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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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Last Chance (2)

아직 치명적인 마기를 뿜어내는 사검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시안과 벨카리온·

벨카리온은 미심쩍은 눈으로 시안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너 맞냐?”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는지 시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뭐 너의 그 익숙하면서도 음침한 눈을 보아하니 얼추 맞는 것 같네·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누나인지 뭔지 갑자기 싸우다 말고 웬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서는····”

“다시 나타날 일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안심이고 뭐고 어차피 이젠 상관없는 일이니 그건 접어두고· 우리 못다 한 일 처리는 마저 해야지? 너희 인간이 내 땅에 넘어와 학살을 저질렀단 사실은 너와 내가 혈전을 멈췄다 해도 없어지지 않아·”

시안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봤을 때 그 학살을 벌인 인간들이 너희와 관련이 있던 건 아니잖아? 오히려 저 여자애들이 마족들을 대피시키고 학살을 막으려 했다는 증언도 있으니· 내가 너희에게 힘을 쓸 이유는 없다고 봐야겠지·”

거기서 끝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시안은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 에쉘 베르트· 그놈만 내게 넘겨라·”

“····”

“더 이상의 협조도 필요 없어· 여기 숨은 쥐새끼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희는 내 땅에서 그만 설치고 이제 꺼져·”

“싫다면?”

“내가 기껏 생각해낸 최상의 판단을 거부하지 마라· 나도 여기선 더 양보 안 한다·”

벨카리온의 눈엔 어느새 거센 독기가 품어져 있었다·

이 사태의 원흉인 에쉘 베트르만큼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심판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이기도 했다·

이에 시안은 내색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덤덤하게 말했다·

“그놈을 넘길 수 없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말해봐· 일단 들어는 볼 테니까·”

“첫째· 난 아직 그놈이 어딨는지 모른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놈을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둘째····”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시안은 벨카리온과 거리를 좁혔다·

“에쉘 베르트는 내 삶의 이유와도 같은 놈이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벨카리온은 미간을 좁혔다·

“난 그놈을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그놈에게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최악의 고통을 주는 것을 평생의 목적으로 삼으며 살아왔다· 그런 놈을 이제 와 너에게 넘기라고 말할 생각이라면····”

시안은 눈은 이내 바닥에 꽂혀 있는 사검에게 향했다·

“차라리 이 검을 다시 뽑아서 나를 죽여라· 그전까진 네놈에게 넘길 일은 없다·”

설사 마왕이 아닌 신이 넘기라 해도 소용없다·

적어도 본인이 이 세상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존재하는 한 에쉘 베르트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일 것임을 시안은 이미 여러 번 다짐했었다·

“이 검을 다시 뽑으라 했냐?”

그 말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듯 벨카리온 바로 사검의 검자루를 쥐었다·

“이놈 아까부터 계속 소리치고 있어· 같잖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모조리 다 죽여버리라고· 솔직히 그편이 나도 생각할 필요 없고 편하긴 해·”

딱히 못 할 일도 아니란 걸 벨카리온은 기세를 뿜으며 증명했다·

“근데 그러는 거 자체가 그 에쉘이란 놈이 원하는 일이라며? 그놈 좋을 일을 내가 해줄 이유는 없잖아?”

그러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너도 어디 있는진 모른다고 했으니까 그냥 먼저 찾는 놈이 죽이기로 하자· 너 하나만 딱 남고 네 일행은 전부 인계로 돌려보내·”

“받아들이지·”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같은 사냥감을 쫓기로 하되 먼저 찾는 쪽이 임자가 되기로 한다·

만약 서로가 그 사냥감을 동시에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조금 전의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무방했다·

“아이고 난 그럼 먼저 일어나야겠다· 다시 말하는데 나도 그놈 포기한다· 부디 내가····”

-쑤욱

벨카리온은 일어나는 동시에 사검을 회수했다·

“너에게 또 이 검을 휘두르는 일은 없길 바란다·”

시안은 대답 없이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렇게 협상을 끝내고 벨카리온이 먼저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내가 오기 전에 당신과 싸웠던 인간들은····”

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부 어떻게 됐지?”

“네가 오기 전의 인간들? 왜? 너랑 관련 있는 인간이라도 있었냐?”

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답을 들을 필요가 있냐? 너도 이미 예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다 죽였다는 거군· 알겠다·”

그 말을 끝으로 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시안을 벨카리온은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내 이름은 윌리어스 베르트! 대륙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명예를 걸고 마왕 그대를 상대하겠다!’

“윌리어스 베르트· 그리고 시안 베르트····”

벨카리온은 평소 본성에 잠식되었을 땐 이전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잘 기억하지 못했다·

허나 이번만큼은 자신을 향해 당당히 외쳤던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꾸만 맴돌았다·

“대체 넌 얼마나 이성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냐?”

그러면서 시안을 못내 경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벨카리온이었다·

* * *

[슬슬 입 좀 열지?]

“뭘?”

[이 소리 안 들려? 지금 내 속이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고! 호기롭게 먹어치우라 할 땐 언제고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야?]

“네가 내 영혼을 제대로 처리 안 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

[이게 날 뭘로 보고! 내가 이 짓거리 처음 하는 줄 알아? 너 아니어도 예전에····]

케이람은 말을 잇다 말고 이를 아득 갈았다·

[난 실수 같은 거 안 했어! 네 영혼을 형체도 안 남게 잘근잘근 조각낸 다음 네 몸을 완전히 차지했었다고! 그 조각났던 영혼이 다시 맞춰져서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그런 최후의 수가 있었다면 나한테 미리 얘기라도 해야···!]

“내가 한 거 아니야·”

[뭐?]

“내가 한 거 아니라고· 내 최후의 수는 그냥 너한테 모든 걸 넘기는 거였어·”

케이람은 내게 어이없다는 시선을 쏘아붙였다·

[그럼 누가 널 돌아오게 했단 거야? 신?]

“신··· 이라고 봐야겠지· 그걸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만·”

어쩌면 그 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 딱히 복잡하게 머리를 굴릴 필욘 없겠지·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걸 알 터이니·

일단은 당장 벌였던 일부터 처리하고자 한다·

나는 그렇게 걸음을 옮겨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중간쯤 위치에서 아린 황녀와 마주쳤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혼자 독단적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왜 혼자 계십니까?”

“루나브는 휴식을 취하고 있고 나나는 잠들었어· 벨리아스에서 나를 태우고 마계로 오는 동안 피로가 많이 쌓였었나 봐·”

그녀는 답을 하는 동시에 팔을 뻗어 내게 익숙한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거 너한테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이 세계에서 단 한 자루밖에 없는 진정한 수호자의 검·

바로 아버지의 검이었다·

“그것 말고는 찾을 수 있는 게 없었어· 미안해·”

곳곳엔 피와 먼지를 급하게 닦아낸 흔적이 엿보였다·

나는 받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황실을 배반한 죄인의 검입니다· 이걸 굳이 제게 돌려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믿기 힘들겠지만 네가 없는 사이에 마왕이 우릴 위협했을 때 베르트 공작은 우리가 대피할 시간을 벌어줬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두 눈이 절로 번뜩여졌다·

“비록 현혹의 힘에 당한 상태이시긴 했지만 황실에 충성하고 제국과 대륙을 수호해야 한단 마음은 변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 그때 내가 봤던 베르트 공작 아니 공작님은 내가 존경했던 수호자의 눈빛을 보여주셨으니까· 나는 부디 죽지 말고 살아서 그동안 저지른 죄를 전부 참회하라고 황녀로서 명령을 내렸지만····”

아린 황녀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허나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베르트 공작 아니 아버지는 아린 황녀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금 그녀가 내민 저 검은 아마다고 이 세상에 남은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일 것이다·

잠시 고민한 나는 그대로 손을 뻗어 아버지의 검을 받아들였다·

“···!”

그때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지는가 싶더니

‘이 부족한 아비가 못다 한 일을 너에게 부탁하마·’

어디서 왔는지 모를 아버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부디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거라 시안···!’

뭐지 이거? 환청인가?

석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순식간에 굳어진 몸과 사고는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왜 그래 시안?”

“벼 별거 아닙니다·”

아린 황녀의 부름이 들리고 나서야 거짓말 같이 깨져버렸다·

아직 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 게 다 들리는군·

“슬프지 않니?”

“무얼 말입니까?”

“그래도 너의 아버지잖아? 아버지께서 그런 불행한 일을 당하셨는데 아무리 너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그게 왜 불행한 일입니까?”

당황한 그녀는 입을 머뭇거렸다·

“어?”

“황녀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께선 수호자라는 이명에 걸맞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신 겁니다·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에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셨겠죠· 후회 없는 죽음을 선택하신 아버지를 제가 슬퍼할 이유는 없습니다·”

“진심··· 이니?”

“황녀님께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만큼 미련한 사람이 우리 아버지란 걸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선

아버지의 그런 미련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한 번 마음을 먹게 되면 내 한 몸이 어찌 되든 상관없이 반드시 지키고야 말겠다는 그 기분을 지금의 나도 몸서리치게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래서 핏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나가 깨어나면 루나브와 함께 인계로 돌아가십시오· 남은 일은 저 혼자 처리하겠습니다·”

“뭐? 하지만!”

“애초에 나나가 가잔다고 혼자 덜컥 따라오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지원요청을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네가 지적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 그래도 도움이 아주 안 된 건 아니잖아? 나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너를 도와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어· 뭐 결과적으론 루나브가 제일 큰 도움을 줬지만····”

그러니까 누가 도와달라고 했냐는 거다·

자기들끼리 멋대로 날아와 놓곤 날 도와주기 위해 왔다고 하면 내가 뭐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를 줄 알았나?

굳이 지적해봐야 나만 피곤할 일·

이제는 그냥 전부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저를 진정으로 돕길 원하신다면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십시오·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나는 그 길로 몸을 돌렸다·

“잠깐만! 하나 더 말해줄 게 있어!”

그냥 갈까 하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다·

“또 뭡니까?”

“혹시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나나와 함께 올 수 있었던 데엔 다른 이유가 있었어·”

그러고 보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나는 분명 황성에 있었을 텐데 언제 벨리아스로 와서 황녀랑 접촉했던 거지?

누가 데려오기라도 한····

그 순간 불현듯 떠오른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 에밀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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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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