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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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재앙의 전조 (3)

아렘에 나타난 인간 기사의 수는 열·

그들을 지휘하는 베르트 공작까지 포함하면 총 열한 명이었으며 전부 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최상의 기사들이었다·

“레인포스(Reinforce):전력 강화·”

아린이 나타나자 기사들은 일제히 강화 마법을 시전했다·

곧 신체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함과 더불어 검에는 금빛의 오라가 밝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검의 힘!”

오라의 정체를 파악한 아린은 눈살을 거세게 찌푸렸다·

황성 때와 마찬가지로 성검의 힘을 전승받은 기사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막강한 힘을 발현하게 되었다·

“대체 이런 일을 저지르시는 이유가 뭡니까 베르트 공작?”

“아직도 이유 같은 걸 물으시는 겁니까?”

아린의 질문을 공작은 한심하다는 듯이 답변했다·

더불어 그의 얼굴엔 자기가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 이제는 다 알지 않냐는 듯한 의사도 담겨있었다·

아무런 주체적인 의지 없이 그저 주어진 지시만 따르는 인형 같은 존재·

그런 존재에게 질문이나 설득은 무의미했다·

그냥 막거나 저지하면 그만일 뿐·

하지만 상황은 아린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마계에 온 지 이제 두어 시간은 됐을까?

아직 그녀의 몸은 마계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호흡하는 것조차 굉장히 불편한 상태였다·

루나브와 나나는 비교적 괜찮아 보였지만 자칫 그녀들에게 도움은커녕 짐만 될 수도 있었다·

“성스러운 빛의 은총이 우리를 지킬 것이니!”

그때 주문과 함께 아린의 앞으로 새하얀 장막이 펼쳐졌다·

빛 속성 방어 마법 ‘저항의 벽’이었다·

아린은 바로 시전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시간은 벌었어요·”

덤덤한 얼굴로 아린을 보는 루나브의 손엔 마서 레미하람이 방대한 마력을 발산하며 기사들의 접근을 저지하였다·

“그리 오래 견디진 못할 거예요· 그때까지 저 현혹된 기사들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결정해야 해요·”

루나브는 아린에게 일종의 선택을 강요했다·

“루나브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당장 떠오르는 건 세 가지에요· 첫째는 우리끼리 필사적으로 힘을 모아 저 기사들을 저지하는 거고····”

루나브는 마서를 들지 않은 다른 쪽 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하나씩 펴냈다·

“두 번째는 시안 선배가 올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는 거예요·”

“시 시안은 지금 어디 있는데?”

“저도 몰라요· 근데 머지않아 올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전적으로 직감이란 뜻이었다·

이에 머리가 살짝 복잡해진 아린은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럼 세 번째는 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거예요· 최대한 멀리·”

루나브의 생각치곤 너무나 의외의 방안이었다·

“사실 전 저희가 살려면 이 세 번째 방안을 택하는 게 제일 좋을 거라고 봐요·”

“어 어째서?”

“여기는 저희의 땅이 아니니까요·”

아린이 그 말을 이해하는 데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이 마계에 혼란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한 남자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빠르게 날아오고 있을 거예요····”

루나브가 말을 잇던 도중 갑자기 하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한 기운이 드리워졌다·

몸이 자동으로 움츠려질 만큼의 엄청난 살기와 함께·

“이미 늦은 것 같네요·”

사태가 더 악화되었음을 인지한 루나브는 바로 더 많은 마력을 발현했다·

“물러서 아린 언니!”

나나 역시 위협을 감지하고선 눈을 날카롭게 세우고 앞으로 나섰으며 마주 선 기사들 또한 검을 전부 같은 방향으로 겨누었다·

-쿵!

잠시 후·

혜성이 떨어지듯 엄청난 속도로 뭔가가 낙하하면서 곧바로 육중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먼지바람이 휘날렸다·

시야가 걷힌 순간 모두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세상의 모든 악(惡)이 한데 모인 느낌이 들 만큼 엄청나게 추악하고 불결한 기운을 내뿜는 붉은 검이었다·

그 검을 쥔 손을 따라 시선이 이어지니 현장에 있던 모두는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마왕 벨카리온·

이성을 중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제는 지극히 본성만 남게 된 마계의 최강자가 그 진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아렘으로부터 약 2km 정도 떨어진 고원지대·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다섯 마리의 데빌 드래곤이 고유의 신체 능력 ‘천리안’을 통해 아렘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선두엔 나겔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왕이 기어코 사검(死劍)을 꺼냈군·”

현장을 바라보는 나겔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특히 벨카리온의 손에 쥔 붉은 검에 시선을 집중했다·

“나겔님! 저희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상황이 저 지경까지 된 이상 우리가 나서봐야 일만 더 복잡해진다· 그냥 이대로 방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나겔님께서도 저 사검의 힘을 감당하실 순 없는 겁니까?”

“나뿐만이 아니다· 저건 신이 와도 그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무구다·”

이 땅에서 오로지 마왕이라는 직함 붙은 존재에게만 허용되는 절대적인 무구 사검(死劍)·

데빌 드래곤의 우두머리로서 오랜 세월 마계의 역사를 지켜봐 온 만큼 나겔은 사검의 위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검은 먼 옛날 태초의 시대서부터 지금까지 마왕이라고 불렸던 존재들로부터 대를 거쳐 내려왔던 검이다· 전대 마왕이 죽으면 그 뒤를 이을 다음 마왕에게 검이 전해졌지· 전대에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전부 계승한 채····”

즉 저 검엔 현 마왕 벨카리온의 힘만이 아닌 과거 마계를 주름잡았던 모든 마왕의 힘이 담겨있단 뜻이었다·

“성검과 마검이 소유주가 지닌 가능성에 따라 그 위력을 천차만별로 낼 수 있는 무구라면 저 사검은 전대 마왕의 힘이 계속 더해지면서 대를 이을수록 더 강해지는 무구다· 그 최강자들의 집념이 한데 몰려 생성된 검령이 아마 이전까지 쭉 마왕을 자극해왔을 것이다· 그 검이 깨어났다는 것은 곧····”

나겔은 말을 잇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이 마계에 다시 혼란의 바람이 분다는 뜻이겠지· 가령 마계만이 아닌 저 인계도 이젠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봐도 느껴지는 그 가공할 기세를 데빌 드래곤들은 전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그런 검이 대체 왜 마왕에게?”

“소위 지고의 존재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마계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라고 해야겠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건 너희뿐만이 아니라는 뜻이 담긴····”

나겔은 시야를 더욱 넓혀 아렘의 구석구석을 살폈지만 찾고자 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미슈카로부터 아직 소식은 없느냐?”

“안내하라 하셨던 장소에 도착한 것을 끝으로 기운이 끊겼습니다· 정신 감응도 전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 그 인간과 함께 아공간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들어는 갔지만 아직 나오진 못했다는 뜻이었다·

나겔은 아렘 쪽에서 눈을 떼 시안과 미슈카가 향했던 방향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이에 한 드래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겔님·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거지만 설마 그 인간이 저 마왕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 보시는 겁니까?”

다른 드래곤들 또한 내심 궁금했는지 잠자코 나겔의 답을 기다렸다·

나겔은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답을 내었다·

“모른다·”

“모 모른다고 하신다면?”

“진짜 모르기에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수백 년 동안 나겔을 따랐던 데빌 드래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 있다·

자신들의 우두머리는 절대 확신이 없는 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항상 확실한 답만을 해왔던 그가 모른다고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조차도 예측이 안 될 만큼 속을 알 수 없던 인간이다· 그러니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적어도 이 마계와 인계를 통틀어 저 마왕을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존재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겔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저 아이는?’

바로 아린과 루나브 앞에 떡하니 자리해 마왕으로부터 둘을 지키고 있는 낯선 분홍 머리의 여인이었다·

인간도 아니고 드래곤도 아닌 이중적인 존재·

왠지 모르게 심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허나 그 티를 다른 드래곤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듯 나겔은 다시 마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 *

순백의 하얀 구름과 웅장하게 솟아오른 기둥들·

사방이 뚫린 공간과 그 안에 자리한 낯선 건축물 안에 한 남성이 다리를 꼬며 앉아 있다·

“····”

뭔가 깊은 고민에라도 빠진 듯 그는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루멘델?”

그런 와중 한 여인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듣고선 그는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는지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다분했다·

“마왕이 사검의 힘을 발현한 것 같던데· 이 또한 당신의 계획인가요?”

“왜 나한테 그런 걸 묻는 거지?”

“고삐를 잘못 푼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알다시피 사검이 가진 힘은 우리의 힘에 견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가졌잖아요· 자칫 마왕이 그 힘을 제어 못 하고 폭주라도 한다면 누가 그걸 막을 수 있겠어요? 아님 인계에 이어 이번엔 마계에 행차하실 생각인가요?”

“날 농락할 생각이라면 그만 돌아가라 아쿠아니스·”

루멘델은 손을 까딱이며 더 말 섞기 싫다는 의사를 보였다·

“너무 나쁘게 보진 말아줘요·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까·”

허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그가 앉은 성좌의 뒤로 다가갔다·

“따로 생각해 둔 계책이라도 있으신가요?”

“계책이라 할 것도 없다· 넘치는 힘은 항상 파멸을 불러오게 되어있지· 마왕이라고 다를 것 없다· 인계에 조금 피해를 불러올 순 있어도 결국 놈은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이다·”

“즉 재앙이 휩쓸고 간 뒤에 남은 이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단 뜻이네요?”

루멘델은 대답 대신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의 네 움직임도 심상치 않더군·”

“제가 왜요?”

“인계로 자주 내려가서 드래곤이랑 뭔가 교류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드래곤 이름이 마리안이라고 했던가?”

아쿠아니스의 미간이 살짝 동요했다·

“여자의 뒤를 캐고 다니는 남자는 별로 좋지 않아요·”

“그게 싫으면 헛짓거리하고 다니지 마라 아쿠아니스· 쫓겨난 누구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루멘델은 입가를 한껏 끌어올리며 그녀에게 진심 어린 경고를 전했다·

이에 미소가 만연했던 아쿠아니스의 얼굴이 잠시 흐트러지나 싶었지만 머지않아 다시 본래의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했다·

“정말 당신과의 대화는 변함없이 재미가 없네요·”

그러곤 슬그머니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나 싶었지만

“아 최근에 재밌는 상상을 하나 해봤어요·”

돌연 발을 멈추고 다시 루멘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검은 안개의 계승자가 사검을 개방한 마왕을 저지한다면 어떨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루멘델의 얼굴은 바로 일그러졌다·

“흐름이 그렇잖아요· 당신은 당신의 계승자가 인계의 질서가 되길 원했겠지만 지금 세상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잖아요? 어쩌면 그 안개의 계승자가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도 이 세상의 흐름이 아닐까 싶어서요·”

“····”

“혹시 모르죠· 머지않아 당신 앞에 나타날 그 인간이 우리가 생각했던 피조물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마치 그 미래를 원하고 있다는 듯 그녀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 짙고 솔직한 미소가 지어졌다·

푸른 물의 여신은 그 길로 공간을 떠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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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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