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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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그를 위한 흐름 (1)

사람이 가장 고통받는 순간이 언제인지 아는가?

온몸이 칼에 찔려 피가 솟구칠 때?

맹독이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서 장기가 뒤틀릴 때?

뭐 사람마다 기준은 천차만별로 다르겠지·

허나 내 기준에서 가장 처절한 고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무위(無爲)의 고통·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직면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밀려오는 고통이다·

지금 내가 아주 제대로 느끼고 있는 고통이기도 하지·

피가 역류하다 못해 몸속의 장기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시군요·”

하니엘은 그런 나를 한껏 비웃으며 빈정거렸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공간에 들어선 이후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내가 죽음 이상의 고통을 그녀에게 가해봐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난 지금 이 성검의 아공간에 꼼짝없이 갇힌 상태다·

-쾅!

감정이 격분한 나머지 공간 구석에 솟아오른 하얀 기둥에 주먹을 내질렀다·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다 못해 이제는 정신마저도 미칠 지경이다·

“곧 있으면 마왕이 아렘에 도착하겠군요· 아니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다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살기로 범벅된 내 거센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어미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계의 주인으로서 감히 마계에서 학살을 감행한 인간들을 전부 심판하겠지요· 허나 그럼에도 그의 분노는 해소되지 않을 겁니다· 그 해소되지 않은 분노는 자연스럽게 인계로 향할 것이고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 아렘에 있다는 인간 중에 베르트 공작 아니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냐?”

“당연한 걸 물으시는군요· 현혹당한 기사들이라 해도 그들을 지휘할 지휘관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

몸을 섞은 남편이란 게 뭐 그리 중요할까?

그 잘난 자식을 위해서라면 전부 쓰다 버릴 인형에 불과할 텐데·

힘을 가진 인간이 힘이 없는 마족들을 학살·

그런 선을 넘은 인간들을 향한 마왕의 분노·

이성이 본성을 억누르지 못해 폭주한 마왕은 그 분노를 인계에 돌릴 것이라며 하니엘은 설명했다·

그 이후의 상황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녀의 말마따나 재앙과도 같을 것이니·

그런 상황에 난 이런 역겨운 공간에 갇혀 무위의 고통을 잔뜩 느끼고 있고·

그야말로 최악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펜던트는 결국 시선 끌기 용이었나?”

“솔직히 당신들이 그 펜던트의 힘을 지연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완전 해제는 못 했으니 마왕을 폭주시키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앞당겨서 나쁠 건 없겠죠·”

설사 그 베스티란 여자를 지금에 와서 구한다고 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이 마족에게 검을 휘두른 그 순간부터 마왕의 분노는 점화되었으며 이는 절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폭주한 마왕을 당신의 아들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입니다·”

“무슨 근거로?”

어이가 없는 나머지 헛웃음을 흘리며 재차 물었다·

“제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으니까요·”

그 어미에 그 자식이라고 어째 대답이 하나같이 똑같다·

“베르트 가의 자식으로서 당신도 수없이 의심했을 겁니다· 당신만이 아닌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겠죠· 왜 아버지란 사람은 오직 장남에게만 그리도 열의를 쏟았는지····”

“이제 와서 뭘 물어? 당신의 그 같잖은 현혹에 놀아나서 그런 거잖아·”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옳다고 생각해야 하나?”

“당연하다고 생각하셔야죠· 이건 생존을 향한 인간의 절박한 몸부림과 다를 바 없으니까·”

나로선 갖다 붙이기에 불과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녀? 현혹? 기이한 힘으로 사람을 홀려 마음대로 조종한다고요? 당신들은 모릅니다! 저를! 그리고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외자들의 설움을 말입니다!”

그녀는 급기야 그동안 쌓인 억울함을 토로하듯 토해냈다·

“우리는 그저 인간의 처절한 본능을 따랐을 뿐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본능! 그걸 위해선 전 윌리어스 베르트를 제 남자로 만들었고 그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런 완벽한 자식을 말입니다!”

유일하게 저 말 하나만 공감이 갔다·

그래 맞는 말이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자식·

그가 모든 것을 다 가져버렸기에 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한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등신처럼·

“에쉘 베르트· 그 아이는 제 전부이자 모든 것입니다· 그러니 시안 당신 같은 존재로 인해 그가 무너지는 꼴은 볼 수 없습니다· 설사 악마에게 영혼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전 당신을 막겠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바친다라·

참 아이러니하네 내 눈엔 니들이 그냥 악마로 보이는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의 슬픈 설움?

네년이 대체 무슨 일을 겪어 그런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진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다·

난 이미 한 번 버림받았다·

내 전부 내 세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바로 당신의 아들로부터·

그러니 철저하게 부정하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내게 칼날을 겨눈다 해도····

“당신의 아들 아니 에쉘을 위한 질서라고 했나?”

듣는 건 여기까지 더는 귀 아파서 못 들어주겠다·

“그래 뭐 전생에선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젠 아니야·”

“전생이요?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이 세계의 흐름은 전적으로 내게 맞춰져 있어·”

그녀의 질문을 깡그리 무시한 채 내 할 말을 이어나갔다·

“이 공간을 부수고 마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그를 저지한다· 이게 내가 할 일이고 이뤄질 일이다·”

“아직도 제 말을 이해 못 하신 모양이군요· 이 세계는 당신이 아닌 에쉘에게····”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무너진 공간의 중심에서 똑똑히 지켜봐· 당신이 설계한 흐름과 내가 설계한 흐름 중 과연 어느 것이 맞을지·”

-콱!

최대치로 끌어올린 안개의 힘을 케이람에 전승하고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너 답지 않게 뭘 그리 길게도 들어주니?]

그러게 말이다·

되든 안 되든 일단 행동으로 부딪치는 게 내 방식인데 답지 않게 잠시 뜸을 들였다·

-두두두

케이람에 전승된 안개의 힘이 곧 아공간 전역에 퍼지면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 * *

며칠만의 재회든 아님 몇 시간의 재회든 상관없이

마왕 벨카리온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렘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 마왕?”

전선 지역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

아린은 몸을 움직이지 못해 팔다리만 하염없이 부들거렸다·

“안녕 인간들?”

벨카리온은 양쪽 모두를 향해 웃음을 흘리며 첫말을 뱉었다·

“처음 보는 얼굴도 있고 낯익은 얼굴도 있네? 어디 누가 설명 좀 해봐라? 니들 땅도 아닌 곳에서 대체 무슨 재미난 일을 하고 있었는지····”

물론 긍정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웃음은 아니라는 걸 양쪽은 모르지 않았다·

숱한 전투를 경험했던 베테랑 기사들 또한 마왕의 살기에 압도된 나머지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왜 말들이 없어? 말하기 싫어? 아님 내게 말하기 곤란한 거야?”

벨카리온의 눈은 곧 인간들을 지나쳐 곳곳에 쓰러진 마족들의 시체로 향했다·

시체로 향했던 눈은 또 자연스레 기사들의 피 묻은 검으로 옮겨졌다·

“니들이 저렇게 만들었냐?”

베르트 공작은 대답 대신 벨카리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신의 통고(Gods Strike)!”

주문과 동시에 벨카리온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생성되었으며 기다릴 새 없이 바로 벼락이 내리쳤다·

-파지직!

“무슨 짓을!”

깜짝 놀란 아린이 방어 마법을 펼치려 했으나

-턱!

루나브가 아린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걸론 어림도 없어요·”

당황한 아린이 다시 벨카리온에게 눈을 돌리려는 순간

-파지직!

마왕에게 내리쳤던 벼락이 돌연 방향을 틀어 베르트 공작을 덮쳤다·

“공작님 피하십시오!”

이에 한 기사가 몸을 던져 공작을 밀쳐내고 벼락을 막으려 했지만

“···!”

벼락은 이미 베르트 공작이 마법을 시전했을 때보다 몇 배 이상으로 강해져 있었다·

막지 못한 기사는 그대로 몸이 튕겨져나갔다·

“이게 니들 대답이라는 거지?”

안 그래도 불편했던 마왕의 심기에 더 큰불을 지펴버렸다·

허나 기사들은 물러서는 기색 없이 오히려 더 큰 공격을 준비하려는 듯 본격적인 전투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서 설마 마왕과 싸우겠다는 거야?”

“싸운다기보단 자극한다고 보는 게 맞겠죠·”

루나브는 살며시 몸을 숙이며 바닥에 손을 얹었다·

그러곤 마왕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마나를 발현했다·

“뭐 하는 거야 루나브?”

“여기 있어 봐야 좋을 거 없어요· 있어 봐야 저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뿐이니까· 그럴 바엔 조용히 뜨는 게 낫겠죠·”

마왕이 기사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조용히 도망치려는 생각이었다·

이에 그녀들의 발밑으로 투명한 마법진이 생성되었으며 준비를 마친 루나브가 마지막으로 주문을 읊으려는 순간

-기긱

갑자기 마법진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콰장창!

유리 깨지듯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다·

“어디 가려고?”

놀랄 겨를도 없이 세 여인의 시선은 소리의 당사자에게 향했다·

“어느 틈에?”

“너희도 뭔가 켕기는 게 있나 보다? 슬그머니 도망치려 하는 게?”

아린은 자신들은 이 학살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막기 위해 대치 중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허나 마왕의 혈기에 압도된 나머지 입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 자리에서 너희를 죽이면 시안 그놈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지금의 나 이상으로 흥분하고 괴로워할까? 분명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야 그렇지?”

벨카리온은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들을 마주 보았다·

“아마 진심으로 날 죽이려 들 거야· 그럼 나로서도 나쁠 거 없지! 분명 아주 재밌는 일이 펼쳐질 거야!”

한치의 농담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진심·

기사들을 향해 있던 마왕의 살기는 고스란히 그녀들에게 옮겨졌다·

“그놈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걸?”

* * *

“후····”

망연자실한 얼굴로 쓰러진 베스티의 옆을 지키고 있던 로저스·

그는 대뜸 창문을 보며 처량한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스티의 생명의 기운은 더욱 빠르게 빠져나갔으며 이대로 가다간 오늘 밤을 넘기긴 힘들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 현재 마왕은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테지만 로저스는 그가 성에 돌아왔을 때를 더욱 걱정해야만 했다·

“선대 마왕님을 모셨던 분들도 다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누군가 대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물음을 던져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베스티의 미약한 숨소리만 간신히 들려올 뿐이었다·

“평화로운 마계를 바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는지····”

절망적인 마음에 나오는 건 비탄의 호소뿐이었다·

-똑똑

문밖에서 노크가 들려왔지만 로저스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보나 마나 성 내의 어느 마족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겠지·

“실례합니다·”

허나 노크 이후 들려온 목소리에 로저스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마왕성의 총지배인으로서 그는 이 성의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들여온 목소리는 성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매우 낯선 목소리였으며 분명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끼익

목소리의 주인은 머지않아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마왕성 맞죠?”

태연하게 들어와 이곳이 마왕성이냐고 묻는 당돌한 여성·

몸을 후드와 로브로 가려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지만 로저스는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마족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누구십니까?”

여인은 바로 대답하지 못해 살짝 머뭇거렸다·

“이 이름은 그러니까 일단 에밀리라고 불러주세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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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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