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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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아카데미로 (3)

“주인장! 여기 통돼지 구이 추가!”

“우리 테이블 술 떨어졌어! 얼른 갖다 달라고!”

왁자지껄 분위기 속 취기 오른 남성들의 거친 술판이 오간다·

열한 살 소년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지만 상관없다·

이 나라는 미성년자라 해서 술을 못 먹게 할 만큼 박한 곳이 아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대충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약속된 것 마냥 수십 개의 시선이 나를 향해 돌아선다·

나 또한 테이블에 앉은 그들의 모습을 쭉 훑어보았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수수한 검과 갑옷들·

의뢰일로 먹고사는 흔한 용병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 도련님께서 올 만한 곳은 아닌데?”

붉은 실크 옷을 입은 성인 여성이 주문을 받으러 다가왔다·

나이는 이십 대 후반 정도?

푹 파인 가슴골이 눈길을 가게 했지만 별로 의식하진 않았다·

“술 마시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주문하실 건가?”

다소 귀찮음이 느껴지는 딱딱한 어조였다·

“물론이지· 여기서 제일 자신 있는 걸로 하나·”

나는 내색하지 않고 품에서 금화 한 닢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음?”

동전을 받은 여성의 눈이 한순간 번뜩였다·

“이 이거면 음식 하나가 아니라 여기 음식 전부를 사고도 남으실 것 같은데···?”

“그럼 곁들일 음료라도 하나 주던지 나머진 팁·”

팁이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돈 좀 쓰실 줄 아는 도련님이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

어느새 톤마저 변한 그녀는 금세 주방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변인들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향했다·

일부는 나에게서 돈 냄새라도 맡은 듯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부유한 집의 자제분께서 도시 견학이라도 오셨나?”

급기야 건너편에 있던 한 남성이 내 테이블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용병이었다·

오죽하면 내 앞에 앉을 때 테이블이 덜컹하고 흔들릴 정도였다·

“앉으라고 한 적 없는데?”

근데 보기보다 땀 냄새가 굉장히 역하다·

오늘 씻기는 한 건가?

“딱딱하게 굴긴! 곱상한 얼굴에 멍이라도 몇 개 만들어 주고 싶구먼! 쿠하하!”

저걸 지금 개그라고 한 건가?

혼자 쳐 웃고 있는 면상을 보고 있자니 멍은 내가 만들 것만 같았다·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시나 본데· 돈이란 건 말이야 자고로 쓸모가 있는 데 써야 가치가 있는 법이야! 저런 가슴이나 흔드는 계집한테 팁이나 주라고 있는 게 아니거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군·

“게다가 지금 같은 시국에 호위병도 없이 홀몸으로 다녔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객사하는 수가 있어! 어떤가? 목적지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가는 길 위험하지 않게 날 고용해보는 건?”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기사들이 차출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저질 용병도 쓰는 데가 있나?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놈이었다·

“어린 공자님이기도 하니 내 특별히 싸게····”

“꺼져·”

주변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뭐라 했수?”

“꺼지라고· 내가 네 면상 보면서 밥 먹고 싶진 않거든?”

용병의 얼굴이 돌연 붉게 달아올랐다·

“혀 좀 놀리시는 도련님이구먼? 근데 말이야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잘못하면 그 곱상한 얼굴이 뭉개지는 수가 있어?”

녀석은 되지도 않는 살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그냥 요기나 좀 때울까 해서 왔더니만 뭔 같지도 않은 놈이 내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두 눈을 찔러 산 채로 파내 입안으로 던질지 아님 손가락을 비틀어 뽑은 다음 몸 안에 구멍이란 구멍에 죄다 쑤셔 넣을지 나름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뭘 하든 내 손만 더러워질 것이다·

그런 손으로 밥을 먹고 싶진 않기에 나는 말없이 용병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맹수는 본디 같은 맹수를 만나면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는다·

서로 간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포식자의 살기를 비교하되 먼저 한계를 느낀 쪽이 꼬리를 내리고 물러난다·

그게 인간이라고 다를까?

이런 맹수 같지도 않은 덩치 큰 미물 따위 진짜 살기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다·

-스스스

서서히 치솟는 붉은 기류에 머리카락이 넘실거렸다·

주변을 장악한 살기에 곧 공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았다·

“···!?”

기에 밀린 녀석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파르르 떨리는 동공과 뺨을 타고 흐르는 한 줄기의 땀이 녀석의 초조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멀쩡한 사지를 찢기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꺼지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 것이다·

“이 이거 식사를 방해해서 미안하게 됐군····”

용병은 비굴한 사과와 함께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본인 자리로 되돌아가나 싶더니 급기야 도망치듯 주점 밖으로 빠져나갔다·

생각보다 더 푼수인 놈이었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주문을 받았던 여성이 어느 샌가 음식과 함께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지금 저 양아치 놈을 돌려보내신 거예요?”

“그냥 알아서 가던데?”

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저놈 이 근방에서 유명한 놈이에요! 외부에서 온 부호들에게 접근해서 하루 잠깐 곁에 있어 주고는 호위 대금을 왕창 요구하죠!”

음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요기를 해결하기 위함이니까·

나는 말없이 식사 준비를 하였다·

그녀가 내온 음식은 향긋한 냄새와 안에는 큼지막한 고기가 여러 개 들어가 있는 스튜와 생과일 주스였다·

“제가 특별히 주방 언니한테 부탁해서 고기 좀 많이 넣어 달라고 했어요! 어디서 맛볼 수 없는 사페른의 명물이라고 불릴 정도니까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뭐 그건 먹어봐야 알겠지·

적당히 한 숟갈을 퍼서 입안으로 넣었다·

고소한 버터와 쫄깃하고 통통한 고기의 살집이 어우러져 꽤 조화로운 맛을 내었다·

나는 별다른 감상 없이 묵묵히 입안으로 고기를 집어넣었다·

“근데 손님은 진짜 혼자 다니시는 거예요? 요즘 같은 시국에 귀족이 호위병 안 달고 다니는 것도 드문 데?”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

굳이 필요하다면 마부 정도나 필요하지·

“그래도 한두 명쯤은 데리고 다니시는 게 좋을 걸요? 다른 것도 아니고 지금 나라에 무시무시한 암살자들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암살자라는 말에 순간 멈칫했다·

“암살자?”

재화가 아닌 살생을 목적으로 한 놈들이 나타났다는 건가?

“혹시 그 암살자라는 놈들 조직 이름을 알아?”

“이름이요? 미···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때마침 심부름을 시켰던 브라이언이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여 여기 계셨군요 도련님!”

나를 한참 찾아다닌 듯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얘 마실만 한 걸로 한 잔만 갖다 줘·”

“네 그러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문을 받은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해? 앉아?”

“가 감사합니다!”

멋쩍게 눈치를 보던 브라이언은 이내 자리에 앉았다· “알아보라 한 건?”

여관에 도착해 짐을 풀은 뒤 어색하게 서 있는 그에게 임무(?) 하나를 던져주었다·

제국에서 지금 왜 그리 호위병들을 찾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 오라는 것·

녀석은 꽤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사페른뿐만 아니라 현재 제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일이라 그런지 거리의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더군요·”

거리의 애들도 알고 있었을 정도라고?

그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를 내가 몰랐다고 생각하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었다·

“대충 듣기론 무슨 암살자들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맞아?”

“예 미스트라고 하는 살수 집단이····”

-퐁당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스튜 속으로 빠져버렸다·

무감각했던 두 눈이 한순간에 뜨였으며 나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브라이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무 무슨 문제라도?”

“너 미스트가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나는 정제된 시선으로 되물었다·

“그 그야 워낙 유명한 조직이지 않습니까? 수십 년 전 ‘신도 대학살 사건’ 이후 안개 신의 분노를 이어받은 일부 신도들이 살수 집단을 조직해 대륙의 귀족들을 암살하고 다녔었던····”

맞다·

허나 이것은 표면적으로 알려진 사실·

물론 저 안에서도 왜곡된 게 있긴 하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뭘 근거로 그놈들이 나타났다는 거야?”

“사 사람들이 말하길 그들이 죽인 시체는 항상 수십 개의 단위로 토막 나 있었고 그 주변엔 검은 안개가 드리워졌었다 합니다· 게다가 죽은 이들은 대개 비리를 저지른 관리나 귀족들이었고 이는 과거에 모습을 감췄던 그들의 행적과 흡사했다고 합니다만···”

때마침 마실 걸 내오던 점원도 옆에서 거들었다·

“네 맞아요! 그래서 요즘 도시 주변에 호위병들이 많아진 거예요! 돈 좀 있는 부호나 귀족들이 자기를 지키겠답시고 물불 안 가리고 고용하던걸요? 오죽하면 여기 영주까지도요·”

잠시 수저를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 생각에 잠겨보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의외의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평소라면 뒤도 안 보고 지나쳤겠다만 공교롭게도 이것은 내가 단순히 넘길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뭐 해결하는 방법이야 간단하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된다·

-스윽

나는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 가십니까?”

“마실·”

가기 전 반쯤 남은 스튜 그릇을 그대로 브라이언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맛있는 것 같긴 한데 내 미각으론 못 느끼겠더라·”

어리둥절한 브라이언과 점원 여성을 놔둔 채 난 유유히 주점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온 거리엔 음산한 한기가 나돌고 있었다·

* * *

“누가 왔다고? 베르트 공작의 아들?”

술잔을 굴리던 민머리의 남성이 반쯤 떠진 눈으로 물었다·

“예! 로얄 아카데미로 가기 위해 들렀다고 합니다·”

“아 그 베르트 공작가의 무능아를 말하는 모양이군· 뭐 근 1년 사이엔 전선을 들락날락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던데 됐어 내 알 바 아니야·”

남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보다 새로 알아보라 한 건 어떻게 됐어?”

“그게 열정과 성의를 다해서 타국의 용병들까지 샅샅이 뒤져서 추리고 있긴 합니다만···· 영주님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무리하게 호위병을 증원하시면 영지 운영에도 영향이····”

“왜? 너도 그냥 내가 그놈들한테 뒤졌으면 좋겠냐?”

“아니 그것이 아니고····”

-퍽

“으갹!”

남성이 던진 술잔에 머리를 맞은 시종은 뒤로 고꾸라져 버렸다·

“내가 고작 내 목 하나 지키자고 호위병을 고용하는 줄 알아? 고작 미천한 암살자들 따위가 무서워서 떨기만 하면 뭐할 건데? 직접 잡아 족쳐서 본때를 보여줘야 얼씬도 하지 않지!”

“여 영주님의 심오한 뜻을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시종은 아파할 틈도 없이 고개를 숙이며 빌었다·

“알았으면 토 달지 말고 내일까지 내가 불러놓은 인원으로 맞춰놔! 주변 놈들 입단속 단단히 시키고!”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시종은 피가 흐르는 상처를 부여잡으며 재빨리 방에서 나갔다·

홀로 남은 영주는 탁자 위에 술을 거칠게 들이부으며 욕설을 남발했다·

“등신 같은 놈들· 지금껏 지들 배불려 먹게 해준 게? 내가 죽으면 뭐 니들이 그 자리를 이을 것 같냐?”

영주는 흔들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사페른의 영주 파콰론이야! 검은 안개의 추종자? 어디 올 테면 와보라지! 네놈들 육신을 싹 다 찢어다가 솥에 부어 내 술안주로 삼아줄 테니까! 쿠하하!”

인사불성으로 취한 영주는 방안을 이리저리 활보하며 갖은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지랄·”

순간 방 어딘가에서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오싹함을 느낀 영주는 고함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획획 고개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다만 방 모퉁이로부터 낯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어느새 영주의 주위를 감싸 안고 있었다·

“히이익!”

영주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갔다·

-쾅쾅쾅

“뭐야? 왜 안 열려!”

방문은 어느 샌가 잠겨있었으며 암만 고함을 질러도 밖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야! 아무도 없어? 빨리 와보란 말이야! 그놈들이 나타났다고! 검은 안개의 추종자들이···!”

짧은 격음과 함께 영주의 몸이 시체마냥 축 늘어졌다·

잠시 후 그의 몸은 무언가에 의해 질질 끌리더니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공허해진 방안엔 빈 술병만이 나뒹굴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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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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