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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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마왕의 적 (4)

“윌리어스 베르트·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호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명예롭게 전사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유지를 받아 저 극악무도한 마왕군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살면서 좋아하는 말은 별로 없는데 싫어하는 말은 아주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명예로운 죽음’이다·

명예니 유지니 암만 좋은 말로 포장하면 뭐하겠는가?

정작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이를 느낄 감각도 없는데·

전생의 마왕군이 인계를 침공했을 당시 아버지는 기사들과 함께 최후의 최후까지 그들을 저지했지만 결국 벨리아스는 점령되고 말았다·

이에 제국은 아버지의 죽음을 앞세워 세 나라를 통합해 인류 역사의 유례없는 연합군 창설을 이끌어 냈다·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할 때 그 시작의 계기는 무척 중요하다·

아버지의 명예로운 죽음은 인계 연합군 창설의 초석을 다듬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럼 나는 여기서 하나 묻겠다·

대체 무슨 근거로 아버지의 죽음을 명예롭다고 하는 것인가?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했는가?

없었다·

물론 나도 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기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마왕군 외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즉 인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본 적도 없으면서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멋대로 칭한 것이다·

이후 연합군이 벨리아스를 점령한 마왕군을 축출하고 그 현장 정리가 이뤄졌을 때·

나는 그 명예로운 죽음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처참했다·

명예라는 허울 좋은 말을 들먹이지도 못할 만큼 아버지는 정말 끔찍한 능욕을 당했다·

역한 피냄새가 진동하는 시체 밭에도 끄떡없던 기사들도 그 순간만큼은 전부 눈을 돌리거나 구역질을 하는 등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나는 어땠냐고?

이상하게도 슬픈 기분은 안 들었다·

그렇다고 분노가 치솟지도 않았다·

그냥 좀 측은했다고 할까?

가여우면서도 미련했다·

한평생 대륙을 지키는데 몸바쳤던 사람의 마지막이 이런 비참한 최후라니·

내게 있어 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 미련했던 사람이었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살았지만 결국 그 세상으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뭐 나 또한 그에 못지않은 등신 같은 최후를 맞이했기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부디 다음 생엔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아무래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변하지 않는 운명이란 게 이런 걸 말하는 것인가?

검을 맞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아버지의 운명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

감정이 동요하는 나와 다르게 아버지의 눈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아예 나 자체를 못 알아보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망설이고 있구나· 시안·”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아주 또박또박하고 정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너와 처음으로 검을 맞대는 것치곤 조금 실망스럽다·”

“제정신이 아닌 아버지와 검을 맞대고 있는데 어느 자식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미쳤다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자식의 매정한 평가에도 아버지의 표정은 끝끝내 변하지 않았다·

대신 내 얼굴이 아닌 케이람을 향해 시선을 돌리셨다·

“내가 너희에게 가르쳤던 검이 지닌 가치를 기억하고 있느냐?”

“나 자신을 비롯해 세상을 지킬 힘을 기르기 위한 수단이라 말씀하셨죠·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네게 묻겠다 시안· 지금 내게 휘두르는 이 검은··· 세상을 지키기 위한 검이냐?”

세상을 지키기 위한 검이라·

내 검은 그런 허울 좋은 명예나 좇는 거창한 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케이람을 찾은 순간부터

아니 아에르의 부름을 받아 미스트에 입단했던 순간부터

아니지 그보다 훨씬 오래다·

그 옛날 크란츠와의 검술 대련에서 패배하고 가문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던 그 순간부터!

난 오직 나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이 검은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검입니다·”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내 진심을 그대로 아버지에게 전했다·

석상 같던 아버지의 눈꺼풀이 조금 내려앉았다·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기에 실망하셨을까?

허나 내 답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난 나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있지 않다·

“저를 지키는 검이 바로 세상을 지키는 검입니다!”

“···!”

내려앉았던 눈꺼풀이 다시 벌어짐과 동시에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옅은 미소를 보이셨다·

“잘 알아들었다·”

이내 아버지의 장검에서 푸른 빛의 마나가 발현되었다·

“그럼 이제 네 검의 가치를 내게 증명해라· 대륙의 수호자로서! 그리고 너의 아버지로서! 너의 검을 봐주겠다! 내가 틀렸고 네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라! 시안!”

조금 묘하다·

지금 내 눈앞에 자리한 아버지는 내 아버지가 맞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악마와 마녀에게 현혹당해 그들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고 계신 상태다·

한데 저 말을 들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내가 아버지를 주저앉힌다면

나는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일까?

이제와 이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전생과 현생을 거쳐 이뤄내지 못했던 바로 그 숙원을 이뤄낼 순간이 왔다고 생각하니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흥분되는 감정을 빠르게 억누르며 마주 선 아버지에게 조용히 읊조렸다·

“그 말씀 따르겠습니다!”

* * *

짙은 모래바람 사이 굳게 닫힌 마왕성 정문 앞·

마왕이 자리를 비운만큼 더욱 성의 경비군은 더욱 철통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이내 성문 앞에 나타난 낯선 방문객들을 발견하고선 화들짝 놀랐다·

“로저스님께 보고해!”

보고는 바로 성의 지배인인 로저스에게 전해졌다·

“로저스님!”

“무슨 일이냐?”

“아스카론의 무리가 지금 성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스카론?”

로저스는 눈을 부릅떴다·

“하필 마왕님이 부재하실 때····”

그로선 별로 원치 않는 손님이었다·

“한데 마왕님을 만나러 온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럼 누굴 만나러 왔단 것이냐?”

“로저스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왔답니다·”

“나와 이야기를?”

그때 로저스의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다고요?”

베스티와 루나브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보고를 다 들은 것 같았다·

“그 그 남자가 갑자기 성엔 왜···?”

“일단 기다려주십시오· 베스티님·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그녀를 안심시킨 로저스는 안내자와 함께 급히 성 밖으로 향했다·

남겨진 베스티는 혼자 심상찮은 표정을 지으며 고뇌에 빠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루나브가 물었다·

“아스카론이 누군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베스티는 마지못해 말해주었다·

“일명 아스카론 파라고 하는 마왕을 반대하는 세력 중에서 가장 강성한 분파의 수장이에요· 식견이 높고 지략이 뛰어난지라 따르는 마족들도 굉장히 많죠· 거기에····”

뭔가 뒷말을 이으려던 그녀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벨카리온에게 있어 가장 위협이 되는 마족이에요· 그 역시 벨카리온의 옛 모습을 원하는 마족 중 한 명이니까·”

루나브는 이쯤 되니 도대체 마왕의 원래 모습이 어땠길래 이렇게 난리들을 치는 것인지 새삼 호기심이 들었다·

허나 일단은 내색하지 않았고 안절부절못하는 베스티의 모습을 그저 빤히 바라만 보았다·

한편 보고를 받고 아스카론을 만나러 간 로저스는 그를 성 1층 홀로 안내했다·

“오랜만입니다· 로저스·”

아스카론은 로저스와 비슷한 연배의 갈색 수염을 가진 중년 마족이었다·

“말 끌지 않고 본론부터 묻겠습니다· 성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최근 마왕성에 인간이 드나든단 소문이 들더군요?”

그는 질문에 대한 답 대신 다른 화제를 언급했다·

“근거 없는 낭설을 갑자기 왜 꺼내시는지 모르겠군요· 제 물음에 대한 대답부터 먼저 해주시겠습니까?”

“그 근거 없는 낭설 때문에 여기 온 겁니다·”

“인간이라도 찾으러 오셨습니까?”

“그 인간과 관련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해야겠죠·”

로저스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아스카론의 눈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렇게 짧지 않은 침묵의 시간이 흐르던 것도 잠시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로저스는 둘만의 조용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급히 자리를 옮겼다·

누군가 듣지 못하도록 도청 방지 결계까지 설치가 완료되자 아스카론은 그제야 찾아온 목적을 얘기했다·

“자리도 옮겼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성에 있는 베스티 그 아이에게 불결한 물건이 하나 있지요?”

“···!”

로저스는 순간 속에서 심장이 팔짝 뛰었다·

허나 그 감정을 얼굴밖에 드러내진 않은 채 우직하게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자리까지 와서 시치미 떼지 마시오· 로저스· 내가 꼭 펜던트라고 집어서 말해야겠습니까?”

“····”

로저스는 1초 정도 무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지금 어디서 들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해결할지를 의논하는 게 중요하지요·”

아스카론은 얼굴을 쭉 내밀며 로저스와 더 가깝게 눈을 마주했다·

“베스티를 구속하고 있는 그 펜던트 우리가 풀어주겠습니다·”

“그 말을 제가 어찌 믿습니까?”

“왜 믿지 않겠다는 겁니까?”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니냐는 듯 아스카론은 인상을 살짝 구겼다·

“비록 지금은 뜻이 맞지 않아서 이리 떨어졌다 한들 그 아이는 내 딸입니다· 그 아이를 누구보다 살리고 싶은 마족이란 말입니다·”

“····”

“내 딸의 목숨을 담보로 이 마계의 질서를 재구축하고 싶진 않습니다· 마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지금 로저스 당신이 베스티를 설득해 당장 이곳으로 데려와 주십시오·”

그러곤 어느 장소가 적힌 종이를 슬그머니 건넸다·

“아무 동행인 없이 당신과 베스티 단둘만 와야 합니다·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용건을 마친 아스카론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벌컥

덤덤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베스티가 눈앞에 나타났다·

둘은 아무런 대화없이 서로의 눈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후·”

이내 아스카론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먼저 입을 열었다·

“좀 있다 다시 보자꾸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베스티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아스카론은 자신의 무리와 함께 그대로 성을 떠났다·

베스티의 시선은 바로 로저스에게 돌아갔다·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눈 거죠?”

“아스카론 파에서 일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그녀를 회담실로 들인 로저스는 황급히 문을 닫는 동시에 도청 방지 결계를 보강했다·

성 내에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둘만의 은밀한 대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 결계를 뚫고 대화를 듣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증폭(Amplification)····”

두 마족이 있는 곳에서 세 칸 정도 떨어진 방·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루나브는 마서의 마력을 통해 둘의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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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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