해 정문 쪽으로 와봤지만····

이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황녀가 상주하고 있는 저택치고 병력이 너무 없다·

정문뿐만이 아닌 후문 내부 그 외에 다른 구역까지 그야말로 허술할 지경이다·

저 안에 정말로 황녀가 있다면 이럴 순 없겠지·

뭐지? 설마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가?

경계문에서 피어오른 작은 호기심이 서서히 불안감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겠지·

-슈욱

“음?”

“무슨 일이지?”

“아 아닙니다· 방금 뭔가 지나간 것 같아서····”

나는 큰 어려움 없이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저택 안으로 침투했다·

일단은 아린 황녀의 상태만 즉각적으로 먼저 확인한다·

무사한 것만 확인되면 그 다음엔 바로····

“하압!”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익숙한 기합 소리에 절로 시선이 돌아갔다·

저런 우렁차면서도 속이 빈 것 같은 기합을 낼 수 있는 남자는 내가 아는 인가 중 단연 한 사람밖에 없다·

“후욱! 후욱!”

차디찬 밤공기를 반으로 가를 듯한 날카로운 검기·

아니나 다를까 수련 중인 브라이언이었다·

그 외에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선 바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누 누구···!”

기척을 감지한 브라이언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도련님?!”

그러다 내 얼굴을 마주하고선 급히 몸을 엎드렸다·

“도 돌아오셨군요! 무사히 귀환하셔서 다행입니다!”

얘는 진짜 이런 거 부담된다니까·

“알았으니까 입 다물고 일어나·”

브라이언은 그 한 마디에 잽싸게 일어났으며 감정이 폭발하기라도 했는지 눈시울이 점차 붉어지기 시작했다·

괜히 이상한 분위기에 엮이긴 싫기에 바로 화제를 돌렸다·

“왜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냐?”

“그게 황녀님께서 황실 소유 저택에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도련님께서 부재하신 상황에 저희끼리 베르트 저택에 있는 것도 곤란한 터라····”

뭐 그건 그렇겠지·

그 머저리 크란츠와 마가렛 공작부인이 내 사람들을 반길 리는 없다·

“황녀님은?”

“무사히 귀환하셨습니다! 나나와 에밀리님도 지금 저 안에서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일단 무사 귀환은 했다 이건가?

“근데 왜 이렇게 병력이 없어? 황녀님도 저기 계신 거 아니야?”

“아 그건 그러니까····”

녀석은 잘 대답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뜸을 들였다·

“벨리아스로 귀환하시자마자 바로 황성으로 복귀했습니다·”

“바로? 뭐 때문에?”

“그 그게 황제 폐하의 몸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오래 비우시기도 했던 만큼 빠른 귀환을 결정하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련님께서 돌아오시면 미안하고 고맙단 말을 꼭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원한다면 이 황실 저택에서 편히 쉬셔도 된다고····”

황제의 병이 다시 도졌다 이건가?

그래 뭐 그런 이유라도 충분히 이해되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황녀님이랑 같이 돌아간 거야?”

“아 아닙니다· 루나브님이랑 세트님 같은 경우엔 아직 벨리아스에 남아 계십니다·”

지금의 나로선 딱히 만나 봐야 귀찮아지기만 하겠지·

얼굴 안 보고 조용히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하스티아는? 하스티아도 여기 있어?”

“하스티아님 말입니까? 예· 에밀리님 방에 함께 있습니다·”

“그럼 너 가서 걔만 조용히 데려와· 내가 왔단 말은 하지 말고·”

“예?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스슥

더 말을 이을 필요도 없이 다른 방향에서 느낀 인기척에 나와 브라이언은 자동으로 고개를 돌렸다·

“갈 필요 없을 것 같네·”

찾으려는 사람 아니 엘프가 알아서 와줬으니·

‘잘 다녀오셨나요 시안님?’

소울 스톤을 두 손에 꼭 쥔 하스티아가 내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나는 그 즉시 그녀와 단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나랑 프루이나 좀 가자·”

‘···!’

놀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 외로 반응이 더 민감했다·

‘프 프루이나엔 무슨 일 때문에 가시는 거죠?’

딱히 속일 이유도 없는 만큼 데빌 드래곤의 우두머리와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

‘즉 시안님께선 지고의 존재님들로부터 살아날 길을 찾기 위해 프루이나에 가려 하신단 거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하스타에에게 달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엄연히 신의 보호를 받는 자·

신의 눈엣가시와도 같은 나를 도와줘 봐야 좋을 일은 없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나도 도움을 받고 싶다는 건 아니다·

어차피 프루이나로 가는 거 가는 길에 그냥 얘까지 겸사겸사 데려다주려는 것뿐이다·

그 이후엔 내가 알아서····

‘네 좋아요!’

“···?”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전부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으며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정말 괜찮냐며 몇 번을 더 물었지만 하스티아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새벽에 다시 보자는 말과 함께 그녀를 돌려보냈으며 바로 브라이언이 있는 곳을 되돌아갔다·

“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익숙하잖아· 새삼스레 뭘 그래?”

“그야· 그렇지만····”

“마음 쓰게 해서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벨리아스까지 오게 하고·”

“다 당치도 않습니다 도련님!”

브라이언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그런 그에게 피식 웃음을 날리며 나는 몸을 돌렸다·

“어 어디 가십니까?”

“집에· 잠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누 누구를?”

당연하겠지만 크란츠나 공작 부인을 만나러 가는 건 아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내게 원하지 않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해야겠지·

* * *

공허함과 울적함이 감도는 야심한 밤·

주인이 사라진 빈방에 홀로 있는 엘리스·

창가에 몸을 기대며 방의 전경을 보는 그녀의 눈엔 깊은 우울과 쓸쓸함이 담겨있었다·

-끼익

그러다 갑자기 열려버리는 문·

예상치 못한 방문에 놀란 반응을 보인 것도 잠시

“어서 와 시안·”

엘리스는 곧 태연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해주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안의 눈은 평소와 다르게 조금 날카로워 보였다·

“눈빛이 너무 무서운걸? 그래서야 왠지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같잖아?”“····”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느낌이 그럴 것 같았습니다· 저도 저택에 오자마자 들른 곳이 바로 여기였으니까요·”

두 남매가 자리한 곳은 베르트 가 저택에서도 최상층에 있는 가주 윌리어스 베르트의 방이었다·

“후훗· 역시 가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네· 이렇게 통하는 게 있····”

“왜 그러셨습니까?”

시안이 말을 끊는 데에 이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이니?”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할 일을 하자고 한 건 누님입니다· 이게 누님이 말씀하신 각자의 일입니까?”

시안의 독기 서린 물음에도 엘리스는 말없이 시안의 눈을 바라만 보았다·

“긴말 않겠습니다· 에쉘 아니 형님을 어디에 두셨습니까?”

“어디에 있는지 말하면 그 다음은 어쩔 생각이니?”

만약 저 질문을 다른 사람이 묻는다면 시안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말했을 것이다·

죽일 거라고·

하지만 엘리스의 앞에선 차마 그러지 못했다·

“죽일 거니?”

그 답을 했을 때 이어질 다음 질문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자는 제국과 황실을 능멸한 죄인입니다· 거기에 우리 가문과 아버지도····”

“그건 이전의 일이잖아·”

시안은 입은 그대로 다물어졌다·

“넌 이전부터 에쉘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했던 거 아니니?”

“····”

“7년 전 전선에서 나를 구해준 그 이전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넌 그 사람을 죽이려 했던 거잖아·”

“····”

“심지어 오라버니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네가 왜 그토록 자신을 증오하는지····”

닫혀진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그런 시안을 향해 엘리스는 거듭 말을 이어 나갔다·

“너에게 설명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도 더 기다려줄 수 없어· 그러니 선택해줘 시안·”

“무얼 말입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너에 관한 모든 비밀을 말해줘· 이쯤이면 말해줄 때도 됐잖아?”

“다른 선택지를 주십시오·”

시안은 지체 없이 바로 뜻을 밝혔다·

아직은 그녀에게 말해줄 수 없다는 뜻을·

“그게 싫으면····”

허나 엘리스는 그 선택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제 그만 모든 걸 내려놔 줘 시안·”

“···!”

“여기까지만 하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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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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